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429조, 물 쓰듯 말고 물 흐르듯

김우일 대우 M&A 대표
입력일 2017-12-21 18:00 수정일 2017-12-21 18:00 발행일 2017-12-22 23면
인쇄아이콘
김우일 대우M&A 대표
김우일 대우 M&A 대표

문재인정부의 첫 번째 예산이 진통 끝에 428.9조로 확정됐다.

수년동안의 저성장과 투자둔화, 일자리가뭄 속에 가까스로 3%의 경제성장율을 바라보며 마련한 이번 예산은 그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내년 예산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이끌 진정한 마중물과 디딤돌이 되려면 무엇보다 철저한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하겠다.

예산이 가진 경기회복을 위한 마중물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려 균형된 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여 민간부문에서의 일자리창출을 극대화 시켜야 만이 현재 반도체 등 일부업종에만 의존되어있는 경제성장형태를 바꿀 수가 있다. 반드시 그래야만 국민모두가 골고루 경제성장의 온기를 느낄 수가 있다.

그동안의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저성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청년들의 취업이 극도로 어려워졌다.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N포세대라는 말이 떠도는 세상이다. 뿐만 아니라 소득양극화의 심화로 서민생활에 대한 위협도 심각하다.

새로운 불씨로 다시 경제성장의 장작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첫째, IGNITION(점화) 이필요하다. 새로운 차원의 기술혁신과 성장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WIND(바람)이 불어야 한다. 이 바람은 소비의 바람을 뜻한다. 세지도 않고 약하지 않은 적당의 소비 바람이 불어야 점화된 장작불이 다른 장작으로 안정적으로 번져 경제성장을 확대시킨다. 바람이 너무 세면 인플레션을 유발하고, 약하면 디플레이션에 빠진다.

불씨가 꺼져 ‘IGNITION’도 ‘WIND’ 도 없이 20년내지 30년간의 경제암흑 속에서 온 국민들이 궁핍으로 버텨낸 이웃 일본경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예산이 효율성있게 집행되기 위해서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다음 네 가지가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첫 번째로 예산이 적재적소에 흘러가야 한다. 두번째 그 흐름이 중간에 막혀서는 안된다. 세 번째 시기적절해야 한다. 네 번째 쓰임이 효율적이어야 한다. .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잘못됐을 경우 내년 예산은 돈만 탕진하고 일부 계층만 이권을 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필자는 이와 관련 중국고사를 인용해 추경예산은 ‘투료(投료, 개천에 술을 붓는 것)’와 같이 하라고 정부에 권하고 싶다.

한무제는 명장 곽거병에게 20만 대군을 주어 오랫동안 국경을 괴롭히던 흉노를 치게했다. 수년간의 전투 끝에 이기고 돌아온 그에게 한무제는 특별히 만든 술항아리를 보내어 공을 치하했다.

그러나 곽거병은 혼자 마시지 않고 장병들을 개천으로 모이게 한 다음 상류에 술을 쏟아부어 전 장병들이 개천물을 다 같이 마시도록 했다.

곽거병의 이 같은 행동은 ‘투료(投료)’라는 고사로 흔히 회자되고 있다.

곽거병은 ‘투료’로 전 장병들이 의기투합하였고 다음 싸움에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불문가지이다. 이 투료의 고사와 같이 내년 예산이 적절한 대상과 장소에, 막힘이 없이, 적절한 시기에, 효율적 집행으로 우리 경제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본다.

또한 이 네 가지 사항을 감시견제하는 정부나 국회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해야 피 같은 세금으로 예산을 만들어 준 국민들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김우일 대우 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