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알바 내보내는 주유소 속사정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최저임금이 오른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올해 주유소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060원 올랐다. 임금의 상승폭으로 보면 16.4%로 역대 최대다. 편의점, 소형 프랜차이즈 등과 같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고용하는 주유소 업계는 최저임금제 시행으로 인한 인건비 지출 증가가 주유소 경영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해 왔다. 그리고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주유소 업계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려한 바가 현실로 나타났다.전남 광양시의 A주유소는 지난해 말 직원 4명 모두를 해고했다. 주유소 운영비 중 인건비가 50%를 넘어선 현실에서 최저 임금 상승폭만큼 판매가격도 상승시켜야 하지만, 입지 특성상 가격을 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서울 소재 B주유소는 입지상 차량 통행량이 많은 데다 높은 마진 덕에 현재 8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결국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 업종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직원 8명은 모두 해고될 수밖에 없다.서울의 C주유소는 최저임금 상승에 대비, 지난해 11월에 셀프주유소로 전환했다. 기존 주유기 6대 중 5대를 셀프주유기로 전환해 직원을 9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현재 전국의 1만1784개 주유소 중 셀프주유소는 3215개로 27.2%를 차지하지만, 올해 1000여개가 증가해 연말에는 셀프주유소 비율이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문제는 현재 주유소 포화 상태에서 그동안 정부가 가격을 낮추는 알뜰주유소 정책을 도입하는 바람에 고사 직전의 주유소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주유소는 7000여개 정도가 적정 수준인데 5000여개 이상 초과된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 주유소당 매출액과 약 1%대의 영업이익률은 갈수록 감소 추세며, 특히 매출액이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영세주유소가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통계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주유소 종사자 수는 2006년 5만7890명에서 2014년 4만7521명으로 1만369명 감소(18%↓)한 반면, 주유원 1인당 인건비 부담은 2006년 업소 당 1212만원에서 2014년 1491만원으로 22.7% 상승했다.주유소 업종의 최저임금이 조속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알뜰주유소 등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최소화해 영세주유소 경영여건 개선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최저임금 7530원으로 인상 시, 주유소 매출의 증감이 없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정할 경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5%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한시적으로 인건비를 충당할 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타격을 상쇄할 만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유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그런 측면에서 우선 현행 1.5%인 카드수수료를 낮춰야 한다. 현재 주유소 운영 지출비용 중 30% 가량이 카드수수료에 지출돼 25%인 인건비보다 5% 높은 실정이다. 주유소 카드수수료는 1998년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도입 시부터 현재까지 1.5%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중 유류세가 50~60%다. 이를 감안하면, 주유소 실제 수수료율은 3%를 상회하고 있다.아울러 경영난에 처한 한계 주유소의 원활한 전·폐업 유도를 위해 과도한 폐업 비용(약 1억5000만원)의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8-01-24 15:19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누구나 유혹할 자유 있다

안미경(예담심리상담센터 센터장)전세계로 확산된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캠페인에 제동을 걸고 나선 움직임이 있어 흥미롭다. 프랑스의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 등 프랑스 문화예술계 여성 100명은 성폭력은 분명 범죄지만 유혹은 범죄가 아니라며 이 캠페인에 이의를 제기했다.소명의 기회 없이 상대를 성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지나치며 도둑키스를 했다는 이유로 평생 일해온 직장에서 쫓아내는 것은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남자들을 향한 일방적인 매도나 증오 표출은 안 된다는 비판을 하고 나선 것이다. 카트린 드뇌브는 이같은 주장 5일 만인 지난 14일(현지시간) 일간 리베라시옹 인터넷판 기고문을 통해 “내가 보낸 글에 의해 공격당한 것으로 느꼈을 끔찍한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얼마전 한국에서는 좀 다른 성격의 특이한 일이 있었다. 청주체육관 공중화장실에서 일어난 여장남자 사건이다. 여장을 한 60대 남성이 20대 초의 건장한 남성에게 성적인 제의를 했고 거절당한 뒤 도망가다가 뒤쫓아온 상대 남성에게 멱살을 잡혀 바닥에 내팽겨쳐짐을 당했다.이 사건을 소개한 글쓴이는 ‘싫으면 거절하면 될 일을 굳이 쫓아가서 욕하고 때릴 이유가 과연 있었을까’라고 물었다. 유혹은 수용과 거절의 맥락이지 범죄가 아니지 않느냐는 얘기다. 화장실이라는 개인공간에 허락 없이 침입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하지만 황당하고 기분 상하는 일을 경험했다고 폭력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상대가 게이가 아닌 여성이었다면 이 젊은이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래도 “싫으면 말고”라고 말하는 그 여자를 쫓아가 멱살을 잡았을까. 또 휴대폰 카메라로 여장남성의 접근 모습을 담아 온라인에 떠돌게 한 것은 어떤가. 그렇게 욕보여도 마땅한 걸까.얼마 전 미국에서는 22세 동성애자 대학생 매튜가 살해되면서 동성애 혐오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었고 이 일로 증오범죄 방지법인 매튜 쉐퍼드법이라는 연방법이 생겼다. 동성애에 대한 기피나 혐오는 각자의 자유지만 혐오행동은 책임이 뒤따르는 범죄다. 화를 낼 수 있으나 그래서 기물을 파괴하는 분노행동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른 것처럼 말이다.폭력은 상대가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힘과 권력의 잘못된 사용에 그 본질이 있다. 권력을 통해 여성을 통제한 것이 잘못됐다면 소셜미디어나 언론의 힘을 빌려 남성을 꼼짝 못하게 하거나 공격한 것 또한 잘못이다. 여성 혐오가 말이 안 되듯 남성이든, 또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든 어느 누구도 혐오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타인의 성 정체성을 수용하든 거부하든 내 맘대로 상대의 인격을 무시하고 신체적 침해를 가해도 된다는 법은 없다. 폭력을 비판하면서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한다고?욕구는 잘못이 없다. 책임은 행위에 있다. 그래서 기대해 본다. 문제의식을 문제해결 능력과 함께 키우시기를. 그런 의미에서 성적인 유혹에 대해 단호하고 유연하게 대처해보면 어떨까. “노 땡큐!”라고.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센터장

2018-01-23 07:00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센터장

[브릿지 칼럼] 예능 보며 떠오른 '業의 품위'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주말에 하루 종일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었다. 각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 내용이 거의 똑같은 것에 놀랐다. 종편과 케이블 TV 프로그램은 더했다. 품위를 잃은 유치한 말장난이 미주알고주알 방송을 통해 오가고 있었다. 모든 방송을 폄하하지는 않지만, 아연했다.“오락은 꽃이며, 실무는 뿌리이므로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려면 우선 튼튼한 뿌리를 가져야 한다”고 했던 미국 사상가 랠프 월드 에머슨의 말에 공감한다. 지금과 같은 현상은 30여년 전 일본을 닮았다.일본에서는 버블경제 이후 1차 산업과 2차 산업의 성장이 정지되고, 3차 산업이 성장하자 소프트웨어 또는 서비스산업의 등장이라고 극구 칭찬했었다. 한편에서는 선진국이 되고 있는 증거라고도 했었다.3차 산업의 등장으로 겪었던 일들은 제조업에서 평생 일해 온 사람들에겐 헛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종사자들은 시대의 변화에도 꾸준히 일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연구하고, 설비를 닦고 조이고, 전 세계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보다 좋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열정을 다한다. 이런 수고를 통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음을 기뻐하고, 자기실현을 꾀하고 있다.남이야 뭐라고 하던 자기 일에 긍지를 가지고 열정을 다하는 것이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교수는 진지함을 요구한 바 있다. “기업이 노동자에게 바라는 것은 ‘그 정도면 됐다’는 안주의 자세가 아니라, 정성을 다 바친 노력으로 달성하는 최대의 공헌이다.” 이런 환경이 몸에 밴 제조업 종사자들에게 신변잡기 방송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허업(虛業)으로 보일 뿐이다.일과 노동의 본질은 타인을 위함과 동시에 자신의 만족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선배들이 제조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한 연유이다. 내가 평생을 몸담았던 국내 철강 산업 분야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것도 50여년의 지난한 세월을 극복하면서 힘겹게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지금도 철강생산 현장의 엔지니어들은 신생 공업국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밤잠을 설친다.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자 철강 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든 전통적 낙후 산업으로 치부되고 있다. 머리 좋은 청년들은 플랫폼 산업에 몰려드는 반면, 철강 기업의 문은 노크하지 않은지 오래다. 세계 최고의 철강 기술경쟁력이 단절될까 걱정된다.시대 분위기에 맞춰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렇게 너도나도 남이 만든 제품을 팔기만 한다면 우리의 일자리와 먹거리는 무엇으로 충당할까. 제품을 만드는 행위는 정보의 단순 가공과는 차원이 다르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정보화 산업도 제품을 직접 만들지 않는 기반 위에서라면 사상누각일 것이다.제조 산업과 타 산업의 융합은 미래가치를 만드는 일이지만 아예 제조를 하지 않으려는 문화는 문제다.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마윈 등의 성공가도를 우리 젊은이들이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만, 모든 젊은이들이 자신의 몸에 맞는 일의 가치를 찾지 못하고 첨단산업에만 몰두해서는 안될 것이다.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8-01-21 15:26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은퇴 가장의 소통 3계명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가화만사성’을 새해 덕담으로 많이 써 왔다. 집집마다 커다랗게 써 붙여 놓고, 가정의 화목은 가정을 다스리는 핵심 요소이자 사회생활의 근본이라며 중시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은퇴 가정의 가족 간 갈등이 사회문제로 심심찮게 대두되고 있다. 평생을 직장과 일에만 매달리다 가족들과 거리가 멀어져 퇴직하고 나니 찬밥신세라며 울분을 터뜨리는 은퇴 가장이 늘어나고 있다. 과연 그는 무엇을 잘못 살았을까?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주말연속극 ‘밥상 차리는 남자’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김갑수가 맡은 이신모는 고학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해 건설회사 임원으로 퇴직했다. 가장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회사에 충성하며 살아온 일중독자다. 아내와 자식과 소통하기보다는 ‘나를 따르라’는 일방적인 명령으로 가족을 다스렸다. 이젠 느긋하게 노후를 즐길 생각으로 퇴직을 하고 가정으로 귀환했다. 그런데 환영은 고사하고 갈등만 심해졌다. 급기야 아내로부터 날아온 충격적인 최후통첩. “여보, 우리 졸혼해요.” 설상가상으로 의사로 성공한 아들마저 아버지 때문에 인생 망쳤다며 되레 원망하고, 믿었던 딸까지 아내와 함께 집을 나가 버린다.오로지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열심히 산 것 밖에 없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는 그에게 그의 아내는 말한다. “당신은 입만 있고 귀가 없는 사람이에요. 남의 말을 듣고 존중해 주고 공감해 주는 그런 귀가 없는 사람. 그게 바로 당신의 죄야….” 여기에 결정타 한방을 날린다. “당신은 물질적으론 자식들에게 아빠 노릇을 했는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론 애들의 자존감만 떨어뜨린 무늬만 아빠인 사람이야.”그렇다, 대다수 은퇴 가장들은 입만 있고 귀가 없는 사람, 그리고 무늬만 아빠인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심이 몸에 배어 있고, 지시하고 복종하는 수직조직에서만 생활해 왔다. 소통의 핵심인 존중, 공감과 경청은 딴 세상 용어다. 이런 사고방식과 행동을 은퇴 후 가족은 더는 인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금이라도 가정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첫째, 상대방을 존중하라. 아내의 단점도 이해하고 주장도 인정하라. 자식도 완전한 인격체로 성인으로 대접하라. 들어주기를 바라는 대로 들어 줘라. 내 생각과 주장은 나중에 얘기해도 늦지 않다. 선입견을 버리고 귀는 물론 눈, 입 등 온몸으로 공감하면서 경청하는 습관을 익히자.둘째, 잔소리를 절제하라.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이 있다. 아는 게 많다 보니 말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칭찬 이외는 자제하라.셋째, 지금까지 살아 온 가부장적 권위의식을 버려라. 생활비를 벌어다 주는 전통적 가장의 역할에서, 집안일도 도와주는 다정한 남편과 친구 같은 멋진 아버지로 변신하라. 고맙다,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자.무늬만 아빠라는 소리를 면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아버지학교에 입학해 아버지 면허증을 취득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새해 모든 가정이 존중, 공감과 경청의 꽃이 만발해 가화만사성 했으면 한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2018-01-18 15:32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유기농CEO' 남승우의 멋진 퇴장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명배우는 퇴장할 때를 안다.”(윌리엄 셰익스피어)남승우(66) 전 풀무원 총괄 최고경영자(CEO). 그는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65세 연말에 사직서를 내겠다”는 평소 약속대로. 임직원들의 박수갈채도, 공식적인 퇴임행사도 없었다. 풀무원의 사외이사들이 그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게 퇴임식의 전부였다고 한다. “스스로 정년을 정해 은퇴를 선언하고 그것을 실행한 건 국내 기업사에 남을 새로운 이정표”라며 사외이사들은 감사패에 적었다.왜 퇴임 시기는 65세일까? “고령이 돼서도 잘 할 수 있다고 하는 건 본인의 착각일 뿐이다. 정치인들은 그 나이에도 할 수 있겠지만 경영자는 업무량이 과중해 65세를 넘기면 기업경영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업경영자들의 평균 은퇴 나이가 65세다. 나이가 들면 열정과 기민성, 기억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정치인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막중한 임무를 기민성과 기억력 쇠퇴를 무릅쓰고 나이 70 넘어서도 막무가내 한다는 게 본인과 나라에 모두 위태로운 일이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가 어리석다는 걸 안다. 반면에 어리석은 자는 자기가 어리석다는 걸 모른다. 그게 탈이다.그의 후임은 누구인가? 풀무원은 새해 1일 이효율(61)씨를 후임 총괄CEO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1983년 ‘사원1호’로 입사해 34년간 근속했다. 이는 풀무원이 올해부터 오너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풀무원은 개인회사가 아니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이다. 개인기업은 오너 승계냐, 전문경영 승계냐를 두고 이슈가 될 수 있겠지만 상장기업은 전문경영인 승계로 답이 정해져 있다”고 남 전 총괄CEO는 말한다.스웨덴의 존경받는 거대기업집단 오너 가문인 발렌베리가에서는 경영자의 후보 반열에 오르는 자격조건 자체가 대단히 까다롭다. 첫째, 혼자 힘으로 명문대학을 졸업해야 한다.둘째, 해군사관학교를 나와서 상당기간 배를 타야 한다. 셋째, 발렌베리 이외의 외국 대기업에 입사해 경력을 쌓고 상당한 업적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이란 책임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풀무원의 뿌리는 고(故) 원경선씨가 만든 풀무원 농장이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의원의 아버지다. 서울 법대를 나와 현대건설에서 일하던 남 전 총괄 CEO는 경복고 동창인 원 의원의 권유로 풀무원에 투자하며 경영에 나섰다. 1984년, 10여명으로 시작한 풀무원은 2016년 매출 2조306억원에 직원 1만명을 둔 회사로 성장했다.원경선씨는 1914년 평안남도 중화군에서 태어났다. 1970년대 중반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기농을 시작해 평생 농업에 헌신하며 100수를 누리다 2013년 소천한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 ‘농군나눔공동체의 선구자’다.필자도 경제정의를 내세우며 출범한 초창기 경실련에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어렵사리 참여했던 시민운동가로 이모저모로 원경선 옹을 뵙고 깊은 영감을 얻곤 했다. 남승우 CEO도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바른 먹거리’, ‘바른 사람들’ 풀무원의 정신을 발현한 유기농CEO라고 칭하고 싶다. 또 세계속의 풀무원이 되기를 바란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18-01-17 15:07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중산층의 은퇴몰락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옛말에 인생에서 꼭 피해야 할 3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초년등과(初年登科)’, ‘중년상처(中年喪妻)’, ‘노년궁핍(老年窮乏)’이다. 초년에 성공하면 자만이 화를 부르고, 중년에 배우자를 잃으면 따뜻한 가정생활이 힘들며, 노년에 빈곤해지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라는 가르침이다. 실로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는 정확하고 적절한 비유다. 이런 것 보면 옛말 틀린 거 거의 없다. 인생을 먼저 살았던 많은 이들의 공통된 경험이 축적된 것이니 법칙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요컨대 인생은 끝나봐야 잘 살았는지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초중반에 잘 달려도 뒷심이 달리면 그 인생은 별로다. 젊은 시절 얼마나 잘 나갔는지 하는 것과 노년기 인생의 질이 꼭 비례하진 않는다.실제로 인생엔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반사다. 상상조차 못한 일로 후반인생이 뒤틀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얼마 전 알려진 유명 코미디언 자니윤의 노년불행이 대표적이다. 주로 미국에서 활동했지만 한국에서도 꽤 알려진 인물이다. 한때 본인 이름이 내걸린 토크쇼까지 진행하며 입지전적인 성공을 이룬 인생으로 유명했다. 말년엔 정치권에 기웃대다 한자리도 했었다. 돈은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벌었을 터다. 이런 그가 치매에 걸리고 이혼까지 당한 후 돌봐주는 이 없이 쓸쓸이 요양병원에 누워 있다고 한다. 불운이라 혀 찰 일은 없다. 설마가 사람 잡듯 누구든 이러한 노후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조차도 자신이 노후에 맞닥뜨릴 이 같은 현실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빛이 강렬했던 만큼 그림자도 자욱한 인생인 셈이다.자니윤 같은 유명인이 이럴진대 하물며 평범한 장삼이사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스스로 노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노후에 빈곤과 불행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위험한 건 중산층이다. 현역시절 내내 힘들었던 빈곤층이야 물리적 결핍과 고통에 대한 내성이나마 있다지만, 그럭저럭 순탄하게 인생을 살아온 중산층은 낯선 노년의 가난과 위기에 무너지기 일쑤다.은퇴와 함께 ‘중산층→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루트가 몇 가지 있다. 건강악화로 인해 장기간 병원신세를 지고 과도한 의료비로 인해 몰락하는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치매를 비롯해 각종 질병과 사고는 노년궁핍의 지름길이다. 또 자녀의 자립 실패로 인해 돈을 대주거나, 이혼·사별 등의 이유로 배우자와 결별하면 쟁여둔 곳간은 금방 메마른다. 고령사회답게 은퇴 후 창업·투자 등의 실패도 노년 빈곤을 불러온다.빈곤한 노년층의 대량발생은 이미 시작됐다. 베이비부머의 ‘맏형’ 1955년~1957년 생들이 2015년부터 60세로 진입했고, 2020년부터는 정년연장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720만명에 달하는 고령인구 중 폐지수거를 하는 노인만 180만명이란 통계도 있다. 이들 모두가 현역시절 빈곤층이었을 리 없다. 적잖은 수가 중산층의 삶을 누리다 갖가지 이유로 빈곤의 궤도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1970년대 중반태생까지 포함한 광의의 베이비부머만 170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도 착착 늙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유유자적한 은퇴생활은 희망사항일 수밖에 없다. 중산층의 은퇴몰락을 막아낼 대책이 절실하다. 공적인 정책수립은 물론 개인들도 노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너무 없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8-01-15 15:23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규제혁신 없인 미래 먹거리 없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우리나라가 제도적 한계로 기업하기 어려운 국가로 지목되면서, 정부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 정부도 뿌리박혀 있는 규제를 뽑아내고 먹거리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쉽지 않다. 지난 50년 이상을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처별 몸에 익는 관행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부처 간 이기주의는 물론 중복 투자와 사각지대 등 기업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가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규제를 하나하나 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그 많은 규제를 풀기 쉽지 않은 것은 물론, 푸는 규제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규제가 더 많은 모순된 상황에 놓여있다. 너무 많아 정리도 힘들고 부처 간 역할도 얽혀 있어 협의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규제를 하나하나 풀기보다 아예 전체를 뒤엎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될 정도다. 특히 관련법이 상충하거나 중복되는 경우도 많아서 하나를 풀면 다른 관련법이 위배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많다. 실타래가 얽혀있는 상황이 어디가 끝인지 시작인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이 현상의 해결책 중 하나로 스타트업과 같은 신산업 관련 규제를 만들기보다 진흥법 활성화를 추진해 향후 신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최소화하자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규제가 몸에 익은 중앙정부 산하 부처의 관행적인 태도도 문제고 관련 이해단체들이 이권을 놓친다고 판단해 진흥법 활성화를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어 우려된다.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최소한의 규제를 원칙으로 하는 네거티브 정책을 통해 산업화를 통한 먹거리 확보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안전, 배기가스, 소음 등 원칙적인 규정만 준수하면 자유로운 사업 활성화가 가능해 빠르고 제한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관련된 지원도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어 단기간 내 아이디어 창출과 글로벌 사업화가 가능하다. 특히 중국은 떠오르는 신성이다. 이미 스타트 업 등은 물론이고 사업하기 가장 좋은 국가로 편입되고 있다. 웬만한 분야는 시장 진출이 용이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능하고 세계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산업화 규모를 넓히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먹거리 확보와 시장 선점 전략으로 후발 주자가 끼어들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스타트 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기 어려운 국가다. 처음부터 규제 중심의 포지티브 정책으로 사업 진출 영역이 한정돼 있다 보니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규제와 제한으로 점철돼 있다. 타이밍이 늦고 규제가 발목을 잡다 보니 다른 국가에 먹거리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의 경우 국민의 안전이라는 전제로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그럴듯하고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경우도 많아 관련 신산업을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관련 규제를 들여다보면 입증된 안전 확인 절차도 아니고, 우리보다 까다로운 선진국도 허가하는 상황임에도 불구 제한부터 하는 사례도 즐비하다. 따라서 대기업 중심의 메이커 창출도 힘들고 중소기업은 명함조차 못 내미는 상황이 빈번하다. 독일식 히든 챔피언과 같은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구체적인 예로 자동차 분야를 들 수 있다. 트럭이나 버스 등의 안전을 강화한다면서 90㎞와 110㎞의 한계 속도를 규정해 애꿎은 개인용 11인승 승합차가 대상에 포함되면서, 시장 안에서 11인승 승합차의 입지를 좁히는 규제도 존재한다. 세계 선진 글로벌 시장에서는 개인용 차량을 이렇게까지 규제하지 않는다. 일선에서 불법으로 제한속도를 풀다가 쇠고랑을 차는 범법자 양산도 즐비하다. 해당 자동차 메이커는 중앙정부로부터 좋지 않은 인식을 받을까 대꾸조차 못하는 상황을 보면 우리의 규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최근에는 자동차 튜닝 확산을 한다면서 중소기업 육성은 고사하고 대기업 부품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항목이 여럿 추가되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방식이면 굳이 튜닝을 할 필요도 없고 처음부터 대기업에서만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또 경제부총리가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푼다며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시점에 정부 한쪽에서는 해당 차량이 출고할 수 없는 까다로운 기준이 포함된 규제를 강화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만들어질 정도다.상기한 예는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뿌리 깊은 규제 일변도와 머릿속에 박혀있는 기득권 유지를 탈피할 수 있는 확실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 먹거리 확보는 불확실하다. 이제부터라도 확실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내외적인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동기 부여와 정신자세가 필요하다. 중앙정부부터 정신 차려야 한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8-01-14 15:08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올해 부동산시장 '五風'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가 되는 2018년도는 임기 5년간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 정책이 시장을 압도할지, 아니면 투기자금이 시장에 혼란 가져올지 판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개월간 6·19 대책, 8·2 대책, 10·24 대책, 11·27 대책 등 평균 2개월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그러나 대책 직후 잠시 숨고르기를 하다가 다시 과열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어 시장을 잡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부동산 시장은 10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수익성을 쫓아 움직이면서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 정책과 쫓고 쫓기는 전쟁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동산시장에 미칠 변수로는 △금리인상 △대출규제 △공급과잉 △지방선거 △정부정책 등이다.먼저, 금리인상은 기존 대출자뿐만 아니라 신규 대출을 위축시켜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50%로 인상된 이후 시중금리는 4~5% 전후로 상승돼 대출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가 1~2차례 인상되면 시중금리는 5~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수요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또한, 신총부채상환비율(신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대출규제도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DTI는 기존 대출금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부채에 포함해 대출한도를 정하기 때문에 대출규모가 줄어들어 신규대출자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다. 4분기 도입예정인 DSR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상환액을 감안한 대출 산정방식이기 때문에 대출규모가 더 줄어 수요를 억제하게 될 것이다.공급과잉도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43만 9611가구로 2017년도 38만 3820가구보다 14.5% 증가한다. 경기도는 작년보다 25.7% 늘어난 16만 1992가구다. 단기간 공급과잉이 몰린 경기도 일부지역과 지방의 경우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동반하락이 불가피하다. 다만, 서울의 경우 입주 물량이 3만 4703가구로 2017년보다 28.3% 늘어나지만, 주택보급률이 98% 정도로 여전히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분간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은 상승세를 이어 갈 것이다.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도 변수다. 여야 각 당 후보자들이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각종 지역개발공약을 남발 할 경우 부동산 시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도권은 수도권 나름대로, 또한 지방은 지방 나름대로 지역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철신설, 도로건설, 지역개발,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정 등의 선심성 공약들이 등장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킬 것이다.마지막으로 정부의 부동산정책 수위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시장은 크게 요동 칠 것이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추가 대책들은 보유세 강화, 전세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투기지역 확대 등이다.올해 부동산 시장은 봄 이사철, 다주택자 양도세중과세가 시행(4월), 그리고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상반기 흐름에 따라 문재인 정부 5년간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18-01-11 15:58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일자리 위협하는 최저임금

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반 자신의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일자리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개개인의 삶의 기반”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으로 정부가 ‘좋은 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실제로 우리 경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지난해 실업자 수는 1년 전에 비해 1만 6000명 증가해 102만 8000명으로 늘었다. 이는 실업자 통계가 바뀐 2000년 이후 가장 큰 수치이며,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100만 명을 넘긴 수치이다.특히 청년실업은 점점 더 심각해지는 흐름이다.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이 작년에 22.7% 까지 높아져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 부족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핵심 과제인 셈이다. 이처럼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시점에 우리 경제 현장에서는 일자리가 오히려 위협받고 있어 문제다.일자리를 위협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최근에는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인상한 것이 지금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나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편의점과 경비관련 분야에서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근로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정치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는 이 제도가 현실에서는 오히려 일자리를 줄여 저임금 근로자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임금을 억지로 올렸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 순기능에 비해 크다면 이는 당연히 재고해 봐야 할 일이다. 최저임금이 무리하게 설정되었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실행한 면이 있다면 반드시 바로 잡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정부가 최저임금을 사업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상한다면 이는 일자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사업자들은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나 다른 비용을 절감해서 인건비 부담을 상쇄시키고 일자리를 줄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규모나 속도가 그 범위를 벗어난다면 결국 일자리는 사라지게 되고 만다.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이 달성되려면 일자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일부 근로자에게 국한되고 상당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어버린다면 이는 득보다 실이 큰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또 최저임금이 높아졌다고 해서 빈곤계층의 소득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임금 근로자의 대다수는 빈곤계층과 무관하다. 실제로 최저임금 대상자의 3분의 1 정도만이 저소득층이다. 최저임금법의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겠다.임금은 노동시장에서 자발적 거래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개인의 거래를 정부가 나서서 금지하거나 간섭하는 만큼, 경제의 자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은 더욱 커지게 된다. 경제논리를 무시한 정치논리는 현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어 경계해야 할 것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

2018-01-10 14:35 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

[브릿지 칼럼] '여신과 함께' 문화예술계 성폭력, 적폐청산 나서야!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의 저승 법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거쳐야만 한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까지. 이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지배권력관계를 치사하고 막무가내로 이용한 성폭력의 지옥에는 도대체 몇번의 재판이 필요한 걸까? 작년 10월 할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폭로 사건을 계기로 엔터테인먼트업계와 언론계, 정치계 등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된 성폭력 고발운동 ‘미투’(#MeToo) 캠페인이 더 거센 파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투 캠페인에는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던 일을 폭로한 애슐리 주드를 비롯해 엠마 스톤, 리즈 위더스푼, 나탈리 포트먼, 에바 롱고리아 등 톱클래스 여배우들과 ‘그레이 아나토미’ 제작자 숀다 라임스, 미셸 오바마의 참모를 지낸 변호사 니나 쇼 등 300명의 ‘여신’들이 헌신했다. 이들은 무술년 초하루 뉴욕타임즈 광고를 통해 “남성 중심의 작업장에서 단지 지위를 높이고 의견을 내고 인정받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은 끝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성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여배우들과 여성 작가 ·감독 ·프로듀서 등 할리우드 여성들이 ‘타임즈 업’(Time’s Up) 단체를 결성했다는 뉴스가 2018년 새해 벽두를 장식했다. ‘타임즈 업’은 미국 직장 내 성폭력, 성차별이 난무하던 ‘남성 독점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의미다.성추행한 DJ를 제소해 승소한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등 미투 캠페인 참여자들은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도 선정됐다. 타임즈 업은 할리우드뿐 아니라 공장, 식당 및 호텔 등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성폭력 피해를 법적으로 돕기 위해 13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한다.배우 위더스푼은 “우리는 고립돼 있지 않다”며 “마침내 서로의 소리를 들었고 봤다. 그리고 이제는 연대해 팔짱을 꼈다”고 말했다. 타임즈 업 회원들은 1월 7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검정색 의상을 입고 레드카펫을 걷는 퍼포먼스를 예고했다. 배우 롱고리아는 “이것은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여성들이 연대하는 순간”이라고 목청을 높혔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제식 교육에 의존하는 문화예술계는 성폭력의 사각지대다. 작년 봄부터 문학계를 비롯해 각계 각층에서 각종 폭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작년 말부터 여성가족부는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성폭력에 대응해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관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 가이드라인’을 제작 배포했다. 가이드라인은 문화예술계 성폭력의 특성을 이해하고 피해자들에게 법률적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문화계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철저한 권력구조에 의해 상습적으로 발생하지만 폐쇄적인 인맥구조와 경제적 불안정성로 피해사실이 신고로 이어지기 어렵다. 예술가의 꿈을 위해서는 인맥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남성 선배 예술가가 작품을 봐주겠다며 술자리나 작업실로 불러내도 위험을 감내하고 나가게 된다. 이러한 문화예술계 생태를 모르는 성폭력 상담사나 법조인들이 “왜 거기에 나갔느냐, 당신도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라고 반응할 때 피해자는 두번 세번 죽는 셈이다.정부의 가이드라인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여신들이 나서야 한다. 우리보다 늦게 시작된 할리우드 미투캠페인이 정부 주도가 아닌 동종업계 동료들의 자발적인 ‘타임즈 업’ 결성으로 실질화되는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8-01-08 15:03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2017년과는 다를 2018년 한국경제

박종구 초당대 총장2018년 한국경제는 한결 밝아진 모습이다. 잿빛 전망으로 가득 찼던 2017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3%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치를 살펴보자. 한국개발연구원은 3% 전후의 성장률을 기대한다. 산업연구원은 2.9~3% 성장률을 내놓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3% 내외를 전망하고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의 전망치도 대동소이하다. 영국의 바클레이스와 미국의 골드만삭스가 각각 3.1% 전망치를 내놓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스위스 UBS는 3.0%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또한 7번째 30-50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구 5000만 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는 7번째 나라가 될 전망이다.2년 연속 3%대 성장률은 2010-2011년 이후 최초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심화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중대 변수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한국의 자동차, 철강 산업의 불공정 경쟁 관행을 비판한 바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과 맞물려 통상압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작년도 우리 경제를 견인한 것은 반도체 수출이었다. 금년에도 반도체의 나홀로 호황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작년의 57%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반도체 굴기 전략에 따라 현재 20%인 자급률을 6년 후 70%까지 끌어올릴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다.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중 간 기술격차가 1년으로 줄어들었다. 유무선 네트워크는 0.2년,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서비스는 0.3년에 불과하다. 중국과의 기술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최저임금 16.4%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시장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올 것이다. 시급이 7530원으로 오름에 따라 편의점은 알바생을 줄이고 주유소는 셀프 주유로 바꾸고 숙박업체는 정규 인력을 줄이고 있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사회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최저임금 제도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주당 68시간→52시간)이 도입될 경우 근로자 30인 이하의 영세업체는 벼랑 끝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특별연장근로제도’와 같은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일자리 창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금년 일자리는 32만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25-29세 청년층 11만명이 고용시장에 진입한다. 지난 11월 청년실업률은 9.2%, 체감실업률은 21.4%로 동월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2016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통계’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자 취업률이 4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66%에서 2016년 64.3%로 떨어졌다.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이 4%인 반면 최저임금 인상율률 16.4%다.이런 상황에서 고용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한 노동개혁이 시급하다. 기업의 기를 살려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도록 하는 것이 정답이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8-01-07 15:11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시설 안전 공무원들, 지금 어느 위치에 있나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서울 중심가 한복판, 건물 비상구 계단을 이용해 20층을 올라가던 중 5층에서 통로가 완전히 봉쇄돼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승강기를 탄 적이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번은 사우나 이용 전 비상구를 문의했더니 ‘우리 사우나에 계단 비상구는 원래 없고 승강기만 이용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제천시 화재는 지방 도시 일부에 해당하는 지엽적 문제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기업현장에서 데이터 설계 관련 교과서적 이론이 얼마나 적용되고 있나 조사해 본 적이 있다. 데이터 설계를 건축에 비유하면 건축 설계에 해당하는 중대한 부분이다. 현장에서는 데이터설계가 잘못돼 데이터 검색 속도가 느려지는 부분이 수없이 산재해 있었다. 두 눈으로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나서야 이론과 현장이 이처럼 괴리돼 있을 수 있나 의아했다. 현장 데이터 설계 수준은 단순히 편법에 머무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으며, 이론을 깡그리 무시한 ‘무늬만 데이터’ 설계 형식인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기업현장에서 이런 식으로 한 분야의 기초이론을 경시하고 그들만의 엉뚱한 방법을 개발하는 이유는 전문가 점검이 부재한 허점을 이용해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탁상감리만으로는 이런 문제를 들춰낼 수 없다. 수면 아래 깊숙이 감춰져 아무도 모른 채 그냥 넘어간다는 사실이 더 심각하다.제천시 화재사건도 따지고 보면 성격상 완전히 동격이다. 우리는 작고 큰 안전사고가 사회 각 분야에서 터질 때마다 분통을 터뜨리며 ‘왜 우리 사회에서는 위기 대응 매뉴얼이 없느냐’며 늘 성토하며 살아왔다.그러나 이게 과연 매뉴얼 부재의 문제였던가. 매뉴얼이 있었다면 매뉴얼대로 행동했을까. 공무원들이 길거리, 건물 현장에 나가서 비상구가 불법 공사로 막혀있는지, 화재시 작동해야 할 분무기 스위치가 정상적으로 위치돼 있는지 여부만 두 눈으로 확인했어도 이런 대형 인명사고는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간단하고도 손쉬운 해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사회가 바뀌지 않는 결정적 이유는 시설 안전 담당자들이 탁상행정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사회부 기자가 매일 아침 언론사로 출근하는 대신 발길을 경찰서로 돌리듯, 시설 안전 담당 공무원은 출근을 관공서로 할 것이 아니라 발길을 돌려 이제부터는 자신의 담당 구역 건물 비상계단을 직접 두 발로 밟아 봐야 할 것이다.탁상행정의 폐해는 일상생활의 길거리 현장에서도 무수히 목격된다. ‘차는 차도로, 사람은 인도로’ 라는 길거리 표어를 출근, 퇴근 시 매일 접하면서 마음이 착잡해진다. 나는 지금까지 세계 90여개 나라를 다니면서 이런 표어를 본 적이 없다. 분명 오토바이가 자행하는 불법운행에 기인한 것이다. 비상구 불법, 차량의 인도 운행과 자유자재 역주행 행태, 공무 방해 불법주차, 이들 모두 공통점은 현장을 보지 않는 탁상행정이다. 규칙위반과 불법이 대낮에 자행될 정도로 일상화된 우리 사회의 탁상행정 단면을 결정적으로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사실이다.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2018-01-04 15:56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성공한 사람들의 약점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국내 프로야구의 박한이 선수는 타석에 들어선 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먼저 발로 흙을 고르고 장갑 벨크로를 떼었다 붙인다. 제자리에서 2회 점프 후 양 발을 부딪치고 고객을 숙여 헬멧을 벗고 얼굴 부근을 2번 쓸어 올린 뒤 다시 착용한다. 배팅 박스에 두 발을 벌리고 고정시키며 왼쪽 허벅지를 탁 친다. 야구 배트로 바닥에 직선을 긋고 연습 스윙을 한번 한 뒤에야 타격에 들어간다. 이러한 무의식적 반복 행위는 스포츠 분야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호날두는 프리킥을 할 때 슛을 쏘기 전 준비동작에서 5야드 뒤로 물러서는 반복행동을 한다.우연한 사건들을 계기로 무의식적으로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갖게 되는 것은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과정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스키너는 비둘기를 서로 다른 새장에 가둬놓고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들이 저마다 기이한 행동을 시작했다. 빙빙 원을 도는가 하면 머리를 위아래로 까닥이거나 새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알고 보니 새들의 이런 행동은 먹이를 받아먹기 바로 직전의 행위였다. 박한이, 호날두 선수처럼 큰 성과물을 달성하기 이전에 그들이 하고 있던 행위에 기초한 것으로 우연의 일치가 낳은 결과다.그렇다면 왜 이런 무의식적으로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걸까? 답은 우리가 너무나 불확실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간이든 동물이든 불확실성을 극복할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다. 무의식적 반복행동은 불확실한 상황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과 심리적 안정을 갖게 해주고 이런 행위가 결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문제는 이러한 행동이 우리의 일상 삶에서도 쉽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쥬라기 공원’의 저자인 마이클 크라이튼은 새로운 소설을 집필할 때 항상 점심으로 똑같은 것을 먹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숫자 13을 두려워한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같은 테이블에 열세 명이 함께 앉아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저녁 때 사람들에게 비상식을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 중요한 시험 전날에는 머리를 감지 않거나 미역국을 먹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결국 이러한 무의식적 행동이 미래 사건에 대한 결과를 더욱 강화시킨다. 그렇게 하면 항상 긍정적 효과만 있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삼세번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일정 기간 동안 기쁘거나 슬픈 일이 세 번 일어난 예들을 증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런 증거들은 문제가 많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떤 일이 세 번 연달아 일어난 경우는 잘 기억하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는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성공한 사람들이 실패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위 결과 중 긍정적 효과만 기억하고 부정적 결과는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항상 자신은 성공할 수 있다고 자만한다. 요컨대 심리학자인 스튜어트 비제(Stuart Vyse)는 “인간 이성의 취약성이야말로 무의식적 행동을 낳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원천”이라며 인간의 행동을 경고한다.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8-01-03 15:30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건설업 살려야 경제 산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지난해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시작한 혼란스런 정국은 조기대선으로 이어졌다.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앞세우면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부”, “더불어 잘 사는 경제” 등 지난 정부에 실망했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건설업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5년 이후 지속된 민간건설경기 회복세가 2017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다소 개선되는 듯 했으나, 각종 부동산 규제와 공공건설부문의 위축으로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지난해가 새 정부의 향후 국정방향을 제시하는 시기였다면 이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할 시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제시된 정책과제들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감안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좌우하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단기 처방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기 성과에 지나치게 얽매여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실질적으로는 경제의 성장기반을 저해해 왔던 이전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 하면 안된다.우리 경제의 내실을 다지는데 있어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실질적인 정책 제시가 필요하다. 건설정책도 마찬가지다. 건설산업은 국가경제 성장의 기반이 되는 산업이고, 일자리 및 생산 등 국가경제에 있어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정책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최근 건설산업은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으로 인해 해외 건설수주가 급감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공공건설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지역건설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그 결과, 건설업계가 생산성 저하·건설공사의 수익성 저하 등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예측에 따르면 올해 건설수주가 15.0% 감소 하는 등 건설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다른 어느 때보다 이 같은 많은 건설산업 내 문제들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민간 주택 수주가 주택경기 하락의 영향으로 급감하는 것이 올해 건설 수주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수도권은 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나빠졌다고 평가됐다. 여기에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급감하면서 공공 수주도 완충 역할을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전국 집값은 매매와 전세 모두 0.5% 떨어지며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서 주택 매입 수요는 위축되고 입주 물량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은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2018년에는 타 산업에 대한 산업정책도 마찬가지겠지만, 무엇보다 건설산업의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 건설산업 내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건설인력, 자재 및 장비 등의 생산요소와 생산시스템에 대한 혁신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며, 외적으로는 한국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진단을 기반으로 하여 해외 건설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건설정책이 필요하다.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8-01-01 15:57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정치의 계절 오기 전 해야 할 것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적폐청산’이 시대의 화두가 됐음은 분명한 듯하다. 굳이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송년회에서 사람들은 적폐청산을 얘기한다.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 1000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조사한 결과 ‘파사현정(破邪顯正)’이 꼽혔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라는 뜻이다. 적폐청산의 연장 선상이다. 적폐청산이란 말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언급한다. 권력에 의한 정치보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그러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잠재력을 가진 의제다.며칠 있으면 현 정권은 햇수로 집권 2년 차가 된다. 촛불의 힘으로 일찍 탄생하면서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준비가 부족한 정권의 혼란과 실수, 대중추수주의(Populism)와 칼춤추기식 개혁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까지는 대과가 없다는 것을 여론이 방증해주고 있고, 경제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운이 좋은 정권이란 얘기도 심심찮게 듣는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까지이다. 적당하게 호의적인 평가의 이면에는 ‘생각보다 뭔가를 한 게 없는 정권’이라는 평가도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마련이다.내년 6월 지방선거가 있다. 정치의 계절에는 정치가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개헌이라는 국가지배구조 문제가 걸려있으니 그 흡입력이 어디까지 닿을지 모르겠다. 또한 정치권의 지방선거를 향한 각개약진과 이합집산은 이미 시작됐다. 이 블랙홀이 오기 전에 ‘적폐청산’의 생산적 결과물이 경제 분야에서 2~3개는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인적청산이 아니라 제도개혁이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개혁돼야 할 제도는 위계질서(Hierarchy)의 상층부를 보호하는 제도(기업지배구조 등), 위계질서의 하층부에게 소위 말해 빨대를 꽂는 제도(하도급, 기술탈취 등)이다.지난 2000년대 초반 경제학계에는 ‘행운의 반전(Reversal of Fortune)’이란 제목의 논문이 유행했다. 1500년대 상대적으로 부유했던 무굴, 아스텍, 잉카 등과 상대적으로 가난했던 북미, 뉴질랜드, 호주 등의 현재를 비교해보면 정확히 역전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일까. 저자들은 위의 나라들을 지배했던 유럽인들이 어떤 제도를 채택했는가에서 답을 찾았다. 상대적으로 부유했던 곳은 정부와 지배 엘리트 등이 국민 대다수로부터 뭔가를 뽑아내기 위한 제도를 유지했고, 상대적으로 가난했던 곳은 국민 대다수를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18세기 말, 19세기 초의 반전을 이끌어냈다.한국은 18세기 말, 19세기 초 산업화 시대의 북미, 뉴질랜드, 호주가 아니다. 이미 근대화와 산업화를 경험한 나라다. 우리가 얻어야 할 지혜는 제도의 변화가 반전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직관이다. 우리는 우리에 맞는 반전과 재도약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의 핵심은 다시 우리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시장질서의 확립이다. 청와대와 행정부가 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법무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공정위의 갑을 문제 개선을 위한 공정거래 관련 법률, 중소벤처부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 해결 등을 통해 한국사회의 다양한 계층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뛰게 만들어줘야 한다.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017-12-28 15:07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브릿지 칼럼] 비트코인 광풍, 이대로 놔둬선 안된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1600년대 네덜란드. 한 원예업자가 지중해 연안에서 야생화 하나를 발견했다. 알뿌리 다년생 꽃인데, 조금만 손을 보면 상품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뿌리를 구해 품종개량에 성공했고, 드디어 탐스럽고 색도 예쁜 원예종 꽃으로 만들어냈다. 귀족들의 ‘필수템’이 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평민들 사이에서도 이 꽃은 절대지존이 되었다. 귀족의 하녀와 정원사들에 까지도 유행의 바람이 불어닥쳤다.공급 물량이 달리기 시작했다. 품귀에 가까울 정도가 되었고, 당연히 가격은 올랐다. 값까지 올라줘서 투자 아이템으로도 그만이었다. 이때부터 투기가 시작되었다. 새 품종이 나올 때마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급기야 알뿌리 하나가 말 4마리가 끄는 최고급 마차 값이 되었다. 요즘으로 치면 최고급 벤츠 값이 된 것이다.이것이 ‘튤립 버블’이다. 물론 버블은 꺼졌고, 튤립은 알뿌리 하나에 3000원 하는 원래의 원예종 꽃으로 돌아갔다. 많은 사람들이 손실을 입었다. 버블 붕괴는 네덜란드 전역을 강타했고 경제가 휘청거렸다. 물론 경제적 손실만 있던 것은 아니다. 이런 버블이 네덜란드 원예기술 발전을 가져왔고, 지금 세계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원천이 되었다.비트코인이 광풍이다. 이런 광풍을 두고 견해가 엇갈린다. 1990년대 말~2000년 대초 코스닥 열풍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대표적이다. 수익모델이 없던 포털이나 벤처기업들이 지금은 어엿한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모양을 갖췄다. 그 와중에 이슬처럼 사라진 기업들도 많지만 그런 일은 벤처사업의 본질이다. 비트코인도 지금은 별로 쓰임이 없지만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모른다는 논리다.비트코인은 투기적 환상에 불과하다는 쪽도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등이 그렇다. 이들은 비트코인이 그 이름과는 달리 통화가 될 수 없다고 본다. 먼저 법정 통화는 통화당국이 절대 인정할 리가 없다. 그럼 민간 통화가 되어야 하는데 민간 통화는 소금이나 금처럼 본질적인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데 그것을 돈이라고 받을 사람은 없다. 돈이 아니면 투자자산이 되어야 한다. 어딘가 투자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배당을 하든 이자를 주든 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그것도 없다. 결국 튤립만도 못한 것이다.묘한 물건이다. 돈도 아니고 투자자산도 아닌데 가격은 벤츠 값은 아니어도 경차 값을 넘어선 지 오래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 튤립만도 못한 물건에 빠져 경차 한 대를 기꺼이 포기한다. 어찌 해야 할까. 없애야(거래금지, ICO 불허)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민간 시장에서 하는 일에 정부가 왜 끼어드냐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이 미래에 어떤 물건이 될지 모르니 없애서는 안된다. 거래도 자유롭게 해 줘야하고, ICO도 적극 장려해야 한다. 다만 이것이 이미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거래의 안전성은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 ICO에 대해 주식 IPO와 비슷한 규제를 만들어서 건전한 ICO가 되도록 해야 한다.(사기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거래소도 적정한 규제를 해야 한다. 방법이야 찾으면 찾아진다. 이 묘한 물건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가 중요하다.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2017-12-27 14:52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브릿지 칼럼] 가짜석유 근절, '탱크' 관리부터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지난달 산업부는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주유소가 재작년에 237곳으로 주춤하다 지난해 250곳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주유소만 매년 200곳이 넘는다. 이로 인한 탈세액도 지난해 6428억 원에 달했다. 가짜석유란 석유제품에 다른 석유제품을 혼합해 차량 및 기계의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적발된 가짜석유는 값싼 등유나 석유 중간제품(경유 유분·윤활유 등)에 소량의 경유를 섞어 만드는 ‘가짜경유’가 대다수인 것으로 밝혀졌다.가짜석유가 근절되지 않자 정부는 휘발유, 경유, 등유 등 거래상황보고(정유사-대리점-주유소)를 통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며, 2014년 7월부터 월간에서 주간으로 보고주기를 바꿨지만 이렇다 할 효과가 없는 모양이다. 이외에도 가짜석유를 취급하다가 걸릴 경우, 석유판매업 등록을 취소하거나 영업장 폐쇄 또는 6개월 동안 영업정지에 처해지도록 했으나 법망을 피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폐업 신고를 하고 명의가 다른 새 사업자로 신규 등록을 해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이에 따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사업자가 바뀌더라도 해당 주유소가 있는 장소(사업장)에서 영업을 못하게 하는 법안(석대법 개정안,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지난 9월 발의됐으나 이 법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소속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법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가짜·탈세석유의 온상인 느슨한 대리점 단계의 관리감독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현재 전국에는 600여개 석유대리점이 있는데 이 중 100여개가 매년 신규 등록을 하고 폐업을 하는 등 진출입이 매우 자유롭다.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가짜석유와 무자료 탈세석유를 유통시키고 폐업 후 종적을 감추는 것이다. 이들 대리점들은 정유사와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장기간 거래하는 대리점이 아닌 떴다방 식으로 치고 빠지는 현물대리점들이다.현재 석유대리점은 등록제로 저장시설 700㎘와 탱크로리 50㎘만 있으면 누구나 대리점 업권을 딸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저장시설을 임차해도 대리점 등록이 되는데 있다. 그런데 한 개의 저장시설에 대추나무 연 걸리듯 두서너 개씩 중복해서 임차해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엔 저장시설이 5만개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저장지설에 대한 등록제를 법제화하고, 이들 저장시설에 대해 넘버링을 부여하여 임차관계 등을 철저히 관리한다면 문제의 떴다방 대리점의 50%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또 하나의 문제는 홈로리(이동판매차량)를 통한 가짜석유 판매다. 실제로 지난해 홈로리로 등유를 차량용 연료로 몰래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328건에 달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현재 전국에 몇 대의 홈로리가 있는지에 관한 실태조사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휴업이나 폐업한 주유소의 홈로리가 수거되지 않은 채 전국을 돌며 버젓이 가짜석유를 제조·판매하고 다녀도 속수무책이다. 이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근본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7-12-25 16:13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429조, 물 쓰듯 말고 물 흐르듯

김우일 대우 Mamp;A 대표문재인정부의 첫 번째 예산이 진통 끝에 428.9조로 확정됐다.수년동안의 저성장과 투자둔화, 일자리가뭄 속에 가까스로 3%의 경제성장율을 바라보며 마련한 이번 예산은 그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내년 예산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이끌 진정한 마중물과 디딤돌이 되려면 무엇보다 철저한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하겠다.예산이 가진 경기회복을 위한 마중물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려 균형된 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여 민간부문에서의 일자리창출을 극대화 시켜야 만이 현재 반도체 등 일부업종에만 의존되어있는 경제성장형태를 바꿀 수가 있다. 반드시 그래야만 국민모두가 골고루 경제성장의 온기를 느낄 수가 있다.그동안의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저성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청년들의 취업이 극도로 어려워졌다.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N포세대라는 말이 떠도는 세상이다. 뿐만 아니라 소득양극화의 심화로 서민생활에 대한 위협도 심각하다.새로운 불씨로 다시 경제성장의 장작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첫째, IGNITION(점화) 이필요하다. 새로운 차원의 기술혁신과 성장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WIND(바람)이 불어야 한다. 이 바람은 소비의 바람을 뜻한다. 세지도 않고 약하지 않은 적당의 소비 바람이 불어야 점화된 장작불이 다른 장작으로 안정적으로 번져 경제성장을 확대시킨다. 바람이 너무 세면 인플레션을 유발하고, 약하면 디플레이션에 빠진다.불씨가 꺼져 ‘IGNITION’도 ‘WIND’ 도 없이 20년내지 30년간의 경제암흑 속에서 온 국민들이 궁핍으로 버텨낸 이웃 일본경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예산이 효율성있게 집행되기 위해서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다음 네 가지가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첫 번째로 예산이 적재적소에 흘러가야 한다. 두번째 그 흐름이 중간에 막혀서는 안된다. 세 번째 시기적절해야 한다. 네 번째 쓰임이 효율적이어야 한다.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잘못됐을 경우 내년 예산은 돈만 탕진하고 일부 계층만 이권을 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필자는 이와 관련 중국고사를 인용해 추경예산은 ‘투료(投료, 개천에 술을 붓는 것)’와 같이 하라고 정부에 권하고 싶다.한무제는 명장 곽거병에게 20만 대군을 주어 오랫동안 국경을 괴롭히던 흉노를 치게했다. 수년간의 전투 끝에 이기고 돌아온 그에게 한무제는 특별히 만든 술항아리를 보내어 공을 치하했다.그러나 곽거병은 혼자 마시지 않고 장병들을 개천으로 모이게 한 다음 상류에 술을 쏟아부어 전 장병들이 개천물을 다 같이 마시도록 했다.곽거병의 이 같은 행동은 ‘투료(投료)’라는 고사로 흔히 회자되고 있다.곽거병은 ‘투료’로 전 장병들이 의기투합하였고 다음 싸움에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불문가지이다. 이 투료의 고사와 같이 내년 예산이 적절한 대상과 장소에, 막힘이 없이, 적절한 시기에, 효율적 집행으로 우리 경제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본다.또한 이 네 가지 사항을 감시견제하는 정부나 국회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해야 피 같은 세금으로 예산을 만들어 준 국민들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김우일 대우 MA 대표

2017-12-21 18:00 김우일 대우 M&A 대표

[브릿지 칼럼] 기업 패권의 조건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20세기까지만 해도 중후장대 산업의 최강자는 유럽이었다. 스웨덴 말뫼의 코쿰조선소는 세계 최대의 조선건조 능력을 자랑했다. 철강 산업을 뒤늦게 시작한 한국이 값싸고 질 좋은 철강재를 생산하면서부터 세계 조선건조 시장은 판도가 바뀌었다. 코쿰조선소는 상징과 같은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한국에 팔아 버렸다. 일명 ‘말뫼의 눈물’이다.독일 도르트문트에 소재한 티센크루프의 회르데 제철소도 유럽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철강공장이었지만 한국의 포스코가 세계시장에 등장하자 맥을 못 추고 일감이 떨어져 나갔다. 불사조라는 의미의 피닉스로 불렸던 회르데 공장은 나사못 하나에서부터 메인 설비를 몽땅 중국 사강으로 팔아야 했다.사강은 4만 톤이나 되는 서류도 남김없이 가져갔다. 도르트문트를 먹여 살렸던 제철소가 매각되자 시민들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지금 사강은 중국 제1의 민간철강기업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스마트공장을 만들고 있다.이런 현상은 “잠자는 중국이 깨어나면 세계를 뒤흔들 것이다”고 했었던 나폴레옹의 말이 유령처럼 나타난 섬뜩함이다. 따져보면 지난 2세기 동안 중국은 잠자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오랜 세월 겪었던 쇠퇴와 나약함에 종지부를 찍었을 뿐이란 생각이 든다. 어느 면으로도 지금의 중국을 만만히 볼 부문은 거의 없다.패권의 역사는 도전 정신에서 시작되지만 인접한 국가의 재빠른 성장은 잠자고 있던 이웃을 일깨우기도 한다. 새로운 시작은 ‘패스트 팔로우’ 정신으로 따라가면 된다. 프랑스와 독일이 영국보다 철강 산업이 80년 이상 뒤늦은 것을 알고 영국에 몰래 숨어 들어 철강기술을 배웠고, 한국의 민간 철강기업들도 일본 야하다 제철소에서 기술을 배우느라 눈물겨운 고생을 겪었다.이공계 대학을 나온 엔지니어들이 공장 바닥을 쓸고 닦으면서 선진 기술을 하나씩 배웠던 일들이 오늘의 한국 철강 산업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게 한 원동력이다. 이젠 수성이 필요하다.많은 정상권의 기업들은 자만하다 좌초했다. 한국의 철강 기업들이 1990년대 초반에 세계 철강시장에 당당히 등장했을 때 독일 티센크루프의 회르데 제철소 철강노동자들은 1주일에 35시간만 일하자고 파업을 일으켰다. 중심이 흔들린 회르데 제철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락으로 떨어졌다. 재기를 위해 경쟁사와 합병, 가격인하, 경쟁력 강화 등을 논의 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경쟁력이 무너지면 종사자들의 숙련된 기술 따위는 기업사활에 도움이 안된다. 기업의 이름도, 공장 설비도 흔적 없이 사라진 휘르데의 몰락은 현실안주였다.한국의 철강 기업들은 ‘퍼스트 무버’로 달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칼라강판이라든지 초고강력 강판의 개발, 새로운 시장 개척 등에 기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철강 전방산업의 미래는 어둠의 그림자가 짙다. 자동차 산업은 걸핏하면 노동쟁의가 튀어 나오고, 조선 산업은 매출 목표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해야 하는 철강사 경영진들의 고뇌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애써 쌓아 올린 세계적인 경쟁력을 수성하기 위해 무엇이 할 것인지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종사자들이 한발씩 물러서서 냉정한 시각으로 미래를 개척해야 할 것이다. 패권의 비밀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의식부터 추방하는 일이다.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7-12-20 15:07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인생 2막은 새로운 도전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100세 시대가 되면서 은퇴 후 무엇을 하고 살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남은 40여 년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런저런 궁리를 해 보지만 결국엔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조바심에 망설여진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 특히 나이를 핑계로 포기하기가 십상이다. 은퇴 후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을 즐기는 13분의 이야기를 담은 ‘도전을 즐기는, 액티브시니어’ 출판 기념행사가 지난달 21일 있었다. 이 책의 공동 작가로 참여한 강정석씨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45년간 조선 기술자로 근무하다 68세로 은퇴했다. 은퇴 전부터 어린 시절 로망이었던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갖고 싶었다. 색깔은 검은색으로 정하고 이름까지 흑마라고 미리 작명까지 해 뒀다. 위험하다며 만류하는 가족을 설득하고 평생 일만 해 온 자신에게 은퇴 선물로 눈 한번 질끈 감고 흑마를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흑마와 함께 명소를 다니면서 여행기를 쓰고 풍경을 스케치해 블로그에 올렸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격려와 응원에 자신감도 생겼다. 그의 글이 할리데이비슨 잡지, 그가 재직하였던 직장의 사보에도 실렸다. 모 지방신문사에서 주최한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에도 입상했다.블로그 활동을 한 결과, ‘나의 버킷리스트, 예순아홉의 자유’라는 제목으로 한 방송에 출연하는 행운도 왔다. 그는 또한 자기계발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액티브시니어과정이라는 은퇴설계 교육을 필두로 1년 동안 컴퓨터와 SNS 교육, 자서전 쓰기, 글쓰기 등 17개 강좌를 수강하며 역량을 강화했다. 출판기념회에서 강씨는 이런 소감을 밝혔다.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터사이클에 도전하였기에 오늘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공저가 아닌 단독 저서를 낼 계획입니다. 제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부터입니다.” 강씨의 사례를 통해 인생 2막을 준비해 보자.첫째, 기술 하나를 준비하자. 그는 전문기술자였기에 정년 이후에도 무려 8년간이나 일을 더 할 수 있었다. 기술 기반의 노후준비가 필요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5년 정도 투자하여 약간의 근로소득도 발생할 수 있는 기술 1기(技)를 준비하자. 취미 활동이나 개인의 소질과 연관된 기술이면 더욱 좋다. 지금 새로 시작해도 장수 시대여서 20년 이상 활용할 수 있다.둘째,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자. 버킷리스트를 도전하는 과정에서 숨어 있었던 잠재능력이 발견됐다. 실천하는 과정에서 자신감도 생기고, 행복은 최고조였으며, 생각지도 않던 행운도 찾아왔다. 셋째, 글쓰기를 시작하자. 살아온 인생을 정리, 회고할 수 있어 힐링이 된다. 책을 출간하게 되면 전문가로 인정을 받게 되고, 강연 등의 기회가 덤으로 생길 수 있다.마지막으로 자기계발이다. 은퇴설계 교육을 수강하면서 인생 2막의 개념을 인식했으며 컴퓨터, 글쓰기, 그림 등 역량을 넓히면서 퍼스널브랜딩에 성공했다. 다양한 분야의 친구를 사귀어 시야도 넓히고, 인생 2막의 멘토도 만났다. 평생학습은 2차 성장의 디딤돌이다. 은퇴는 하던 일을 그만 두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나이를 핑계로 도전하지 않는 용기의 부족이다. 어린 시절 꿈을 되살려 좋아하고, 하고 싶은 취미 활동에 도전하자. 인생 2막은 새로운 도전이며, 은퇴 후 30년은 제2의 성년기이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2017-12-18 15:24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