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비트코인 광풍, 이대로 놔둬선 안된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입력일 2017-12-27 14:52 수정일 2017-12-27 14:54 발행일 2017-12-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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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완 총괄본부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1600년대 네덜란드. 한 원예업자가 지중해 연안에서 야생화 하나를 발견했다. 알뿌리 다년생 꽃인데, 조금만 손을 보면 상품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뿌리를 구해 품종개량에 성공했고, 드디어 탐스럽고 색도 예쁜 원예종 꽃으로 만들어냈다. 귀족들의 ‘필수템’이 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평민들 사이에서도 이 꽃은 절대지존이 되었다. 귀족의 하녀와 정원사들에 까지도 유행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공급 물량이 달리기 시작했다. 품귀에 가까울 정도가 되었고, 당연히 가격은 올랐다. 값까지 올라줘서 투자 아이템으로도 그만이었다. 이때부터 투기가 시작되었다. 새 품종이 나올 때마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급기야 알뿌리 하나가 말 4마리가 끄는 최고급 마차 값이 되었다. 요즘으로 치면 최고급 벤츠 값이 된 것이다.

이것이 ‘튤립 버블’이다. 물론 버블은 꺼졌고, 튤립은 알뿌리 하나에 3000원 하는 원래의 원예종 꽃으로 돌아갔다. 많은 사람들이 손실을 입었다. 버블 붕괴는 네덜란드 전역을 강타했고 경제가 휘청거렸다. 물론 경제적 손실만 있던 것은 아니다. 이런 버블이 네덜란드 원예기술 발전을 가져왔고, 지금 세계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원천이 되었다.

비트코인이 광풍이다. 이런 광풍을 두고 견해가 엇갈린다. 1990년대 말~2000년 대초 코스닥 열풍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대표적이다. 수익모델이 없던 포털이나 벤처기업들이 지금은 어엿한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모양을 갖췄다. 그 와중에 이슬처럼 사라진 기업들도 많지만 그런 일은 벤처사업의 본질이다. 비트코인도 지금은 별로 쓰임이 없지만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모른다는 논리다.

비트코인은 투기적 환상에 불과하다는 쪽도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등이 그렇다. 이들은 비트코인이 그 이름과는 달리 통화가 될 수 없다고 본다. 먼저 법정 통화는 통화당국이 절대 인정할 리가 없다. 그럼 민간 통화가 되어야 하는데 민간 통화는 소금이나 금처럼 본질적인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데 그것을 돈이라고 받을 사람은 없다. 돈이 아니면 투자자산이 되어야 한다. 어딘가 투자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배당을 하든 이자를 주든 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그것도 없다. 결국 튤립만도 못한 것이다.

묘한 물건이다. 돈도 아니고 투자자산도 아닌데 가격은 벤츠 값은 아니어도 경차 값을 넘어선 지 오래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 튤립만도 못한 물건에 빠져 경차 한 대를 기꺼이 포기한다. 어찌 해야 할까. 없애야(거래금지, ICO 불허)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민간 시장에서 하는 일에 정부가 왜 끼어드냐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이 미래에 어떤 물건이 될지 모르니 없애서는 안된다. 거래도 자유롭게 해 줘야하고, ICO도 적극 장려해야 한다. 다만 이것이 이미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거래의 안전성은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 ICO에 대해 주식 IPO와 비슷한 규제를 만들어서 건전한 ICO가 되도록 해야 한다.(사기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거래소도 적정한 규제를 해야 한다. 방법이야 찾으면 찾아진다. 이 묘한 물건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가 중요하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