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브랜드 가치 살아야 기업 산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사회적으로 ‘성공’은 남을 이롭게 한 크기와 같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 평판이 높은 제품을 많이 갖고 있는 기업이 바로 성공한 기업이다. 제품이 많이 팔린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고, 소비자를 이롭게 한다는 말과 같다.성공의 결과가 브랜드의 가치이고 이윤이다. 사람들이 신뢰하는 상품, 많은 소비자가 구입하는 브랜드는 그만큼 믿을 만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상품은 브랜드의 신뢰성 때문에 사람들이 안심하고 계속 구입하게 된다. 실제로 베스트셀러 상품은 대부분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도 싼 제품들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브랜드화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 이유다.이렇듯 한 기업의 브랜드가 성공을 거두게 되면 그 회사와 브랜드는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게 된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확보하고, 새로운 상품으로의 확장도 모색할 수 있다. 같은 브랜드 네임이라면 다른 범주의 상품이라도 소비자들에게 기존 브랜드의 신뢰를 이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현대 사회에서 기업들이 공들여 쌓아 올린 기업 브랜드를 순식간에 잃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이 바로 ‘스캔들’이다. 기업은 숨겨진 위험에 대한 대응책과 리스크를 관리할 준비가 필요하다. 기업에 치명적인 스캔들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보통 상품과 제조 과정, 경영자와 주주, 종업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언론을 통해 왜곡되거나 부풀려질 수도 있다. 정치사회적 외부환경에서 발생한 문제가 기업 브랜드를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큰 기업일수록 쉽게 리스크에 노출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책이 바뀌고 기업의 제도적 환경이 악화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차별화된 고급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투입했던 비용이나 노력 그리고 브랜드 가치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우리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새롭게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것이 더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브랜드 가치는 그만큼 소중하고 지켜 나가야 하는 가치있는 자산이다. 기업 스스로 브랜드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겠지만, 언론과 시민사회에서도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과장된 보도와 의도된 공세에 쉽게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기업이 현실에 안주하고 ‘이 정도면 됐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그 기업은 더 큰 기회와 그를 통한 성공에서 멀어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경쟁력을 키워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것이 생존을 위한 길이다.“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이를 현대적 비즈니스 개념으로 바꿔보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키우고 성공의 아이콘, 믿음의 상징으로 남으라는 뜻이다. 지금은 ‘브랜드 시대’이다. 사람들로부터 신뢰의 대상으로 자신을 브랜드화 하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경영’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

2017-11-12 17:13 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

[브릿지 칼럼] 다시 돌아와서 좋니, 윤종신?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혹은 ‘올드보이를 위한 자리는 없다’를 외치고 안티-에이징(Anti-aging)을 떠들고 있는 세상에 ‘구관이 명관’이라는 구 격언은 오히려 새롭다.하지만 올드보이의 가치는 1951년 4월 19일, 6·25전쟁 당시 UN군 최고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대중문화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흘러간 줄로 알았던 가수들의 노래가 새롭게 들리고 노익장의 연기에 더 끌리며 각 예술분야의 베테랑들이 펼치는 문화 향연이 더욱 감동스럽다. 한 가지 작은 사건부터 보자. 90년대 가수이거나 경연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인 줄만 알았던 윤종신의 음원 차트 정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저 아이돌 음악, 댄스곡들만 있는 줄 알았던 대중음악계를 강타한 ‘좋니’ 1위 등극 사건은 성인 취향의 어덜트 컨템퍼러리 장르의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동시에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모든 층의 귀를 열게 하는 음악접착제의 등장인지도 모른다.가사부터 선율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한참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배리 매닐로우, 셀린 디온 등 아직도 공연장 전 좌석을 매진시키는 가수는 그저 먼나라 얘기처럼 들리기만 했다.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나이 차이만큼이나 각자의 음악적 취향이 달랐다. 댄스 아니면 성인가요 또는 흘러간 발라드에 그들의 귀를 파묻을 뿐 고개를 옆으로 위로 아래로 돌리는 일이 없었다. 이는 음악 뿐 아니다. 드라마, 영화, 공연, 전시 등 분야마다 자신이 속한 연령집단을 넘어 다른 집단의 예술인들에게 환호와 신뢰를 보내는 일은 드물었다. 각 연령대마다 즐길 수 있는 음악, 드라마 등이 특정 장르에 국한되어 있다 보니 세대 단절, 소통 부재의 상황으로까지 자연스레 내달렸다.사실 이는 음악적 취향의 문제나 좋아하는 배우, 즐기는 그림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화합의 끈이 끊기는 사태를 초래하며 사회적,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연결됐다. 초고령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세대간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세대마다 요구하는 사항이 다르고 불만도 쌓여만 간다.이에 윤종신을 비롯해 각 세대를 아우르며 감동을 줄 수 있는 뮤지션들, 갈수록 연기가 무르익어가는 배우들, 다양한 분야의 노련한 예술가들은 ‘소통’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답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어리고 경험이 일천한 엔터테이너들에게 시대적 과업을 기대할 수는 없다. 자신이 속한 세대에만 파묻히려고 한다면 그저 묻히고 만다. 요즘같은 정치·사회·문화적 격변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세대간 소통이다. 이제는 자신만의 열렬한 팬층을 넘어 젊은층, 나이 든 이들까지 겨냥하는 문화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세대간 통합이 시대적 사명으로 부각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갈등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이는 각자 듣고 즐기던 음악, 영화, 그림 등에 공감하는 몸짓에서부터 시작되는 과업이다. 올드 보이의 귀환이 반가운 이유다. 노병은 죽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들은 매일매일 젊어지고 있다. ‘통합’이라는 시대정신과 함께.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7-11-09 16:07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트럼프 감세'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박종구 초당대 총장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 전쟁이 시작됐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최근 세제개편안을 발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선거공약을 구체화했다. 향후 10년간 1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감세를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전망이다.감세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대폭 낮출 계획이다. 소득세율도 종래 7단계에서 12% 25% 35% 39.6% 4단계로 단순화한다. 중산층 부담 완화를 위해 표준공제액을 부부당 2만4000달러로 높인다. 로펌, 회계법인 같은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사업소득세율을 25%로 조정한다. 상속세와 최저한세도 폐지한다.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이번 감세안이 시행되면 성장률이 3~5%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은 “이번 세제개편으로 미국이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야당은 “전형적인 부자감세”라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성장률 제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규모 재정적자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감세가 성장과 고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크게 이견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법인세 평균세율이 22.5%인 점에서,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쟁점은 3% 이상의 성장 달성 여부다. 의회예산국은 1.9% 내외의 성장률을 전망한다. 성장률이 0.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10년간 300억 달러 추가 세수가 창출된다. 성장률 효과에 따라 재정적자의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여야가 크게 대립하는 대목이다.‘부자감세’ 논란도 뜨거운 감자다. 6만 달러 가구에 약 1200달러 감세 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경제자문위원장 케빈 하셋은 법인세율 인하로 약 4000달러의 소득증대 효과가 창출된다고 주장한다. 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은 법인세가 전액 근로자에게 전가된다고 보는 반면 진보적 싱크탱크는 대부분 자본소유자가 부담한다는 상반된 입장이다. 특히 상속세 폐지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상속세는 톱 1%가 90%의 세부담을 하고 있다. 따라서 부자들에게 크게 유리한 상황이다.재정적자 확대 문제는 감세론자의 아킬레스건이다. 의회는 10년간 1조5000억 달러 적자를 전제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법인세율 인하만으로 그 만큼의 적자가 발생한다. 소득세율 인하에 따른 적자도 1조 달러에 가깝다. 공제 제도를 대폭 손질해야만 적자 관리가 가능하다. 종래 공제 혜택을 주던 주 소득세와 소매세 공제에 상한선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 뉴저지 등 부유한 주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이들 주는 야당인 민주당의 텃밭이다.해외에 유보되어 있는 기업 자금이 국내로 돌아오도록 현금 등 유동자산 환류시 12%, 비유동자산 환류시 5% 저율과세토록 하고 있다. 현재 약 2조6000억 달러가 해외에 유보되어 있다. 2005년 5.25% 저율과세로 3120억 달러가 환류되었는데 고용과 투자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했다. 주주에 대한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으로 사용되었다.40% 이하의 지지율로 고전하는 트럼프가 감세 전쟁의 승리자가 될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7-11-08 15:50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공시족이 벤처 뛰어드는 날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국내 중소기업의 94%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에게는 4차 산업혁명이란 구호가 그림의 떡이란 말이다. 또 최근 미국에서는 신규 일자리의 60%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나온다는 발표가 등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생각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정밀 분석이 나왔다. 세계 2000대 소프트웨어(SW) 기업 내에 드는 한국 기업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200개 대상도 아니고 2000개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도 말이다. 21세기를 맞이하는 대한민국은 난국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 난국을 타개하고 나갈 묘안은 없는 것인가. 선진국을 보면 첨단분야에서는 젊어서는 한마디로 도전, 나이 들면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특히 SW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SW분야의 가장 큰 특징은 참신하다는 것이다. SW분야가 이 세상에 등장한지 벌써 7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신선미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그냥 정해진 틀에 맞춰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를 짜내 제작하는 과정을 거치는 예술적 창작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표현이 있듯 누구나 도전하게끔 만드는 것이 SW다.그러나 우리의 청년들은 어떠한가. 도전은 뒷전이고 먼저 안정을 택한다. 30만명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이 시간에도 여념이 없으니 말이다. 무엇이 청년들을 그리로 몰아내고 말았던가. 그것은 우리 토양에서는 SW처럼 도전할만한 주제거리가 희소하고 척박한 까닭이다. SW분야가 도대체 어떤 분야길래 선진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공신역할을 하는지 골몰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SW 세상에서는 공용어가 단 하나, ‘영어’다. 코딩은 전부 영어 형식으로 제작되는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SW사업은 글로벌화가 손쉽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SW를 하다 보면 글로벌 마인드가 저절로 생긴다는 점도 시사해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어느 규모의 기업에게나 4차 산업혁명에 필수불가결한 공통분모적 요소가 다름아닌 SW라는 것이다. 이에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SW현장인력은 거의 모두 중기 벤처 쪽에서 공급하다시피 한다. 그래서 벤처로부터 시작해서 중기를 거쳐 대기업에 이르는 SW인력의 이동성이 강하다.이렇게 벤처-중기-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은 오늘날 우리 현실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그러나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임하면 된다. 이런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 수 있는 분야가 SW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SW가 그런 영역인 것이 선진국을 통해 이미 확실히 증명되었기에, 우리도 그것부터 해나가면 산업 첨단 인력의 대부분이 벤처 중기에서 나오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효시가 돼, 시작은 미약했으나 향후 산업 분야 다방면에서 창대한 결실을 기약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국가 정책 결정에 있어서 SW전문가의 등용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국가 고위 공직에 SW전문가가 등용된 적은 우리나라 건국 이래 한번도 없다. 이걸 더 이상 미뤄서는 곤란하다. 4차 산업혁명을 구호로만 외치지 않고 정부가 행동으로 직접 국민들에게 가시화해주기 위해서다.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2017-11-06 15:12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방법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외계인이 대한민국의 축구장을 관찰한다. 22명의 선수들이 작은 축구공 하나를 90분 넘게 쫓아 다닌다. 더욱 황당한 건 관중석에 앉은 수많은 사람들이 축구공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고 있다. 외계인은 이 모습을 보고 대한민국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이처럼 우리는 하나의 공만 쫓아간다. 공은 우리의 일상이고 편견이고 고정관념이다. 그 공을 쫓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한다. 남들만큼 해야 적어도 바보소리 듣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명품 브랜드들이 가장 전도유망한 시장으로 꼽은 곳 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700만원을 웃도는 샤넬의 인기 핸드백은 없어서 못 팔고 300만원 짜리 캐나다구스는 물량 부족으로 대기 명단을 만들 정도다. 아무리 비싸도 남이 사면 산다.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선진국에서 공통으로 판매되는 명품 가방류 50개 가격을 비교한 결과 한국에서 파는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평균 30% 가량 비쌌다.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바가지를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명품 판매액은 약 12조원 정도로 세계 8위를 자랑한다. 남들이 하면 따라서하는 ‘동조현상’은 대한민국이 단연 최고다.그림은 실제와 똑같이 묘사한 것이라 생각했던 19세기에 충격적으로 등장한 인상파는 당시 실제 같은 그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그냥 물감 범벅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한 일간지의 미술담당 기자는 인상파들의 전시회를 두고 “벽지로도 쓸 수 없다”고 혹평할 정도였다.우리가 선입견이라고 부르는 무의식적 심리편향인 확증편향은 동조현상과 더불어 일상의 영역에서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며 우리를 편협된 세상으로 인도한다. 문제는 열등감이 심하거나 피해의식이 깊은 사람들은 확증편향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논리에만 맞춰서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타인의 행동을 오해하거나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을 적극적 관찰의 시각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까? 볼보 자동차 광고를 관찰해보자.자동차가 앞뒤로 심하게 파손돼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 광고는 타고난 드라이빙 성능, 다양한 기능, 품질 등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볼보 광고는 기존 광고 관행과는 달리 대형 사고를 당해 찌그러져버린 자동차를 보여준다.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약한 차였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리는 이처럼 생각하며 모든 볼보를 설계합니다”라는 헤드라인이 뜬다. 헤드라인에 있는 ‘이처럼’은 사고 나는 순간을 가리키는 게 분명하다. 사고로 형편없이 찌그러져버린 자동차 그림과 헤드라인이 어울리니 ‘안전’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하다.확증편향이란 특정한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과잉된 일반화나 부정확하게 일반화된 신념이다. 볼보 광고를 보면 나약한 차라는 확증편향된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반대의 내용인 헤드라인은 고객에게 의문을 제공한다. 보여지는 정보와 지향하는 정보의 충돌을 통해 소비자 스스로 인식을 전환하게 하는 것이다.수동적 보기는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공급자 관점으로 확증편향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두 눈으로 세상을 봐야한다. 적극적 관찰로 세상을 보면 일상이 소설임을 느낄 것이다.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7-11-05 15:09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노후 인프라 정비, 지역경제 큰 힘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최근 전라남도의회는 노후 인프라 정비를 촉진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에 이어 지자체로는 두번째로 노후 인프라 정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노후 인프라 정비에 나선 사례다.다른 지자체에서도 상·하수도, 도로, 교량 등 노후 된 인프라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역민들의 생활의 질과 안전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지자체들마다 부족한 지역 내 인프라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 관련 투자를 증대시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강원, 제주, 전남 등 건설업이 지역 내에서 높은 고용과 생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지자체들에서 금번 추경편성 시 신규 인프라 공급, 노후 인프라 정비 등에 대한 예산을 확대 편성했다.현재 지자체들은 많은 인프라 문제들을 안고 있다. 대전 등 일부 광역시들은 급속한 자동차의 증가와 간선도로의 부족 및 단절, 광역교통망의 기능 저하 등으로 인해 출퇴근시 시내 차량통행속도가 20km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혼잡하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인구 및 관광객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도로, 항만, 공항 등 지역경제에 직결돼 있는 각종 교통 및 물류 인프라 부족을 겪고 있다. 전남도의 경우 전국에서 주택 노후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30년 이상 노후 된 주택들이 집중돼 있다.전국적으로도 도로, 교량, 터널, 항만 등 1·2종 시설물 중 30년 이상 된 곳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2800개였다. 오는 2030년이 되면 2만60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지역민의 생활과 직결된 옹벽, 전통시장, 농어촌도로·교량, 지하도 등 소규모 취약시설 점검결과 2011년에서 2015년까지 약 25%가 불량 혹은 미흡판정을 받았다.특히, 50년 이상 된 소규모 취약시설의 경우 약 41%가 불량·미흡등급에 있다. 전국적으로 상수관로의 약 31%가 20년 이상 되어 노후화가 심각하고, 주요 도심의 노후·파손된 도로들은 교통사고률을 높이고 있다.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70~80년대에 조성된 산업단지들의 노후화는 안전 및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이제 지역 인프라에 대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의 숙원 인프라사업들의 조기 공급과 각종 생활인프라 공급 및 정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의 인프라 투자를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이를 위해 현재 지역 인프라의 실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족한 인프라 수요 조사와 노후화 등 종합적인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이는 중앙 정부의 몫이다. 특히, 지역의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교통 및 물류 인프라와 지역민의 생활과 직결된 각종 생활인프라 등에 대해 우선적으로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들이 안고 있는 구도심의 쇠퇴 현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요구되고 있다.이를 바탕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지역 인프라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고, 구체적인 실행이 가능하기 위한 계획 수립이 요구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인프라 관련 현안들의 해결이 첫걸음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7-11-02 16:37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법과 경제가 만나는 방법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라는 것이 있다. 주인이 대리인을 고용해 일을 맡길 경우 나타날 문제점들이 많다는 것이다. 둘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대신 일을 하는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문제가 골치 아프다. 이러한 관계는 국민-정치인, 국민-공무원, 주주-경영진에서 나타난다. 대리인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커진다. 대리인들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원, 특히 돈의 단위는 천문학적이다.주주와 경영진의 관계는 주주가 자신을 대신해 기업의 일상적인 경영판단을 경영진에게 맡겨놓은 것이다. 여기서 경영진이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학문적 용어로 ‘경영권의 사적 이익(Private Benefit of Control) 추구’라고 한다.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는 경영진이 회사의 자원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는 행위이고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소소하게는 경영진 사무실을 매우 호화롭게 꾸밀 수도 있으며 회사 비행기를 타고 주말에 골프를 치러 갈 수도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조용한 생활을 즐기는 경우도 연구를 통해 나타났다. 혹자는 조용하게 사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적절한 투자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여야 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통해 우리가 잃은 기회라는 걸 생각해야 한다. 기회비용 말이다.문제가 커지는 경우는 회계조작, 횡령, 배임 등 기업범죄로 개인의 사적이익 추구가 확전되는 경우다. 금전적, 비금전적 이득을 위한 주가조작의 유혹,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 상속을 위한 지배구조 재편 및 내부거래 등의 행위는 그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최근 법원에서 연달에 사적이익 추구에 대해 관대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 면죄부를 주는 방식도 다양하다. 공식적인 절차(이사회 결정)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하거나 사적이익 추구치고는 규모가 작다고도 한다. 사적이익만 추구한 거 같지는 않다고도 했다.여기서 자세한 법리는 따지고 싶지도 않고 그럴 능력도 안 된다. 다만, 주인-대리인 문제가 상당히 강력한 이론인 것은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너무나 잘 설명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많은 부분 개인적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내 돈은 아끼지만 남의 돈은 쓰기 쉽다. 그래서 대리인의 가장 필요한 덕목이 충성심(loyalty)이다. 완벽한 감시와 통제가 없는 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20여 년 동안 국내에서 경제성장의 해법으로 규제완화를 엄청나게 외쳤다.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한다. 그러나 법과 경제가 잘 만나는 방법은 법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인간은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이 인센티브의 주요 구성 요소가 법이다. 법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행동이 바뀌고 이익추구의 방향이 갈린다.그리고 주주-경영진의 문제는 어릴 적 부모님이 주신 돈을 참고서 산다고 하고 딴 짓 한 후 적당히 눙치는 문제가 아니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기업가치 그리고 경제 성장의 문제라는 거다. 돈의 흐름을 생산적인 부분으로 유도하는 것도 법의 중요한 역할이다.

2017-11-01 15:18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브릿지 칼럼] 광산·유전없는 나라, 선택은 하나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스탠퍼드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이안 모리스는 역저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Why the west rules for now?)’에서 사회 발전을 측정하는 척도로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에너지 획득, 도시성, 정보처리 그리고 전쟁 수행 능력이 그것이다. 그는 레슬리 화이트의 방정식(E×T→C)를 인용하면서 가장 근본적인 것이 에너지 획득이라고 주장한다. 에너지(E)에 기술(T)을 얹으면 문화(C)가 된다는 것으로, 인류의 모든 역사는 이 방정식 하나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로서는 서양이 지배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서양에 에너지가 더 풍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에너지는 엄밀히 따지면 식량, 화석연료, 광석과 같은 부존자원이다. 대체로 우리 생활에 기초가 되는 것 들이다.화석연료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먼저 전기가 끊어진다. 모든 산업이 멈춰 선다. 하우스 농업이 발달한 요즘은 농사도 짓기 어려워진다. 먼 거리도 걸어서 다녀야 한다. 무동력 자전거를 얘기하겠지만, 자전거 만드는 공장이 멈춰서기 때문에 자전거도 만들지 못한다. 철광석 없는 세상도 생각해보자. 역시 거의 모든 공장이 멈춰 선다. 집도 짓지 못한다. 그만큼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산업용 소재이기 때문이다.레닌은 이런 기초 산업을 ‘커맨딩 하이츠(com manding heights)’라고 불렀다. 전쟁에서의 지휘부를 말한다. 인공위성은커녕 망원경도 없었던 시절 지휘부를 전투 상황이 잘 보이는 높은 언덕에 차린 데에서 유래된 말이다.볼셰비키 혁명이 끝난 직후인 1922년에 소련에선 국가 주도 계획경제 논란이 일었다. 레닌은 반대했고, 국가 주도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그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때 레닌이 커맨딩 하이츠 개념을 들고 나왔다. 에너지, 자원 관련 산업만 손에 쥐고 있으면 다른 산업은 얼마든 통제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이 개념으로 국가 주도를 주장하는 측을 제압할 수 있었다. 물론 레닌 사후 스탈린이 권력을 잡으면서 소련은 국가 주도 계획경제의 길을 걷게 되었고, 이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부존자원은 국가 발전의 근본이고 커맨딩 하이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반도는 부존자원이 거의 없다. 그나마 조금 있는 것마저 다 북한에 있다. 하지만 조상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부존자원이 없으면 사들여야 한다. 미국 중국처럼 부존자원이 많은 나라들까지도 상당량을 수입해 사용한다. 더 나아가 해외 광산이나 유전을 싹쓸이하고 있다.우리는 어떤가. 이명박 정부에서 해외 자원투자를 겨우 시작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자원 비리가 불거지면서 다시 올스톱 되고 말았다. 그사이 중국이 해외 좋은 광산, 좋은 유전을 다 사들이고 있다. 북한 광산까지도 상당량의 채굴권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해외 자원투자 비리가 있다면 그것은 발본색원해야 할 일이다. 특히 공공성을 가진 집단의 비리는 끝까지 추적해 엄벌하여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마땅하다. 최근에 또 다시 과거의 자원 비리 관련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의 해외 자원투자를 원천봉쇄하게 될까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정비리에 대한 처벌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해외 자원투자를 분리해 접근하기 바란다.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2017-10-30 15:46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브릿지 칼럼] 석유시장 'MB 적폐' 청산 시급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석유대리점은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에서 중간 허리 역할을 담당하면서 지난 100여 년 간 우리나라의 주된 에너지원인 석유의 수급 및 가격의 안정과 건전한 석유유통질서 확립에 기여해왔다. 국내 석유산업은 일제시대인 1930~40년대 석유대리점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석유를 수입해 판매하면서 태동됐다. 6·25 당시에는 미군정과 함께 국가 전략물자인 석유를 안정적으로 배급하며 에너지 안보의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이어 1970~8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 때에도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산업화에 크게 공헌했다. 또한 1997년 석유산업 자유화 이후에는 급변하는 국제 석유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현재 값싼 외국산 석유의 수입 및 유통이 자유로운 상황에서도 해외 메이저인 엑슨모빌이나 BP 등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지 못할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던 고유가 시절, 이명박 정부가 기름 값 인하를 유도하고 소비자들에게 싼값에 기름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알뜰주유소 정책으로 석유대리점이 과거 오랜 시간 쌓아온 석유시장에서의 이러한 순기능들이 무너지기 시작해 해마다 그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정부가 석유공사를 유통업에 진출시키고, 인위적으로 세금을 투하해 연명하는 석유전자상거래 제도를 계속 운영함으로써 기존 석유대리점의 역할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지원금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1200억 정도의 세금이 투입된 알뜰주유소는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이 났다.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송기헌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15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저유가 장기화 등으로 인해 알뜰주유소 가격경쟁력은 사라졌다”며 “과열경쟁으로 정부 지원을 받은 알뜰주유소에서 정량미달 판매, 가짜석유 판매 적발 건수가 증가하는 등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석유대리점 업계가 침체된 또 하나의 문제는 전화기 한 대로 영업을 하는 영세부실대리점들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석유대리점은 1998년 73개소에서 2004년 401개로, 다시 2011년 635개사로 증가했다가 2016년 말 현재 605개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등록된 대리점들 중 약 15%인 100여개 석유대리점들이 1년 내에 신규 등록과 폐업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영세부실대리점들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가짜석유를 제조하거나, 가짜세금계산서(무자료 거래)를 유통시켜 석유시장을 극도로 혼탁하게 하고 국가 경제를 좀먹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대리점 업계의 문제 해결에 둔감하다. 실패한 알뜰주유소 정책을 관성적으로 고집할 것이 아니라, 기존 석유대리점을 활성화해 석유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 그리고 불법과 탈세를 일삼는 영세대리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이런 문제 해결을 도외시하고 소비자의 후생만을 고집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시장은 망가지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신뢰할 만한 연구기관의 용역을 통해 현재 위기에 처한 석유대리점의 경영실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석유정책의 문제점을 개선시켜 나가길 간절히 소망한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7-10-29 16:38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비변사 닮은 국정원

김우일 대우Mamp;A 대표‘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모토로 국가안보와 국민안위를 위해 창설된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요즘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음지에서 일하고 음지를 지향’하는 우스운 꼴이 돼버린 셈이다.국정원은 정보기관이라는 이유로 조직, 소재지, 그리고 인원수를 공개치 않도록 법으로 규정되어있다. 음지에서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원천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남이 모르는 불법일탈행위가 만연하기 쉽다. 음지에 볕이 들지 않으면 곰팡이가 피게 마련인 이치다.최근에 드러난 이 정보기관의 작태를 보면 어이가 없어 쓴 웃음이 나올 정도다. 과연 이들이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도록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기관인가하는 의아심이 앞선다.국정원이 박정희 시대 정권의 보위에 앞장서 악명이 높던 중앙정보부에서 이름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 속성은 전혀 전혀 바뀐 게 없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작금의 국정원이 직면한 사태를 보고 조선시대의 최고권력기관이던 비변사라는 조직이 머리에 떠오른다.이 비변사의 생성, 진화 및 종말을 되집어보면 자못 국정원과 닮았기 때문이다.원래 비변사는 국가안위를 위해 국방문제에 대처하는 임시기구로 출범하였는데, 성종때 국경지대인 변방에 왜구와 여진의 침입이 계속되자 의정부와 병조 외에 국경지대에 정보가 밝은 관료들을 발탁하여 일을 맡긴 게 그 시작이다.그래서 이들을 지변사재상(知邊事宰相)이라 일컬었다. 국가의 안보가 걸린 국경의 정보에 밝은 관료라는 뜻이다.그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국난을 수습타개하기 위해 권한을 확대, 강화하여 비변사(備邊司)라는 최고의 권력기관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국가의 안보가 걸린 국경의 위험에 대비하는 관청이란 뜻이다.그러나 이후 비변사는 국가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최고기관으로 자리잡으면서 점차 그 권력이 강화 되며 변모해갔다.수령 임명, 군율시행, 논공행상, 공물진상 등 군정뿐만 아니라 민정에 이르기까지 국정전반에 걸쳐 모든 사무를 간섭하여 국정을 리드하는 기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심지어 국왕의 비빈간택에도 관여하는 등 정부의 전 기구를 간섭규제하는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군림했다.이 비변사가 강력해지면 조선의 정치체계와 관료조직은 유명무실하게 되었다.본래 조선은 왕권의 정점으로 하여, 정책조정기관인 의정부, 행정집행기관인 육조, 견제기관인 삼사가 유기적 기능으로 상호 보좌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강력한 비변사가 등장하면서 정부조직체계가 무너지고 권력이 남용되기 시작한 것이다.결국 비변사의 횡포에 대한 원성이 잇따르면서 흥선대원군은 아들 고종이 즉위하자마자 비변사를 폐지해 버렸다.결국 본래의 설립취지를 벗어난 권력남용행위는 부메랑이 되어 비변사의 운명을 재촉했던 것이다비변사처럼 국가안보와 국민안위를 위해 설립된 국정원이 국정전반에 걸친 간섭과 공작을 일삼는 다면 국가운영시스템은 효율성을 잃어버리고 붕괴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아온다.결국 국정원이 비변사와 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기 최고권력자는 물론이고 국정원 구성원 스스로가 얼마나 반성하고 혁신하느냐에 달려있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7-10-26 17:00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나이와 낡음에 대한 고찰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추석을 지내고 옛 직장 선배를 만났다. 창가에 마주 앉은 선배는 커피를 홀짝이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얼굴에 그늘이 지더니 뜬금없는 질문이 넘어왔다. “늙은이들은 낡았다고 하지? 난 그렇지 않아.”“창문을 열어 봐.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는데 그 공기가 몇 살쯤 된 것이라고 생각하나?”80세를 눈앞에 둔 옛 선배는 이룬 것이 많은 분이었다. 매출액 1조원을 능가하는 상장기업의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고, 사원들에게 존경 받는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할 일이 없다고 한다. 그 흔한 사회공헌 활동도 해봤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마음껏 노시라는 권고만 할뿐 정작 만날 분도 몇 안 되고 생산적인 일에 몰입 하려해도 행복하지가 않다고 한다.“낚시 해 봤지? 낚아 올린 물고기를 낡았다고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1년이 채 되지 않은 유어도, 10년 또는 100년이나 살았을지도 모르는 고기를 낚아도 우리는 그저 싱싱한 물고기를 낚았다고 하잖아.”왜 인간만 늙으면 낡았다고 치부 하냐는 의문은 계속됐다. 대학을 막 나온 사회 초년생들은 겉보기에는 신선할지 모르지만 노인들보다 더 사고가 낡았을 수도 있다. 새로운 지식 세계를 등한시하는 젊은이들이 그들이다. 노인이라도 매달 독서와 인터넷을 통해 엄청난 양의 독서로 새로운 지식을 거두는 사람들이라면 신선한 사람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요지였다.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정년을 앞둔 상사들에게 낙인을 찍는다. 제2의 인생 설계를 하라는 말에서부터 쉬엄쉬엄 하시라는 격려(?)가 들이친다. 당사자는 마지막 남은 직장 생활에 불꽃을 태워 보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주변이 하락치 않는다. 나이 드신 시어미가 부엌살림을 거들려고 하면, 못된 며느리 만든다며 앞치마를 거둬들이는 행동과 다를 바 없다.물론 세대교체는 환경에 따라 재빨리 이뤄져야 한다.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새로운 젊음을 원한다. 그러나 나이와 젊음, 그리고 낡음의 해석은 분명히 달리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흐르는 세월만 대상으로 했다가는 소중한 것들을 사장시키는 사회가 될 뿐이다.오래전, 금융기관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철강회사에 중역으로 영입된 50대 후반의 사람에게 “당신은 우리 회사의 가장 신선한 사람이다”고 소개했던 철강회사의 오너가 있었다. 그 회장은 “새로 들어 온 것이니까 가장 신선한 것이다”는 이유를 들었었다.실제로 25세에 회사에 첫 입사한 젊은이보다 훨씬 신선한 사고를 가진 나이든 사람은 많다. 그들에게 신선하다는 말을 들려주면 매우 기뻐한다. 그들은 정년 이후에도 촉탁이란 이름으로 직장에 남아서 오랜 경륜을 필요로 하는 일에 종사하는 것을 쉽게 본다.100세 시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고를 바꿔야 한다. 나이는 먹고 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은 어떨까? 생각이 진보적이고 새로운 것에 앞서 있다면 젊은 것 아닌가. 과거에 연연하는 진부한 의식이 낡음이지, 나이가 많다고 낡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사회라면 오히려 그들로부터 오랜 세월 동안 터득한 값진 경험을 다음세대의 것으로 할 수 없는 결과만 초래 한다.독일인들은 노인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우리는 다르다. 90세가 넘어 별세하셨다면 호상이라며 상주를 독려하고, 천수를 누리셨다고 마무리한다. 생각의 차이는 이렇게 다르다.“나이순으로 죽는 건 아냐. 죽을 때까지 신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지. 일본이 노벨상을 왜 많이 타는 줄 아는가? 그들은 평생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문화가 있어.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항상 새로움을 보태기 때문이야. 지나보니 내가 제일 잘 하는걸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믿어.”늘 깨어 있으라는 선배와의 대화를 끝내고 찻집을 나서자 찬 밤공기가 몰려왔다. 그 공기는 신선했고 선배의 뒤모습도 신선했다.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7-10-25 15:01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반퇴시대, '1人 1技'로 극복하자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법적 정년 60세가 발효됐지만 민간 기업에서는 여전히 꿈 같은 이야기다. 정년과는 무관하게 직장에서 밀려 나오는 40∼50대가 부지기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퇴직연령은 51.6세지만, 실제 은퇴연령은 72.9세로 생계를 위해 평균 21년을 비정규직 등으로 더 일하고 있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퇴직은 오히려 빨라져, 노후 준비는 고사하고 생활비가 부족하여, 퇴직 후에도 경제활동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늘어난 수명에 비해 더 빠른 퇴직을 하게 되고, 경제적인 이유로 불가피하게 다시 구직하는 현상을 ‘반퇴’라고 한다. 퇴직했지만 완전히 은퇴한 건 아니고 반쯤 퇴직한 상태, 또 퇴직했다가 다시 취업 상태로 돌아 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퇴 시대는 향후 ‘제2차 베이비붐 세대’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어, 입사와 함께 퇴직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40대 초반부터는 반퇴 시대를 대비하고 평생현역으로 살아갈 제2의 직업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한때 ‘대출의 달인’이라 불리며 국민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했던 이만호씨는 54세에 갑작스레 명퇴를 통보받았다. 온 세상이 깜깜했다. 마침 동년배인 한 자전거 점포 사장과 우연히 대화를 하게 됐다. “노후 걱정은 안 하느냐”는 그의 질문에 가게 주인은 “자전거 기술 하나로 40년을 일했다. 큰돈은 벌지 못해도 자식 공부에, 결혼까지 시키고 최근엔 작은 건물도 샀다”고 했다. 이씨는 자전거 점포 사장의 얘기를 듣고서 기술만이 살 길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한참 고민하다가 보일러 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서울시 동부기술교육원에 입학했다. 6개월 만에 보일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후 3년간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에너지관리산업기사, 전기기능사 등 7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마침내 3년 만에 건물 시설관리 직원으로 취업이 됐다. 모범 사례로 KBS 강연 100℃ 와 아침마당에도 출연했다. 방송출연 덕분으로 강사로도 활동한다. 주말에는 짬을 내어 독거노인 집수리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그의 꿈은 건물시설관리소장이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전기기사자격증 등 계속해서 배움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퇴직 후 처음엔 막막했지만 이제 남은 인생은 평생현역으로 살 자신이 있다. 나라와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이씨의 재취업 성공 사례를 통하여 반퇴 시대를 대비하자. 첫째, 과거의 영광은 잊고 ‘눈높이’를 낮춰라. 현역시절의 자존심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 둘째, ‘전문 기술’만이 살 길이다. 적성에 맞는 기술을 찾아라. 전문 기술만 있으면 노후에도 직업을 가지거나 1인 기업가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최소 5년 전부터 ‘사전에 준비’하라. 퇴직이 임박하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가 없다. 빠르면 빠를수록 여유가 있어 실행력이 높아진다. 넷째, ‘실행 로드맵’을 만들어 필살기 수준으로 꾸준히 연마하라.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바로 재취업이 되지는 않는다. 최소한 2~3년간 관련 분야를 익히고 일정 기간 숙련을 해야 재취업이 가능하다.예전에는 퇴직 후 기술 습득에 5년을 투자해봐야 수명이 짧아서 효율성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5년을 투자하면 최소한 30년 이상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100세 시대이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2017-10-23 15:16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美유통 돌풍 '박스드'의 숨은 힘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코스트코와 같은 창고형 할인매장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 어렵사리 주차하고 카트를 끌고 긴 대기줄에 따라 입장해야 한다. 또 쇼핑 후에도 계산하려면 장시간 기다리는 게 필수다.많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쇼핑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코스트코 매장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반면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은 인터넷 접속만 되면 언제 어디서나 쇼핑이 가능하다. 그러나 상품을 직접 만지거나 눈으로 보지 않고 구매하기 때문에 제품을 받아본 후 실망하는 소비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창고형 할인매장의 싼가격에 아마존의 편리함까지 더한 온라인 쇼핑몰이 생겨 각광받고 있다.2013년에 설립된 박스드(Boxed.com)라는 신생기업이 그 주인공이다. 박스드는 2014년 800만 달러(약 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무려 1억 달러(약 1126억원)를 달성했다. 현재 취급품목이1500여 개뿐인 상황에서 이 매출의 기록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박스드는 이름 그대로 코스트코처럼 생필품을 ‘박스떼기’ 대용량으로 저렴하게 판매한다. 창고형 할인매장을 모바일로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그런데 아마존보다 30∼40%정도 저렴하다.사용자가 49달러 이상의 상품을 모바일로 주문하면 2일 이내에 무료로 배송까지 해준다. 무엇보다 코스트코(연간 55달러)와 같이 회비를 받지 않는다. 또 연간 99달러의 회비를 내고 프라임나우 서비스를 운영하는 아마존과도 다르다.그래서 ‘밀레니얼을 위한 코스트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야말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환상적 융합이 아닐 수 없다. 포브스는 박스드를 차세대 유니콘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아마존의 최대 경쟁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박스드의 장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우하는 다양한 경영방식이 눈길을 끈다. 최근 박스드는 뉴저지 물류센터를 완전 자동화시설로 바꾸기로 했다. 따라서 이곳에서 근무하는 100여명의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스드는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직원들을 다시 재교육해서 로봇조작과 수리, 고객서비스 등 다른 업무에 재배치한 것이다. 더욱이 임시직이었던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임금도 13%나 올려줬다.이러한 혁신적인 경영방식은 창업주 ‘치에 황’의 경영철학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대만에서 어머니와 함께 이민 왔을 때 어머니가 일하던 식당의 사장이 장학금을 주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살고 있다. 그래서 직원들의 행복이 회사의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물류센터 직원들에게 미국연방 최저임금보다 2배 많은 13~17달러를 지급한다.자신의 회사지분과 사재를 털어 100만 달러 규모의 사내펀드를 조성, 직원 자녀가 대학에 갈 경우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또 직원들에게는 결혼비용으로 2만 달러까지 지원한다. 앞으로 외부투자를 받을 때도 사내 복지에 의무적으로 기부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그는 입사지원자를 반드시 자기가 나서서 면접을 본다. 얼마나 절실한지는 이력서만 보고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치에 황 CEO(최고경영자)의 박스드가 상륙하면 좋겠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17-10-22 15:31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인구문제 해결할 '인구부총리' 절실하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도덕 없는 경제’는 오래가지 못한다. 고장 난 자본주의의 교훈이다. 이보다 더한 게 ‘철학 없는 정치’다. 사고체계가 없거나 멈춰선 정치철학은 무엇보다 위험하다. 경기불황은 한 사회를 흔들고 끝나지만, 정치부재는 국가운명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뭣이 옳고 뭣이 중한지조차 모른다면 철학이랄 것도 없다. 과연 우리는 ‘철학 있는 정치’라 자부할 수 있을까? 아무리 둘러봐도 대답은 부정적이다. 오직 눈앞의 이권 앞에서만 머릿속 계산기가 빨라지는 사회라면 안타깝지만 미래는 없다.인구해법은 결코 쉽잖다. 대단히 복잡하고 지난하며 오랫동안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기에 그만큼 근원적인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저런 당면한 고려사항을 모두 생각할수록 인구갈등의 해법모색은 멀어진다. 지금 한국사회가 딱 이 모습이다. 인구문제의 심각성은 높아졌지만, 구체성은 되레 옅어졌다. 총론엔 찬성하되 각론은 분열 천지다.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이권에 따른 자기주장만 난무한다. 아무리 둘러봐도 인구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성과 의지는 찾기 어렵다.이런 때 필요한 게 명확하고 확실한 철학이다. 지속가능한 한국사회를 미래세대에 물려주겠다는 철학 없이 이쪽저쪽에서 던져지는 견제와 압박을 피할 수 없다. 그토록 중시하는 명분조차 완벽하건만 이렇듯 인구정책이 지지부진한 건 철학 부재 없이 설명하기 어렵다. 인구정책은 퍼주기 식의 인기영합으로 유지될 수 없다. 한정된 자원의 배분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발과 거부, 그리고 저항은 필연적이다. 이를 뛰어넘지 않고선 개별구성원의 합리적인 선택인 출산파업은 저지하기 힘들다.인구정책은 애초부터 이중삼중의 허들을 통과해야 한다. 세대정책인 까닭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상당수준의 자원투입이 불가피하며, 무엇보다 정책을 입안하는 공무원들에게 성과유인이 별로 없다. 당장 조직을 키우고 예산을 따내는 게 관료사회의 절대선인 상황에서 먼 훗날에야 성과가 확인되는 인구정책은 결코 따뜻하지도 달콤하지도 않다. 한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인구정책의 투입대비 산출효과가 낮은 이유다. 그럼에도 손 놓고 있어선 곤란하다. 옷이 다 젖은 후에 우산을 찾아본들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지금 절실한 건 강력한 정책실현의 철학을 갖춘 확고부동한 정치리더십이다. 범접하기 어려운 리더십이 전제될 때 이해관계의 조정과 장기적 정책의 입안과 실현이 가능하다. 지지부진한 진도를 빼자면 리더의 일갈과 이를 뒷받침할 실행제도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 국민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무관심한 방임은 두고두고 국가의 뒷덜미를 잡을 수밖에 없다.인구문제의 해결에 어정쩡한 대증요법은 곤란하다는 게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대통령제하에서 1인자인 대통령이 직접 총대를 메지 못한다면 그 다음의 권위·권력을 갖춘 책임자라도 지정해 인구문제를 전담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가칭 ‘인구부총리’의 제안이다.이 정도가 아니라면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우선순위를 조정하기 어렵다. 중앙부처를 실질적으로 호령함으로써 인구문제의 진정성과 철학수립은 가능해진다. 주지하듯 한국의 인구문제는 세계적인 관심사다. 이토록 절망적인 인구변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처음 있는 일이다. 엄청난 문제는 엄청난 의지와 실력이 아니면 해결하기 어려운 법이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7-10-19 15:24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철수설' 한국GM이 당장 할 일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최근 국내 자동차 분야가 심상치 않다. 현대차 그룹의 경우 사드 여파로 중국내 판매가 반 토막 난 데 이어 미국내 판매량도 줄어들고 있으며 국내 사정은 더욱 좋지가 않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문제와 노사분규 때문에 ‘고비용 저생산’ 구조를 이루며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GM 철수설이 계속 부각되며 점차 큰 위기가 다가오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특히 10월 위기설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대우차를 GM이 인수하면서 조건으로 내걸었던 15년 의무 경영이 지난 16일로 끝났다. 한국산업은행의 지분에 대한 역할이 끝났다는 뜻이고, 정부 차원에서 한국GM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할 수 없어 이제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GM의 현 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고 할 수 있다. 2년 연속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누적돼 있고 점유율도 한자리 숫자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노사분규로 고민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이미 군산공장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고, 새 차종에 대한 생산도 없는 실정이어서 상당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시 고비용 저생산 구조와 강성 노조 문제로 미국 본사 입장에서는 한국GM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극히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한국GM의 수장도 정확한 이유 없이 교체되었고 새로 온 수장도 인도 수장을 거치면서 일부 인도 공장을 정리한 구조조정의 대가로 언급되고 있다.미국에 본사를 둔 GM은 이미 글로벌 전략에서 많은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 100년 동안 경쟁력이 떨어진 글로벌 공장은 가차 없이 정리하고 효율을 극대화하였다는 것이다. 글로벌 전략기지가 아니고 단순한 하청역할만을 하였을 경우는 더욱 이러한 정리단계가 확실했다는 것이다. 독일의 오펠과 호주의 홀덴도 그렇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공장의 정리와 유럽 시장에서의 쉐보레 브랜드 철수 등 지역사회에서 큰 파장을 몰고 온 사례는 매우 많았다.이 계보에 한국GM의 포함 여부가 관건이다. 현 상태는 최악이다. 문제는 단점을 희석할 장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안정된 노조와 고비용 저생산 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신호만 주어도 이러한 걱정은 덜했을 것이다. 여기에 며칠 전 한국GM의 국내 시장에서의 의무 경영기간이 종식되면서 이제 GM은 모든 문제에서 자유롭게 해결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최근 부각된 한국GM 철수는 아니어도 군산공장 등 일부를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예전 쌍용차 정리해고와 차원이 다르다. 규모가 워낙 커 철수가 아닌 일부 정리만 해도 해당 지역은 초토화가 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현 시점에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정부 관여도 어렵고 결국 한국GM에 맡겨야 하는데 최선의 방법은 노사안정과 종사원이 할 수 있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방법이다. 최근에 부임한 수장은 철수설을 크게 부인하고 있으나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 본사의 전략 차종을 한국GM이 담당한다든지 연구개발 일부를 국내 시설이 담당한다든지 확실한 담보를 보여줘야 한다.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며, 미국 대통령이 곧 방한해 한미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 만큼 그 이후가 더욱 불안하다. 과연 이 상태로 한국GM은 갈 수 있을까. 분명히 무언가 진행될 것이다. 아마도 일부라도 결단이 내려지면 국내 자동차 분야의 노조파업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필자의 판단이 잘못됐기를 바란다. 너무 큰 희생이 오기 때문이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7-10-18 14:43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부동산투기 잡기 쉽지 않은 이유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8·2 부동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대책 이후 첫 강남재건축 분양단지였던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평균 168대 1, 일주일 늦게 분양한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역시 평균 41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락세를 이어가던 아파트가격이 3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서울지역에서는 전세대란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정부는 8·2대책 이후 시장이 안정되지 않고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후속조치로 9·5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6·19, 8·2, 9·5대책으로 이어지는 3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부동산정책은 장기간에 걸쳐 효과가 나타나고, 자금은 수익을 쫓아서 움직이는 특성상 단기정책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사태 이후 10여 년 간 침체됐던 부동산시장이 꿈틀대고 있고, 막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을 맴돌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투기를 잡기 쉽지 않다. 향후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정책이 계속 나오더라도 투기자금은 규제의 사각지대를 찾아서 집요하게 움직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정치이념이 비슷한 문재인 정부가 투기를 잡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다.먼저, 우리나라는 바로 앞 정권이 추진한 부동산정책이 바로 뒤 정권에 엇박자 효과가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과거 IMF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시장활성화 정책을 폈던 김대중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노무현 정부에 영향을 미치며 5년 내내 투기로 몸살을 앓았다. 투기를 잡기위해 5년간 강력한 투기억제정책을 폈던 노무현 정부의 영향을 받은 이명박 정부 때에는 5년간 시장이 침체됐다. 이명박 정부 때는 2007년 서브프라임사태까지 겹치며 박근혜 정부까지 침체가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 경기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시장활성화 정책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앞선 보수정권 9년간 풀었던 규제들을 하루아침에 무력화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또한 현재 시중에서 맴도는 10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수익성을 쫓아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강력한 투기억제정책에도 투기를 잡지 못한 것을 경험했던 투기심리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자리 잡고 있다.투기억제정책과 투기유발정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투기를 잡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는 30여 차례의 강력한 투기억제정책을 내놓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약사항인 국토균형발전 추진을 위한 행복도시, 혁신도시 건설을 위해 풀린 막대한 자금이 투기시장으로 흘러간 경험이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강력한 투기억제정책을 내세우면서도 5년간 50조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추진하게 된다. 이 50조원은 결국 투기시장으로 흘러들 것이다.내년 6월 지방선거의 영향도 받을 것이다. 내년 초부터 표심을 의식한 여야 정치권에서 규제완화 공약이 봇물을 이루게 될 것이다. 정책기조가 바뀐다면 시장은 혼란 속에 빠져들며, 과거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17-10-16 15:33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정책 혁신에 기업 혁신 달렸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혁신을 통한 성장’이 필요한 시대다.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시장을 더 넓히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 낸다. 기업은 기존의 상태에서 새로운 생산방식과 시장 개척 등을 통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은 기업으로 하여금 특유의 경쟁우위를 갖출 수 있도록 해 준다. 또 성장성과 수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만들어 준다.최근 들어 우리 기업 경제의 활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업 내 혁신과 생산성 제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기존 기업의 성장성이 낮아진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기업의 출현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은 물론 내수 시장에서도 경쟁기업들의 추격을 받아 시장을 내주는 현상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우리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태다. 기업들이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경쟁기업들에 뒤처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체되어 있는 우리와 달리 후진국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을 효율적으로 벤치마킹해서 빠르게 그 격차를 줄여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낙후된 분야의 사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유일한 길은 그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이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경제 주체가 바로 ‘기업’이다. 그래서 기업화가 필요하고 기업의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투자여건이 마련된 분야의 기업들은 당연히 혁신을 이루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다.하지만 문제는 투자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은 낙후된 분야의 기업들이다. 이들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자본투자가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기업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그래야 선진화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때 선진화란 그 분야의 생산성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높아진다는 말이기도 하다.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들이 우리 기업 주변에 여전하다. 이런 규제들이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지금은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태다. 너무나 많고, 중복된 규제들이 기업 활동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제는 정부의 기업 정책도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정부가 기업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예전의 방식으로는 이제 더 이상 안된다. 기업이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규제의 방식을 하루빨리 선진화해야 할 때다.기업의 투자와 경쟁을 정부가 통제하는 과거의 방식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 이젠 기업의 투자와 경쟁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정부 기업정책의 방향을 적극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친(親) 경쟁적’ 기업정책의 핵심은 혁신에 나서는 기업 활동, 벤처비즈니스 활동이 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다시 말해서 앞으로는 기득권과 특권 또는 기존의 기업을 보호하는 쪽이 아니라, 기업 간 경쟁을 보호하는 쪽으로 정부 기업정책의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이런 경쟁 지향적 정책하에서 비로소기업은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을 발휘할 수 있다.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

2017-10-15 15:46 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

[브릿지 칼럼] 美 테러와 평창동계올림픽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10월 첫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Mandalay Bay Resort and Casino) 32층 방 창문에서 자동소총은 약 15분간 200발 넘게 지상 공연장 관객들에게 난사됐다. 컨트리음악페스티벌인 Route 91 Harvest concert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미국 총기사건상 최악으로 기록될 이번 난사 사건이 더욱 무서운 건 미국에 적대적 이슬람교 관련 단체가 아닌 자생적인 ‘외로운 늑대’ 미국인의 단독 범행이라는 점이다. ‘묻지마 테러’에 있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다는 공포심은 어마어마하다. 지금 세계는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9·11 참사 이후 민간인을 향한 테러는 가시권에 들어왔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테러와의 전쟁을 줄곧 펼쳐왔다. 하지만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를 가장 파괴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전달하려는 집단과의 불가피한 충돌은 그 끝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그 동안 테러의 전통적인 패턴은 군사시설이나 행정기관 등 해당 국가의 주요 시설을 타깃으로 삼아왔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는 테러의 양상은 일반 대중이 정치색·종교색을 떠나 마음껏 즐기는 문화 행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심히 우려스럽다.지난 5월 영국 맨체스터에서는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에서 자살 폭발테러가 발생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도 공연장에서 대규모 테러가 발생한 바 있다. 테러의 후유증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두달 전 서울에서 내한공연을 가진 아리아나 그란데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도 테러 방지 차원에서 관객들의 검색을 지나치게 강화하고 리허설을 생략하는가 하면 실제 공연에서도 꽤 위축되어 있는 그녀의 모습에는 다소 아쉬움이 묻어난다.테러나 ‘묻지마 범죄’의 위험에 공연·스포츠이벤트 등 각종 문화행사들이 무방비로 노출된다면 문화행사장을 찾는 발길은 어느새 끊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문화산업의 퇴행으로 이어진다. 어느 도시의 어느 공연장에서 테러 등의 과격범죄가 벌어질 때마다 그 지역의 다른 공연들이 취소되고 감소되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문화산업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은 시간문제다.우리나라는 그동안 테러의 무풍지대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슬람 과격단체인 IS가 우리나라마저 테러 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테러 위험은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 더구나 내년 2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스포츠행사를 치러야 한다. 테러에 대해 국가적·사회적으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들은 북한과의 전쟁 위험 등을 이유로 평창올림픽 참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이에 그 어느 때보다 국가안보, 사회안전에 대한 전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각종 보안검색을 강화해 위험인자를 사전에 인식하고 철저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테러 관련 전문기구뿐 아니라 공연·스포츠행사 주최측, 출연진 등 문화산업 종사자들도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각종 비상 상황에 대비한 훈련, 매뉴얼 등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화행사를 즐기는 일반 대중들도 테러·강력범죄의 발생가능성을 경계하면서 투철한 신고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제 테러와의 전쟁은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전쟁이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7-10-12 15:16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메르켈 4연임이 말하는 것

박종구 초당대 총장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근 총선에서 승리해 4연임 고지에 올라섰다. 콘래드 아데나워, 헬무트 콜에 이어 4번 총선에 승리한 지도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기사당 연합의 득표율은 2013년 41.5%에서 30%대로 크게 떨어진 반면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제 3당으로 부상해 전후 최초로 의회에 진출하게 되었다.총선 결과는 그녀의 실용적 노선에 대한 재신임으로 평가된다. 메르켈 총리는 좌파를 끌어안은 실용주의로 2009, 2013년 두차례 대연정을 구성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었다. 좌파의 주요 이슈를 선점하고 중도파를 끌어안는데 성공함으로써 국가통합의 적임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최저임금제 도입, 탈원전 정책 추진, 동성결혼 반대 입장 철회 등을 통해 좌파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켰다. 갈등을 피하고 조화를 추구하는 합의지향적 독일 정치를 완성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다음으로 원칙의 리더십에 대한 신임으로 볼 수 있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정치적 신조다.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에게 구제금융의 대가로 엄격한 긴축을 요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유럽연합과 유로화에 대한 헌신은 독일이 유럽의 자유민주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굳센 믿음에 근거한다. 그녀는 유럽의 단합을 국가이성의 일부로 이해한다. “유로가 실패하면 유럽이 실패한다”는 말에서 유럽연합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확인된다. 2015년 이래 150만명의 난민을 수용한 결단 역시 기독교인의 도리로 종교적 신념의 실천으로 볼 수 있다.신 정부에는 여러 가지 험난한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첫째로 난민에 대한 독일 국민의 피로감이다. 지난 8월 실시된 IRP 여론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테러리즘, 난민 문제를 가장 심각한 이슈로 받아들였다. 마르틴 슐츠 사민당 총재와의 TV토론에서 3분의 1 이상이 이민 문제에 할애되었다. 작년 난민 수용자가 28만명으로 줄었지만 이민자에 대한 국민 감정은 미묘하다. “모든 난민은 돌아가라”는 슬로건이 곳곳에 널려있다.둘째로 제3당으로 부상한 AfD의 존재다. 2013년 창당 이후 13개 주 의회에 진출했다. 극우 정당의 출현으로 독일 정치의 우(右) 클릭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사민당이 유럽의회 의장 출신을 새 지도자로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것은 이러한 우경화 흐름과 무관치 않다.셋째로,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다. ‘어젠다 2010 개혁’으로 수출, 고용, 투자 등이 호전되고 독일은 유럽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우뚝섰다. 지난 5월 실업율은 통일 이후 최저치인 5.7%까지 떨어졌다. 제조업 고용비중이 19%나 되고 무상교육, 실업수당 등 사회 안전장치가 탄탄하다. 체계적 직업교육의 기회도 제공된다.그러나 성장 과정에서 불평등이 심화됐다. 인구의 약 15% 정도가 빈곤선을 간신히 상회하고 있다. 인구의 7.2%가 정부 보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고용은 늘어났지만 700만명이 건강보험도 없는 미니 잡 형태다. 150만명이 푸드뱅크 수혜자다. 특히 70-80대 노인층의 빈곤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메르켈이 이민과 불평등에 대한 유권자 분노에 어떻게 대처할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7-10-11 10:00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생체인식 대세, 이대로 괜찮은가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최근 애플에서 새로 출시한 아이폰 X에 3차원 안면인식 기술이 채택된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다. 바야흐로 기계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우리 몸의 일부, 다른 부위도 아닌 자신의 명함 급에 해당하는 얼굴을 들이대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펼쳐진다는 뜻이다. 이런 일은 이미 작금의 일은 아니다. 생체 인식에 대한 관심은 이미 스마트폰 고도화와 더불어 점차 고조되고 있었다.우리는 기계를 의인화하는 일에 제법 너그러운 편이다. 특히 기계가 컴퓨터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알파고를 의인화했던 경험을 상기해본다면 부인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대국 제4국에서 기계가 79수를 실수했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기계는 실수라는 것을 모르는 그야말로 기계일 따름이다. 그 수는 엄연히 실수가 아니었다. 기계는 주어진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해 수한 최종 결과대로 둔 것 뿐이었다. 이렇듯 기계를 무의식적으로 의인화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곤란하다. 인간과 기계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주종관계가 바뀔 수 있는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기계가 인간 얼굴을 구별 혹은 선별하는 시대가 되다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특히 미국과 영국 공항에서 입국심사시 사진 촬영과정을 거치는데 그냥 일반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입국자 홍채 정보 저장 작업이라는 점을 아는 이는 적다. 홍채 정보 확보 수준에서 촬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 신체 일부가 다른 나라의 공안 당국 컴퓨터 서버에 영구 기록된다는 점을 알면 불쾌감을 갖지 않는 이가 드물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 기기 사용 목적으로 홍채가 동원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신기하다는 식으로 그냥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생체가 원천적으로 변경불가능한 속성을 갖는다는 점이 더 문제시되는 부분이다.변경불가성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극대로 활용하는 주체는 다름아닌 해커 조직이다. 주민번호가 고정불변성으로 인해 문제시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일이다. 별 것 아닌 일 같아도, 번호 하나를 중심으로 각종 개인정보들의 관계를 퍼즐처럼 재구성해 볼 수 있는 ‘마스터 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위험한 일이다. 개인식별 수단을 다변화하면 해커는 그 순간 무력해진다. 지금이라도 주민번호를 전화번호나 신용카드처럼 바꿀 수 있게 허용만 해준다면, 그 날로 해커는 대한민국 땅을 떠날 거라는 이야기가 결코 허황된 말이 아닌 것이다.생채인식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우리는 머지않아 ‘21세기 디지털 주민번호’에 해당하는 생체정보를 아무 데나 흘리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그러므로 개인식별 방법을 다변화하지 않는 한 해킹문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로 남을 것이다.패스워드를 사용하는 최대 장점은 자유자재 변경가능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스워드가 해커들에게 가지고 놀기 쉬운 장난감으로 전락한 배경에는 주로 고객들 자신이 패스워드 변경에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거기에 덧붙여 서버관리자들의 패스워드 유출까지도 큰 몫을 했다. 생체인식 방법의 또 다른 종류가 불현듯 등장하기 전에 패스워드의 장점을 살려 나갈 묘안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2017-10-09 15:52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