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원 칼럼] 정부 규제보다 시장 호재가 더 강력했다

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8-08-20 07:00 수정일 2018-08-20 07:00 발행일 2018-08-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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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1년이 지났다. 강력한 대책으로 평가받았지만 결국 서울 집값은 잡지 못했다. 오히려 양극화만 심화시켰다. 하지만 지난 2일 국토교통부는 8.2 부동산 대책 1년 성과를 발표한 자리에서 “8.2 대책과 10.24 가계부채대책 등으로 투기 억제 실효성이 강화됐고, 다주택자에 대한 정상과세 실현 등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한때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던 서울 집값은 최근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 주와 동일하게 0.1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집값 오름세가 강남 3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새롭게 뜨고 있는 여의도를 비롯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강북을 포함한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지방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집값 하락세는 지속되고 ‘악성 미분양’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정부 규제가 서울 지방간 양극화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8·2 대책이 시행된 이후 생긴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강남권으로, 그리고 서울로 주택 수요가 더 몰리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일시적 거래절벽만 가져올 뿐 집값 안정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7일 기준 지난달 아파트 거래건수는 56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460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거래량은 급감했다. 그렇다면 집값도 떨어져야 된다. 그러나 오히려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매도자가 부르는 게 값이다.

재건축에 대한 규제 강화로 새로운 신규 주택이 공급되는 것을 막았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해 매물로 나올 공급까지 위축시켰다. 이에 반해 서울에 있는 집을 사겠다는 수요는 여전하다. 정부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규제를 강화하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비(非)강남권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여의도 개발 발표 사례에서 봤듯이 서울 주택시장은 잠잠하다가도 약간의 자극만으로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정부가 투기지역 대상을 확대하는 등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로 집값 안정을 쉽사리 예단하기 어렵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집값은 자연히 오르기 마련이다.

그동안 규제책 발표 이후 단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졌다가 다시 그 이상 회복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결국 부동산은 우상향 한다는 인식이 학습됐다. 강력한 규제책 반복에 따른 시장의 내성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개발 호재,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압력 증가, 공급 부족 등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