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반퇴시대, '1人 1技'로 극복하자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입력일 2017-10-23 15:16 수정일 2017-10-23 15:17 발행일 2017-10-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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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법적 정년 60세가 발효됐지만 민간 기업에서는 여전히 꿈 같은 이야기다. 정년과는 무관하게 직장에서 밀려 나오는 40∼50대가 부지기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퇴직연령은 51.6세지만, 실제 은퇴연령은 72.9세로 생계를 위해 평균 21년을 비정규직 등으로 더 일하고 있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퇴직은 오히려 빨라져, 노후 준비는 고사하고 생활비가 부족하여, 퇴직 후에도 경제활동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늘어난 수명에 비해 더 빠른 퇴직을 하게 되고, 경제적인 이유로 불가피하게 다시 구직하는 현상을 ‘반퇴’라고 한다. 퇴직했지만 완전히 은퇴한 건 아니고 반쯤 퇴직한 상태, 또 퇴직했다가 다시 취업 상태로 돌아 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퇴 시대는 향후 ‘제2차 베이비붐 세대’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어, 입사와 함께 퇴직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40대 초반부터는 반퇴 시대를 대비하고 평생현역으로 살아갈 제2의 직업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한때 ‘대출의 달인’이라 불리며 국민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했던 이만호씨는 54세에 갑작스레 명퇴를 통보받았다. 온 세상이 깜깜했다. 마침 동년배인 한 자전거 점포 사장과 우연히 대화를 하게 됐다. “노후 걱정은 안 하느냐”는 그의 질문에 가게 주인은 “자전거 기술 하나로 40년을 일했다. 큰돈은 벌지 못해도 자식 공부에, 결혼까지 시키고 최근엔 작은 건물도 샀다”고 했다. 이씨는 자전거 점포 사장의 얘기를 듣고서 기술만이 살 길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한참 고민하다가 보일러 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서울시 동부기술교육원에 입학했다. 6개월 만에 보일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후 3년간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에너지관리산업기사, 전기기능사 등 7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마침내 3년 만에 건물 시설관리 직원으로 취업이 됐다. 모범 사례로 KBS 강연 100℃ 와 아침마당에도 출연했다. 방송출연 덕분으로 강사로도 활동한다. 주말에는 짬을 내어 독거노인 집수리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그의 꿈은 건물시설관리소장이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전기기사자격증 등 계속해서 배움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퇴직 후 처음엔 막막했지만 이제 남은 인생은 평생현역으로 살 자신이 있다. 나라와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씨의 재취업 성공 사례를 통하여 반퇴 시대를 대비하자. 첫째, 과거의 영광은 잊고 ‘눈높이’를 낮춰라. 현역시절의 자존심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 둘째, ‘전문 기술’만이 살 길이다. 적성에 맞는 기술을 찾아라. 전문 기술만 있으면 노후에도 직업을 가지거나 1인 기업가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최소 5년 전부터 ‘사전에 준비’하라. 퇴직이 임박하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가 없다. 빠르면 빠를수록 여유가 있어 실행력이 높아진다. 넷째, ‘실행 로드맵’을 만들어 필살기 수준으로 꾸준히 연마하라.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바로 재취업이 되지는 않는다. 최소한 2~3년간 관련 분야를 익히고 일정 기간 숙련을 해야 재취업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퇴직 후 기술 습득에 5년을 투자해봐야 수명이 짧아서 효율성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5년을 투자하면 최소한 30년 이상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100세 시대이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