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광주형 자동차 공장' 성공 시키자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8-06-07 15:20 수정일 2018-06-07 15:21 발행일 2018-06-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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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최근 전남 광주시가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 공장 계획을 발표했다. 광주형 자동차 공장은 근로자의 임금을 대폭 낮춰(연 4000만원대) 여러 메이커의 다양한 차종을 위탁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주주인 광주시와 함께 현대차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형태를 이루고, 시민펀드 등 다양한 모금을 통해 약 5000억원의 자금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이 공장에서는 2021년 정도를 시작으로 연간 약 10만대의 차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델은 기아차의 경차인 모닝과 레이를 위탁생산하는 동희오토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경차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어 근로자 연봉이 높지 않은 협력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형식으로 수익을 보전하고 있다. 이러한 위탁생산은 주로 경차와 경소형차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광주시의 모델이 동희오토와 다른 점은 한 메이커의 차종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문형 메이커 차종을 생산할 수 있으며, 지자체가 대주주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 산업은 위기에 빠져 있다. 고비용·저생산·저효율 구조는 오랜 기간 유지돼 오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도 기업의 경영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이고 조만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법인세 인상 등 반기업적인 성격의 제도가 즐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형 자동차 공장 모델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위기 돌파구가 될 전망이지만, 최근 현대차그룹이 이 사업에 대한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본인들의 먹거리를 빼앗긴다는 논리로 반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모델이 실패한다면 국내 투자는 고사하고 해외생산 비율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군산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과 회생 기회를 광주시가 뺏어간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한국지엠은 이미 수년 전부터 문제가 제기돼 온 반면, 광주시는 약 5년 전부터 연간 100만대 신차 생산을 목표로 지자체와 산학연관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정부도 이 모델을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 들이고, 군산공장 역시 이를 벤치마킹해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발판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번 사업을 기존 자동차 생산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 다양한 차종을 위탁생산하기 위해서는 가성비가 좋은 모델을 찾아야 하고, 효율성과 수익률을 고려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특히 대량 생산체제가 아닌 소량 다품종 생산 등이 가능한 유연성이 필요하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포함해 생산제품의 다양성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위해 국민펀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현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현대차그룹도 노조 반발 등 외부의 움직임에 흔들리지 말아야 하며, 다른 기업들도 십시일반으로 능력을 보태 광주형 자동차 공장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정부도 쳐다만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 물론 노동자 친화적인 현 정부에게서 이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업이 최악의 상태에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자생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실사 결과를 보지도 않고 8000억원의 혈세를 한국지엠에 쏟기로 결정한 정부는 더 이상 우를 범하지 말고 사안의 중대성을 깨달았으면 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