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건설업 특성 맞춘 근로시간 정책 필요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일 2018-03-12 15:14 수정일 2018-03-12 15:48 발행일 2018-03-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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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월 28일, 오랫동안 지지부진하게 논의되어 왔던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59%의 국민들이 잘된 일이라는 평가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의 노동강도 등 그동안 다른 선진국가들에 비해 근로시간이 많다는 문제제기가 지속되어 왔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을 두고 기업, 노동계 모두가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현행대로 휴일수당에 연장근로수당까지 중복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다수 법원 판결 내용과 달라 우려하고 있고, 기업들은 인력의 추가 고용 등 비용 상승에 대해 우려 한다. 이에 따라 이후 근로시간 단축의 적용에 있어서 많은 논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연장근로가 많은 업종들에 있어서는 벌써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전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시간의 예외 적용을 받던 업종들은 당장의 비용 상승 및 급격한 생산시간 연장 등을 우려하고 있다.

건설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건설산업은 ‘공사기간’이라는 정해진 기간 내에 공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업종이다. 이러한 공사기간은 국가 등 공공공사의 경우에는 건설업체가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 물론 법률에 정한 사유에 의해 계약기간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나 관행적으로 이를 쉽게 인정하지 않고, 상당부분은 시공하는 건설업체의 사유로 떠넘기기 일수다. 또 자체적으로 공사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해도, 추가적인 인력 및 자원의 투입에 따른 공사비의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주당 근로시간이 줄어 건설공사의 공사기간이 연장되면 공사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한 추가 인력, 장비 및 자재 등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및 임차료, 금융비용 등 각종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공사를 발주한 발주처들은 공사기간의 연장에 대해 국가계약법 상 정해진 재료비, 노무비 등 직접비에 대해서 지급해왔다. 반면 관리비용과 각종 자재, 장비 등의 간접비에 대해서는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계약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을(乙)’의 위치에 있는 건설업체가 발주처가 인정하지 않아 그대로 떠안는 사례가 많다.

특히 민간에서 발주한 공사는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증액된 공사비를 청구하기 더욱 어렵다. 공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비용에 민감한 민간 발주자들에게 공사기간의 연장에 따른 공사비 조정은 공공공사 보다 더욱 어렵다. 이로 인한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건설현장은 기후 변화 등 기상조건에 큰 영향을 받는 산업이다. 이로 인해 공사기간을 명확하게 산정하기도 어렵고, 산정된 공사기간도 불규칙한 변수가 많다. 공사기간의 유동성이 심한 현재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고정시켜 놓게 되면 그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는 산업이 ‘건설산업’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건설업의 생산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공사기간의 연장과 막대한 공사비의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숙련 인력’의 부족에 있다. 숙련된 기능인력이 부족해 비숙련 기능인력 고용이 늘고 이는 건설업의 인력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적용에 있어서 세심한 정책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