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금융당국 변해야 금융산업 성장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입력일 2018-08-22 15:17 수정일 2018-08-22 15:18 발행일 2018-08-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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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환 교수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금융시장의 경쟁력이 여타 산업에 비해 크게 낮다는 사실이다.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과 비교해 볼 때 금융업이 이에 버금가는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베니스 상인의 악덕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에 버금가는 존재로 인식한다. 금융기관이 과다한 이익을 취하면 금융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몫이 적어져 금융기관은 최소한의 이익만 남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러한 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정부에서 금융업의 선진화 및 육성을 정책목표로 제시했다는 것. 이번 정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 등을 금융과 접목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논의됐고 지난달에는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도 설치됐다.

그러면 우리나라 금융업의 경쟁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강자의 눈치를 보게 된다. 중소기업은 그 지역의 관공서, 대기업은 관련 부처, 금융업은 금융위를 비롯한 규제기관이 시어머니 같은 존재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고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자 정부가 언급한 것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다. 신용카드 수수료문제는 2012년 공청회를 거쳐 2015년 신용카드 수수료인하 추진방안을 마련, 3년마다 원가를 재산정하도록 해 수수료를 결정하도록 했다. 원칙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언급하자마자 금융위는 3년 주기 카드수수료 재조정원칙이 실시되기도 전에 소액결제에 대해 수수료율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전년동기대비 3.9%포인트 상승한 81.7%로 조사되자 감독당국은 당장 온라인 보험의 확산 등으로 사업비 절감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 손보사의 보험료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정부의 금융에 대한 인식을 여실히 드러낸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의 완화다. 정부는 인터넷은행이 출범 의도대로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진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특정 인터넷은행 자금난이 계속되자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규제를 완화키로 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은 설립 시 기대했던 빅데이터 활용 등을 통한 심사기법 선진화 등을 이루지 못했고 업무 면에서도 1~3등급 등 우량차주 에 대한 대출비율이 일반은행의 84.8%보다 높은 96.1%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거론되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정부가 금융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방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처럼 원칙에 없는 편법으로 금융감독 정책을 추진하면 결국 금융업의 기형적인 성장과 더불어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거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카드사의 비정상적인 현금서비스 및 대출영업, 손해보험사의 비대한 장기보험 구조, 저축은행의 계열화 및 PF대출의 부실로 인한 구조조정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