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정부 손떼야 지방소멸 막는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8-06-10 15:07 수정일 2018-06-10 15:07 발행일 2018-06-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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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요즘 농촌엔 사람이 없다. 논과 들, 집은 그대로인데 인적은 끊겼다. 오가는 사람은 노구의 고령인구뿐이다. 그나마 갈수록 발걸음조차 줄어든다. 이대로면 조만간 한국농촌 태반은 유령마을로 전락한다. 평균으로 한국은 이제 막 고령사회(고령인구/전체인구=14%↑)에 진입했으되 농촌사회는 대부분 고령인구 비중이 30~40%를 웃돈다. 20%인 초고령사회를 한참 넘겼다. 고령인구의 자연감소로 소산다사(少産多死)가 시작되고 지금처럼 청년그룹의 인구유출이 계속되면 농촌소멸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번 지방선거의 주요화두는 인구댐의 구축과제다. 댐처럼 유출장벽을 설치해 사람이 떠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관심과 의지는 높다. 선거시즌과 맞물려 강조되고 있어서다. 파급력이 거센 절체절명의 지역현안이라 대안모색이 절실하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지금이 고향소멸을 저지할 적기이자 호기다. 선거가 끝나면 내팽개쳐지는 유야무야된 사안은 셀 수 없이 많다. 지역부활을 확실하게 요구하고, 또 이를 실천할 강력한 리더십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굳이 선거시즌이 아니라도 지역소멸 방지대책은 지방권역의 운명을 가를 중차대한 과제다. 여유를 부릴 겨를이 없다. 방치하고 지체할수록 혹독하고 값비싼 대가만 있을 뿐이다. 정치권력이라면 직업으로서 본인의 정치생명을 위해서라도 인구대책은 절실하다. 놔두면 정치적 일자리가 사라진다. 직업정치도 인구규모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법이다. 사람이 줄면 선거구·지자체는 흡수·합병될 수밖에 없다. 본인을 위해서도, 지역을 위해서도 인구댐의 구축과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인 셈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댐을 누가 어떻게 쌓을지가 관건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댐만이 유출을 줄이고 유입을 늘린다. 주역은 이해관계 당사자다. 지역에 삶을 올곧이 넣은 당사자가 주역이 될 때 댐은 강력해진다. 중앙권력은 버릴 패다. 중앙은 지역문제에 왈가왈부해선 곤란하다. 돈(교부·지원금)으로 통제하려는 관성은 적폐다. 정치·관료주도의 정실(情實)적인 재정투입은 일부 토호만 배불리고 다수 주민을 방치했다. 반복한다면 희망은 없다. 이번 지방선거의 대결이슈는 그래서 지방분권이다.

지역재생의 주연은 해당지방이다. 중앙권력은 조연이면 족하다. 지방선거로 선출될 새 리더십은 적어도 지역재생만은 중앙과 독립해 추진될 것임을 선언해야 한다. 낮은 재정자립이 종속의 유혹이 되겠지만 이게 반복되면 부활실험은 출발부터 삐그덕거린다. 도움은 받되 자율·자립·자치가 뼈대일 수밖에 없다. 부수고 짓고 돈 뿌리는 과거 중앙주도의 책상머리 재생전략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절실한 지역주민이 스스로 재생주체가 되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게 관의 존재이유다.

인구댐은 발주, 시행, 시공, 수혜가 지역주체일 때 성공한다. 즉 지역재생 프로젝트는 지역마다 달라야 한다. 각 지역의 특색을 감안할 때 일괄·표준모델은 적용불가다. 250여 기초지자체 숫자만큼 인구댐은 제각각 기획·실천·평가·반복되는 게 옳다. 지역자원의 재발견은 중앙·관료주도로 결코 담보할 수 없다. 이 접근법은 예전에도 틀렸고 지금도 틀리다. 성공했다면 빈집천지의 지역소멸은 없었을 터다. ‘새 술은 새 부대’다. 중앙은 손을 떼는 게 좋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