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뻔하디 뻔한 예술에 꽃길은 없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21-09-15 14:30 수정일 2021-09-15 17:01 발행일 2021-09-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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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코로나19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4단계에 접어든지 두 달째.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보인다. 코로나19로 허덕이는 문화예술계에도 한줄기 빛이 보인다. 번뜩이는 구상과 젊은 감각을 중심으로 창조성과 수익성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스타트업의 기본요소인 아이디어, 비즈니스모델, 타이밍을 정확하게 꿰뚫었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모바일은 문화예술 스타트업들의 자양분이다. 콘텐츠 제작 및 판매에 머무르지 않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거래가 가능한 시각예술 분야에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더 돋보인다. 신진 미술작가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된 플랫폼에서 회원들끼리 각자의 작품들을 올려 감상하고 소통하면서 판매로까지 연결한다. 고도화된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객 마케팅, 오프라인 협업을 통해 수익-비용 구조를 최적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이러한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나아가 국제 아트페어, 온라인 콘테스트 등과 함께 해외시장으로 확장성도 지니고 있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NFT시장과 메타버스의 대유행은 스타트업이 놓칠 수 없는 타이밍이다. 예술 전문 네트워크 플랫폼이나 예술 직거래 중개서비스 사업도 베타서비스 시작을 계기로 딱 떨어지는 타이밍에 트러블슈터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수수료 모델, 역경매 추천, 진품 판정, 허위 고객 요청 등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글로벌 마켓과 초연결 네트워크를 향해 더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ESG가 화두로 떠오르는 타이밍에서 사회적 기업의 존재감은 스타트업에서 더 빛난다. 발달장애 예술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에서는 휴대폰케이스, 파우치 뿐 아니라 요즘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골프용품까지 장애인 예술가의 작품을 따뜻하게 활용하고 있다. 각박해진 세상에 따뜻한 접근은 더없이 특별히 다가오기 마련이다. 예술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각종 모바일앱에서도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음악 작곡을 도와주는 앱. 글쓰기 공유앱 등이 구글플레이에서 올해를 빛낸 아름다운 앱으로 선정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최근 문화예술 스타트업 창업이 오히려 80% 증가하고 콘텐츠산업 매출 폭증한 현상은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에서 보여주고 있다. 문화예술 스타트업들이 벤처캐피탈(VC), 금융권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관행을 배려해 우리 정부는 문화콘텐츠기금, 기업육성형 융자 등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콘텐츠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산하 기관의 각종 지원, 육성 프로그램들도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 생명수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소통, 온라인 경제가 일상화되면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오히려 앞당겨진 것은 코로나의 역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로컬리즘, 탈도시화 등이 새로운 기회로 등장한 현상도 코로나 시대에 부각된 미개척 시장이다.

하지만 모바일 앱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너도 나도 플랫폼 경제를 들고 나오는 냄비현상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타이밍과 추세 뿐 아니라 차별성과 지속성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위드 코로나 국면이 시작된다. 뻔하디 뻔한 문화예술 스타트업들에게는 꽃길이 영영 열리지 않을 것이다. 왜 굳이 ‘문화예술’ 업종을 선택했는지 자신있게 보여줘야 한다. 그들의 예술스러운 성공스토리를 더 듣고 싶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