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기회의 신은 뒷머리가 없다"

김우일 대우Mamp;A 대표지방선거가 드디어 끝나고 그 결과가 모습을 드러냈다.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선거에서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의 호기심을 가장 많이 끈 사람은 바로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씨였다.그는 2011년 구태의연한 정치계에 실망을 느낀 수많은 사람들의 등에 엎고 혜성과 같이 나타났다. 정치와는 무관하게 IT 벤처기업의 성공신화를 이룩한 이로서 안철수씨는 새로운 정치에 갈증을 느끼던 국민들로부터 구태정치를 일소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마침 당시 서울시장이던 오세훈씨가 스스로 시장직을 사퇴하며 갑자기 보궐선거가 이루어지게 되자, 그는 서울시장 후보자로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출마만 하면 100% 당선이 가능했을 정도로 사람들의 기대가 컸다. 신물나고 고리타분한 기존 정치권의 분위기를 일거에 쇄신할 주인공으로 떠오른 것이다.하지만 그는 당시 만해도 거의 무명으로 지지도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고 물러났다.대권에 뜻이 있던 그에게는 일보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전략이었겠지만, 이 양보를 계기로 그의 정치이력은 완전히 꼬이게 된다.그후 그는 대권에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서울시장직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유권자의 외면으로 초라하게 퇴장하게 됐다.2011년은 그에게 교룡득수(蛟龍得水)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다. 즉 용이 물을 얻는 기회는 천년에 한번 있을까하는 매우 어려운 기회라는 뜻이다. 용이 물을 얻어야 승천할 수 있는데 물을 얻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으니 승천할 용이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땅속에서 허덕이는 꼴이다.기회의 신은 언제 올지 모른다. 기회의 신은 네 가지 특이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첫째, 긴머리로 앞을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이게 기회의 얼굴인지 위기의 얼굴인지 분간이 안될뿐더러 어느 방향에서 다가올지 모른다. 둘째, 뒷머리가 없다. 기회를 그냥 지나치고 아차 싶어 다시 뒤 돌아 잡으려고 손을 뻗을 때는 뒷머리가 없어 잡히지 않는다.셋째, 어깨에 날개가 달려있다. 순식간에, 혹은 천천히 다가오기도 하고 사라져버린다.넷째, 다리가 없다. 다가오고 멀어져 가는 발자국소리가 들리지 않는다.이번에 3등으로 낙선한 안철수는 바로 교룡득수할 천재일우의 기회가 2011년에 다가왔지만 스스로 그 기회를 차버림으로서 그의 정치경력이 오리무중 속에 빠져 든 것은 모든 이가 되새겨 들을 만한 일이다.모든 인생항로가 쏜 화살과 같다. 날아가지만 기회의 바람을 잘 타고 방향성이 제대로이면 원래의 목표물에 적중하는 법이다.다음과 같은 일화를 보며 우리는 매순간 항상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어느 목사가 기도 끝에 하나님이 오신다는 계시를 받았다. 하나님을 영접하기 위해 교회 안에 온갖 장식을 다하고 기다렸다. 며칠 밤을 새운 끝에 어느 춥고 비오는 밤, 더럽고 지저분한 강아지 한 마리가 교회문을 살짝 밀치고 들어오려했다. 목사가 짜증을 내며 강아지를 바깥으로 발로 차버렸다. 하나님이 나타나지 않자 목사는 기도를 하며 하나님에게 왜 약속을 어기냐고 물었다. 그때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렸다.“비오고 추운 밤에 갔더니 네가 못들어오게 발로 차버리지 않았느냐.”김우일 대우MA 대표

2018-06-17 12:06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아날로그 할머니'가 뿔났다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누님은 디지털에 약한 ‘아날로그 할머니’다. 집안 살림만 하다가 70대 중반이 됐으니 인터넷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인터넷으로 간단히 처리 할 수 있는 은행과 관공서 일도 직접 찾아가야 해결이 되는 ‘아날로그 세대’다.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아들 내외가 누님에게 최신형 휴대폰을 선물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누님은 새 스마트폰이 마음에 들어 사진도 찍고, 카톡도 하면서 자주 문자를 보내오셨다. 그리고 한 달 후 누님은 폭탄 전화요금 고지서를 받았다.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는 곳에서 카카오톡이나 동영상 등을 시도 때도 없이 열어 본 결과였다.생각지도 않은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나서야 적절한 스마트폰 사용 방법을 알아냈지만, 최근 ‘아날로그 할머니’의 불만 섞인 언성이 높아졌다. “세상에, 5년 동안이나 쓰지도 않는 인터넷 요금을 내고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되냐.”7년 동안 거주하던 집을 팔고,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인터넷 업체를 변경했는데, 계약이 종료된 줄 알았던 두 군데 인터넷 회사에 비용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은 초등생 손주의 전유물이었다. 원인은 새로운 인터넷 회사가 계약과 동시에 기존 회사와의 계약을 종료한 것으로 알고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에 있었다.근 5년 동안 이전 인터넷 회사가 받아간 비용은 100만원이 넘었다. 누님은 필자에게 항의를 부탁했다. 꼼꼼히 따져보니 해지 통보를 못한 사용자의 불찰이어서 누님의 부탁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의 신규 가입이나 해지통보는 모두 ARS 방식이었다.문제는 ARS 시스템이 일방통행이라는 점이다. 순서에 따라 처리하는 시간은 지루할 정도로 길었다. 기다리는 동안 느닷없이 자사 광고캠페인이 등장하고, 그렇게 5~6분 지나고 나서야 “통화량이 많아 다시 걸어 달라”면서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업무량이 적은 시간에 세 번, 네 번 다시 통화를 했으나 결과는 똑같았다. 다시 수차례씩 거의 일주일 동안 ARS를 시행했지만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아날로그 방식의 해결책이 필요했다. 인맥을 동원해 고위층 임원과 통화를 했다. 자초지종을 전달하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담당자가 전화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 퇴근 시간 무렵, 담당자가 전화를 줬다. “왜 담당자인 저에게 전화를 하시지 윗분께 하셨느냐”는 반응이었다. 큰 야단을 맞은 모양이었다.어느 곳에도 담당자의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는 없었다. 어찌 됐든, 해결책이 궁금했다. “소비자께서 잘못한 결과이긴 하지만, 고객님의 사용 기록을 1년 동안만 보관하기 때문에 부탁하신 임원님을 생각해서 일부 비용을 반환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결국 20만원을 동냥 받듯이 돌려받았다. 일주일동안 ARS와 씨름한 생각을 하면 기가 찼다. 누님은 그만 하자고 만류했다. ARS방식은 분명 디지털 시스템이지만, 사용자의 불편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해결해야 되는 아이러니는 크게 잘못된 일이다.‘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슬로건은 이미 ‘존 콜린스’에 의해 잘 알려져 있다. 기업도 시민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이 박혀 있다면, 소비자의 불찰일지라도 부당한 이득이 확인되는 즉시 소비자에게 보상하는 태도를 보여야 ‘위대한 기업’으로 갈 수 있다.“위로금조로 드립니다”는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말은 소비자를 봉으로 여길 때나 쓴다.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8-06-14 15:51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인생2막 '웰다잉' 준비하자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죽음이 자신만은 비껴가서 영원히 살 것인 양 생각하고 살아간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부정과 금기로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당하게 된다. 은퇴 후 노후준비로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필자는 6년 전 갑작스러운 은퇴로 멘붕 상태였었다. 각당복지재단의 죽음준비 교육을 수강하고 많은 동기부여를 받았다. 그 이후로도 줄곧 죽음에 대해 공부를 해 왔다. 멋진 인생 2막을 설계하기 위한 죽음준비 실천 사항을 정리해 보았다.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mori)’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유한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한정돼 있음을 재인식하면 남아 있는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매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새롭게 자각하게 해 준다.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남아 있는 삶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시간을 보낼 것이다. 매일 매일을 삶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욕심도 사라지고 사랑과 보람으로 충만한 삶으로 바뀔 것이다.둘째는, 죽음으로 삶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쇼펜하우어는 “삶은 연기된 죽음에 불과하다”고 했으며, 프랜시스 베이컨도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은 시작된다”고 했다. 삶과 죽음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이다. 삶의 지속 곧 살아감은 달리 표현하면 죽어감이다. 죽음은 삶의 마지막 성장단계로, 잘 죽음으로서 비로소 멋진 삶이 완성된다. 따라서 잘 죽는 방법을 알면 잘 사는 방법을 알게 되고, 훌륭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언제라도 죽을 준비를 함이다. 웰다잉으로 삶이 완성되는 성숙하고 의미 있는 인생 후반기를 설계하자.마지막으로,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준비하자. 장례의향서, 묘비명, 죽음의 자리에서 삶을 조망해 보는 사망기(記), 삶의 지혜나 가치관 등을 적은 자서전 등을 써 보길 권한다. 실제 관(棺)에 들어가는 임종 체험도 참가해 보자. 관 속에서 “이제, 숨이 멎었습니다. 관 뚜껑을 닫고 못을 박겠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족의 소중함과 삶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유언장은 유족들의 법률적, 경제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죽음이 임박해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표현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해 건강할 때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의향서도 작성해 두자.지난달 호주의 생태과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는 치명적 질환이 없는데도, 104세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퇴직 이후에도 왕성한 연구 활동을 했다. 100세 무렵이 되면서 건강이 빠르게 악화되고 시력이 떨어져 더는 삶을 이어갈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추하게 늙는 것(Ageing Disgracefully)’이라고 적힌 셔츠를 입고, 베토벤 교향곡 ‘합창’에 나오는 ‘환희의 송가’를 듣고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을 치르지 말라. 시신은 해부용으로 기증하라”는 유언도 남겼다. 대책 없이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당당히 준비해 맞이하는 죽음을 택한 것이다. 은퇴 후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인생 2막의 해법이 쉽게 풀린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2018-06-13 15:32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더이상 없이 살던 한국 아니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베트남 여행을 마치고 엊그제 귀국했다. 호치민이란 강인하고 청렴한 국부(國父)를 둔 그들이 부럽다. 그들은 세 차례 인도차이나 전쟁을 통해 프랑스, 미국, 중국과 전쟁을 해 모두 이겨내고 독립국가를 이뤘다. 그 후 도이모이(DoiMoi) 정책으로 개혁·개방하면서 경제발전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기업들과의 협력도 역동적이다. 사실 한국인들은 지난 100년간 한(恨) 많은 세월을 보냈다.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첫째, 배고픈 한(恨)이다. 먹고 사는 게 힘들었다. 이제 한국은 굶주림을 극복해 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했고 1인당 GDP는 3만 달러를 넘었기 때문이다.둘째, 헐벗은 한(恨)이 있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옷도 운동화도 제일 잘 만드는 나라가 됐다. 누구든지 원하는 옷을 싸게 사서 즐길 수 있게 됐다. 한을 풀었다.셋째, 집 없는 한(恨)이 컸다. 세로 전전하며 고생하며 서러웠기 때문이다. 이제 아파트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나라가 됐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잘하는 일이다. 적절한 아파트 가격과 적정한 전세, 월세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다.앞으로 전망을 해 보면, 아파트 가격은 전반적으로 내릴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 연구원(KIEP)이 서울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버블 경고하고 나섰다. 다음으로, 소형아파트가 인기다. 더군다나 2030세대들이 등장하면서 60m이하의 가성비와 가심비가 뛰어난 실속형 아파트가 인기라고 한다. 직주접근현상(職住接近現象)이 점점 두드러질 것이다. 삶의 질을 위해 출퇴근으로 장시간 골탕먹기 싫어한다. 광화문과 여의도 사이의 약 4000세대 대단지인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가격이 솟구치는 이유다. 강남 남부에 있는 아파트는 직주접근성으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강점이라는 학군과 학원환경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다음으로 용산에서 미군이 떠난다. 그 자리는 큰 공원이 될 것이라 한다. 지난 세월 100년이 넘게 청나라군, 일본군, 미군이 차례로 서울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새롭게 서울의 가치가 재편될 것이다.넷째, 못 배운 한(恨)이 컸다. 교육은 신분상승의 길이었다. 그래서 자식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고등교육, 대학공부까지 시켰다. OECD국가의 경우 고교졸업생 40% 정도가 대학에 진학한다. 한국은 70%가 대학에 간다. 실업자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다섯째, 외교주권과 안보주권이 없거나 미흡해서 한(恨)이 컸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밀약 이후 을사늑약으로 대한민국은 외교권을 빼앗겼다. 1950년 1월 미국 애치슨 국무장관의 애치슨라인에 한국을 빼버려 6·25가 터졌다. 1970년대 초 미국 닉슨대통령과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가진 비밀회담에서 한국에서 미군철수시 일본군 주둔 상황도 거론됐다.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시작됐다. ‘한국패싱’은 결코 일어나선 안된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18-06-12 15:28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정부 손떼야 지방소멸 막는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요즘 농촌엔 사람이 없다. 논과 들, 집은 그대로인데 인적은 끊겼다. 오가는 사람은 노구의 고령인구뿐이다. 그나마 갈수록 발걸음조차 줄어든다. 이대로면 조만간 한국농촌 태반은 유령마을로 전락한다. 평균으로 한국은 이제 막 고령사회(고령인구/전체인구=14%↑)에 진입했으되 농촌사회는 대부분 고령인구 비중이 30~40%를 웃돈다. 20%인 초고령사회를 한참 넘겼다. 고령인구의 자연감소로 소산다사(少産多死)가 시작되고 지금처럼 청년그룹의 인구유출이 계속되면 농촌소멸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번 지방선거의 주요화두는 인구댐의 구축과제다. 댐처럼 유출장벽을 설치해 사람이 떠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관심과 의지는 높다. 선거시즌과 맞물려 강조되고 있어서다. 파급력이 거센 절체절명의 지역현안이라 대안모색이 절실하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지금이 고향소멸을 저지할 적기이자 호기다. 선거가 끝나면 내팽개쳐지는 유야무야된 사안은 셀 수 없이 많다. 지역부활을 확실하게 요구하고, 또 이를 실천할 강력한 리더십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굳이 선거시즌이 아니라도 지역소멸 방지대책은 지방권역의 운명을 가를 중차대한 과제다. 여유를 부릴 겨를이 없다. 방치하고 지체할수록 혹독하고 값비싼 대가만 있을 뿐이다. 정치권력이라면 직업으로서 본인의 정치생명을 위해서라도 인구대책은 절실하다. 놔두면 정치적 일자리가 사라진다. 직업정치도 인구규모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법이다. 사람이 줄면 선거구·지자체는 흡수·합병될 수밖에 없다. 본인을 위해서도, 지역을 위해서도 인구댐의 구축과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인 셈이다.문제는 방법론이다. 댐을 누가 어떻게 쌓을지가 관건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댐만이 유출을 줄이고 유입을 늘린다. 주역은 이해관계 당사자다. 지역에 삶을 올곧이 넣은 당사자가 주역이 될 때 댐은 강력해진다. 중앙권력은 버릴 패다. 중앙은 지역문제에 왈가왈부해선 곤란하다. 돈(교부·지원금)으로 통제하려는 관성은 적폐다. 정치·관료주도의 정실(情實)적인 재정투입은 일부 토호만 배불리고 다수 주민을 방치했다. 반복한다면 희망은 없다. 이번 지방선거의 대결이슈는 그래서 지방분권이다.지역재생의 주연은 해당지방이다. 중앙권력은 조연이면 족하다. 지방선거로 선출될 새 리더십은 적어도 지역재생만은 중앙과 독립해 추진될 것임을 선언해야 한다. 낮은 재정자립이 종속의 유혹이 되겠지만 이게 반복되면 부활실험은 출발부터 삐그덕거린다. 도움은 받되 자율·자립·자치가 뼈대일 수밖에 없다. 부수고 짓고 돈 뿌리는 과거 중앙주도의 책상머리 재생전략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절실한 지역주민이 스스로 재생주체가 되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게 관의 존재이유다.인구댐은 발주, 시행, 시공, 수혜가 지역주체일 때 성공한다. 즉 지역재생 프로젝트는 지역마다 달라야 한다. 각 지역의 특색을 감안할 때 일괄·표준모델은 적용불가다. 250여 기초지자체 숫자만큼 인구댐은 제각각 기획·실천·평가·반복되는 게 옳다. 지역자원의 재발견은 중앙·관료주도로 결코 담보할 수 없다. 이 접근법은 예전에도 틀렸고 지금도 틀리다. 성공했다면 빈집천지의 지역소멸은 없었을 터다. ‘새 술은 새 부대’다. 중앙은 손을 떼는 게 좋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8-06-10 15:07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광주형 자동차 공장' 성공 시키자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최근 전남 광주시가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 공장 계획을 발표했다. 광주형 자동차 공장은 근로자의 임금을 대폭 낮춰(연 4000만원대) 여러 메이커의 다양한 차종을 위탁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주주인 광주시와 함께 현대차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형태를 이루고, 시민펀드 등 다양한 모금을 통해 약 5000억원의 자금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이 공장에서는 2021년 정도를 시작으로 연간 약 10만대의 차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델은 기아차의 경차인 모닝과 레이를 위탁생산하는 동희오토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경차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어 근로자 연봉이 높지 않은 협력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형식으로 수익을 보전하고 있다. 이러한 위탁생산은 주로 경차와 경소형차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광주시의 모델이 동희오토와 다른 점은 한 메이커의 차종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문형 메이커 차종을 생산할 수 있으며, 지자체가 대주주라는 것이다.현재 국내 자동차 산업은 위기에 빠져 있다. 고비용·저생산·저효율 구조는 오랜 기간 유지돼 오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도 기업의 경영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이고 조만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법인세 인상 등 반기업적인 성격의 제도가 즐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형 자동차 공장 모델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위기 돌파구가 될 전망이지만, 최근 현대차그룹이 이 사업에 대한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본인들의 먹거리를 빼앗긴다는 논리로 반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모델이 실패한다면 국내 투자는 고사하고 해외생산 비율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또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군산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과 회생 기회를 광주시가 뺏어간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한국지엠은 이미 수년 전부터 문제가 제기돼 온 반면, 광주시는 약 5년 전부터 연간 100만대 신차 생산을 목표로 지자체와 산학연관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정부도 이 모델을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 들이고, 군산공장 역시 이를 벤치마킹해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발판으로 인식해야 한다.이번 사업을 기존 자동차 생산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 다양한 차종을 위탁생산하기 위해서는 가성비가 좋은 모델을 찾아야 하고, 효율성과 수익률을 고려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특히 대량 생산체제가 아닌 소량 다품종 생산 등이 가능한 유연성이 필요하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포함해 생산제품의 다양성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이를 위해 국민펀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현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현대차그룹도 노조 반발 등 외부의 움직임에 흔들리지 말아야 하며, 다른 기업들도 십시일반으로 능력을 보태 광주형 자동차 공장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정부도 쳐다만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 물론 노동자 친화적인 현 정부에게서 이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이번 사업이 최악의 상태에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자생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실사 결과를 보지도 않고 8000억원의 혈세를 한국지엠에 쏟기로 결정한 정부는 더 이상 우를 범하지 말고 사안의 중대성을 깨달았으면 한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8-06-07 15:20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 부동산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이번 6·13 지방선거는 지방자치 20년이 넘어서는 시점에서 치러지는 의미있는 선거다. 그러나 지방자치 2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 부동산 정책은 여전하다. 이제는 지방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부동산 정책의 권한도 자치단체에 이양돼야 한다. 중앙정부에서는 국토계획에 관한 큰 틀의 기본정책을 다루고, 나머지는 자치단체가 지역 실정과 여건에 맞게 부동산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역할을 해줘야 한다.부동산정책은 공급정책, 규제정책, 조세정책, 금융정책 등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수도권의 상황만 반영돼 경기부양과 투기억제 정책들이 반복되면서 지방도시와는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 각종 부동산 정책들이 획일적으로 적용되면서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쇠퇴하고 있는 농촌지역과 지방도시를 더욱 고사시키고 있다.공급정책의 경우 자치단체의 실정에 맞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고령화로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 농촌지역의 경우 신규 공급보다는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할 수 있는 주택개조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젊은 층이 많은 대학가나 도심지역의 자치단체들은 1인가구를 위한 소형공공임대주택을 대량공급해 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각종 규제정책에 대한 권한도 지자체에 이양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장관, 기획재정부장관, 광역단체장들이 지정 또는 해제권을 가지고 있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제, 주택거래신고제 같은 규제는 자치단체가 지정 또는 해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상황은 자치단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지역의 현실에 맞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현재 운용되고 있는 조세정책도 취득세 기준이 지방도시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 현행 취득세는 6억 이하 1%, 6억 ~ 9억 2%, 9억 초과 3%로 적용되고 있다. 이 기준은 수도권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농촌지역 또는 지방도시 등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금융정책도 수도권의 상황만 반영돼 있다. 현재 정부는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40%대로 대출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투기와 관계가 없는 지방도시까지 획일적으로 40%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수도권, 광역도시, 지방도시 등으로 구분해 금융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현행 중개수수료도 지방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매매 중개수수료는 5000만원 이하 0.6%, 5000만~2억원 0.5%, 2억~6억원 0.4%, 6억~9억원 0.5%, 9억원 0.9%(중개업자와 협의)다. 임대 중개수수료는 5000만원 이하 0.5%, 5000만~1억원 0.4%, 1억~3억원 0.3%, 3억~6억원 0.4%, 6억원 0.8%(중개업자와 협의)로 운영되고 있다. 이 기준은 농촌지역과 지방도시와는 맞지 않는 기준이기 때문에 지역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농촌지역과 지방도시는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경제와 산업이 점점 쇠퇴하고 있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자치단체가 지역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 이번 6·13 지방선거는 부동산 정책이 분권화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2018-06-06 16:21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대기업은 '자본주의의 꽃'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경제 환경은 기존의 왕족과 귀족 중심의 신분제를 근본적으로 재편했다. 아무리 미천한 출신이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신분을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본가’라는 새로운 계층의 출현이었다.산업혁명의 특수를 한껏 누린 자본가들은 사실 특별한 권력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다만, 남들보다 한발 빠르게 혁신에 뛰어들어 시장경쟁에서 효율성의 우위를 선점하는 데 성공한 기업가들이었다. 대다수 사람이 여전히 가내수공업과 마차, 돛단배 수준에 머물러 있을 동안 신흥 기업가들은 공장 기계와 증기기관차, 증기선에 주목했다.그리고 불확실한 가능성에 과감하게 도전해 엄청난 이윤을 차지할 수 있었다. 기업가가 벌어들인 수익은 기술과 설비의 재투자로 이어져 더 큰 이윤을 창출하는 선순환구조를 형성했고, 곧 거대한 자본 축적으로 이어졌다.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 자본이 갖는 힘은 놀랍다. 자본의 규모만큼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을 보유한 기업가는 이전보다 더 큰 공장을 짓고,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하며, 더 많은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거대 자본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가보다 시장경쟁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거대 자본의 축적은 산업혁명 초기, 개인이 소유한 공장 수준에서 벗어나 보다 체계와 규모를 갖춘 조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이음새 역할을 한다. 본디 기술 혁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 전반에 퍼지기 마련이다. 산업혁명 초반, 기술 혁신에 주목한 소수 기업가만이 누리던 풍족함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다양한 경제 주체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이윤은 분산된다. 기업가들에게는 위기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경쟁 상대를 효과적으로 따돌리고,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하고 기업가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질문은 시장경쟁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우월한 조직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즉, 경쟁하기 좋은 효율성과 우월성을 추구하는 최적의 조직체로서 기업이 등장하는 것이다.기업은 다양한 이해 당사자로부터 자본·기술·노동력·자원 등을 계약을 통해 제공받아 그 혜택을 함께 나눈다. 이것은 주식회사가 기업의 범위를 최대한으로 넓히면서 가능해진 결과다. 오늘날에도 많은 기업이 주식회사 방식을 통해 일반 투자자와 함께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누구나 부(富)를 가질 수 있는 시대를 만들고 있다.지금은 사회 구성원 누구나 기업을 통해 부를 만들고 함께 누리는 자본주의 시대다. 기업은 모두를 더 나은 상태로 발전시키는 사회적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등장한 기업들은 자본주의 경제 환경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며 알짜배기들만 추려지게 된다. 그리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시장에서 이윤을 얻어 자본의 축적을 이루고, 차근차근 체계와 규모를 확대해나가며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그렇기에 대기업은 자본주의적 대규모화의 결과물이자 시장경쟁에서 승리한 성공의 증거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대기업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18-06-04 15:15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제사보다 젯밥, 프로야구 뒷돈 트레이드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국내의 여느 프로 스포츠와 달리 경기장 객석을 꽉꽉 채우는 최고 인기종목인 프로야구가 승부조작, 성폭행에 이어 뒷돈 추문에 휩싸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08년 출범한 넥센 히어로즈가 최근 10년간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뒷돈을 챙겨온 사실을 발표했다. 히어로즈가 소속 선수들을 타구단에 넘기면서 KBO에 신고하지 않거나 액수가 다른 뒷돈 트레이드를 저지른 것이다. KBO 조사에 따르면 넥센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한 8개 구단(SK제외)과의 트레이드 23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건에서 131억5000만원을 몰래 받았다. 이렇게 챙긴 뒷돈을 히어로즈의 운영자금으로 충당했다는 구단 측의 항변보다는 구단 관계자들의 개인적인 착복 혐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프로야구에서 현금 트레이드 자체는 허용된다. 2008년 현대 유니콘스 인수 이후 자금난에 시달렸던 넥센은 현금 트레이드로 구단의 주 수입원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수 팔기’가 도를 넘어 사회적 윤리적 비난을 받게 되자 KBO는 2010년 넥센의 일부 현금 트레이드를 승인하지 않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히어로즈의 뒷돈 행태는 조직적으로 지속돼 왔다.뒷돈 사태는 단순히 히어로즈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법에 공조한 다른 구단들의 도덕적 해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단기간의 전력 보강, 성적 향상을 위해 당장 돈이 급한 구단에게 뒷돈을 주저없이 건네고 선수를 넘겨받은 상대 구단들의 계산상 이해관계는 딱 맞아떨어졌다. KBO는 뒷돈 트레이드의 일부 금액을 야구발전기금으로 환수조치했지만 추가로 밝혀진 뒷돈 거래액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뒷돈 전액을 KBO가 강제로 환수할 근거는 없다. 하지만 히어로즈 뿐 아니라 공범 구단들로부터 기만당한 팬들의 실망과 분노는 극에 달해있다.현재 변호사 1명, 회계사 1명, 전직 수사관 2명과 KBO 실무진 등으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 이후 상벌위원회에서 연루 구단들과 관계자들의 징계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KBO 규약에 따라 벌금부터 회원 자격 정지(경영권 박탈)까지 가능하겠지만 KBO가 기본적으로 각 구단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성격을 지난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이 모든 불상사는 KBO의 방만한 관리에 기인한다. 그동안 구단들이 KBO에 임의로 제출하는 계약서들은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기 때문에 금전 수수 영수증, 통장거래 내역서 등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처럼 현금 트레이드의 상한선을 두는 방안도 제시되는 가운데 뒷돈 트레이드 파문은 자유계약(FA) 및 외국인 선수 계약의 투명성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FA와 외국인 선수 계약의 경우 세금 대납 등 더 큰 규모의 불법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O에 수사권은 없다. 하지만 자정의지만 있다면 상설 감독기관 운영, 외부 수사의뢰 등 얼마든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팬심은 정직하고 정확하다. 승부조작, 뒷돈거래가 만연한 스포츠리그들의 추락 흑역사들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제사보다는 젯밥에 눈이 멀었던 구단들의 소탐대실에 지금 한국 프로야구는 9회말 투아웃 만루 위기 상황에 빠졌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8-06-03 16:38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한국경제에 울리는 적신호

박종구 초당대 총장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소득주도성장이 암초에 부딪혔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하위 20% 소득계층의 소득이 1년전 보다 8% 줄어든 반면 상위 20%는 9.3% 늘어났다. 소득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부문 고용 확대 등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를 통해 경제를 살리려는 소득주도성장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음식점, 호프집 등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가 제대로 가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최저임금 인상이야말로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급격한 인상을 감내할만한 경제의 내구력이 약한 것이 문제다.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이 “최저임금과 고용감소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임시직 등의 고용감소는 최저임금의 영향이 적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14%나 되고 그 중 81.5%가 3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8년 국가경쟁력 평가에 의하면 국가경쟁력은 27위로 2단계 상승했는데 대립적 노사관계가 국가경쟁력 발목을 잡았다. 노동시장 효율성은 53위로 작년보다 오히려 한 단계 떨어졌다. 작년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도 노동시장 효율성은 73위 정리해고 비용은 112위, 노사협력은 130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노동시장의 비효율이 경제전반의 성과를 위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청년실업률은 11.6% 체감실업률은 24%였다. 대졸취업률은 67.7%이다. 일본의 청년실업률 4.5%, 대졸취업률 98%와 크게 대조된다. 구직자 일인당 일자리수를 보여주는 유효구인배율도 0.6개 대 1.59개다. 일본의 유연한 노동정책, 화합적 노사문화가 이러한 격차를 가져왔다.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효율적이고 유연한 노동시장 정립이 시급하다.올해 3% 성장이 녹녹치 않다는 전직 경제장관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호황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우리만 역주행할 수 있다는 경고다. 올해말이나 내년에 아주 어려운 상황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직 장관의 경고는 의미심장하다.수출과 반도체 호황으로 우리경제에 대한 착시현상이 심각하다.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수입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자동체 관세 부과시 일본, 독일보다 우리나라가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성장을 견인해 온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징후가 뚜렷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글로벌 점유율이 2013년 32.3%에서 작년 21.1%로 격감했다. 중국 시장 점유율는 금년 1분기 1.3%에 그쳤다. 현대차의 미국 점유율은 7%대로 주저앉았다. 조선, 철강, 화학 등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하루가 멀게 줄어들고 있다. 구글 등 미국 5대 기술기업은 400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한국 대기업은 미미한 형편이다.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에 대한 과감한 구조개혁만이 살길이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8-05-31 16:10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삼성·애플 특허 공방의 교훈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최근 삼성이 애플에 또 한 방 당하는 결과가 나왔다. 무려 7년 간이나 지루하게 끌어 온 삼성과 애플 특허 공방에 관한 미국법원의 1심에서 삼성은 애플에 약 6000억원을 지급하라는 배심원단 평결이 나왔다. 특허 공방의 대상 물건은 10년 전 출시된 초창기 스마트폰인 삼성 갤럭시 S와 갤럭시 S2다. 지금에 와서 보면 진부한 모델이기는 하나 이 공방의 핵심이 디자인 특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디자인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의 명운이 소프트웨어로 좌우될 것이라는 점에 유념한다면 이번 평결이 삼성의 향후 실적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국내 금융권 분석에 의지하여 안심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어느 모임자리에서 기계 대 인간을 언급하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대화 중에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가 ‘AI’ 였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지 못하게 하려면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그렇게 하기는 아마도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오간 대화였다. 여기서 보통 즐겨 쓰는 AI라는 말은 각종 소프트웨어를 총칭하는 뜻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학문적으로 따져보면 그런 관계가 전혀 아니건만 일반인들은 그런 배경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름대로 AI와 소프트웨어 간의 관계를 편의에 따라 마음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러나 AI라고 했든 소프트웨어라고 했든 그것이 가리키는 바는 확실히 똑같은 한 가지인 것이다. 다름아닌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대상으로 돌아가는(작동되는)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이란 용어가 혹시 거슬리면 ‘문제해법’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삼성이 디자인, 즉 소프트웨어 쪽에서 애플에 한방 먹었다는 말은 만약 삼성이 애플에 그걸 되갚고 싶다면 소프트웨어 쪽에서 승부를 낼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향후의 승부처는 데이터의 질과 알고리즘의 질과 같은 질적인 면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기본으로 돌아가보면 디자인과 같이 눈에는 잘 띄지만 지엽적인 부분보다는 소프트웨어와 같이 가시화하기는 힘들지만 광활히 넓은 세계에서 애플을 앞서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앞서나가는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스마트폰 소비자의 시각에서 보면 삼성은 소프트웨어 쪽에서는 애플의 맞수가 되기에는 어림도 없다는 분석이 여전히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삼성이 무슨 수로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애플은 이번 평결로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이 팽배해 있다. “이번 사안은 비단 금전적인 문제 이상의 것”이라는 애플 측 반응을 보면 스마트폰 시장에서만큼은 리더의 자리를 넘볼 생각은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로 들리기도 한다. 삼성을 영원히 추격자의 지위에 묶어두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스마트폰 소비자 심리 속에 이게 각인되는 날에는 애플을 추월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삼성은 IT 전반을 종합적으로 보면 이미 애플을 추월한 상태다. 최근에는 난공불락에 가까웠던 인텔까지도 드디어 추월해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쾌거에서 일등공신은 반도체였다. 스마트폰은 아니었다. 반도체는 하드웨어의 대명사다. 따라서 삼성이 애플을 진정으로 따돌렸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그 답은 어디서 나와야 하는지 뻔하다. 소프트웨어 ‘질의 삼성’. 이게 답이 아니겠는가.문송천 카이스트 교수

2018-05-30 15:33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

[브릿지 칼럼] 천재 원숭이와 AI 스피커의 공통점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알버트 아인슈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 칼 마르크스. 이들은 현대 과학의 선구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과학적 사회주의 창시자로 이름을 높였던 천재들인 동시에 유대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대인들의 파워는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창업주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등 전 영역에 걸쳐있는 유대인들의 파워는 심히 놀라울 정도다. 유대인의 진짜 성공비결은 그들의 독특한 교육법 즉 전인교육에 있다. 유대인들은 전인교육을 실제로 일상생활의 규범으로 실천하고 있다. 여기에 종교적 열정이 더해지면서 강제성이 부여된다는 부가적 특성도 자리하고 있다.특히 유대인의 교육에는 밥 먹듯 질문하는 습관이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100명의 학생에게 1개의 획일적인 정답을 요구한다면 유대인의 교육은 다양한 질문을 통해 100명의 학생에게 100개의 생각을 격려하는 교육방법을 택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0.25% 유대인이 노벨상의 30%를 수상하게 된 교육의 비결은 바로 자신만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고 이를 격려하는 유대인의 교육방법 즉 질문에서 비롯됐다.미국 조지아 주립대 언어연구소에는 천재 원숭이로 불리는 ‘칸지’가 있다. 칸지가 범상치 않은 원숭이임을 연구진이 알아차린 건 칸지가 생후 9개월 때 스스로 언어를 깨우쳤다는 사실을 발견하고서였다. 칸지는 한번도 훈련을 받지 않았고 어미가 훈련을 받는 동안 그에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칸지는 웬만한 그림문자를 파악한다. 이후 칸지는 그림문자를 통해 200개가 넘는 단어를 익혔고 그에 따라 의사소통을 했다. 이를테면 먹을 것을 달라거나 문 여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면 그 말을 알아듣고 지시를 따를 줄도 알았다. 이러한 의사소통을 통해 600가지가 넘는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을 보였다.이런 믿을 수 없는 능력을 보여준 칸지가 아직까지 보여주지 않은 게 하나 있다. 바로 ‘Why’라고 질문하는 능력이다. 인간이 뜻하는 바를 인지하고 행동할 수는 있어도 근본에 대한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요즘 아마존, 애플, 구글 등에서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와 동일하다.AI 스피커는 인간의 모든 물음에 대답한다. 그러나 왜 그런 질문을 하지는 묻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이 칸지와 AI 스피커의 동일한 점이지만 인간과 칸지 그리고 AI스피커와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인간이 칸지나 AI 스피커가 아니고자 한다면 질문을 해야 한다. 당위성에 빠져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칸지와 AI 스피커와 다를 것이 없다.세계 4대 성인 중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탁월함을 가장 훌륭하게 드러내는 방식은 자신과 타인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는 ‘Why’라는 질문을 활용할 줄 아는 대가였다. 강의와 훈계 대신 사고를 자극하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제자를 가르쳤다. 오늘날 하버드대를 비롯한 전 세계 수많은 대학에서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을 가르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8-05-29 14:54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제값 발주' 건설문화 정착해야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최근 건설업계는 적정공사비 문제로 시끄럽다. 공공 건설공사의 적자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 그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오는 31일에는 우리나라 건설 관련 모든 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공공공사 공사비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전국 건설인 대국민 호소대회를 갖는다고 한다.건설업계가 국회 앞에 가서 호소하는 상황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예산을 급격하게 축소함에 따라 건설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실제 2017년 하반기부터 건설투자 및 건설수주 등 모든 건설지표들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2월까지 건설수주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나 축소됐다. 국내 건설업체 중 97.3%가 공공공사에 크게 의존하는 중소건설업체들이고, 약 1만2000개의 종합건설업체 중 오직 공공공사만 수행하는 업체만도 30%가 넘는다.이렇다 보니 공공공사의 축소에 따른 신규 수주가 없는 가운데 공공공사의 비정상적인 공사비 문제가 지속되면서 건설산업 전체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좀더 살펴보면, 공공공사의 실제 공사수익 대비 공사비지출 비율 즉, 실행률을 보면, 건설업계가 적정공사비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 준공된 공공공사들의 실행률은 139개 공사 중 49개 공사 즉, 37.7%에 해당하는 공사가 실행률 100%를 넘는 적자 공사들이다. 건설공사 수행에 필요한 일반관리비와 최소의 공사이윤을 합산한 추정총공사원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전체의 68.5%가 적자인 상황이다.이에 따라 공공공사를 수행하면 할수록 건설업체의 경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공공공사만을 수행하는 건설업체의 2016년 기준 매출액영업이이률은 -24.57%를 기록했다. 2007년 공공공사만을 수행하는 건설업체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12.86%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10년간 공공공사의 비정상화가 심화됐음을 알 수 있다.비정상적인 공사비가 책정되는 데에는 공공공사의 공사비 산정하는 절차 상의 문제가 크다.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검토를 하는 단계로부터 조달청의 총사업비검토, 발주기관의 자체적인 검토 그리고 다시 기재부 예산검토 등 발주 이전의 일련의 공사비 책정과정에서 공사비는 축소돼 발주 이전 단계에서만 설계가격 대비 평균 13.5%가 삭감되고 있다. 여기에 입찰과정에서 법에서 정한 원도급 계약의 낙찰률, 하도급계약 낙찰률을 적용하게 되면, 결국, 건설업체는 초기 사업비 추정가격 대비 50∼70%수준에서 수주하게 된다. 여기에 공공발주기관들이 낙찰된 이후에도 시공 중에 발생하는 각종 공사비 증액요인을 시공업체에 전가하는 등 불공정한 행위가 더해져 공사를 수행하고 나면 적자만 남게 되는 구조다.적자의 공공공사의 문제는 단순한 건설업체 경영악화의 요인이라는 점에 있지 않다. 준공된 공공공사 시설물의 실질적인 이용자는 국민들이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공사비로 수행된 공공공사는 국민들의 시설물을 이용하는 편익을 감소시키고 안전에도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8-05-28 15:38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권순원 칼럼] 내 집 마련, 지금이 적기인가?

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언론에서 연일 집값 하락에 대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장 움직임을 쉽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4328건(25일 현재)으로 조사됐다. 4월말 기준 6280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1% 감소한 수치이다.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의 경우에도 4월 615건에서 5월 462건으로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양도세 중과가 본격화되자 세금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물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거래량은 줄고 집값은 떨어지고 부동산 침체기로 접어드는 전조현상으로 볼 수 있다. 주택시장을 진단하는 ‘벌집순환모형(Honeycomb Cycle)’을 토대로 주택시장의 경기순환국면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부터는 정체 또는 후퇴기로 빠르게 진입 중인 것으로 보인다. 가격과 거래량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은 이런 현상이 뚜렷한 반면 강남권은 사정이 달랐다. 상반기 중 오히려 매물은 줄고 가격이 오르는 활황기의 모습을 보였다.벌집순환모형은 1994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제시된 이론으로 가격과 거래량은 실물경기와 연동돼 마치 벌집 모양 같은 일정한 패턴, 즉 ‘회복-활황-정체-후퇴-침체-전환기’의 6단계 국면을 반복 순환하면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 이러한 이론을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역별 집값 양극화가 뚜렷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과연 지금이 내 집 마련의 적기인가.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른 데다 금리 인상과 정부의 규제 강화 등이 이어지면 추가하락 여지도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여기에다 실물경기가 전체적으로 둔화될 수 있는 데다 하반기에는 새 아파트 입주 물량도 크게 늘어나 가격 하락 가능성도 높다.문제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의 집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서울은 소득에 비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100% 자기 자금으로 집을 사기란 쉽지않다. 특히 DSR 도입으로 학자금 대출이나 신용대출과 같은 생계형 대출까지 심사에 반영하게 돼 무주택자들의 자금마련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즉 주택구매의 레버리지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추가 하락을 마냥 기다릴 필요는 없다. 기대하는 수준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수도권은 공급이 많아 하반기가 더 유리하다. 지방은 당분간 집을 사는 것을 미룰 필요가 있다. 차라리 전세로 사는 편이 낫다.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

2018-05-28 07:00 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경기하락 확산… 추경 집행 급하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본부장경기 상황이 위중하다. 성장률은 그럭저럭 3%에 근접해 나올 것이고 수출은 두 자리 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어 ‘이 정도면 뭐가 그리 위중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선행지수가 2개월 연속 100을 밑도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경기는 틀림없이 하강 시그널을 보이기 시작했다.이렇게 된 배경으로는 몇 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먼저 2018년 들어 경기 파급력이 큰 건설 경기 하강세가 뚜렷하다. 자동차, 조선 등 업종에서 부진이 지속되며 지역별 및 산업별 차별화 양상도 가중되고 있다. 도소매·음식·숙박, 교육 등 내수서비스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내수서비스 분야의 고용 악화는 그 원인을 딱 짚어 말하기 곤란하다. 건설 자동차 조선 등의 부진에 더해 중국의 사드 보복, 최저임금 인상, 과도한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 업종에서 경기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가계부채도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않는다. 수출이 선방하고 있긴 하나, 일부 업종과 일부 지역에 편중된 양태이고 보면 그렇지 않아도 희석된 ‘분수효과’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나 의심 들 정도다. 더구나 지금 모든 국민의 눈은 북한 문제에 쏠려있다.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침체된 업종·지역에 종사하는 국민들의 어려움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지금 우리는 경기 침체에 대응할 정책 여력이 충분치 않다. 먼저, 금리 인하 여력이 거의 없다. 조금이라도 더 금리를 정상화시켜 놨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 연 1.5% 금리로는 더 낮춰봐야 한계가 너무나 뻔하다.더구나 미국은 금리 인상을 꾸준히 해오고 있고 올해도 총 3회 이상 인상이 확실시된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도 어느 정도 금리 인상 기조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올 하반기에 1회, 내년에 2회 정도는 금리를 올려야 한미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게 기준 금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3조8000억원의 추경은 충분치 않다. 추경이 0.1%p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다지만, 우리도 금리 인상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 금리 인상의 부정적 여파를 상쇄하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양적인 관점에서의 성장률 제고가 중요한 상황이 아니다. 성장률, 수출증가율 등 총괄지표만 놓고 보면 우리 경제가 처한 문제는 나타나지 않는다.현재의 정책은 지역별, 업종별, 종사자 지위별 그리고 연령별로(그 중 청년층) 극심하게 양극화된 경기 여건의 질적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양극화된 경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으로 추경이 편성되었어야 한다. 정부는 우선 급한 대로 현재 편성된 추경을 최대한 빨리 조기 집행해야 한다. 정부 예산도 상반기 집행률을 더 높여야 한다. 그리고 하반기 들어서 양극화 정도를 재평가하고 한번 더 추경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여의도에서 정치하시는 분들은 일을 하든 않든, 정치를 하든 정쟁만 하든 관계없이 매월 제 날짜에 정확하게 월급이 입금된다. 고성장세를 지속하는 일부 업종의 근로자들은 정해진 월급에 사상 최대 실적급까지 추가 지급 받는다. 그 이면에는 실적급은커녕 월급도 제대로 받아가지 못하는 다른 근로자들이 수두룩하다. 체감 경기 양극화,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본부장

2018-05-27 17:05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본부장

[브릿지 칼럼] 서민에 턱없이 높은 은행 문턱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어느 순간부터 은행에 대출을 연장하러 갈 때마다 매년 자동갱신이 가능했던 신용대출이 ‘더 이상 연장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가계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교육비·생활비 등으로 지출은 매년 늘어나 금융권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가계부채 규모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걱정스러운 언론 보도들이 쏟아지며 정부가 다양한 대출규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임대업자에 이자상환비율(RTI),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도입한 데 이어 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을 포함한 원리금상환액을 연 소득과 비교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총체적 상환능력비율(DSR)도 도입했다. 하지만 주택 마련, 자녀 교육비 등으로 지출할 곳이 많은데 수입은 제자리인 서민들 입장에서는 금융기관의 문을 두드려야만 해 답답하기만 하다. 물론 금융당국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계부실이 자칫 금융기관의 부실로 전이되는 경우 금융시장의 혼란이 초래되는 시스템 위기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강도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강도 높게 죄다 보니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에 실패한 청년 미취업자, 직장을 잃고 가계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중장년 실업자들은 당장 생활자금 마련이 걱정인 신세다. 특히 이들로부터 작년 11조2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은행은 여전히 높은 문턱일 수밖에 없다. 저신용자가 대부분인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에게 조금이나마 자금을 빌려주는 대부업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부업 이용자 중 7~10등급의 저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5.6%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얼마나 대부업 자금에 목말라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반면 은행 신용대출 이용자 중 7~10등급 이용자는 전체의 4.1%에 불과하다.금융당국은 상호저축은행의 과다한 고금리대출 편중과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이자율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뛰어들지 않는 이들 저신용자 시장에 있어서 저축은행과 대부업은 사막의 오아시스일지도 모른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저신용자에 대한 과다한 금리부과를 비판하려면 조달비용과 정보 등의 측면에서 이들에 비해 훨씬 우위에 있는 은행이 이들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저신용자 대출이 중심인 대부업체의 신용대출연체율이 2017년 6월 기준 4.8%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이 시장 또한 은행이 진입하기 두려워해야 하는 시장은 아니다. 은행의 문턱을 저신용자까지 낮춰 이들이 상대적으로 대부업 등 여타 금융업보다 낮은 금리로 생활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금융당국이나 은행은 이들 저신용자가 신용등급이 낮아 부실시 은행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7등급 이하의 신용대출 비중은 2017년 9월 기준 전체의 25.3%에 불과하다. 이를 모두 은행이 취급한다고 가정하고 이중 약 5% 정도가 연체한다고 계산해도 은행의 대손상각액은 최대 약 1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작년 은행권 전체 순이익의 10%에 불과하다. 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생활비로 인해, 어느 금융기관도 상대를 해주지 않아 대부업이나 저축은행의 고금리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에게는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2018-05-24 15:51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LPG차 사용제한' 폐지 우려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이 미세먼지 저감대책의 일환으로 LPG 차량 사용제한을 조기 폐지하는 등의 ‘6.13 지방선거 공약’을 발표해 석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미세먼지 저감대책은 2022년까지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촉진을 통한 경유차 감축 △운행 경유차에 대한 LPG엔진 개조사업 추진 △LPG 차량 사용제한 조기 폐지 △노후 경유화물차의 LPG 전환 추진 등이다. 이에 미세먼지와 지방선거라는 이슈를 활용해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적으로 정책이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LPG 차량 사용제한 완화(폐지)의 경우, 그동안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의원입법을 통해 추진해 오던 사항이다. 현행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LPG의 수급, 사용상의 안전관리,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자동차 또는 사용자에 대한 액화석유가스 사용 허가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택시, 렌터카, 장애인 차량 등 일부 차종과 사용자에 대해서만 LPG사용을 허용하고 있다.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1600㏄ 미만의 승용차에 대해 LPG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한 바 있으며,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LPG차 등록 후 3년이 경과한 차량에 대해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LPG 사용제한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완화하려 하고 있다.이찬열 의원의 입법으로 2017년 1월 1일부터 5년이 경과한 차량에 대한 LPG 사용제한이 완화되면서 택시, 렌터카 및 장애인 보유 LPG 차량은 일반인에 대한 매매가 가능해졌으나 아이러니하게 개정 이후에도 LPG 차량은 감소 추세에 있다.택시 업계는 5년간 주행한 차량은 사실상 일반인에 대한 매매가 불가능하고, 실제로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택시 차령이 도래하기 전에 차량을 교체하거나 폐차하기 때문에 동법의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이 의원의 LPG 사용제한 기간 축소 법안은 현재 국회 산자위에 계류 중에 있는데,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 3단체는 이 법안의 입법화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그 이유로 첫 번째는 LPG 사용제한은 사회적 배려대상자에게 낮은 세율의 LPG 사용을 허용해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인데, 일반인에게도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다음으로 LPG차 소유자들이 낮은 세율의 LPG 사용이라는 특혜를 받고 있음에도 3년마다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사익추구 수단으로 부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셋째, LPG차 사용제한 완화 시 LPG 연료의 낮은 세율로 경유차가 아닌 휘발유 차량의 대체가 예상돼 연간 23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따라서 LPG 사용제한 폐지를 추진하려면 과도하게 낮은 수송용 LPG의 세율 정상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또 고속 주행 시, LPG 차량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휘발유 차량보다 높다는 주장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8-05-23 16:31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적폐청산과 개구리 요리

김우일 대우Mamp;A 대표과거 정부가 저질러 놓은 무분별한 국가정책과 부패비리사례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문재인정부는 과거지향을 탓하는 일부의 따가운 비판을 받아가면서도 적폐청산에 열심이다.국가, 기업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조직에 가장 무서운 암세포가 바로 부패와 비리의 만연이다.이는 이슬비에 옷이 젖듯이 조직스스로 인식못한채 서서히 죽게만드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암조직과 다름없다.암조직은 내부의 잘못된 습관과 자극에 의해 정상조직이 스스로 변화된 조직으로 또 다른 세포이다. 정상조직을 서서히 은밀하게 파괴해 들어가는 침식자이기에 처음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말기가 되어야 증상을 나타내는 침묵의 살인자이다.프랑스에 유명한 ‘삶은 개구리’ 요리가 있다.손님이 있는 식탁 위에서 개구리를 산채로 조리 하는 것이다. 이때 물이 너무 뜨거우면 개구리가 펄쩍 튀어나오기 때문에 처음에는 개구리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의 물을 부어둔다. 그러면 개구리는 아주 기분 좋은 듯이 가만히 있다. 이때부터 점점 물을 더 가열하면 개구리는 자기가 삶아지고있다는 것도 모른채 기분좋게 서서히 죽어간다는 것이다.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이 정도면 편안하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지금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그럭저럭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당장 눈앞의 쾌락과 황금에 눈이 어두워 부패비리에 첫손을 대면 첫술에 참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가진다.첫술에 뜨는 부패와 비리의 쾌감에 신경이 중독되면 끊을수 없는 유혹에 넘어가기 십상이다. 아편과 같다. 처음에는 이것이 독약인지도 모른다. 그냥 쾌락만능에 빠져 기분 좋게 있다가 부패와 비리가 만연되면 종국에는 모래탑 무너지듯이 국가, 기업조직이 붕괴돼버리는 것이다.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국가패망의 뒤안길에는 꼭 부패와 비리라는 암세포가 만연해 펴져있었기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고대의 로마제국, 중국 통일진나라, 통일 신라, 근대의 조선, 중국 국민당 정부 등도 모두가 부패와 비리에 의해 무너졌다.작금의 우리나라는 경제, 안보, 사회, 생활이라는 4대 큰 흐름에서 모두 위기를 맞고 있다. 이 4대 시스템에 장애가 생긴것은 과거 정권이 만들어낸 만연된 부패와 비리와 그 후유증에 따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상류층 튄 흙탕물은 금새 아래 시냇물도 흙탕물로 만들기 때문이다이 4대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은 다름아닌 그 원인인 부패와 비리를 가능하게하는 시스템을 제거하는 것이다. 원인을 제거하면 서서히 모든 흐름이 안정된다.이 4가지 흐름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 연결되어 흐르기에 막혀있는 부패·비리의 덩어리를 제거하면 깨끗한 상호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것 없이 미래의 물줄기를 깨끗하게 할 수가 없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연구하며 기업의 멸망원인을 통계로 내 분석해본 적이 있다.수많은 기업이 명멸하며 전문가는 수많은 원인을 거론한다.첫째, 시장변화에 대한 유연성부족, 둘째 기술취약, 셋째 경쟁사의 공격, 넷째 무리한 투자, 다섯째 경영자의 자질부족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고는 한다. 물론 기업의 멸망은 한가지의 원인에 기인하기보다는 복합적인 여러 원인이 승수효과를 낸다고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기업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수많은 표면적 원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이 내재한다고 본다. 경험해보면 무너진 기업은 대부분 다음 수순을 밟고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오래 동안의 내재된 은밀한 부패·비리 온상위에 갑작스런 경영의 외부환경변화가 덧칠해진 것이다. 오래 동안의 부패·비리시스템이 자리해온 조직은 갑작스런 경영변화에 적응이 어렵기 때문이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8-05-21 06:00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칼의 도시' 명품 스토리텔링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주방용 칼의 수요는 엄청나다. 세계인들에게 사랑 받는 명품 칼은 대부분 철강 산업이 앞선 국가에서 생산된다. 독일의 헹켈, 보커 브랜드는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할 만큼 인기가 높다. 영국의 세필드, 일본의 세키 지역 역시 명품 칼의 생산지로 유명하다.주방용 칼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쌍둥이 칼은 독일 헹켈사의 제품이다. 헹켈은 1731년 설립된 장수기업이다. 헹켈이 소재한 졸링겐시(市)에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나이프 제조 기술과 노하우, 아이디어를 서로 이전하는 클러스터파워를 형성하며 세계 칼 시장을 주도해왔다.헹켈은 독일의 대표적인 미텔슈탄트(Mittelstand)다. 독일 특유의 장인정신과 기술력을 겸비한 작지만 강한 기업이란 의미다. 헹켈이 미텔슈탄트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졸링겐에서 좋은 철이 많이 생산된 덕분이다. 그 원산지는 티센크루프 등의 철강기업이다.헹켈의 강점은 전통적인 무쇠 칼의 절삭력과 녹이 안 슬고 위생적인 스테인리스의 장점을 배합해 단단하면서도 날카로운 명품 칼을 만들어 내는 기술력에 있다. 헹켈의 쌍둥이 칼이 명품으로 이름값을 하는 데는 전략적인 스토리텔링과 행정관청의 아낌 없는 지원이 한몫했다. 헹켈의 스토리텔링은 창립 285주년 기념행사에서 잘 드러났다.“다마스커스 107은 철강야금기술의 결정판입니다. 뮌스터브리지의 강철 부품을 교체하던 중 우연히 떨어진 소량의 철을 녹여 단 285개의 나이프만 생산했습니다.”한 자루에 300만원이 넘는 한정판 주방용 칼을 출시하면서 헹켈이 내놓은 광고 카피다. 한정판 칼의 표면에는 고유의 물결무늬가 새겨져 있다. 칼날 20㎝, 손잡이 13.5㎝에 불과한 285개의 칼은 소장 가치가 높아 전세계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헹켈이 1897년에 완공된 437m에 불과한 ‘뮌스터브리지’를 스토리텔링 소재로 삼은 이유는 뮌스터브리지가 파리의 에펠탑(1889년) 못지않은 철 구조물이며, 독일에서 가장 높은(107m)곳에 설치된 당대의 훌륭한 철도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근대 독일의 황제, 빌헬름의 이름을 처음 붙인 다리였다는 점을 활용해 독일인들의 자존감을 환기시켰다. 107의 숫자는 뮌스터브리지의 높이를 의미한다. 생산제품을 285개로 한정한 것은 헹켈의 창립 연령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졸링겐도 헹겔의 명성에 한몫했다. 도심에 칼 박물관을 설치하고, 박물관 뜰에는 나이프, 스푼, 포크, 가위 형상의 다양한 조각물을 전시하는 등 졸링겐을 칼의 도시로 브랜드화했다. 그 덕택인지 헹켈은 16만여명의 지역 시민을 먹여 살릴 정도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정주영 회장이 500원 지폐에 인쇄된 거북선을 보여주면서 “한국은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선 1500년대에 거북선을 만들어냈고, 이 거북선으로 일본과의 전쟁에서 이겼다. 한국의 잠재력이 바로 이 돈 안에 담겨있다”고 했던 일화는 역사적 사실을 스토리텔링으로 이끌어내 영국으로부터 조선소 건립 차관을 끌어낸 멋진 아이디어였다.“졸링겐에 가거든 칼을 사와야 한다”는 입소문은 달콤한 스토리텔링이 거드는 탓이다. 이제라도 기업마다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생산제품의 가치를 드높여야 한다.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8-05-17 15:34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인생 이모작의 숨은 뜻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장수혁명으로 은퇴 후 인생 이모작이란 새로운 삶의 사이클이 생겼다. 이모작(二毛作)이란 단일 경작지에서 서로 다른 작물을 1년에 번갈아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작물을 두 번 재배하는 이기작(二期作)과는 구별된다. 왜 이기작이 아니고 이모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을까? 그렇다, 여기엔 인생 2막은 인생 1막과 확연히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인생 2막에서는 인생 1막과 어떻게 다르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첫째, 외부지향이 아닌, 철저히 자신을 향한 자아실현이다. 은퇴 전에는 가족부양을 위하여 직업 혹은 직장을 택해 회사인간으로 살았다. 성공하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중압감에 자신은 없었다. 은퇴 후에는 잊고 있었던 자신을 되찾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숨어 있는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굴하고 장점을 특화하여 자아실현을 하는 시기이다. 타인이 아닌 자신이 중심이 되어 인생을 즐기자.둘째, 인생의 목표가 성공보다는 성장(성숙)이다. 출세하고 돈을 많이 버는 성공이 은퇴 전 인생의 목표였다면 은퇴 후에는 성장이다. 평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 톨스토이는 “성장이란 나 자신이 더 나아지는 것, 끊임없이 더욱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자신을 알고 이해하고,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최선의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며, 이것이 인생의 진정한 의미라 했다. 김형석 교수도 “나이 60이 되기 전에는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라고 했다.셋째, 채움보다 비우는 용기가 필요하다. 행복을 측정하는 행복지수는 ‘원하는 것’을 분모로, ‘가지는 것’을 분자로 표기한다. 은퇴 전에는 욕망 위주의 삶으로 살다 보니 ‘원하는 것’과 ‘가지는 것’ 모두가 많았다. 은퇴 후에는 ‘가지는 것’이 더는 어려워진다. ‘원하는 것’을 줄여야만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 마음을 내려놓는 비움의 용기가 필요하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높임이 아닌 낮춤, 경쟁이 아닌 나눔과 봉사, 즉 상생의 삶을 살아야 한다.마지막으로, 지식보다는 지혜로 살자.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아집, 편견과 고정관념의 벽에 갇혀 있다. 은퇴 전에 쌓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자칫 이 벽을 더욱 두껍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지혜는 삶의 과정에서 부딪히며 오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얻을 수 있는 통찰력이다. 지금까지 터득한 연륜의 가치인 지혜를 전수하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어른의 역할을 해야 할 시기이다.우리가 즐겨 이용하는 해외여행에는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모든 일정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여행이 좋기는 하나 사전에 충분한 준비 없이는 여행할 수 없는 제약이 따른다. 우리네 인생도 비슷하다. 은퇴 전에는 연령대별로 진학, 취업, 결혼, 자녀 성장과 독립이라는 생애 목표가 있어 남의 눈치 보며 적당히 따라다니면 되는 패키지여행이다.은퇴 이후에는 보편적인 생애 목표가 존재하지 않아 다르다. 스스로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 계획을 수립해 자기 주도형으로 살아야 하는 자유여행이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18-05-16 15:14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