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인구문제 해결할 '인구부총리' 절실하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7-10-19 15:24 수정일 2017-10-19 15:25 발행일 2017-10-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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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도덕 없는 경제’는 오래가지 못한다. 고장 난 자본주의의 교훈이다. 이보다 더한 게 ‘철학 없는 정치’다. 사고체계가 없거나 멈춰선 정치철학은 무엇보다 위험하다. 경기불황은 한 사회를 흔들고 끝나지만, 정치부재는 국가운명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뭣이 옳고 뭣이 중한지조차 모른다면 철학이랄 것도 없다. 과연 우리는 ‘철학 있는 정치’라 자부할 수 있을까? 아무리 둘러봐도 대답은 부정적이다. 오직 눈앞의 이권 앞에서만 머릿속 계산기가 빨라지는 사회라면 안타깝지만 미래는 없다.

인구해법은 결코 쉽잖다. 대단히 복잡하고 지난하며 오랫동안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기에 그만큼 근원적인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저런 당면한 고려사항을 모두 생각할수록 인구갈등의 해법모색은 멀어진다. 지금 한국사회가 딱 이 모습이다. 인구문제의 심각성은 높아졌지만, 구체성은 되레 옅어졌다. 총론엔 찬성하되 각론은 분열 천지다.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이권에 따른 자기주장만 난무한다. 아무리 둘러봐도 인구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성과 의지는 찾기 어렵다.

이런 때 필요한 게 명확하고 확실한 철학이다. 지속가능한 한국사회를 미래세대에 물려주겠다는 철학 없이 이쪽저쪽에서 던져지는 견제와 압박을 피할 수 없다. 그토록 중시하는 명분조차 완벽하건만 이렇듯 인구정책이 지지부진한 건 철학 부재 없이 설명하기 어렵다. 인구정책은 퍼주기 식의 인기영합으로 유지될 수 없다. 한정된 자원의 배분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발과 거부, 그리고 저항은 필연적이다. 이를 뛰어넘지 않고선 개별구성원의 합리적인 선택인 출산파업은 저지하기 힘들다.

인구정책은 애초부터 이중삼중의 허들을 통과해야 한다. 세대정책인 까닭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상당수준의 자원투입이 불가피하며, 무엇보다 정책을 입안하는 공무원들에게 성과유인이 별로 없다. 당장 조직을 키우고 예산을 따내는 게 관료사회의 절대선인 상황에서 먼 훗날에야 성과가 확인되는 인구정책은 결코 따뜻하지도 달콤하지도 않다. 한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인구정책의 투입대비 산출효과가 낮은 이유다. 그럼에도 손 놓고 있어선 곤란하다. 옷이 다 젖은 후에 우산을 찾아본들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절실한 건 강력한 정책실현의 철학을 갖춘 확고부동한 정치리더십이다. 범접하기 어려운 리더십이 전제될 때 이해관계의 조정과 장기적 정책의 입안과 실현이 가능하다. 지지부진한 진도를 빼자면 리더의 일갈과 이를 뒷받침할 실행제도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 국민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무관심한 방임은 두고두고 국가의 뒷덜미를 잡을 수밖에 없다.

인구문제의 해결에 어정쩡한 대증요법은 곤란하다는 게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대통령제하에서 1인자인 대통령이 직접 총대를 메지 못한다면 그 다음의 권위·권력을 갖춘 책임자라도 지정해 인구문제를 전담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가칭 ‘인구부총리’의 제안이다.

이 정도가 아니라면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우선순위를 조정하기 어렵다. 중앙부처를 실질적으로 호령함으로써 인구문제의 진정성과 철학수립은 가능해진다. 주지하듯 한국의 인구문제는 세계적인 관심사다. 이토록 절망적인 인구변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처음 있는 일이다. 엄청난 문제는 엄청난 의지와 실력이 아니면 해결하기 어려운 법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