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미투 가해자의 '거짓말 심리'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18-04-01 16:05 수정일 2018-04-01 16:09 발행일 2018-04-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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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최근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으로 궁지에 몰린 정봉주 전 의원이 성추행 의혹에 대한 ‘거짓 해명’을 시인하고 “서울시장 선거에 불출마해 자숙하며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문제가 드러났을 때 “잘못했습니다. 가볍게 이뤄진 저의 행동을 깊이 반성합니다”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공직자나 연예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잘못할 수도,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자신들의 잘못을 부정하고 은폐하기 급급해 거짓말이 도구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핑퐁외교로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해 미국 외교사에 한 획을 그었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2년 6월 터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했다. 닉슨의 재선을 위한 비밀공작 요원들이 상대 당인 민주당의 선거운동본부가 위치한 워터게이트 호텔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닉슨은 줄곧 그 일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만약 닉슨이 도청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면 그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당시 미국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야당후보 도청보다 닉슨의 거짓말이 결정타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닉슨은 끝까지 자기반성을 하지 않았다. 닉슨의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I am not a crook)라는 발언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정치적 거짓말로 남아 있다.

거짓말은 기업 활동에도 위기를 초래한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자신의 폭언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한번의 질타로 정리됐을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고 승무원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했으며 심지어 진실 은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말았다. 진실을 말했으면 사과 한번으로 끝났을 일이 거짓말을 함으로써 거듭 사과해도 용서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위험부담을 안고서도 계속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자신의 자존감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거나 비난받을 상황에 직면하면 자신의 견해나 행동 방침을 바꾸기보다는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훨씬 더 완강해진다. 논박의 여지가 없는 증거조차 자기정당화라는 심리적 갑옷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러한 매커니즘은 자기고양 편향(Self-serving Bias)에 의해 형성된다. 이기적 편향, 자기위주 편향 등으로도 불리는데 성공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는 반면 실패에 대한 책임은 부정하는 것을 말한다. 잘된 일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모든 공을 돌리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려 하지만 문제점에 대해서는 경제 상황이나 남의 탓을 하는 등 외부 요인의 영향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잘못보다 더 위험한 것은 거짓말이다. 잘못을 했으면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의 자리를 잃을 수도 있지만 용서받을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인정 사회이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반성에 약하다. 무엇보다 거짓말을 하는 자신에게 떳떳해야 되지 않을까.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