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드론과 전시 박람회(Expo)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박람회(Expo)는 한 나라 또는 지역의 문화나 산업을 소개하기 위해 그에 관련된 각종 사물이나 상품을 진열해 놓는 행사를 말한다. 전시회가 며칠간 집중적으로 열린다면, 박람회는 대개 몇 개월 정도의 일정 기간을 정해 놓고 일정한 장소에서 산업, 경제, 학술, 종교, 예술, 교육 등 각국의 문화와 경제를 총체적으로 전시를 통해서 보여주는 행사다.박람회는 국가 단위로 열려 규모가 크고, 몇 개월 동안 장기간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박람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라면, 우선 개최 국가와 개최 지역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얻는 홍보 효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여수세계박람회가 끝나고 국력과 위치가 더욱 향상됐다.둘째로는 엑스포를 개최하면서 창출되는 다양한 경제 및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 셋째, 엑스포 개최를 통해 저개발 지역을 개발하고 교량, 항만, 고속도로 등을 확충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우리나라에서는 고종황제 시절인 1889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최초로 참여했는데, 그때 출품한 것은 갓, 모시, 돗자리, 가마 등이었다고 한다. 4년 후인 1893년 시카고에서 개최된 콜럼비안 박람회에서는 직물류, 원피 및 모피, 녹각, 사냥도구, 가정용품, 보석류, 도자기, 골동품, 가마 등이 전시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국내 최초의 박람회는 1907년 개최된 경성박람회다. 무려 20만여 명이 참가한 이 박람회에는 독특한 점이 있었는데. 바로 ‘부인의 날’이다. 박람회 기간 내에 부인의 날을 세 차례 두고 이 날에는 부녀자들만 입장을 시킨 것이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풍습 때문에 생긴 재미난 일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 2년 사이에 COVID-19의 발현으로 국제간의 인력과 장비의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전시 박람회 사업이나 행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국제적인 박람회를 통해 신기술을 발표하고, 제품을 홍보해서 수출해야 먹고 사는 나라일수록 전시회나 박람회는 꼭 필요한 행사임에 틀림이 없다.특히 최첨단 산업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드론, 로봇, 바이오 분야 등의 전시회와 박람회는 철저한 방역지침만 준수한다면 되도록 자주 열리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특성상 2년 동안이나 전시 및 박람회를 개최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개발된 제품에 대한 공정한 대중의 판단을 받기 어렵고, 제품의 판매와 마케팅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결국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신기술을 확인하고 체험하는 전시회와 박람회 행사는 코로나 시국에도 계속되어야 한다. Seeing is Believing이다.다행히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율이 높아지면서 국가 간의 여행과 이동 정책이 위드코로나(With Corona)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 다행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새로운 기술은 인간의 욕구와 맞물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지금은 불과 30분 정도밖에 비행하는 못하는 비행체인 드론이지만 향후 몇 년 안에는 2시간 혹은 3시간의 이상의 비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페이 로드(적재중량)도 늘어나고, 개인 자가용처럼 1인 1드론을 보유하는 형태로 발전해가면서 우리 사회의 교통(드론 택시)과 문화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된다.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2021-10-06 14:08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삶의 연장전을 위한 기술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살면 살수록 인생 만만찮음을 깨닫는다. 절대 단순하지도, 결코 녹록하지도 않은 게 인생살이인 까닭이다. 어렸을 적 손쉽게 꿈꿨던 권력·명예·재산 중 어느 하나도 대부분의 삶과는 무관해진다. 심지어 모두에게 평등한 건강조차 손에 쥐기 어렵다. 이를 깨닫는 게 또 나이먹음의 자연스런 경험법칙이다. 해서 삶은 ‘내려놓기’의 반복이다. 젊을 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향상심은 에너지지만, 인생 하산길에서의 과욕은 득보다 실이 많다. 도전해도 눈높이는 낮추는 편이 바람직하다.삶은 크게 4단계일 듯 싶다. 데뷔전, 전반전, 후반전, 연장전의 4쿼터 80세 연령기준이 적절하다. 여기에 본인나이를 위치시켜본 후 삶의 궤적을 평가하고 앞날의 경로와 계획을 설정하면 도움이 된다. 중요한 건 행복방정식이다. ‘소유/욕구=행복’을 통한 삶의 기술을 체득·강화하는 차원이다. 적어도 60세 이후의 연장전부터는 행복량을 늘리고자 할 때 분자(소유)보다 분모(욕구)에 가중치를 두는 게 좋다. 본인의 통제영역인 욕구를 관리함으로써 실질적인 행복을 쟁취하는 게 현실적이다. 현역 때처럼 소유증대를 위한 과감성을 발휘해도 좋지만, 어긋나면 실패파장이 상당해서다.후반전부터 중요한 건 사실상의 연장전 준비다. 환갑이후 노후생활은 클라이맥스를 찍고 내려오는 연장전과 같다. 마지막 쿼터를 80세로 잡았지만, 벌써 평균수명은 이를 넘어섰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3.3세(2019년 생명표)다. 여성(86.3세)이 남성(80.3세)보다 연장전을 더 길게 치를 판이다. 1년 전보다 0.6년 길어졌다. 이대로면 백세시대란 타이틀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축복일지 재앙일지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중요한 건 누구에게든 연장전이 길어질 가능성이다. 1인분의 건강한 독립생활이 가능한 이전 쿼터와 달리 마지막 연장전은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일본은 초고령사회다. 2020년 고령화율이 28.7%다. 3명 중 1명이 65세를 넘긴 사회답게 길어진 연장전은 중대한 사회화두가 됐다. 이들은 장수사회의 위협적인 불안요소로 3K를 규정한다. 건강·경제·고립의 머릿글자를 딴 신조어다. 연장전엔 으레 질병·빈곤·소외가 일상다반사로 삶의 질을 악화시켜 서다. 때문에 수명연장발 3K를 풀고자 연장전에 어울림직한 새로운 라이프디자인을 제안한다. 건강·경제·고립을 벗어날 연장전의 신기술로 각각의 대응수명을 늘리자는 얘기다. 건강수명·자산수명·관계수명의 균형적인 연장이 그렇다. 길어진 평균수명에 발 맞춘 해결과제의 연장인 셈이다.당장은 건강수명부터다. 건강수명의 연장효과는 크다. 건강할수록 간병·의료비 절감이 가능할뿐더러 고립탈피를 통한 관계력은 개선된다. 일본의 평균수명은 84세 정도인데, 건강수명은 이보다 짧은 74세 언저리다. 괴리가 줄긴 해도 여전히 10년 가량 갭이 있다. 유병노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은 더하다. 건강수명(64.4세)과 평균수명을 비교하면 19년 정도 격차가 있다. 그만큼 건강연장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늙으면 아프다. 때문에 장수위험을 벌충해줄 경제력의 보강은 중요하다. 자산수명의 연장필요다. 자산수명이란 본인·배우자의 사망까지 걱정 없는 자산규모다. 지향점은 ‘자산수명 생명수명’이다. 필요자금을 넉넉히 연장시켜줄 전략이 요구된다.의외로 소홀한 건 관계수명의 연장전략이다. 늙으면 대화상대가 줄어든다. 때문에 ‘생명수명=관계수명’이 필요하다. 평생현역이 아닌한 노후고립발 유발문제는 한층 심각해진다. 평생현역·평생학습 등 관계수명을 연장할 사전준비가 요구되는 배경이다. 3K를 극복할 연장기술이 완비되면 그 출발점인 수명연장과의 조우는 ‘재앙→축복’으로 전환될 수 있다. 연장전의 승기는 준비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수명연장을 포함한 4개의 연장기술을 천천히 구비할 때 행복노후는 가능해진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1-10-05 06:00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뽀빠이가 행복한 이유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우리는 주변 상황이나 여건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불평하거나 좌절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는 관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과연 그럴까? 관점을 바꾸면 결과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부정의 조건이 긍정으로, 불행의 조건이 행복으로 바뀔 수 있다.근육과 건강의 상징, 뽀빠이 이상용(78) 씨가 처음부터 건강한 것은 아니었다. 약골로 태어나 5세 때 겨우 걸음마를 할 정도로 허약했고, 느리고 약해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그가 건강체로 거듭난 것은 11세 때부터 맘을 바꿔 열심히 단련한 결과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60년이 넘도록 하루 2시간 운동을 거른 적이 없다. 평생 술과 담배는 물론 커피도 입에 대지 않는다. 약골로 태어났기에 건강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아 건강관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그가 약골로 태어난 것은 분명 불운이고 불행의 조건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낳아준 부모를 원망하고 자신을 비관하며 평생을 불행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는 오히려 불행의 조건을 건강을 위한 행복의 기회로 활용했다.그렇다, 우리 인생에는 행복과 불행이라는 두 가지의 길이 있지만, 경계는 바로 관점의 차이다.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은퇴 후에도 그렇다. 하던 일을 그만두는 위기로 걱정할 게 아니다. 새로운 일을 하는 기회로 관점을 바꾸면 인생 2막은 희망에 부풀고 행복해진다.한창 국민 MC로 잘 나가던 그가 횡령 혐의를 받고 나락에 떨어졌다. 석 달 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명예회복에는 10년이 더 걸렸다. 한때 자살을 떠올릴 만큼 극심한 경제적 고통과 정신적으로 피폐한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는 억울하기보다는 하늘에서 큰 시련을 주었다고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말한다. 지금 코로나로 잠시 주춤하지만, 강연 활동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그때 깨달은 인생의 지혜를 강연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자세로, 오히려 미래를 위한 시련이라는 행복의 조건으로 받아들였기에 오늘의 그가 존재한다.그는 액티브 시니어의 전형이다. 절제된 생활 습관과 식생활로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건강하다. 새벽 3시에 일어나 6시까지 책을 읽고 2시간 운동과 새벽 미사를 마쳐야 비로소 일과가 시작된다. 독서량은 일주일에 4~5권이며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팔순 기념으로 자서전도 집필 중이며, 유튜버 활동도 준비 중이다. 심장병 어린이 600명을 수술해줬고, 꾸준히 선행을 베푼다. 그러다 보니 20평짜리 작은 집에 산다. 그러나 건강은 80평, 행복은 150평 저택에 산다고 자랑한다.자신에게 놓여 있는 현재 상황이나 조건은 그냥 하나의 조건일 뿐이다. 다만 그것을 불행의 조건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불행해지고, 행복의 조건으로 삼는 사람은 행복해진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행복해지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진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행복의 조건보다 불행의 조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인생이 행복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상용 씨의 사례처럼 관점을 전환하는 역발상으로 행복한 인생 2막을 설계하자.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21-09-30 14:12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조직을 죽이는 낙하산 정실인사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삶은 유약(柔弱)하고 죽음은 견강(堅强)하다.” 노자 말씀이다. 사람의 몸은 살아 있을 때에는 부드럽고 죽으면 굳어진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게 자연 법칙이다.기업조직도 마찬가지다. 유연하면 살지만 강직하면 죽는다. 가정과 기업은 인간 지혜가 만든 가장 대표적인 사회조직이다. 가정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의 집단이며 회사는 비즈니스맨들이 모인 곳이다.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의 저자인 독일의 사회학자 페르디난트 퇴니에스의 성찰이다. 게마인샤프트, 즉 공동사회의 전형인 농촌사회에서는 대인관계가 자생적 정서에 의해서 결정된다. 게젤샤프트, 즉 이익사회는 합리적 의지의 산물이다. 기업이 대표적이다.‘조직의 성쇠’의 저자 사카이야 다이치에 의하면 조직의 경직성을 초래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첫째, 성공신화에 매몰되기 때문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직은 계속되는 성장에 도취했다. 그래서 무모하게 덩치를 키워 나갔다. 분수에 넘치는 군사를 동원하고 무리하게 조선 침공에 나섰다. IMF 외환위기 때 한국 30대 재벌의 2분의 1이 무너졌다. 그들 역시 무작정 덩치를 키우는 데만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둘째, 정실인사 때문이다. 그것은 2차대전 패배시 일본의 육군과 해군이 본보기다. 고위직은 육사와 해사출신만의 잔치였다.셋째, 정부의 과도한 보호정책 때문이다. 일본의 석탄산업이 대표적이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여기에 속한다. 대체로 독점상태에서 정권의 비호아래 있기 때문이다.공정을 외치면서도 문재인정부는 공공기관장 낙하산 인사관행을 정권말까지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여당인사들을 비롯해 전직 국회의원이나 당직자 출신들이 도처에 포진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전문성이 있는지조차 의심받고 있다. 정권말까지 보은인사, 정실인사가 단행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조직을 죽이고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짐을 떠넘기는 기만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문정부에 우호적이었던 민변·참여연대의 LH비리의혹 폭로로 근자에 터진 LH비리는 바가지분양으로 폭리를 챙겼고 더불어 조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비리가 만연한 상황은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의 연속으로 살인적인 집값폭등과 편벽한 탈원전정책과 함께 과연 공공조직의 존재가치는 물론이려니와 정권의 존재가치까지 우려하는 국민적 회의감까지 들게하고 있다.오죽하면 장기표 전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경남 김해을 당협의원장)는 여러매체와 인터뷰하면서 1세기전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5적’을 빗대 ‘망국7적 시리즈’를 밝히며 “문재인정권은 경제는 파탄, 안보는 실종, 외교는 고립되어 국민분열을 시키고 있다”고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그가 규정한 ‘망국7적’은 △제1적 민주노총 △제2적 전교조 △제3적 공기업 △제4적 치솟는 집값 △제5적 탈원전 △제6적 종북주사파 △제7적 대깨문이다.그는 세상이 다 아는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선구자요 운동권의 대부(代父)며 영원한 재야’인데 오죽하면 자신후배들의 집합체인 민노총을 제1적으로 지적하며 민노총위원장에게 끝장토론을 제의하겠는가! 그의 말대로 ‘망국7적’은 ‘문재인의 캐릭터요 아바타’가 아닐까.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1-09-29 14:04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상표권도 사용해야 내 것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상표권을 획득하면 10년 동안 독점배타권을 인정받는다. 게다가 10년의 존속기간이 끝나더라도 갱신만 하면 영구적인 상표권 확보가 가능하다. 상표권을 보유하면 그 이후엔 해당 상표를 사용하지 않거나 다른 상표를 사용해도 될까?최근 카카오가 네이버와의 상표권 분쟁에서 승소했다. 카카오페이는 포인트 사업을 강화하면서 ‘카카오페이 포인트’라는 뜻의 조어 상표 ‘카페인’에 대한 상표권을 획득하고자 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업 분야에 선점된 네이버의 ‘네이버카페iN’, ‘NAVER 카페iN’, ‘카페인 caffeine’이 이미 등록돼 걸림돌이 됐다. 이에 카카오는 등록취소심판청구를 통해 해당 상표들을 모두 취소시키는데 성공했다. 즉 상표를 등록 받아도 사용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취소될 수 있다는 말이다.불사용 취소심판이라는 이 제도는 상표를 등록 받은 후 3년 이상 국내에서 계속 사용하지 않을 경우 누구든지 등록상표의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 선출원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서 등록을 한 후에 상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상표권을 유지한다면, 해당 상표를 진정으로 사용하고 싶은 자의 기회는 부득이하게 제한된다. 상표의 등록 후에도 상표의 지속적인 사용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이로 인해 출원 시부터 취소심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실무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등록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요소를 결합하여 출원한 경우, 등록 후에 일부 요소를 뺀 상태로 사용한다면 취소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특허청이 상표를 등록해 줄 때에는 해당 상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등록결정을 내려주기 때문에 등록된 상표와 다른 형태로 사용한다면 등록상표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다.불사용 취소심판은 상표의 등록권자가 출원 시부터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이기도 하면서, 내가 출원하고 싶은 상표가 불사용 상태일 때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카카오의 경우 ‘카페인’이라는 매력적인 상표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네이버카페in’, ‘카페인’ 등의 상표가 버젓이 네이버 명의로 등록되어 있었지만, 이들이 불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적극적으로 취소심판을 청구해 자신의 상표로 만들었다.불사용 취소심판을 청구하면 그 사용에 대한 입증 책임은 피청구인인 상표등록권자에게 있는데 네이버는 사용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상으로도 불사용 취소심판은 내가 등록하고 싶은 상표가 이미 선점되어 있지만 불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 걸림돌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이 된다.상표권은 거의 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이다. 하지만 권리가 강하면 그에 따른 정당한 의무도 부여되어야 한다. 따라서 상표권자는 등록상표의 형태대로 잘 사용되고 있는지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타인의 선점된 상표에 관심이 있다면, 등록된 상표라 하더라도 불사용 상태는 아닌지 조사해 자신의 상표로 만들 수 있는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2021-09-27 14:05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브릿지 칼럼] C의 공포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지금도 꿈에 나타나 내 단잠을 깨우는 악몽 중 하나가 온통 ‘C’뿐이었던 대학교 1학년 1학기 성적표이다. 말 그대로 청운의 꿈을 품고 들어간 대학, 그것도 속옷에도 배지를 붙이고 다닌다는 자랑스러웠던 대학생인데, 학교가 위수령으로 문을 닫아버리고 친한 친구 몇이 모여 공들여 써낸 리포트에 대한 평가가 겨우 C라니. 게다가 같이 공부한 친구 하나는, 악필인 나와는 달리 달필이라 할 그 친구는 보란듯이 A를 받았는데….돈짝만하게 보이던 하늘이 한없이 높아 보이고 가이없어 보이기도 한 순간이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세상에 대한, 세상의 평가에 대한 나의 신뢰(Credit)가 깨어진 계기가 되기도 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지금도 심심치 않게 꿈에 나타나 내 단잠을 깨우는 것을 보면 말이다.지금은 또 다른 두 개의 C가 동시에 나를 위협한다. 기후 변화(Climate Change)와 코비드-19(Covid-19·코로나19)가 그것이다.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기후변화는 물론 코로나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할 일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걷기,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기후변화나 코로나19는 대처하기 쉬운 숙제는 아니다. 나 하나가 무엇을 한다고 해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바는 전혀 없다. 그것이 사회이든 나라이든 인류 전체이든 나 자신은 그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내가 빠진 그것은 완전한 것이 아니라고 애써 나 자신을 자리매김해보는 것일 뿐. 나 혼자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고 걷기를 한다고 해서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다. 물론 나 혼자 마스크를 쓰거나 거리두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될 일도 아니다.이 두 가지 C보다 더 중요한 C가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것의 성공 여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전체의 뜻에 부합하고, 또한 남들도 나처럼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Credit)을 전제로 한다. 전체가 다 함께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에만 이런 나의 노력도 빛을 발하게 된다. 개개인은 자신의 최대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는데, 그 결과가 사회후생의 총량 감소로 나타나는 구성의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후쿠야마가 말하는 ‘신뢰(Trust)’라고 하는 사회적 자본, 즉 사회적 믿음에 기초한다.20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1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고발사주’, ‘화천대유’ 등 온갖 의혹이 난무한다. 그런 의혹을 놓고 벌어지는 싸움은 총만 들지 않았을 뿐 전쟁 그 자체이다. 그러나 그런 전쟁으로도 의혹은 밝혀지거나 풀리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게 하는데 꼭 필요한 믿음(Credit)을 회복하지 않고서는.C로 시작하는 것들, 기후변화(Climate Change), 코비드-19(Covid-19)도 물론 두렵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것은 상대방의 선의에 대한 믿음(Credit)을 잃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무죄추정의 원칙(benefit of doubt)처럼 아무리 의심스럽더라도 상대방의 선의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건설된다. 20대 대통령선거를 잃었던 믿음을 되찾는 계기로 삼자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까?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2021-09-26 15:12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브릿지 칼럼] 그래도 되는 폭력은 없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군대생활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디피’(D.P.)가 이슈다. 순하고 선하기만 하던 병사가 탈영해서 자신을 그리도 가혹하게 괴롭히다 제대한 군대상사를 찾아내 물었다. “왜 그랬냐?”고. 그 대답은 이미 끔찍한 폭력으로 심신이 만신창이가 된 그를 다시금 산산조각 낸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그 말에는 반성이나 양심은커녕 일말의 자의식, 자기행동에 대한 자각이 전무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폭력의 얼굴은 이처럼 잘잘못이 명료하지만은 않다. 때로 사안이 애매해서 유연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고 행위의 전후좌우를 살피는 신중함도 요구된다. 자칫 또 다른 피해나 억울함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필자는 아동학대평가회의에 참석 중이다. 접수된 신고사례의 학대여부가 애매하거나 사안이 중대할 때 관할부서에서 관련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회의다. 막상 접해본 평가사안의 애매함과 중대함은 매우 현실적이다. 그 중엔 행위 자체는 분명히 부적절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지만 처벌이 따르는 학대행위에 포함시켜야 하는지는 좀더 고려해봐야 할 내용들이 꽤 있다. 처벌보다 교육이 필요한 경우가 그렇다.성적인 신체접촉을 이유로 신고된 지적 장애인 부친의 경우를 보자. 부친은 딸이 귀여워 엉덩이를 토닥이는 장난이 왜 잘못인지 모르겠다고 재차 물으며 동그래진 눈으로 조사관을 응시했다고 한다. 여자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아빠의 그런 장난이 불쾌하다는 설명을 듣자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부친은 다시는 안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빈도나 정도의 고려가 평가의 절대기준은 아니지만 사건맥락에 따라 필요하기도 하다. 일탈행동을 일삼는 아이의 등짝을 내려친 모친은 학대처벌보다 아이의 일탈에 대한 적절한 치료적 조치가 우선이기 때문이다.문제는 폭력에 대한 당사자 인식이 부족한 경우다. 사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해결을 위한 개입과정이 무력화되기 일쑤다. 학업에 집중된 모친의 지나친 간섭으로 관계가 틀어진 엄마와 아들은 물리적 충돌이 잦아져 아들이 쉼터로 이동을 할 만큼 심각해졌다. 아이의 정서적 고통이 한계에 이르러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데도 양육권자인 모친은 아들 학원과 병원기록을 문제 삼으며 아들의 심리검사 실시조차 거부하고 있었다.계절에 맞지 않는 더러운 옷을 입고 몸에서 냄새가 나 아무도 사귀려는 친구가 없던 아이는 어떤가. 아이는 깨끗하게 씻는 것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부모에게 혼나고 맞으며 학교를 다녔다. 지나친 방임으로 분리조치를 당한 부모는 쓰레기장 같던 집을 싹 다 청소해 주거환경을 바꾼 뒤 아이를 사랑한다며 용서를 구했으나 아이의 상담사와 담임 및 조사자 모두가 부모의 반응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부모의 시선이 외연적인 환경변화에만 집중돼 있고 그 동안 다쳐온 아이의 마음 속 상처와 아픔, 두려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아서다.스스로의 행동과 그 행동의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는 상대를 두번 죽이는 무책임한 말이다. 자신을 향한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상대를 향한 스스로의 언행과 마음을 돌아보고 생각해보면 된다. 진지하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1-09-23 14:05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신도시 건설은 계속되어야 한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정부는 급등하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8월 30일 14만호의 공급이 가능한 신규 택지를 발표했다. 14만호 중 수도권에서 12만호, 세종·대전에서 2만호가 공급된다.수도권에서 공급되는 택지 중 의왕·군포·안산(586만㎡) 4만1000호, 화성 진안(452만㎡) 2만9000호 등 2개의 택지는 신도시 규모로 조성된다. 이 외에도 인천 구월2 화성 봉담3, 남양주 진건, 양주 장흥, 구리 교문 등에도 신규로 공급된다. 지방에서는 세종 연기, 조치원, 대전 죽동2 등 3개가 건설된다.이들 신규택지지구는 2024년 지구계획 등을 거쳐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자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신규 택지 발표는 당장 시장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공급을 확대한다는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정부는 여기에 멈추지 말고 향후에도 공급정책을 중단 없이 계속해야 한다. 첫째, 문재인 정부는 퇴임 전 5개 정도의 3기 신도시를 더 지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지금까지 6개의 신도시가 지정됐다. 이번에 발표된 의왕·군포·안산, 화성 진안 2개의 신도시를 합하면 총 8개의 신도시가 건설되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기간 내내 공급부족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급등했다.둘째, 내년 선거로 집권하는 정권은 4기 신도시를 최소한 10곳 이상 지정해 50만호 이상 공급하는 공급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대량공급을 하는데 있어 신도시만큼 효과적인 정책은 없다. 건설된 수도권 1기 신도시 5곳에 30만호, 2기 신도시 10곳에 60만호는 수도권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데 나름대로 큰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도 지금은 공급이 바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장에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3년 후에는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3기 신도시, 4기 신도시는 계속 건설되어야 한다.셋째, 중소규모 택지지구도 계속 찾아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수도권 및 대도시 주변에 중소규모 신규 택지를 찾아 꾸준히 공급정책을 추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도심의 공공부지도 주택공급을 위해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특히, 용산 미군부지, 육사부지 같은 곳에는 공공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여 시장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도심에 있는 공공기관도 지방으로 하고, 그 부지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마지막으로 필요하다면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대량공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도 그린벨트를 풀어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공급확대를 통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 둬야한다는 환경론자들의 반대도 심하지만, 현재 세대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미래에는 인구도 줄어들고, 인터넷과 가상공간 등 정보화의 발달로 토지와 건물 같은 물리적 시설물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더 활성화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세대도 중요하지만 현재세대의 고통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 맞는 합리적 정책추진이 필요하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1-09-22 13:14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성급한 정년연장 요구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완성차 업계 노조가 최대 만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에서 조합원들의 나이가 정년에 몰려 있다 보니 정년을 연장하자는 주장이 나온 듯하다. 하지만 보완책 없는 정년연장 강제조치는 기존 근로자에게만 단기적 이익으로 작용할 뿐이다.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청년실업 심화, 산업의 경쟁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 사회 전체에 폐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득권을 주장하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이전에 임금피크제와 직무급제를 의무화하는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우리나라는 급격한 노령화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기업과 정년 이후의 근로자 간에 자발적인 재취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고려한다면 정년 연장을 강제할 이유는 없다.정부는 재취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난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을 통해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할 당시 임금피크제, 직무급제 등의 보완책을 의무화하지 않아 큰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기본급이 늘다 보니 성과급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 직원들의 근로의욕과 성과는 감소했으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물가 부담도 커졌다.임금피크제와 직무급제로의 전환이 선행되지 않은 정년연장은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인건비의 과도한 부담으로 인해 청년의 신규 일자리 진입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붕괴 직전인 상황에 무리하게 정년을 연장한다면 신규채용이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결국 노조의 이번 정년연장 요구는 청년들의 사회 진출 사다리를 걷어차는 철밥통 지키기에 불과하다.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한 한 청년이 정년연장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정년연장 문제가 기성세대와 Z세대 간의 세대갈등까지 악화시키는 모양새다.정년연장의 위험성을 사전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임금피크제와 직무급제가 있다. 전자는 근로자의 수입 안정을 위해 고용을 연장하는 대신, 기업의 부담도 줄이기 위해 일정 나이부터 임금을 조금씩 낮추는 것이다. 후자는 연공서열이 아니라 각 직무의 난이도, 책임 등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기본급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다.이러한 대책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근로자는 열심히 일하면 안정적으로 높은 수입을 얻을 수 있고, 기업은 유능한 직원을 오래 쓰면서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상호 이익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과거 정년연장은 강제화하면서 이런 대책들은 의무가 아니다 보니 노조의 이익만 높였다. 결국 2021년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54%에 불과하다. 또한 직무급제의 경우, 전체 340개 공공기관 중 21곳, 5.8%에 불과한 도입률을 보이고 있다.임금피크제와 직무급제가 선행되지 않은 정년연장이 또 다시 강제된다면 청년들은 신규채용의 기회를 잃고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아르바이트 등의 질 낮은 일자리를 택할 수밖에 없다. 사회 전체의 생산성은 더욱 감소하고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각종 집단 간의 갈등도 악화될 것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1-09-16 13:46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뻔하디 뻔한 예술에 꽃길은 없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코로나19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4단계에 접어든지 두 달째.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보인다. 코로나19로 허덕이는 문화예술계에도 한줄기 빛이 보인다. 번뜩이는 구상과 젊은 감각을 중심으로 창조성과 수익성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스타트업의 기본요소인 아이디어, 비즈니스모델, 타이밍을 정확하게 꿰뚫었기 때문이다.온라인과 모바일은 문화예술 스타트업들의 자양분이다. 콘텐츠 제작 및 판매에 머무르지 않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거래가 가능한 시각예술 분야에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더 돋보인다. 신진 미술작가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된 플랫폼에서 회원들끼리 각자의 작품들을 올려 감상하고 소통하면서 판매로까지 연결한다. 고도화된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객 마케팅, 오프라인 협업을 통해 수익-비용 구조를 최적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이러한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나아가 국제 아트페어, 온라인 콘테스트 등과 함께 해외시장으로 확장성도 지니고 있다.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NFT시장과 메타버스의 대유행은 스타트업이 놓칠 수 없는 타이밍이다. 예술 전문 네트워크 플랫폼이나 예술 직거래 중개서비스 사업도 베타서비스 시작을 계기로 딱 떨어지는 타이밍에 트러블슈터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수수료 모델, 역경매 추천, 진품 판정, 허위 고객 요청 등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글로벌 마켓과 초연결 네트워크를 향해 더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ESG가 화두로 떠오르는 타이밍에서 사회적 기업의 존재감은 스타트업에서 더 빛난다. 발달장애 예술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에서는 휴대폰케이스, 파우치 뿐 아니라 요즘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골프용품까지 장애인 예술가의 작품을 따뜻하게 활용하고 있다. 각박해진 세상에 따뜻한 접근은 더없이 특별히 다가오기 마련이다. 예술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각종 모바일앱에서도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음악 작곡을 도와주는 앱. 글쓰기 공유앱 등이 구글플레이에서 올해를 빛낸 아름다운 앱으로 선정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최근 문화예술 스타트업 창업이 오히려 80% 증가하고 콘텐츠산업 매출 폭증한 현상은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에서 보여주고 있다. 문화예술 스타트업들이 벤처캐피탈(VC), 금융권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관행을 배려해 우리 정부는 문화콘텐츠기금, 기업육성형 융자 등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콘텐츠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산하 기관의 각종 지원, 육성 프로그램들도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 생명수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소통, 온라인 경제가 일상화되면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오히려 앞당겨진 것은 코로나의 역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로컬리즘, 탈도시화 등이 새로운 기회로 등장한 현상도 코로나 시대에 부각된 미개척 시장이다.하지만 모바일 앱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너도 나도 플랫폼 경제를 들고 나오는 냄비현상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타이밍과 추세 뿐 아니라 차별성과 지속성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위드 코로나 국면이 시작된다. 뻔하디 뻔한 문화예술 스타트업들에게는 꽃길이 영영 열리지 않을 것이다. 왜 굳이 ‘문화예술’ 업종을 선택했는지 자신있게 보여줘야 한다. 그들의 예술스러운 성공스토리를 더 듣고 싶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1-09-15 14:30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미룰 수 없는 공기업 개혁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공기업의 3대 고질병인 방만 경영, 도덕적 해이, 철밥통 정서가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아직도 여전한데 공기업은 변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한국마사회의 경영난은 공기업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화 방침에 따라 정직원이 약 2000명 늘어났다. 코로나19로 마권 판매 수입은 격감하고 인건비 등 비용은 계속 늘어났다. 지난해 창립 7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에 2000억원 대출을 받을 예정이다.지난해 기준 347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545조원으로 전년 대비 17조9000억원 늘어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약 50조원 증가했다. 정원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0만8000명 증가했다. 반면에 단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중 15조7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으로 격감했다. 공공기관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정부지원이 늘어나 지난해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4%에 이르렀다.‘묻지마 증원’이 뉴 노멀이 되었다. 81만 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일자리 창출 창구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일자리 창출 실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이 사실상 공기업을 접수했다. 올해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의 13.6%가 캠코더 출신이다.야당에서는 “임기말 낙하산 알박기 인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기업 경영을 감시하는 상임감사의 절반 이상이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출신이라고 한다. 정부 출범 후 선임된 금융계 임원의 32%가 친정부 인사나 고위관료 출신으로 확인되었다.공공기관 전체의 인건비가 지난해 9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인건비도 40조원을 돌파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의 등용은 공기업의 저효율과 저생산성으로 이어진다.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가 없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취임 초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정부의 확대 재정 정책에 따라 내년에 국가채무가 1068조 원에 도달하고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최초로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가채무는 지난 5년간 400조 원 늘어났다. 공공기관 채무는 잠재적인 채무 증가 요인이 된다. 공공기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30%에 해당한다. 효율성 제고와 수익성 관리 노력을 소홀히 했음을 알 수 있다.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적자가 계속되는데 대규모의 기금출연이 이루어졌다. 적자 상태인 공기업이 대규모 성과금을 지급하거나 각종 복지 예산을 늘이는 사례가 빈번하다. LH는 2019년 479억원을 사내복지기금에 출연했다. 공기업 사상 최대 규모다. 임직원 평균 성과급이 2017년 708만 원에서 2020년 992만 원으로 40% 늘어났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는 자본 잠식 상태지만 임금이나 복지 혜택에는 큰 변동이 없다.공기업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국민은 3만 달러 소득 수준에 상응하는 공공서비스를 원한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21-09-13 14:24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정치인과 리플리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정치인이 성공가도를 달릴 때 그들은 말이 별로 없다. 그런데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의 결과가 발표된 지금은 꽤 자주 기자회견을 갖는다. 상황이 잘 풀릴 때에는 ‘과장’을 할 필요가 없다. 과장이 필요한 경우는 대부분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다. 범죄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 인질의 의식을 흐리게 해 비밀을 캐내려고 악당이 약물을 주사한다. 그런데 대개 이 악당은 약물을 주사하기 전 약물의 효능에 대해 인질에게 구구절절 설명해준다. 이 비현실적인 설명 장면은 웬만한 관객에게는 불필요한 대목이다. 설명 없이 인질에게 주사를 놓아도 전체 문맥상 관객들은 무슨 상황인지 알아챌 수 있다. 설명 장면을 충분히 넣으면 이해는 쉽지만 영화가 느슨하고 사실감도 떨어져 결국 팬들의 외면받는다.넥스트(NeXT) 컴퓨터만큼 과장된 포장을 한 기업은 없었다. 스티브 잡스는 텔레비전 뉴스는 물론 주요 출판물의 표지를 장악했다. 캐논과 IBM, 미국의 사업가이자 1992년과 1996년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로스 페로는 1억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기자회견 참석을 원하는 언론사는 넘쳐났고 스티브 잡스는 행사장 규모가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었음에도 입장권을 미리 찍어야 했다. 좌석은 남는 자리 하나 없이 꽉 들어찼다. 그렇게 넥스트는 언론에서 승자가 됐지만 경영에서는 승자가 될 수 없었다.캐나다 9개주에 200개가 넘는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 할인 슈퍼마켓 노프릴스(No Frills)는 신문의 1면을 심심찮게 장식한다. 신문은 식료품 분야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도한다. 하지만 동네 슈퍼마켓과 큰 차이는 없다.부정에 연루된 정치인, 구구절절 설명하는 영화, 넥스트와 노프릴스의 행동 배경에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 있다. ‘리플리’는 미국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쓴 소설 ‘태양은 가득히’에 등장하는 주인공 ‘리플리’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오늘날 SNS에 과장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리플리다. 일상적이지 않은 비싼 물건, 멋진 장소들을 거짓으로 올려 실제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세한다. 허상 속 자신의 이야기 집필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스토리는 점점 정교해진다. 거짓을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꾸미고 스스로도 그 거짓말을 완전한 진실로 믿어버린다. 거짓말은 다른 사람들을 속여 자신이 얻게 되는 이득을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행하는 심리적 불안감을 야기하는 반면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의 불합리한 상황을 부정하고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인 것처럼 믿게 되는 정신적 증상이다. 리플리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은 과도한 성취감, 열등감, 지나친 자아 존중감이 내면에 항상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만의 허구 세계를 창조해 그 환상 속에서 본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해온 신분, 계급, 능력을 만들어 내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누가 뭐래도 과장은 과장일 뿐이다. 진정성 있는 사람이나 기업은 시끌벅적한 고적대를 동원해가며 혹은 8시 저녁뉴스의 첫 머리기사로 찾아오지 않는다.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우리 곁에 고즈넉하게 다가올 뿐이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1-09-12 15:22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스캔들로 가득 찬 차기 대선, 경제는요?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차기 대선이 스캔들로 얼룩지고 있다. 이제 6개월 후면 차기 대통령이 탄생한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차기 정권이 풀어나가야 할 산적한 과제를 떠올리면 충분한 여유가 아니다. 어떤 국가 지도자가 내년부터 5년 동안 대한민국의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는 단순한 정치적 승리 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명운과 국민의 운명이 달려 있다. 꼼꼼한 선구안으로 좋은 후보 중에서 적합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이 유권자에게 주어져 있다. 그렇지만 차기 대선판은 6개월을 남겨 두고 스캔들과 각종 논란으로 넘쳐나고 있다.우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 총선 직전 수사정책정보관이던 손준성 검사가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김웅 당시 총선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고 손 검사와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후보의 관계를 감안하면 윤 후보가 고발장 전달을 알았을 것이라는 추정에 따른 의혹 제기다. 사실 관계가 규명되어야 하겠지만 밝혀지기 쉽지 않은 의혹이다. 정치 초년생인 윤 후보에 대한 대통령 자질 검증이 우선이지만 정치권은 의혹 공방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할 공산이 커졌다.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지지율에 큰 타격을 받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스캔들은 계속 되고 있다. 1차 예비 경선에서 불거졌던 여배우와 스캔들 문제에 대해 이재명 후보 본인이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이뿐인가. 형수 욕설 논란이 있었고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지명, 쿠팡 이천 화재 발생 때 먹방 출연,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무료 변논 논란 등 거의 ‘기본 논란’ 시리즈로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정작 유권자들이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 시리즈를 검증할 겨를 없이 스캔들에 혼이 나간 경황이다.같은 당의 이낙연 후보는 서울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직을 내던졌다. 밀리고 있는 경선 상황에서 배수진을 친 절박한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낙연 후보는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일까. 예비 경선 이후부터 이낙연 후보와 이낙연 후보 캠프는 이재명 후보의 스캔들과 논란을 파헤치는데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혔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지지율도 제자리걸음 아니 뒷걸음치는 현상을 초래하고 말았다.8일(미국현지시각) 발표된 미국 연준의 베이지북 내용을 보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회복 둔화 현상이 발생하고 고용은 지난 달과 비교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베이지북에 대한 영향 탓인지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국면이 길어지면서 폐업조차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아우성이다. 코로나19 국면으로부터 회복해야 하고 친환경으로 전환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선 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경제를 비롯한 국가 운영 능력이다. 그렇지만 제 20대 대통령 후보는 거의 모두 이런저런 논란과 스캔들에 빠져있다. 누구 말대로 소는 누가 키우나. 유권자가 진심으로 묻고 싶은 건 “경제는요”이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1-09-09 14:23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기자

[브릿지 칼럼] 경청과 딴청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역사에서 이처럼 ‘말’이 횡행하던 시절이 있을까 싶도록 우리는 말의 범람에서 일상을 보낸다. 침묵이 얼마나 깊고 참된 인생의 성숙감인지는 언제 깨달으려는지 저렇게 애 어른 없이 가볍고 무책임하고 심지어 단말마적인 말들이 온갖 정보기술을 타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기원전 5세기 중엽에 아테네는 ‘말의 성전’이었다. 덕분에 민주정치 토양을 쌓을 수 있었고 당시 거리의 말들은 2000년이 넘는 역사에 남아 지금도 울림을 준다.댓글은 쌍 방향 정보기술 시현 과정에서 나온 통신표현의 문화적 양상이다. 관조와 사색의 장면에서 댓글이란 실은 생각의 방해이자 상념의 췌사들일 수도 있다. 요즘 소셜 미디어에서 몇 몇 호사가들은 수시로 자기 얘기를 사회관계망에 떠들며 직업 삼아 지낸다. 나라 경영에도 제 이름을 무슨 공짜밥상의 숟가락처럼 올리려는 이들도 있다. 대개 그런 자들이 모여드는 곳은 권력이 있고, 돈이 있고, 저자의 관종꾼들이 모여드는 곳이다.실시간 방송 댓글은 아예 심정적 패거리와 편먹고 상대를 죽이자고 가세해 끝을 보겠다는 악의에 찬 말들의 추악함을 곧잘 드러낸다. 선한 여론이나 솔직한 반응이란 이름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사회매체의 목소리가 자칫 여론이란 이름으로 기울지기 쉬운 편향성의 일면이기도 하다.투자 정보를 다루는 직업은 참 조심스럽다. 대개는 금융투자기관에서 훈련 받고 학교에서 익힌 여러 지식을 바탕으로 현장 경륜을 쌓아가며 자기 식견을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펼쳐야 한다. 주식이나 주택 투자정보는 자칫 자극적 언행을 하면 즉각 따라하는 사안이라 정말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가볍고 충동적인 내용을 입에 담고, 단호한 행동을 자극하는 그런 투자전문가란 사람들이 검증 없이 늘어나고 있다.이걸 묶어 플랫폼이나 퍼블리싱을 만들어 돈을 버는 콘텐츠 매집상이나 중간수집상들도 있다. 혹자는 아예 자기들 데이터의 취향분석 대로 콘텐츠를 주문 제작까지 하니 참으로 추한 욕심들이다. 어느 날 반드시 그들도 누군가의 돌연한 방해로 막을 내릴 날이 있을 게다.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판도 대략 그런 식이다. 정치인들의 꼴을 보면 저렇게 가볍고 즉흥적이고 무책임하게 말을 하며 살고 싶을까 싶다. 멀쩡한 직업을 갖고 있다가도 정치판에만 가면 대개는 저런다. 요즘은 정당도 무슨 플랫폼이자 퍼블리싱 같다는 생각이 든다.투자도 그렇다. 어쩌다 발을 들여놓으면 시장분위기에 갑자기 열광하고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불행한 계기가 되어 어느 PC방 후미진 의자에 박혀 전업투자자랍시고 긴 세월을 어둡고 우울한 삶을 살기 일쑤다. 가진 돈 다 잃고 결국 주식시장이나 경매법원 주변에서 불나방 같은 입담으로 살아간다.지금 유튜브나 경제방송 등을 보면 필자가 현업에서 일할 때 당시의 몇 사람이 아직도 한 구석에 남아 급등종목과 특급테마주의 쪽집게라며 전화번호를 남기는 시황정보업자로 살아간다. 부동산 판매업자가 부동산 투자전문가로 자신을 소개하며 여전히 양면으로 활동하고 지낸다. 언제나 말하는 자는 듣는 자가 경청해야 그 말에 가치가 있고 그 일에 자부심이 생긴다. 저마다 딴청에 바쁜 이 독서의 계절을 맞으며, 한국 언론이 정론을 담아내며 시대의 목탁이자 거울이던 시절이 참 그립다.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2021-09-08 14:14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브릿지 칼럼] 영화 '모가디슈'가 남긴 교훈

김시래 성균관대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인터넷신문 광고심의위원영화 “모가디슈”는 91년 소말리아 내전의 아비규환에서 케냐로 탈출에 성공한 남북의 공관원들의 이야기다. 남측의 한신성과 북측의 림용수는 한솥밥을 나눠먹고 날아드는 총알을 피하며 탈출을 시도하며 이렇게 말한다. “살다보니 진실이 두개더라구요.” 서로의 손을 잡아 탈출에 성공한 그들은 방향을 틀어 각자의 땅으로 향한다. 삶이 있어야 이후도 기약할 수 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함께했고 이념에 따라 갈라섰다. 목숨을 부지하려는 생존 본능과 분단이라는 이념의 벽은 그들에게 모두 진실이었다. 두 개의 벽을 인정했기에 그들은 함께 살아났다.디지털 시대를 건너가는 광고업계도 마찬가지다. 야누스같은 양면성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긍정적 측면은 데이터 활용과 관련이 있다. 지금 당신의 스마트폰속에 지천으로 깔린 앱을 열어 손끝으로 꾹꾹 누르면 당신의 행동 경로가 추적되어 금싸라기의 데이터가 된다. 어떤이는 결재를 마친뒤 사진을 찍어 주위에 알리고 리뷰까지 달아준다. 소규모 상인들의 구세주가 되어 매장의 역할은 물론 홍보대사의 노릇도 맡아주는 것이다. 이런 광고를 주무기로 하는 대행사들은 광고 효과를 수치로 입증하라는 광고주의 냉정한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답할 수 있다. 광고가 효율과 효과를 보장하는 쓸모있는 마케팅 수단이 되었다. 에코, 블랭크등 내노라하는 디지털 대행사들은 제품 판매까지 직접 나서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부정적인 측면은 인터넷의 광대한 스페이스와 관련이 있다.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사이사이에 마구잡이로 끼워진 광고들이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을 거는지 유심히 살펴보라. 유명인의 얼굴을 앞세워 수백배의 수익률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무책임한 약속으로 도배한 비트코인 홍보 배너가 둥둥 떠다닌다. 업체에서 지원받은 제품을 자신이 돈을 주고 구매한 것처럼 속여 홍보하는 유투버나 인플루언서가 부지기수다. 인터넷의 망망대해 속에 끼어들어 교묘하게 기생하는 과장광고, 허위광고의 문제는 무분별한 댓글문화처럼 심각하다. 하지만 심의가 쉽지 않고 심의 규정도 애매하다. 처벌 규정도 미약해서 주의나 경고를 통해 수정을 유도하는 수준이다. 이런 흐름을 감지한 정부가 최근 일부 의료기관의 허위·과장 광고부터 사전심의를 확대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환영할만하다.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막기 위해, 오프라인 매체외에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 인터넷 매체만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실시하던 사전심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썩은 환부를 도려내면 건강한 새살이 돋아날 것이다.제 눈에 안경이란 말이 있다. 영화 ‘모가디슈’의 진실이 올 가을 학기부터 인터넷 광고심의를 맡고 대학에서 소비사회론을 가르치는 광고인에겐 디지털 광고의 양면성으로 둔갑했다. 아이디어와 광고를 업으로 하는 사람에겐 모든 것인 그렇게 보인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주관적인 해석이 내려진다. 하나의 사실속엔 그렇게 수 많은 진실이 숨겨있다. 배경과 인과를 꼼꼼히 따져보는 감수성과 관찰력으로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면 진위 여부와 옥석마저 가려진다. 저마다의 탐욕과 이기를 앞세워 수십명이 우르르 몰려나와 아판사판의 패거리정쟁으로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있는 대선판 후보들의 진면목도 예외는 아니다.김시래 성균관대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인터넷신문 광고심의위원

2021-09-06 14:10 김시래 성균관대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인터넷신문 광고심의위원

[브릿지 칼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먼 옛날 이스라엘의 다윗 왕이 유명한 반지 세공사에게 반지를 만들도록 주문했다. 주문사항으로, 전쟁에서 이겨 기뻐할 때도 교만하지 않고, 절망에 빠져 낙담할 때도 좌절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글귀를 넣어 달라는 것이었다.주문을 받은 반지 세공사는 아름다운 반지는 완성했지만, 그 반지에 새겨넣을 구절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현명한 솔로몬 왕자에게 자문을 구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온 구절이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한다.지난해부터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암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건강한 사람들도 어느 정도의 우울증을 겪을 만큼 힘든 시기였는데, 2021년의 3분의 2가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출현은 물론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나들며 무서운 속도로 일상생활 속으로 퍼져나가고 있다.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거듭 연장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제 상황도 빠른 속도로 무너져내리고 있다.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사람들은 이 고통을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날그날 벌어야 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코로나로 인해 그야말로 전쟁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헌신과 봉사라는 책임감으로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기는 마찬가지이다. 쏟아지는 위중증 환자들을 위해 휴가는커녕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등교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학교가 단지 지식만 쌓는 곳이 아니기에 사회성을 학습할 수 있도록 또래들과 어울리고 선후배들과의 관계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현격히 줄어든 것이다. 전문대와 대학원은 비대면으로 시작해서 비대면으로 졸업을 할 것 같다. 따뜻한 정을 나누던 가족, 친구들과의 모임도 현격히 줄었다. 미래시대 배경에 바이러스 전파로 피폐해진 인간의 생활을 다룬 영화나 소설 속의 암울한 상황이 현실이 된 것이다.전문가들은 이런 시간이 좀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당분간은 아무리 싫어도 코로나를 감내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암울한 시기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기에 어떻게든 현명하게 이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우울감도 크고 인내하고 견뎌야 하는 것들도 많지만, 그래도 인생은 계속되어야 하니 어떻게든 이 시기를 잘 보내야겠다.힘들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기쁜 시간이 그러하듯, 이 또한 반드시 지나갈 것이다. 답답하고 힘든 시기이지만 무기력하게 흘려보내지 말자. 그러려면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내일의 건강은 오늘 준비해야 한다. 부작용보다는 백신의 효용성에 집중하자. 겁내지 말고 백신 접종도 반드시 하자. 하루하루 힘든 분들을 위해 작지만 보탤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도 해 보고, 가능한 무언가가 있다면 함께 동참해 보자. 함께 고통을 분담해 가며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모두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시간이 좀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이 또한 반드시 지나갈 것이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1-09-05 14:20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가계대출 전면 금지, 서민 생계 위협은 안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가계부채가 1800조원을 넘어서자 금융당국이 빼어 든 칼은 느낌적으로 공자가 소정묘를 주살(誅殺)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노나라 대사구가 되자마자 공자는 소정묘에게 5가지 악(惡)을 행한 죄를 물은 것이다. 이렇게 일벌백계하자 노나라에는 물건값 속이는 일도, 길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가는 이도 없었다.정부는 불과 4개월 전 2023년까지의 가계부채 중기관리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최근 금융정책 수장이 바뀌는 타이밍에 강력한 총량규제와 더불어 현행 특정 차주에게만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모든 차주에게 적용하는 시점을 앞당길 뜻을 비치고 있어 시장에선 미리 대출을 받아놓고 보자는 수요로 대출창구가 불이 나고 있다.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섰고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정책목표인 6%를 넘어선 점은 코로나 사태를 감안하더라도 관리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정부의 자세가 강경하다 보니 은행이 알아서 대출문을 잠가버리고 있다는 점이다.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수개월 전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규모 축소)을 언급했고 지난달 27일 제롬 파월 의장은 연내 시작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한국은행도 몇 개월 전부터 금리인상을 예고해 왔고 최근 인상하는 방식은 긍정적이다. 자본시장의 동요는 없었다. 이렇게 시장은 예견된 일이 왔을 땐 이미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이러한 방식은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금융정책에도 필요하다. 금리인상은 예견된 것이었지만 엄격한 대출총량규제에 대해서는 금융시장이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 은행의 신규대출 중단 같은 현 상황을 두고 ‘공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실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나 가계부채증가율 같은 지표가 하나의 기준은 될지 몰라도 그 수준을 지키지 못하면 사달이 날 것 같은 태도도 문제다. 기준이 바이블은 아니지 않은가.금융당국은 자산가격의 ‘버블’도 걱정하는 모양이다. 집값이나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인데, 이것도 세밀히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풍부한 유동성이 가격을 올린 측면도 있긴 하겠지만 집값이 올라서 대출이 증가한 측면이 있고 국내 상장사의 주가수익비율이 11도 되지 않는 상대적 저평가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설령 급격한 규제를 하더라도 자금용도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 은행법도 용도외 유용을 금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사치향락업, 부동산투기 등 불건전 여신부터 우선 막아야 할 것이다. 임대료 못내 쫒겨날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나 전세보증금을 빌리지 못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서민들의 고충은 없는지 배려하는 세심한 정책시행이 필요하다.공자의 소정묘 주살과 같이 본때를 보여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하는 일과 시장에 적용되어야 하는 정책은 달라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은 정책의 방향성을 일관되게 시장에 ‘귀띔’하면 그에 맞춰 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오락가락 하거나 엇박자인 정책으로 시장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지 당국의 일관된 시그널은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 시장은 냉탕에 들어가더라도 냉탕인지 알고 들어가면 놀라지 않는 법이다.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2021-09-02 14:03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우리 시대의 '태종'은 없는가

박봉규 세계가스총회 2022 조직위원장아버지와 형을 쫓아내고 혁명 동지였던 신하들을 죽이면서 왕으로 등극한 태종 이방원은 걱정이 많았다. 정통성 부족의 약점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신생국 조선의 토대를 세워야 하는 당면과제가 그 앞에 놓여 있었다. 그는 왕이 중심이 되어 강한 왕권을 바탕으로 백성의 삶을 보살피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왕권 강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치우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외척이 정치에 개입하는 상황을 우려해 처남들을 비롯해 세종의 장인이자 자신의 사돈에게도 사약을 내렸다. 혁명을 위해 함께 목숨을 걸었던 공신들도 예외가 없었다. 양녕대군의 행실이 문제가 되자 세자까지도 충녕(세종)으로 바꾸었다. 밖으로는 대마도를 정벌해 왜구에 대한 근심을 덜어냈다.태종의 이러한 정지 작업 위에 세종의 태평성대가 열릴 수 있었다. 세종 치적의 상당 부분은 태종에게 빚진 것이다.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면서 태종은 말했다. “세상의 모든 악업은 내가 지고 갈 터이니 주상은 오직 성군이 되시오.”지금 우리는 국가제도와 운영의 틀을 새로 짜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을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때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쌓이는 국가부채,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혁명 시대의 도래,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후변화에 대응해 과거와는 다른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공정을 부르짖는 젊은 층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계층 간, 세대 간의 갈등구조를 해소하는 일, 해방 이후 2세대가 지나면서 각 분야에 형성된 기득권을 타파해 보다 유동적이고 경쟁력 있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교육내용 변경을 포함해 학제와 대입제도의 개편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창의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교육의 틀을 바꾸는 일, 신기술에 바탕을 둔 산업을 일으키고 민간의 창의와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규제를 혁파하는 일, 사회안전망 보강과 더불어 노동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일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정치구조 개편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다.이 모든 과제들에 대해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얼마나 큰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안다. 문제는 말은 무성하지만 팔을 걷어 부치고 행동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5년 단임이라는 정치체제 한계와 당선에 목을 매는 정치지도자들은 열매 따먹기에는 열심이지만 십년 후에나 수확이 가능한 씨뿌리기와 거름주기는 뒷전이다. 지금 내가 나서지 않아도 임기 중에는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때 유럽의 병자로 놀림 받던 독일은 노동의 유연성 강화에 초점을 둔 슈뢰더 총리의 개혁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 개혁으로 슈뢰더는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잃었지만 독일은 다시 세계경제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태종이다.정치지도자는 모두 세종이 되고 싶어 한다. 정치의 최종 목표가 집권이니 지지율과 인기정책에 매달리는 것을 탓 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현명하고 정치의식도 높다. 그동안 그 필요에는 공감하면서도 손에 흙 묻히기 싫어 미루기만 했던 과제들에 대해 내가 태종이 되겠다고 나서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이다.박봉규 세계가스총회 2022 조직위원장

2021-09-01 14:19 박봉규 세계가스총회 2022 조직위원장

[브릿지 칼럼] '드론 첨병' MZ세대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물질적 풍요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 MZ세대란 말이 요즘 자주 회자가 되고 있다. MZ세대는 1980~2004년생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4년생 Z세대를 통틀어 부르는 용어다. 이 시기에 태어난 친구들이 정치, 경제, 문화. 소비 등의 강력한 주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게 요즘 현실이다.Z세대는 Y세대(밀레니얼 세대)의 뒤를 잇는 인구 집단으로, ‘Z’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를 뜻한다. 보통 1984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을 X세대, 그 이후 태어난 세대는 Y세대,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를 Z세대라고 일컫는다.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이라는 점이다. 2000년 초반 정보기술(IT) 붐과 함께 태어난 이들은 유년 시절부터 인터넷 등의 완전한 디지털 환경에서 나고 자라 아날로그 환경을 체험조차 못한 세대다. 신기술과 변화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이를 소비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단적인 예로 옷이나 신발, 책, 음반은 물론 게임기 등 전자기기의 온라인 구매 비중이 모두 50%를 넘는다.Z세대는 태어나서부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밀레니얼 세대가 디지털이 익숙한 세대라면 Z세대는 디지털이 당연한 세대인 것이다. 이들은 일찍이 디지털에 익숙한 부모 세대의 영향을 받아 IT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높다.이러한 MZ세대에게 드론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드론은 특성상 다양성을 포함하며 하늘을 마음껏 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드론은 MZ세대가 개성적인 영상 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도구도 될 수 있다.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이미지와 영상으로 소통하며, SNS를 통해 남들과 공유하며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찾고 정보를 공유하는 MZ세대에게 드론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MZ세대는 타인의 가치관을 그대로 쫓기보다는 ‘나답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 세대다. 개성이 강하고 남보다는 나에 대해 집중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데에도 익숙하고 적극적인 만큼 드론을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뿐만 아니라 드론의 조종기나 지상통제장치 등은 요즘 MZ세대가 즐기는 게임을 하는 환경과 비슷하다. 실제 드론을 가르치면서 경험해 보면, MZ세대가 드론 기술을 습득하는 진도는 이전 세대에 비해 매우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드론을 통해 MZ세대를 육지와 하늘을 모두 잘 활용하는 젊은 일꾼으로 키워낸다면 국내 드론의 경쟁력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실업계 고등학교에 드론 관련 정식과목을 추가해서 학생들이 드론 자격증 취득과 활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각 대학에서도 드론 스쿨을 열어서 이를 교양과목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아직은 드론을 날릴 수 있는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기 때문에, MZ세대에게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통해 저렴하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한다면, 새로운 신소비 시장의 주역인 MZ세대가 드론을 활용해 신시대를 창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2021-08-30 14:18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은퇴는 없고 생활은 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전영수 교수대은퇴시대가 개막됐다. 지금까지의 은퇴경로는 잊어도 좋다. 앞으로 펼쳐질 은퇴행렬은 빈도·규모에서 예전과 확연히 구분된다. 1700만 베이비부머(1955~75년생) 때문이다. 이들은 2021년 올해부터 고령기준(65세)을 넘기며 은퇴입구로 들어선다. 베이비부머답게 한해평균 ±85만명이 생산가능인구(65세)에서 벗어난다. ‘인구보너스’ 시절엔 이들 대규모·저임금·고학력의 노동공급이 고도성장의 엔진이 됐으나, 지금은 역으로 축소지향적인 인구병·저성장·재정난의 ‘인구오너스’를 초래한다. 순풍이 역풍으로 되돌아선 셈이다. 흘러넘칠 은퇴인구발 불안·갈등은 예고된 수순에 가깝다.단 이는 이론적이고 낙관적인 가정이다. 현실은 훨씬 괴팍하고 먹먹하다. 65세까지 현역일 수 없거니와 일해도 단기·주변부의 불안한 저임금노동자·아르바이트 신세일 수밖에 없다. 혹은 재정투하형 한시적 공공일자리뿐이다. 하물며 화이트컬러라면 은퇴는 사실상 50대 초면 닿는 문제다. 가장 오래 일한 직장에서 물러난 때를 물으면 대부분 이 연령대 전후로 공통된다. 이후엔 잘해야 전직 아니면 창업뿐이다. 65세 은퇴는 그나마 극소수에 머문다. 한국의 정년은 대부분 60세가 끝이다. 국민연금을 65세부터 받도록 제도화된 50세 초중반에겐 5년의 소득단절을 피할 수 없다.거대인구의 본격은퇴는 불행과 함께 진행될 확률이 높다. 평균수명까지 늘면서 은퇴현장의 제반갈등은 총체적 사회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 2021년을 전후로 대량은퇴는 골목길 한정이슈에서 신작로로 확장된 범용화두로 자리매김한다.한편에선 파이어족도 떠오른다. 경제적 자유의 조기달성 후 자발적인 은퇴선언을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라 칭한다. 낯설되 부러운 카드다. 과부족의 한계상황에서 내몰린 보통의 은퇴강권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이쯤에서 필요한 논점은 ‘은퇴의 재구성’이다. 은퇴가 갖는 고정된 이미지로부터 벗어나는 차원이다. 은퇴했다고 뒷방퇴물은 아니다. 어떤 식이든 활동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호구지책과도 무관하다. 곳간이 넉넉하면 좋겠으나 필수조건은 아니다. 파이어족조차 경제활동이 단절되지는 않는다. 눈치압박의 직장이 없어질뿐 하루 24시간의 생활은 계속된다. 은퇴를 무업(無業)으로 여기는 고정관념 탓이다. 완벽한 단절을 떠올릴수록 은퇴는 무섭고 괴롭다. 은퇴는 실존할 수 없다. 실존하는 건 생활이다. 따박따박 꽂히는 월급과 출퇴근할 직장이 없어진다고 삶은 중단되지 않는다.은퇴에 필요이상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 직장이 영원히 챙겨주지 않는다는 건 경험법칙이다. 언젠가 헤어질 수밖에 없다. 느닷없는 결별선언에서 충격을 덜 받자면 그저그런 생애이벤트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 그 다음의 호구지책이 불안하지만, 못 버텨낼 일도 아니다. 눈높이를 낮추고 삶을 조정하면 충격흡수가 가능하다. 줄어든 소득에 맞춘 구조조정의 필요다. 은퇴는 만들어진 제도다.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정적제거를 위해 65세 이후 정치활동을 금지시킨 게 시효다. 당시 평균수명은 67세였다. 유병노후를 감안하면 65세 은퇴는 납득가능한 연령대였다.지금은 달라졌다. 19세기의 은퇴가 20세기의 제도로 21세기의 생활을 파괴한다. 만들어진 프레임이 먹혀들지 않으면 폐기대상이다. 생활하는 한 은퇴란 없다.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야말로 은퇴다. 그렇다면 유병비율이 본격화되는 75세까지는 현역이다. 제도와 관습에 포섭될 이유는 없다. 직장이 끝나도 직업은 계속되는 게 좋다. 적어도 일은 필수다. 돈이 되든 안 되든 상관없다. 그걸 받아들여야 건강해지고 돈 쓸 곳도 줄어든다. 작지만 꾸준한 활동과 소득이 중요하다. 해서 은퇴의 재구성은 일의 재구성과 맞물린다. 정부와 기업은 대량은퇴의 욕구분석과 제도수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방치하면 은퇴주술에 휘둘리나 올라타면 새로운 노후활로가 펼쳐진다.한양대 국제대학원 전영수 교수

2021-08-30 06:00 한양대 국제대학원 전영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