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다스'는 어떻게 태어났나

김우일 대우M&A 대표
입력일 2018-03-15 17:00 수정일 2018-03-15 17:00 발행일 2018-03-15 23면
인쇄아이콘
김우일 대우M&A 대표
김우일 대우M&A 대표

‘다스’라는 회사가 정치권을 비롯해 전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질적인 오너이면서도 차명으로 위장해놓고 수렴청정, 막후에서 경영관리를 해왔다는 의혹이 점점 더 사실로 밝혀지는 듯하다.

검찰의 수사와 주변인의 진술들을 종합해보면 삼척동자라도 그 진실을 짐작할 수 있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대기업시장, 서울시장, 대통령을 지낸 지도자가 왜 이런 위장기업을 몰래 만들고 뒤에서 조종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내보고 싶다.

필자는 1976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00년 대우그룹붕괴시까지 재벌그룹의 경영관리를 담당했다.

1976년은 박정희대통령이 국가경제성장을 위해 재벌위주의 산업정책을 한참 펴던 시기였다.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파급효과가 큰 재벌을 수출전위 부대로 육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같은 정책을 발판 삼아 재벌기업은 엄청난 규모의 부를 독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의 편중현상은 빈부격차의 확대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를 막기위해 정권은 한손으로는 재벌의 장려정책을, 다른 한손으로는 재벌의 확장규제정책을 병행해 시행했다.

공정거래법, 세법, 여신관리규정 등 특별법을 만들어 재벌총수의 무분별한 문어발확장을 엄격히 규제했다.

심지어는 재벌마다 주력 업종, 비주력 업종을 선택하게 해 비주력 업종에는 아예 진출을 못하게 했다. 위반시는 대출금리를 높이고, 범칙금 등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시너지 효과 때문에 연관 비주력 사업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던 재벌은 불가피하게 위장전술을 구사했다. 이른바 위장계열사이다. 또한 CASH COW 역할을 하는 알짜기업도 총수의 사유화를 위해 위장계열사로 만들곤 했다.

실질적으로는 재벌의 계열사이지만 주주명에는 차명으로 다른 사람이름을 빌려 경영을 한 것이다.

90년대만 해도 재계 순위 30위권 안에 드는 재벌 그룹들은 적게는 20여 개, 많게는 100여 개 이상의 위장계열사를 운영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매년 초의 공정거래위원회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재벌의 위장계열사 찾기였다. 재벌은 위장계열사들을 꼭꼭 숨기고, 정부는 찾아내려는 숨바꼭질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대그룹의 CEO를 역임했기에 이런 재벌의 생태를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또 지도층 인사의 치부(致富)를 터부시하는 우리나라의 국민정서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스라는 기업은 현대자동차의 납품회사로서 수익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차명으로라도 기업을 소유하려는 유혹을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일본의 국민들은 재벌에 대한 거부반응이 별로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재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감이 남다르다.

이는 재벌이 ‘남다른 노력과 아이디어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권력유착과 시장독점으로 부를 축적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다스’는 과거의 이 같은 잘못된 관행과 한 정치지도자의 편법적 대응이 만들어 낸 ‘괴물’이다. 과거 성행했던 위장계열사의 관례가 낳은 기형적기업으로 하루빨리 제 모습으로 새 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