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美유통 돌풍 '박스드'의 숨은 힘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17-10-22 15:31 수정일 2017-10-22 15:33 발행일 2017-10-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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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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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와 같은 창고형 할인매장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 어렵사리 주차하고 카트를 끌고 긴 대기줄에 따라 입장해야 한다. 또 쇼핑 후에도 계산하려면 장시간 기다리는 게 필수다.

많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쇼핑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코스트코 매장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반면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은 인터넷 접속만 되면 언제 어디서나 쇼핑이 가능하다. 그러나 상품을 직접 만지거나 눈으로 보지 않고 구매하기 때문에 제품을 받아본 후 실망하는 소비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창고형 할인매장의 싼가격에 아마존의 편리함까지 더한 온라인 쇼핑몰이 생겨 각광받고 있다.

2013년에 설립된 박스드(Boxed.com)라는 신생기업이 그 주인공이다. 박스드는 2014년 800만 달러(약 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무려 1억 달러(약 1126억원)를 달성했다. 현재 취급품목이1500여 개뿐인 상황에서 이 매출의 기록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박스드는 이름 그대로 코스트코처럼 생필품을 ‘박스떼기’ 대용량으로 저렴하게 판매한다. 창고형 할인매장을 모바일로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그런데 아마존보다 30∼40%정도 저렴하다.

사용자가 49달러 이상의 상품을 모바일로 주문하면 2일 이내에 무료로 배송까지 해준다. 무엇보다 코스트코(연간 55달러)와 같이 회비를 받지 않는다. 또 연간 99달러의 회비를 내고 프라임나우 서비스를 운영하는 아마존과도 다르다.

그래서 ‘밀레니얼을 위한 코스트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야말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환상적 융합이 아닐 수 없다. 포브스는 박스드를 차세대 유니콘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아마존의 최대 경쟁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스드의 장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우하는 다양한 경영방식이 눈길을 끈다. 최근 박스드는 뉴저지 물류센터를 완전 자동화시설로 바꾸기로 했다. 따라서 이곳에서 근무하는 100여명의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스드는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직원들을 다시 재교육해서 로봇조작과 수리, 고객서비스 등 다른 업무에 재배치한 것이다. 더욱이 임시직이었던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임금도 13%나 올려줬다.

이러한 혁신적인 경영방식은 창업주 ‘치에 황’의 경영철학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대만에서 어머니와 함께 이민 왔을 때 어머니가 일하던 식당의 사장이 장학금을 주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살고 있다. 그래서 직원들의 행복이 회사의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물류센터 직원들에게 미국연방 최저임금보다 2배 많은 13~17달러를 지급한다.

자신의 회사지분과 사재를 털어 100만 달러 규모의 사내펀드를 조성, 직원 자녀가 대학에 갈 경우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또 직원들에게는 결혼비용으로 2만 달러까지 지원한다. 앞으로 외부투자를 받을 때도 사내 복지에 의무적으로 기부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그는 입사지원자를 반드시 자기가 나서서 면접을 본다. 얼마나 절실한지는 이력서만 보고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치에 황 CEO(최고경영자)의 박스드가 상륙하면 좋겠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