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제값 발주' 건설문화 정착해야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일 2018-05-28 15:38 수정일 2018-05-28 15:39 발행일 2018-05-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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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건설업계는 적정공사비 문제로 시끄럽다. 공공 건설공사의 적자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 그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오는 31일에는 우리나라 건설 관련 모든 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공공공사 공사비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전국 건설인 대국민 호소대회를 갖는다고 한다.

건설업계가 국회 앞에 가서 호소하는 상황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예산을 급격하게 축소함에 따라 건설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실제 2017년 하반기부터 건설투자 및 건설수주 등 모든 건설지표들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2월까지 건설수주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나 축소됐다. 국내 건설업체 중 97.3%가 공공공사에 크게 의존하는 중소건설업체들이고, 약 1만2000개의 종합건설업체 중 오직 공공공사만 수행하는 업체만도 30%가 넘는다.

이렇다 보니 공공공사의 축소에 따른 신규 수주가 없는 가운데 공공공사의 비정상적인 공사비 문제가 지속되면서 건설산업 전체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좀더 살펴보면, 공공공사의 실제 공사수익 대비 공사비지출 비율 즉, 실행률을 보면, 건설업계가 적정공사비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 준공된 공공공사들의 실행률은 139개 공사 중 49개 공사 즉, 37.7%에 해당하는 공사가 실행률 100%를 넘는 적자 공사들이다. 건설공사 수행에 필요한 일반관리비와 최소의 공사이윤을 합산한 추정총공사원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전체의 68.5%가 적자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공공사를 수행하면 할수록 건설업체의 경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공공공사만을 수행하는 건설업체의 2016년 기준 매출액영업이이률은 -24.57%를 기록했다. 2007년 공공공사만을 수행하는 건설업체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12.86%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10년간 공공공사의 비정상화가 심화됐음을 알 수 있다.

비정상적인 공사비가 책정되는 데에는 공공공사의 공사비 산정하는 절차 상의 문제가 크다.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검토를 하는 단계로부터 조달청의 총사업비검토, 발주기관의 자체적인 검토 그리고 다시 기재부 예산검토 등 발주 이전의 일련의 공사비 책정과정에서 공사비는 축소돼 발주 이전 단계에서만 설계가격 대비 평균 13.5%가 삭감되고 있다. 여기에 입찰과정에서 법에서 정한 원도급 계약의 낙찰률, 하도급계약 낙찰률을 적용하게 되면, 결국, 건설업체는 초기 사업비 추정가격 대비 50∼70%수준에서 수주하게 된다. 여기에 공공발주기관들이 낙찰된 이후에도 시공 중에 발생하는 각종 공사비 증액요인을 시공업체에 전가하는 등 불공정한 행위가 더해져 공사를 수행하고 나면 적자만 남게 되는 구조다.

적자의 공공공사의 문제는 단순한 건설업체 경영악화의 요인이라는 점에 있지 않다. 준공된 공공공사 시설물의 실질적인 이용자는 국민들이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공사비로 수행된 공공공사는 국민들의 시설물을 이용하는 편익을 감소시키고 안전에도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