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스마트폰 판세 변화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
입력일 2018-07-29 15:53 수정일 2018-07-29 15:55 발행일 2018-07-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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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교수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전쟁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7년 만이다. 세기의 IT 특허 전쟁으로까지 회자됐던 이 분쟁에서 삼성은 참담할 정도로 완패했다. 삼성이 애플에 배상한 정확한 금액은 여태 베일에 감춰져 있지만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바로는 최소한 8000억원선이다. 그간의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애플의 일방적인 우세로 일관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애플 제품 미국내 판매중지라는 미국무역위원회 결정으로 말미암아 궁지에 몰리게 되자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까지 동원해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적도 있었다. 상당히 시간을 더 끌 것처럼 보였던 이 사건이 분쟁 종료로 급변한 데에는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한 해석을 위해서는 지금은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유형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플이 독식하던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이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구미권이 아닌 신흥시장을 파고 들어가는 데 성공하고 나서부터였다. 그러나 다름 아닌 바로 그 신흥시장에서 삼성은 밀려났다. 중국 군단에 의해 밀려나기 시작한 지가 불과 1년 전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특히 중국에서의 삼성 점유율은 드디어 한자리 수로 떨어지고 말았다.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으로 1%다. 중국 못지않게 큰 시장인 인도에서도 점유율 1위 자리를 중국 군단에 내줬다. 삼성으로서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으로 국면 전환되고 있다.

삼성과 애플이 특별히 좋은 세월을 누렸던 지난 7년간은 다른 반대쪽 관점에서 보면 분쟁에 과도하게 에너지를 낭비한 나머지 중국 군단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만 꼴이 된 격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때 애플과 삼성, 이 둘을 제외하고는 난공불락으로만 여겨졌던 스마트폰 첨단 시장에서 중국은 성공리에 진입 장벽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 요인을 1년 같은 짧은 기간도 아니고 무려 7년씩이나 방치한 대가를 삼성은 지금부터 혹독히 치르는 과정으로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 중국 군단의 약진이 가시화되자 스마트폰 산업도 이제 굴뚝 산업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 정확히 판단해 보기위해서는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엔진에 어떤 종류의 발전이 어느 속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컴퓨터 운영체계(OS)가 지난 30여 년간 끊임없이 격상되어 온 추세대로 스마트폰 OS의 앞날도 그렇게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으로 전개된다면 소프트웨어 기초가 약한 중국으로서는 아마도 더 이상 약진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삼성도 똑같은 이유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경우에는 여유가 있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에 관한 한, 애플은 삼성과 중국에 비해 매우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의 특허 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삼성 입장에서 보면 소프트웨어 밑천 부족으로 인해 애플은 늘 버거운 상대다. 따라서 소프트웨어라는 중대 고비에서 중국을 견제해내는 데 차질이 생긴다면 삼성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할 것이다. 애플과의 양강 체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향후 벌어질 소프트웨어 전쟁에서 중국과 일전을 치를 각오를 해야만 한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대동소이한 상태에서는 소프트웨어 펀더멘털이 강한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