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광산·유전없는 나라, 선택은 하나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입력일 2017-10-30 15:46 수정일 2017-10-30 15:48 발행일 2017-10-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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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완 총괄본부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스탠퍼드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이안 모리스는 역저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Why the west rules for now?)’에서 사회 발전을 측정하는 척도로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에너지 획득, 도시성, 정보처리 그리고 전쟁 수행 능력이 그것이다. 그는 레슬리 화이트의 방정식(E×T→C)를 인용하면서 가장 근본적인 것이 에너지 획득이라고 주장한다. 에너지(E)에 기술(T)을 얹으면 문화(C)가 된다는 것으로, 인류의 모든 역사는 이 방정식 하나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로서는 서양이 지배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서양에 에너지가 더 풍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에너지는 엄밀히 따지면 식량, 화석연료, 광석과 같은 부존자원이다. 대체로 우리 생활에 기초가 되는 것 들이다.

화석연료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먼저 전기가 끊어진다. 모든 산업이 멈춰 선다. 하우스 농업이 발달한 요즘은 농사도 짓기 어려워진다. 먼 거리도 걸어서 다녀야 한다. 무동력 자전거를 얘기하겠지만, 자전거 만드는 공장이 멈춰서기 때문에 자전거도 만들지 못한다. 철광석 없는 세상도 생각해보자. 역시 거의 모든 공장이 멈춰 선다. 집도 짓지 못한다. 그만큼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산업용 소재이기 때문이다.

레닌은 이런 기초 산업을 ‘커맨딩 하이츠(com manding heights)’라고 불렀다. 전쟁에서의 지휘부를 말한다. 인공위성은커녕 망원경도 없었던 시절 지휘부를 전투 상황이 잘 보이는 높은 언덕에 차린 데에서 유래된 말이다.

볼셰비키 혁명이 끝난 직후인 1922년에 소련에선 국가 주도 계획경제 논란이 일었다. 레닌은 반대했고, 국가 주도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그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때 레닌이 커맨딩 하이츠 개념을 들고 나왔다. 에너지, 자원 관련 산업만 손에 쥐고 있으면 다른 산업은 얼마든 통제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이 개념으로 국가 주도를 주장하는 측을 제압할 수 있었다. 물론 레닌 사후 스탈린이 권력을 잡으면서 소련은 국가 주도 계획경제의 길을 걷게 되었고, 이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부존자원은 국가 발전의 근본이고 커맨딩 하이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반도는 부존자원이 거의 없다. 그나마 조금 있는 것마저 다 북한에 있다. 하지만 조상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부존자원이 없으면 사들여야 한다. 미국 중국처럼 부존자원이 많은 나라들까지도 상당량을 수입해 사용한다. 더 나아가 해외 광산이나 유전을 싹쓸이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이명박 정부에서 해외 자원투자를 겨우 시작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자원 비리가 불거지면서 다시 올스톱 되고 말았다. 그사이 중국이 해외 좋은 광산, 좋은 유전을 다 사들이고 있다. 북한 광산까지도 상당량의 채굴권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자원투자 비리가 있다면 그것은 발본색원해야 할 일이다. 특히 공공성을 가진 집단의 비리는 끝까지 추적해 엄벌하여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마땅하다. 최근에 또 다시 과거의 자원 비리 관련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의 해외 자원투자를 원천봉쇄하게 될까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정비리에 대한 처벌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해외 자원투자를 분리해 접근하기 바란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