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은퇴 가장의 소통 3계명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입력일 2018-01-18 15:32 수정일 2018-01-18 15:33 발행일 2018-01-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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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가화만사성’을 새해 덕담으로 많이 써 왔다. 집집마다 커다랗게 써 붙여 놓고, 가정의 화목은 가정을 다스리는 핵심 요소이자 사회생활의 근본이라며 중시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은퇴 가정의 가족 간 갈등이 사회문제로 심심찮게 대두되고 있다. 평생을 직장과 일에만 매달리다 가족들과 거리가 멀어져 퇴직하고 나니 찬밥신세라며 울분을 터뜨리는 은퇴 가장이 늘어나고 있다. 

과연 그는 무엇을 잘못 살았을까?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주말연속극 ‘밥상 차리는 남자’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김갑수가 맡은 이신모는 고학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해 건설회사 임원으로 퇴직했다. 가장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회사에 충성하며 살아온 일중독자다. 아내와 자식과 소통하기보다는 ‘나를 따르라’는 일방적인 명령으로 가족을 다스렸다. 이젠 느긋하게 노후를 즐길 생각으로 퇴직을 하고 가정으로 귀환했다. 그런데 환영은 고사하고 갈등만 심해졌다. 급기야 아내로부터 날아온 충격적인 최후통첩. “여보, 우리 졸혼해요.” 설상가상으로 의사로 성공한 아들마저 아버지 때문에 인생 망쳤다며 되레 원망하고, 믿었던 딸까지 아내와 함께 집을 나가 버린다.

오로지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열심히 산 것 밖에 없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는 그에게 그의 아내는 말한다. “당신은 입만 있고 귀가 없는 사람이에요. 남의 말을 듣고 존중해 주고 공감해 주는 그런 귀가 없는 사람. 그게 바로 당신의 죄야….” 여기에 결정타 한방을 날린다. “당신은 물질적으론 자식들에게 아빠 노릇을 했는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론 애들의 자존감만 떨어뜨린 무늬만 아빠인 사람이야.”

그렇다, 대다수 은퇴 가장들은 입만 있고 귀가 없는 사람, 그리고 무늬만 아빠인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심이 몸에 배어 있고, 지시하고 복종하는 수직조직에서만 생활해 왔다. 소통의 핵심인 존중, 공감과 경청은 딴 세상 용어다. 이런 사고방식과 행동을 은퇴 후 가족은 더는 인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금이라도 가정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

첫째, 상대방을 존중하라. 아내의 단점도 이해하고 주장도 인정하라. 자식도 완전한 인격체로 성인으로 대접하라. 들어주기를 바라는 대로 들어 줘라. 내 생각과 주장은 나중에 얘기해도 늦지 않다. 선입견을 버리고 귀는 물론 눈, 입 등 온몸으로 공감하면서 경청하는 습관을 익히자.

둘째, 잔소리를 절제하라.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이 있다. 아는 게 많다 보니 말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칭찬 이외는 자제하라.

셋째, 지금까지 살아 온 가부장적 권위의식을 버려라. 생활비를 벌어다 주는 전통적 가장의 역할에서, 집안일도 도와주는 다정한 남편과 친구 같은 멋진 아버지로 변신하라. 고맙다,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자.

무늬만 아빠라는 소리를 면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아버지학교에 입학해 아버지 면허증을 취득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새해 모든 가정이 존중, 공감과 경청의 꽃이 만발해 가화만사성 했으면 한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