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한미 경제성장률 역전의 의미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8-07-30 15:13 수정일 2018-07-30 15:14 발행일 2018-07-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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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4%로 발표됐다. 금년에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에 한국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2분기 성장률을 2.9%로 발표했다. 한미 경제성장률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12배 이상 큰 경제규모를 갖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성장률 역전은 사실상 처음이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정책의 차이가 이러한 결과를 낳는데 일조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이 유례 없는 경제활황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친시장, 친기업 정책이 있다. 감세와 규제완화를 양 축으로 하는 ‘트럼프노믹스의 승리’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를 단행해 기업비용을 줄이고 투자의욕을 되살렸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줄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세율 22%보다 낮다. 개인소득세, 사업소득세, 상속세도 대폭 경감했다. 해외 보유 현금을 미국에 들여올 경우 적용하는 세율도 8∼15.5%로 낮췄다. 2조 600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현금의 상당액이 환류되고 있다. 약 1000개에 달하는 각종 규제를 혁파해 규제비용을 44억 달러 줄였다. 환경, 노동, 금융 등 기업활동에 직결되는 주요 규제를 들어내 경제의 불확실성을 대폭 제거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검증되지 않은 소득 주도 성장론으로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금년 16.4%, 내년 10.9%, 2년간 29% 최저임금을 인상함에 따라 자영업자와 영세사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월 이래 5개월 연속 월 취업자수가 10만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6월 제조업 일자리는 12만 6000명이 줄어 4월 이래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OECD는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이 매우 높아 국가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개혁이 성장률의 차이를 가져왔다. 유연한 채용과 해고가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활력을 견인하고 있다. 파산위기에 몰린 GM과 크라이슬러 자동차가 소생한 것은 유연한 고용구조와 이중임금제 도입 덕분이었다. 자동차산업 부활로 120만 명의 일자리 감소를 막고 350억 달러 세수 창출이 이루어졌다. 우리의 주력산업인 조선, 자동차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과 함께 경직적 노동시장이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다. 딜로이트컨설팅에 따르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2016년 2위에서 2020년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반면에 우리는 5위에서 인도에 자리를 내주고 6위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조선, 철강으로 대표되는 주력 제조업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생산성 지표는 일본, 독일의 경쟁업체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생산시간, 생산대수, 임금수준 등 주요 지표에서 비교열위에 있다.

최근에는 지난 5년간 한국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 호항이 끝나갈 조짐을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수출의 20%, 영업이익의 25%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정체는 우리에게 생존적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경제의 부가가치는 결국 기업이 창출한다. 친투자, 친기업 정책이 해법이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