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원전,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시급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18-08-16 15:07 수정일 2018-08-16 15:08 발행일 2018-08-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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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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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는 동시에 지극히 위태로운 발전 시스템이다. 자칫하면 모든 생명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선 감쇠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폐기물인 방사선 폐기물 즉, 방폐물 처리와 연소하고 남은 폐연료봉을 뜻하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문제는 원전을 단 1기라도 가동하는 나라라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 때문에 사용 후 핵연료 처분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국가를 ‘화장실없는 아파트’에 비유하기도 한다.

전 세계 원전가동국은 한국을 포함 31개국이다. 이들은 국가별 기술수준과 국민수용성,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을 결정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은 원전기술이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뽐내면서도 사용 후 핵연료는 발전소내 임시저장하는 멕시코, 브라질, 슬로베니아 등 9개국 중 한 국가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는 너무나 뜨거운 이슈여서 역대 어느 정부도 쉽게 못 건드리는 ‘님투’(NIMTOO, Not In Term Of Office. 내 임기중 안 된다)현상이 수십년간 누적됐기 때문이다.

원전 31개국 가운데 미국과 프랑스, 스웨덴, 영국과 독일 등 22개국은 중간 저장시설을 운영한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80년간 관리하는 단계다. 사실상 처분과정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사용 후 핵연료 처분정책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처분정책은 크게 3가지 형태로 나뉜다.

먼저 독일, 미국, 스웨덴 등 8개국은 최종처분까지 결정했다. 최종처분은 구체적으로 해양처분, 빙하처분, 우주처분, 심지층처분, 초장심도처분 등 5개 방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모두 300~1000m 깊이의 심지층처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도 이를 권고한다. 러시아, 영국, 일본, 인도, 중국, 프랑스 등 6개국은 재처리방식을 쓴다. 이 밖에 벨기에, 스위스, 체코 등 8개국은 중간 저장시설만 운영하며 다음단계인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최근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의 주사업자인 도시바가 한국전력에 도시바의 무어사이드 원전 특수법인인 뉴젠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일각에서는 22조원의 원전수출에 암초가 걸렸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수출과는 성격이 원천적으로 다르다. 돈을 받고 원전을 지어주는 방식(EPC)인 UAE의 바라카 원전과는 달리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은 건설자금인 22조원을 한전이 동원해서 원전을 건설한 후 35년간 전기료로 건설대금을 받아오는 발전차액정산제도(CFD)다. 때문에 ‘원전투자사업’으로도 불리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사업인 것이다.

또 지난 7월말 영국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국의 기자와 만나 “그 문제(사용 후 핵연료 관리)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원전건설·운영허가(Permission)를 받지 못할 것” 이라며 “의회에서도 최근 격렬한 논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다. 따라서 사용 후 핵연료 관리는 사우디 원전 등 향후 원전수출의 ‘아킬레스건’(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차제에 원전 수출을 위해서도 국내 사용 후 핵원료 관리대책이 하루 빨리 수립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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