[브릿지 칼럼] 평균 회귀의 원칙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18-07-26 16:01 수정일 2018-07-26 16:04 발행일 2018-07-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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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에 탈락했지만 세계 1위인 독일을 2대0으로 제압하면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징크스의 향연’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징크스는 일련의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생긴 악운을 뜻하는데 대표적인 월드컵 징크스 중 하나는 전 대회 우승팀이 차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 역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 예선 통과 문턱에서 좌절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오만 가지 설명이 신문지상에 등장한다. “상대편 공격수의 플레이를 간파했다” “성공에 취해서 그렇다”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다” “감독이 무능해서…” 등 별의별 소리가 다 나왔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니엘 카네먼은 다음과 같은 실화를 기록하고 있다. 조종사 훈련에 참여하는 이스라엘 공군 소속 장교들이 불평하기를, 훈련생들이 유난히 비행을 잘했을 때에 칭찬을 해봤자 실력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훈련생들은 그렇게 칭찬을 받고 나면 다음번 비행이 훨씬 전만 못했다. 비행을 아주 못한 훈련생을 꾸짖으면 그 훈련생은 거의 항상 다음 비행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 장교들은 상급 장교들에게 저조한 성과는 비판하되 뛰어난 비행에는 칭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결국 칭찬과 비난 여부에 상관없이 어느 조종사가 유난히 비행을 잘하거나 못했다면 그 다음번 비행에서는 그의 평균적인 실력 수준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어쩌다 뛰어난 비행 실력을 보인 조종사는 아마 다음번에는 그보다 못한 실력을 보일 것이다. 반대로 어쩌다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조종사는 아마 다음번 비행에서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극단적일 때에 같은 종류의 다음번 사건은 그만큼 극단적이지 않다는 원칙을 ‘평균 회귀’(Regression To The Mean)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축구뿐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삶의 모든 현상에서 나타난다. 국민타자인 이승엽 선수도 어느 시즌에 유난히 홈런을 많이 치다가 다음 시즌에 가서 성적이 크게 떨어져서 그냥 평균만 살짝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균 회귀의 원칙을 무시한다. 특정 상황에서 최소한의 운이 작용해 예외적인 일이 일어났다면 그 다음번은 평균 수준으로 돌아가기 쉽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예측을 하는데 그 예측은 틀리기 쉽다. 그렇다면 따지고 보면 FIFA 랭킹은 평균 수준이 아니라는 논리가 적용된다.

경제석학들은 왜 사업이 한해에 유난히 잘 풀리면 그 다음 해에 죽을 쑤는지 설명하기 위해 환율의 변동, 주가변동, 국제무역수지, 국민소득, 가계지출 등 온갖 경제지표를 활용해 엄청난 시간과 지면을 낭비해왔다. 만약 그들이 평균 회귀 원칙을 활용했더라면 아마 그들 자신이나 독자 모두에게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한국 축구 대표팀의 평균은 어느 정도일까?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