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고용시장의 경고음

박종구 초당대 총장고용이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비경제활동인구가 전년 동기 대비 53만 4000명 늘었다. 특별한 사정 없이 그냥 쉬는 인구도 246만 명으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9월 취업자 수도 전년 동기 대비 39만 명 감소했다. 실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체감 청년실업률은 24.5%에 달했다.자영업자 상황이 녹록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줄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늘었다. 인건비 줄이기 위한 종업원 해고와 경기침체에 따른 생계형 창업이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자영업자의 20%는 취업이 어려워 창업에 나선 생계형 창업이다. 자영업 종사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 전체 취업자의 40%나 된다. 13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정규직 임금노동자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민연금 이외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된 가구가 적지 않다. 사회활동 지속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50대 후반 고용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은퇴자들이 인생 이모작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교육이나 직업 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더 확대되고 있다. 비정규직은 2015년 전체 임금근로자의 32.5%에서 지속적으로 늘어 작년에는 36.4%로 더 커졌다. 기간제 근로자 등 단기근로자가 가파르게 늘어났다. 금년에 임금격차는 152만 원으로 늘어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도 270만 원으로 커졌다. 고용시장의 경직성이 고용둔화와 임금격차의 주범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노동시장은 51위에 그쳤다. 노사 협력은 130위, 정리해고 비용 116위, 고용·해고 관행 102위, 임금결정의 유연성 84위로 바닥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에 한국의 체감 청년실업률이 25% 수준에 육박했다고 비판했다.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이 20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009~2018년 기간 중 OECD 평균은 14.9%에서 10.5%로 줄어든 반면 우리나라는 8%에서 8.9%로 늘어났다. 내년 대학졸업예정자 예상 취업률이 44.5%에 불과하다. 지난 5년간 평균 취업률 62~64%에서 크게 낮아졌다.한국개발연구원은 코로나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가 월평균 72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고용 파급 효과가 큰 교역산업의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코로나발 고용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고용유발 효과가 큰 교역산업을 중점 지원할 필요가 있다.영국의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노동비용 증가가 수출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이를 상쇄할만큼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수출 신장에 걸림돌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해외로 나간 국내기업의 복귀정책(리쇼어링)이 지지부진한 것도 노동비용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노동 경직성과 높은 인건비로 유턴의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노동생산성 향상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일자리 극대화를 위한 실사구시적 정책이 시급한 때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20-11-11 14:10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코로나 카스트 제도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코로나19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처럼 보였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그렇게 계층과 빈부를 가리지 않고 인류를 공격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봉쇄령 같은 극약처방이 잇따르면서 코로나19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바이러스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은 환상이거나 착각일뿐이었다. 2020년 3월 25일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내려진 인도 정부의 전국 봉쇄령은 이들을 하루아침에 난민으로 만들었다. 일하던 곳이 폐쇄됐고 임금을 주던 사람들은 사라졌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도시에서 굶어 죽느니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며 도시 탈출에 나섰다. 집세와 생필품 가격이 비싼 도시에서 3주 이상 지내기에는 너무나 큰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모든 도로와 철도, 항공편이 막히는 바람에 어쩔 도리가 없어 고향까지 수백 킬로미터를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야 했다. 마치 피난길 같은 도로를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는 이들에게 진정 무서운 것은 바이러스보다 앞으로 견뎌야 할 굶주림과 가난이다.가난한 나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도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한국과 미국 등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에서도 저소득층은 빈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마트·식료품점 점원이나 배달원처럼 봉쇄사회의 일상을 돌아가게 해주는 이들은 생계를 위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해야 한다. 실직, 무급휴직에 처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반면 ‘화이트칼라’ 노동자 중에서도 초고소득층은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을 떠나 교외 별장이나 외딴 섬으로 피신한다. 수영장과 체육관 등이 딸린 호화 벙커를 짓는 일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건강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8만 달러, 한화로 9760만원짜리 민간보험으로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를 해결한다. 결론은 부자들의 일상은 코로나19 전이나 후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이처럼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방식을 통해 빈부격차의 단층이 극명하게 드러나자 ‘코로나 카스트’ 제도라는 말까지 나왔다. 경제력 격차는 의료 접근권의 차이, 종국에는 생명권 격차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도 콜센터나 물류센터 집단감염 사태를 비롯해 임시직 등 고용이 불안정한 직군이나 영세 사업장 등 ‘약한 고리’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에 의한 경제 충격은 이제부터 본격화된다는 점이다.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은 말한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 줄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노 플랜, 왜냐? 계획을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되거든, 인생이.” 사람들은 미래를 계획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덮친 것도 계획에 없던 일들 중 하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자원의 양은 제한적이다.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적 자원을 소모하면 다른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심리적 자원은 부족해진다. 코로나 카스트 속 당장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이들에게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심리적 자원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사람들이 피로해진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밥벌이의 고단함 앞에 정부가 외치는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의 실천이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이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0-11-09 14:15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바이든 시대의 한반도 3가지 충돌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 후보가 매직넘버인 선거인단 270명을 넘기면서 승리를 선언했다. 최연소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던 ‘조 바이든’이 마침내 대권까지 거머쥐는 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선언과 선거 소송에 따른 변수가 남아있지만 미국 정치권과 언론들은 바이든 시대의 개막에 이견이 많지 않다. 우리 국민들은 과연 바이든 시대가 열리는 것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9월 1~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5%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누가 당선되는 것이 좋은지’ 물어본 결과 바이든이라는 의견이 59%로 압도적이었다. 트럼프라는 의견은 16%에 그쳤다. 이 조사에서 주목하는 내용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층에서 바이든에 대한 선호가 전체보다 더 높았다. 그렇다면 바이든 시대는 대통령 지지층의 기대대로 마냥 긍정적일까, 아니면 부정적 일까.먼저 남북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좌충우돌하는 스타일이었다. 취임 초기에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호칭하며 대북 압박에 나섰다. 그렇지만 2018년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 관계가 급진전을 했고 4월 말에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그 다음은 북미 관계였다. 북미 관계가 극적으로 달라진 사건은 다름 아닌 지방선거가 있기 직전인 6월의 싱가포르 회담이었다. 하노이 회담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지만 ‘톱 다운 방식’의 북미간 만남이 한반도 평화에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바이든 시대가 열리면 전격적인 만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무협상을 강조하는 바이든 시대에 북미 관계가 꼬여버린다면 ‘종전 선언’과 ‘전시작전권 환수’ 등 현 정부가 기대해온 일정 역시 틀어지기 십상이다.바이든 시대의 두 번째 승부수는 ‘미중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를 기억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바이든 시대는 미중 관계의 협력과 균형을 예상하고 있다. 사실 트럼프 시대의 ‘미중 갈등’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 일대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바이든 시대의 중국과 관계는 핑크빛일까.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아닌 인식이 등장하고 있다.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에도 중국 견제를 한 적이 있었던 바이든의 스타일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탄소 국경세’는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국가인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탄소 국경세’ 정책이 본격화되면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마지막으로 ‘한미 동맹’이다. 트럼프의 주한 미군 방위비 인상 협박에 시달려온 만큼 바이든 시대가 열리면 한미 동맹은 보다 우리 쪽으로 우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인상률을 조정하는 것이지 인상되는 방향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혐오와 반발이 컸을 뿐이지 바이든 시대도 미국을 우선하는 정부이지 한국을 우선하는 정부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 바이든 시대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 덧붙여 기대와 다른 미래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바이든 시대의 ‘한반도 3가지 충돌’에 우리의 운명이 걸려있기 때문이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0-11-08 13:22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각자의 회랑으로

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세상이 한 순간에 산산조각이 나고 있는 양상이다. 인류사에서 2020년을 영원히 잊지 못하게 할 코로나 팬데믹은 1970년대 미소냉전 해소이후 3차 세계대전의 공포를 벗어나면서 하나의 세계라는 평화와 공존의 아젠다로 연합하고 교류하던 지구촌의 해맑은 동작들을 한순간에 멈추게 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우루과이라운드나 기후협상, 심지어 다보스 포럼까지 그동안 서로 들떠서 진행했던 수많은 날들의 글로벌지구를 위한 수고들이 한순간에 신종바이러스의 창궐로 쓰러지는 자국 국민들의 희생과 고통 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져가고 있다.그리고 저마다 내면에 웅크리고 자리하던 그들의 민낯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중국정부는 홍콩을 데리고 그들의 국민들을 다시 40년 전 죽의 장막으로 발길을 서서히 돌리고 있는 인상이다. 중국 굴기의 패권이 문제가 아니라 내부 분열의 단속이 더 중요한 과제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미국도 이번의 대통령선거를 통해 그들의 내면을 다 드러내고 있다. 누구는 다시 총을 들고 싶은 마음들도 보이고, 누구는 다시 거리를 울분과 함성으로 뒤덮고 싶은 마음들도 보인다. 투표결과를 지역별로 보면 저렇게 하고 어떻게 하나의 합중국이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지역별 판도가 판이하고 지역별 친연성이 뚜렷하다. 그 뿐이 아니다. 민주주의 대의정치의 표상으로, 정치문화의 성숙한 상징으로 자랑하던 선거판이 끝까지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은 막장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정치와 경제와 문화의 선진국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유럽도 저마다 자국의 생존과 갈등과 안전에 허겁지겁 하고 있다. 영국은 바이러스 자체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프랑스는 지금 보이는 않는 공포와 협상을 해야 할 정도로 국민생명의 안전이 허둥대고 있다. 갑자기 총리가 바뀐 일본도 국제이슈에 아무런 기미가 없고, 유럽에서 그나마 여력이 좀 있던 독일도 미국의 혼돈과 유럽의 코로나 속에서 경황이 없기는 매 한가지이다. 이 와중에 작은 나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젠은 영토분쟁으로 재래식 전투를 하고 있다.그런데 세계의 주가는 오르내리고, 상당수 나라는 주택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도대체 지구의 안정이나 협력이나 호혜의 회복을 뭘 보고 믿고 이런 행동들을 무의식 속에서 과감하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개념 없이 그냥 해보는 머니게임인지 알 수가 없다.자산을 투자는 투자시장은 역사도 길지 않지만 그 체제도 불안정하여 그동안 숱한 위기와 낭패를 거듭하여 만들어 냈다. 그럴 때마다 각국 정부가 나서서 자국 국민의 돈으로 메우고 재정으로 수습했다. 그 이면에는 중앙은행간의 협의가 있었고, 상응하는 규제와 감시가 강화되었고, 학문적으로는 자유와 합리와 효율의 새로운 거래공준과 가격준거의 진전이 있었다.그러나 작금의 세상사에는 개별정보화 시대이후 어느 부문이나 공준이나 준거의 힘은 찾아볼 수가 없다. 우선 언론의 현장과 정치나 행정의 사안도 그렇다, 정치인들에게서 사상가를 찾기 어렵고, 행정가들에게서 경륜을 발견할 수가 없다. 특히 그래도 통찰과 탁견으로 범용가치의 중심 추이던 언론들도 이미 생업과 진영 논리에 빠진지 오래라서 특정성향의 직업적 집단행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언론이 사회의 목탁이고 살아있는 지성이고 시대의 양심이라는 단어는 그 말을 꺼내는 사람이 어리석은 일이다.이번에 미국 대선결과를 알아보려고 여러 소식을 찾아보니 정규미디어들은 그나마 신중을 기하느라 애쓰고 있는 반면에, 사회관계망이나 유튜브에서는 아무나 저마다 개인의 식견과 소식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대개가 아전인수의 해석이고 무책임한 전망이고 분풀이거나 눈길 끌기였다. 정말 과학과 종교와 인문과 이상을 가꾸어온 우리 문명인의 삶이 이래도 되는지 모두에게 묻고 싶다.가격놀음의 끝은 반드시 비참하게 온다. 역사의 교훈으로 보면 파탄과 방종의 대가는 자연의 재해나 사회충돌이나 나라전쟁으로부터 온다. 그 형태나 시기는 누구도 모르지만 반드시 온다. 지금 어느 나라, 어느 시장이나 그에 대한 대비책은 없다. 금리도 더 내릴 수 없고, 돈도 더 풀 것도 없다. 올라간 가격들만 추락하고 거래만 멈출 일이다.이제 모두가 자기 이익과 기분과 비탄에 빠져 각자 “생존의 회랑”으로 들어가는 지금, 어린이는 태어나고 아프리카는 질병과 기아로 신음하고 있다. 어찌 할 것인가.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2020-11-05 16:00 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브릿지 칼럼] 정상에 오른 사람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에 나타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고맙다’라는 키워드로 내부의 결속을 끌어내고 ‘사랑한다’는 말로 남측과의 미래를 대비했다. 그의 메시지를 보여 준 연출력은 치밀하게 계산된 듯하다. 시각은 자정이였다. 그의 할아버지가 즐겨 입었다는 회색양복은 어둠속에서 광채로 번쩍였다. 울먹이는 목소리는 개방적 지도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싶은듯 했다. 해 저무는 저녁, 높은 연단위에서 흑백의 명암이 뚜렸하게 대비되는 스포트라이트속에서 연설했던 히틀러가 떠올랐다. 그들의 연단은 정서적 일체감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무대였다. 대부의 강렬했던 첫 장면을 기억해보자.비토 콜레오네: 자네는 내게 처음으로 도움을 청했어. 그런데 그동안은 나와 담을 쌓고 지냈지.보나세라: 제가 고통 받은 것 만큼 그들에게 되갚아 주십시오. 얼마면 되겠습니까?비토 콜레오네: 보나세라… 자네가 우정으로 날 찾아왔다면 자네의 딸을 망가뜨린 그놈들은 그날로 비참한 신세가 되었을걸세. 친구의 적은 곧 나의 적이 될테니, 누구도 자네를 건들 수 없지.보나세라: 친구가 돼 주시겠습니까?비토 콜레오네: 음… 알겠네. 그들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네.보나세라는 대부의 딸 결혼식에 찾아와 돈을 건네며 자신의 딸을 해친 상대에게 보복해줄것을 간청한다. 평소에는 찾지 않다가 자신이 필요할 때 찾아온 보나세라의 이기적인 행동에 비토 콜레오네는 넓은 아량으로 관계의 가치에 대해 충고하고 충성을 맹세하는 보나세라의 부탁을 응낙한다.여기에 펼쳐지는 코폴라 감독의 연출력을 들여다보자. 그들의 충성맹약이 이뤄지는 곳은 환한 대낮에 떠들석하게 결혼식 피로연의 정원 한켠, 두꺼운 커튼으로 빛이 가려진 어두운 방이다. 암흑세계의 최고권력자는 고양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어떤 빌미도 용납하지 않을 듯한 완고한 턱을 손등으로 천천히 어루만지며 경쟁자들에게 낮으면서도 웅얼거리는 말투로 충성을 요구한다. 그의 옷차림도 호칭에 걸맞는 최고급의 정장 수트다. 보스들과 회의때도 상대의 지위를 존중하는 적절한 화법과 유화적 매너로 상대를 대접해줘 자신에 대한 자발적 존경심을 유도한다.트럼프의 악수도 계산이 깔려있다. 굳건한 신뢰감의 표현이라며 흔들어대는 손바닥의 악력은 만만치 않게 덤벼드는 상대국 리더의 기를 꺽어 놓으려는 의도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트윗을 통해 쉴새없이 상대를 조이고 풀어주는 그의 여론전은 거칠지만 강력해서 주장의 정당성이나 타당성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정도다.도발적인 어투와 자신감으로 가득한 임기응변으로 지구 최강국의 사령관다운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거구의 큰 키와 흔치 않은 헤어스타일, 비지니스 정장만을 고집하며 짧고 단호한 어투로 ‘지켜보자, 두고 보자’를 반복하다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이란 말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계산된 협상전략가라는 이미지를 드라머틱하게 끌어올린다.강대국 지도자들간의 정상회담에도 종종 지각하는 푸틴의 습관도 한때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강대국이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려는 자존심의 발로다 .문제는 그들의 스타일이 자신과 자신의 지지자들의 입장과 이해만을 대변하는데 있긴 하지만. 헤드셋을 쓰고 무대를 장악하는 프로듀서의 연출력은 당신의 비지니스에도 필수품이다. 우선 웃는 얼굴과 단정한 옷차림으로 시작하라.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2020-11-04 14:13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KMF위원장,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브릿지 칼럼] 정치, 정치인, 그리고 정직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인 빌리 조엘(Billy Joel)이 1978년 발표한 Honesty라는 곡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명곡이다. 빌리 조엘의 달콤하고 서정적인 목소리로 전달되는 이 곡은 연인의 사랑 노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정직함이 사라져 가는 세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1977년에 지미 카터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 유명했던 정치스캔들,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scandal, 1972~1974)으로 말미암아 당시 제 37대 미국 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이 결국 대통령직을 사임하게 된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 닉슨 행정부가 당시 베트남전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민주당을 저지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 침입과 도청 사건이다. 이에 연루된 것을 부정하고 은폐하던 미국 행정부의 조직적 권력 남용이 문제가 되었던 엄청난 정치 스캔들로, 결국 닉슨 대통령의 사임이라는 초유의 결과로 이어졌다.워터게이트 사건 직후 닉슨과 백악관 측은 ‘침입사건과 정권은 관계가 없다’ 라는 태도로 일관했으나, 1974년 8월, “스모킹 건”이라 불리는 테이프가 공개됨에 따라 결국, 닉슨은 탄핵안 가결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1974년 8월 9일, 사임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닉슨은 미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임기 중 사퇴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이후 지미 카터 대통령이 당선되었고, 1977년 취임하게 된다. 빌리 조엘의 Honesty는 이듬해 발표되었고, 정치인들의 습관적인 거짓과 위선에 상처받은 미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쩌면 Honesty란 노래를 통해서 정직함이 사라져 가고 부끄러움이 부족해져 가는 세태에 대해 자성하고 또 힐링을 받았던 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본다.요즈음 이 노래가 유난히 마음에 와닿는 건 왜일까.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다가도 문득문득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If you search for tenderness It isn‘t hard to find (그대 다정함을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어렵지 않아요)You can have the love you need to live (당신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사랑을 가질 수 있죠)But if you look for truthfulness, you might just as well be blind (하지만 그대 진실함을 찾는다면 장님이 된 듯 보이지 않을 거예요)It always seems to be so hard to give (진실함을 보여주는 것은 항상 힘든 일인 것 같으니까요)Honesty is such a lonely word Everyone is so untrue (정직함은 너무나 외로운 단어… 모든 이들이 너무나 진실하지 못하죠)Honesty is hardly ever heard and mostly what I need from you (정직함은 정말 듣기조차 어려운 말이죠,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에요)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2020-11-02 15:48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사모펀드 전수조사…불났으면 주민이라도 동원해야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이번 국감에서 사모펀드가 주요 이슈였지만 본질은 제쳐두고 ‘접대를 받았네, 돈이 오고 갔네’로 시끄럽기만 했다. 뚜렷한 대안 제시도 눈에 띄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다고는 했지만 지금까지 조사한 곳은 9곳에 불과하다. 앞으로 하루에 1건을 조사한다 해도 2023년이나 돼야 끝난다는 셈인데, 소도 잃고 고칠 외양간도 없어질 판이다.무슨 일이든 명분과 뜻이 아무리 좋아도 당초 취지가 잘 살려지는지 지속적으로 살펴야 배가 산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모험자본을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사모펀드에 대한 진입과 운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후 아무도 ‘배가 어디로 가는지’ 살펴보지 않았던 것이 사모펀드 사태를 초래했다고 본다.일이 이렇게 된 연원(淵源)을 들여다보면 금융감독 체계와 무관치 않다. 금감원을 금융위원회에서 독립시킬 것인가를 두고 매년 논란을 되풀이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정책을 입안하는 금융위로서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금융이나 경제 전반에 걸친 긍정적 측면에 무게를 싣게 된다. 반면 부작용을 막아야 하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가급적 부작용을 줄이는 쪽으로 제도를 설계하려는 속성이 있다. 규제의 완화와 규제의 확보가 충돌하게 되는 지점이다.저간의 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2015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줄이는 관점보다 시장 활성화에 방점이 찍혔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모펀드 규모는 2015년 200조원에서 올해 10월(428조원) 2배 넘게 확대된 반면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펀드 설립을 사전 등록에서 사후 보고로 바꾸고, 펀드 투자 하한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게 됨에 따라 감독기능이 후퇴하게 됐다.한 가지 짚을 점은 작년 8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금융위는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1억에서 3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는 점이다. 수조원의 피해가 생기자 다시 한도를 높이니 사후약방문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또 단순한 투자금액 기준이 아닌 개개인의 수입이나 자산과 같은 위험을 감수할 재정적인 능력과 전문성을 사모펀드 적격 일반투자자 요건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실태조사도 매우 답답하다. 전수조사에 인력 여건으로 두 달 동안 9개밖에 못했고, 앞으로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3년이 더 걸린다고 하니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싶다.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는데 세월이 걸려 숨은 문제가 커지면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검사인력 보강과 관련해 금감원은 ‘인력충원을 하면 전수조사 끝난 뒤 충원한 인력 처리 문제가 있다’면서 인력투입에 애로를 말할 것이 아니라 금융관련 공공기관으로부터 대대적으로 인력을 받거나 이번 전수조사에 한해 공인회계사와 같은 전문가를 한시적으로 검사역으로 보임해 검사케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2011년의 저축은행사태 해결사례를 참조하자. 불났는데 꼭 소방관만 불 끄라는 법이 있나. 하다못해 동네 주민이라도 동원하는 게 답이지 않겠나.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2020-11-01 14:42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농작물 순찰 드론 어떨까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올해 무더운 여름 날씨와 긴 장마로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가을 뙤약볕 아래 농산물 수확이 한창이다. 한 해 수확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는 바쁜 일상이 농촌에서 펼쳐지고 있다.그러나 이맘때면 농촌에서는 가을에 수확한 농산물을 도둑질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농민들은 낮에 들이나 밭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을 비울 수밖에 없다. 일선 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은 최근 아무도 없는 집을 노리는 농산물 절도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전했다.경찰은 가을철 농산물 절도를 예방하기 위해 △보관창고 잠금장치·도난경보기 설치 △농산물 보관창고 내 CCTV 설치 △낯선 차량 번호판 기록 △부재 시 인근 지구대 및 파출소에 예약 순찰 요청 등의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은 순찰 영역은 넓지만 파출소 인력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절도범 신고가 들어와도 제대로 된 수사나 범인 검거가 쉽지 않다.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농산물 절도 사건은 2016~2019년 4년 동안 모두 2448건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6년 554건, 2017년 540건, 2018년 507건 등 한해 500여 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847건으로 크게 늘었다.지역별로는 경기 남부(425건)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충남(338건), 충북(257건), 전남(243건), 경북(179건), 경남(174건), 제주(168건), 경기 북부(135건), 강원(108건), 전북(102건)의 순이었다. 평균 검거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1101건)다. 지역별 검거율은 전북 71.6%, 제주 64.3%, 강원 59.3%, 광주 58.3%, 경남 52.3%, 전남 51.0%, 경기 남부 37.6%, 충남 37%, 경기 북부 32.6%로 집계됐다. 창고에 둔 농산물을 훔치는 ‘곳간 털이’와 논밭에 재배 중인 농작물을 가져가는 ‘들걷이’, 축산물 절도 등 유형도 다양하다.이들은 귀중품은 물론 고추나 참깨, 인삼 등도 훔친다. 고추와 참깨는 시장에 나가서 팔면 바로 현금화가 가능하고, 소량에도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도둑들이 노리는 주요 농산물로 알려져 있다.농촌 지역에서는 농산물에 대한 절도를 자체 인력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역 경찰,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해 정기적으로 대낮 순찰과 예방 활동을 펼쳐야만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최근 경찰청은 신속한 실종자 수색을 위해 드론을 도입했지만, 규정한 범위 밖에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시적으로나마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가을 절도범 예방을 위한 순찰에 치안 드론을 투입해보는 것은 어떨까.몇 년 전만 해도 드론으로 넓은 지역을 비행하며 고해상도로 지면을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수직 이착륙 기기로 광범위한 영역을 자동으로 비행하면서 고속 통신망과 연결해 높은 화질의 영상을 받아 순찰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순찰 드론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가을에 발생하는 농산물 절도를 예방할 수 있다. 이동 차량의 영상 정보는 절도 발생 후 차량 추적을 위한 수사를 뒷받침할 것이다.경찰은 코로나19 방역 현장과 비대면 순찰 업무에 드론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주민들과 협업해 관련된 홍보 활동도 지속해야 할 것이다.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2020-10-29 14:45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내가 '임계장'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사회의 단골키워드 중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역동성’이다. 국경관문인 공항엔 어디서든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란 문구가 걸려있을 정도다. 밝고 활기찬 힘이 사회를 이끄는 에너지란 의미다. 다만 이제 시효가 끝난 듯하다. 한국도 한계효용 체감법칙처럼 성장이 멈추고 활력이 줄어든 성숙사회가 눈앞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 갖겠다는 욕구실현 자체가 어려운 시대인 셈이다.그럼에도 여전히 몸과 옷의 맞춤은 갈 길이 멀다. 몸이 줄면, 옷은 헐렁해진다. 줄이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현실은 엇박자가 많다. 사회곳곳에서 목격되는 후진국형 갑질 논란도 그중 하나다. 도대체 왜 이럴까 싶은 몰상식한 행태가 반복된다. 대표적인 공간이 아파트다. 아파트 경비원을 향한 갑질은 잊혀질 만하면 등장한다. 해서 관심을 끈 게 최근 출간된 ‘임계장 이야기’란 책이다. 경비원 본인의 경험·소회를 담담하게 엮어냈다. 반면 내용은 놀랍다. 차별과 폄하, 그리고 굴종을 떠올리는 독자가 적잖았기 때문이다.임계장의 삶은 차라리 소설이면 좋겠다. 실존하는 경비아저씨의 현장경험이 켜켜이 배인 에세이라 더 아프다. 한층 충격적인 건 임계장 스토리가 남 얘기가 아닐 수 있어서다. 저자조차 본인이 이렇게 환갑을 넘겨 임계장으로 불릴지 몰랐다고 고백한다. 더욱이 현역 때 그의 명함을 알면 더더욱 안타깝다. 38년을 공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한, 비교적 잘 나가는 인생을 살아왔다. 안정된 고용에 임금도 적잖아 누구든 부러워함 직한 일자리였다. 그럼에도 현실은 아파트 경비아저씨, 임계장으로 불린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그렇다면 임계장은 왜 퇴직 후 4년째 시급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을까? 무슨 독특한 불행·불운이라도 닥쳤던 것일까? 대답은 아니다. 역시 평범한 인생살이에 가깝다. 해서 더 암시하는 바가 크다. 임계장은 퇴직이전에 딸 혼사에 저축 대부분을 썼다. 퇴직이후에도 3년 넘게 아들공부를 뒷바라지했다. 퇴직금은 일찌감치 중간정산을 받아 집 사는 데 썼다. 임금피크 때 나머지 퇴직금까지 받았다. 그래서 막상 그만둘 때 받은 목돈은 거의 없다. 퇴직소식은 채권자에게 더 빠른 법. 퇴직이후 신용대출 만기가 됐으니 연장해주지 않겠다는 통보가 왔다. 직장이 만들어준 신용이 사라졌으니 더는 해줄 이유가 없어서다. 그가 일자리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쯤 되면 강 건너 불구경이라 여길 중·장년은 없을 듯하다.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다. 한편에선 ‘고다자’로도 불린다. ‘고르기도 다루기도 자르기도 좋은 사람’이란 의미다. 그는 38년의 공기업·정규직 경력은 퇴직이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억이라 품평한다. 고용권자의 질문은 ‘건강한지’와 ‘힘든데 할 수 있냐’로 요약된다. 하나 더 보태면 ‘몇살이냐’ 정도다. 임계장의 최대 후회는 노후생활을 위한 비상구를 만들지 않은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닌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비상구임을 뒤늦게 알았다. 책의 표현처럼 나이를 먹으면 온화한 눈빛을 원했는데 정작 현실은 핏발선 눈이었다. 은퇴시점에 떠맡겨진 거친 생계의 결과다. 과연 우리는 임계장의 가시밭길을 피할 수 있을까? 먹먹하고 묵직하다. 내일의 내 얘기가 아닐지 부인하기란 쉽잖다. “너도 공부 안하면 나중에 저 아저씨처럼 돼”란 젊은 아빠의 말이 내일의 임계장일지 모를 수많은 중년의 폐부를 비수처럼 찌른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0-10-28 14:17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미완의 자율주행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미래 모빌리티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자율주행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하늘을 나는 도심형 플라잉 카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최근 자동차 제작사는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최고 화두인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은 자율주행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최근 캐나다에서 자율주행 모드의 테슬라 차량으로 시속 150㎞ 이상으로 질주하면서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쉬는 모습을 연출했다가 경찰의 단속을 받은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 이 기능에 의존했다가 사망한 운전자는 4명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이 가능을 탑재한 차량을 이용하다가 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기능을 활용하다가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 가능에 의지하는 운전자가 많아지고 있는 반면, 그 기능은 아직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자율주행 기능의 수준을 나타내는 레벨은 0부터 5까지 여섯 단계가 있지만, 현재의 기술은 레벨 2~3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언급하는 진정한 자율주행 기능은 레벨 4 이상이 돼야만 한다. 이 정도가 되면 비상시에만 사람이 개입하고 차량에 안전을 맡길 수 있다.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제작사들이 레벨 4 이상 구현을 강조하고 있지만, 해당 기준을 달성한 기업은 아직 없다. 테슬라 차량의 오토파일럿 기능이 조만간 업그레이드를 거쳐 레벨 4 단계에 오를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지만,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예측 불가한 주변 환경, 어둡거나 먼지가 많은 오프로드, 비바람과 폭설 및 폭우 등 다양한 조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차량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은 없으며, 법적 인격체로의 전환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도 정리되지 않았다.운전자들은 자율주행이 운전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보조기능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운전은 분업화가 불가능하다. 운전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의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제작사의 광고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이와 관련한 과도한 홍보에 대해 각국에서 제재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독일 법정에서는 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홍보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영국도 그렇다.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 넣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운전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고기능 행위다. 단 한 순간의 잘못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아직은 사람의 영역이다. 이를 대신할 기술은 미완성 상태다.자율주행은 자동으로 이동하는 기술 구현에 앞서 운전자의 실수를 보강하는 능동적 안전장치, 저속에서 안전하게 주차하는 풀 파킹 시스템, 아파트 등 대규모 단지에서 시속 20~30㎞의 저속으로 움직이는 마이크로버스 등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전용 도로에서 완벽하게 이동하는 물류형 군집 운행도 기대해볼 만하다.우리가 상상하는 자율주행 시대는 아직 멀리 있다. 레벨 5의 마지막 궁극의 자율주행차는 더욱 그렇다.앞으로 자율주행에 대한 과도한 홍보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자신만을 믿고 운전하기를 바란다. 자율주행은 운전 보조기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20-10-26 14:17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말수는 '소소익선(少少益善)'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나이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 퇴직 이후가 특히 그렇다. 대화 상대가 줄어들다 보니, 기회가 오면 한꺼번에 쏟아낸다. 대화를 독점하고, 중간에 끼어들고,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상대의 말은 끝까지 듣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해댄다. 의견이 다르면 언성을 높이고 삐치기도 잘한다. 버럭 화를 내어 분위기를 망치기도 한다. 은퇴 후에 꼭 지켜야 할 대화 매너는 무엇일까.첫째, 시시콜콜 따지거나 참견하지 마라. 나이가 들면 경험과 지식이 많아 남의 말에 토를 잘 단다. 주제와 무관한 데도 따지며, 마치 자기의 존재를 과시하는 발언을 곧잘 한다. 통상적인 우리의 대화는 서로 마주 보고 말을 주고받으면서 상대의 얘기를 잘 들어주면 그뿐이다. 굳이 따질 이유가 없다. 대세에 지장이 없으면 동의해주고 공감해주면 좋다. 매사 시비를 걸면 환영받지 못한다. 지나치게 나서서 참견하거나, 상대를 가르치려는 태도 역시 꼴불견이다. 본인은 오랜 경륜이고 조언이라지만, 상대에겐 편견이고 잔소리에 불과하다.둘째,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고 인정해라. 논쟁이나 토론은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이지만, 대화는 그렇지 않다. 비록 의견이 다르더라도 굳이 논쟁까지 할 필요는 없다. 잠시 나의 기준은 덮고, 그 사람으로선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 간혹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왕왕 있다. 그걸 따지면 말려들기 십상이고 결국 싸움에 이른다. 반론하지 말고 그냥 웃어넘기거나, 슬쩍 화제를 바꾸는 게 현명하다. 따져봤자 내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할 뿐이다. 허허 웃고 넘기면 간단히 끝나는 일이다.셋째, 귀는 열고 입은 가능한 한 닫는 것이 좋다. 옛말에 입으로 친구를 잃고, 귀로 친구를 얻는다는 말이 있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무심코 한 말이 치명적인 흉기나 말실수가 되기도 한다. 가능한 말을 억제하는 게 좋다. 꼭 해야 한다면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해야 한다. 반면에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고, 소통하고,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대화 기술이다. 그냥 잘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호감을 산다. 그래서 귀는 두 개이고 입은 하나가 아닐까.마지막으로 말을 독점하거나 훈계나 비난, 자기 자랑하지 마라. 상대는 지루하고 관심 없다. 어떤 모임에서든 참석자가 균등한 시간만큼 얘기하는 ‘N 분의 1’ 법칙, 1분 얘기하고 2분 들어주고 3분 동안 공감해주는 ‘1:2:3 법칙’을 지켜야 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화제보다 상대방이 좋아할 얘기를 해야 한다. 극도로 민감한 정치나 종교 얘기는 가급적 제외한다.대화의 방법은 의외로 아주 쉽다. 상대를 재미있게, 그리고 기분 좋게 해주면 된다. 상대의 얘기에 내 생각을 더하면서 뭔가 새로운 걸 찾아내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유익하고 재미있다. 상대방이 기분이 좋아서 말을 많이 하도록 하는 것이 대화의 기술이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 상대를 존중하거나 상대방 얘기에 공감하고 경청하는 배려와 자기 절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유념하고 가을의 정취를 느끼면서 마주 보며 멋진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아, 코로나가 대면을 허용하지 않는다고요?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20-10-25 15:05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반독점' 거스르는 나라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전세계 빅테크기업의 독주에 빨간 불이 켜졌다.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가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GAFA)에 대해 “독점적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결론내렸다.소위는 지난 6일(현지시간) 1년 4개월간의 독점조사결과보고서를 최종 발표했다. GAFA의 독점력을 검증한 결과와 함께 “반독점법을 개정해 이들 플랫폼기업을 제어해야 한다”는 제언을 담았다. 미 의회가 실제 반독점법 개정까지 완료할 경우, 플랫폼 규제의 새로운 레짐(규범체계)이 시작된다.일찌감치 반독점 규제에 나선 유럽에 이어 미 하원이 조사에 나서면서 한국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이른바 ‘갑질’을 하면 법 위반액의 2배(최대 1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하고, 계약 내용을 바꾸려면 사전에 입점업체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플랫폼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 세계가 왜 이렇게 플랫폼의 독점적 지배력에 난리일까.‘독점자본주의’ 병폐가 치명적인 시장 실패를 낳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선진화되면서 빈부격차가 더해져 2000년대의 20대 80에서 2010년대에는 1대 99로 벌어졌다.자본주의 4.0 시대를 향해 4차 산업혁명,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은 노동의 가치를 거의 ‘제로’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GAFA는 막대한 수입을 거두는 반면 많은 기업들은 수익모델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거대한 플랫폼을 가진 기업만 남는 봉건주의와 비슷한 사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른바 ‘플랫폼 봉건 자본주의’를 전 세계가 진지하게 고찰하는 것이다.이판에 엉뚱한 풍경도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인 코나EV의 잇단 화재사건이 터지는 가운데 내수시장 점유율 70%를 누리는 ‘독점적기업’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정부는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제한해 왔다. 이에 따라 ‘SK엔카’를 운영하던 SK그룹은 사업을 매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관련규정이 일몰됐고 지난해 11월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벤처기업부에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허용하자는 의견을 낸 바 있다.중고차는 지난해에만 총 224만대가 거래됐다. 신차가 178만대 팔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차시장의 1.3배 수준이다. 중고차 1대당 1000만원이라 가정하면 대략 연간 22조원의 규모다. 그래서 정부가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허용하면 SK엔카를 잃었던 SK그룹도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000여개 중소업체로 이뤄진 시장에 ‘독점적 지배력’을 가진 ‘빅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것이다. 중소업체들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중고차 업계 3만8096명의 일자리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일자리를 외치는 문재인 정부의 ‘기묘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우격다짐’ 탈원전에 따르는 감사원 감사 논란, 서울 집값의 유례 없는 폭등으로 인한 3040세대의 좌절과 불안, 공수처 출범에 따른 제왕적 대통령 논란, 게다가 독점적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등 모든게 엉켜 있다. 세월이 유수 같기만 바랄 뿐이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0-10-22 14:23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전직 대통령 아들과 아파트

김우일 대우Mamp;A 대표아버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비례국회의원이 된 아들 김홍걸 의원이 아파트 4채를 보유하고 일부 재산신고에서 누락된 사유로 소속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제명처분을 당하고 엄청난 국민들의 빈축을 사고있다.김 의원은 요사이 국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인 아파트에 엮여 공분을 샀다.현재 아파트라는 물건은 우리 국민 모두가 목을 매고 열혈히 추구하는 보물이다. 누구라도 더오르기전 빚을 내서라도 사두려고하고 사두기만 하면 저절로 껑충 값이 뛴다. 마치 자고 일어나면 재산을 불려주는 도깨비방망이 같다. 이 때문에 서민이든 부자이든 너도 나도 아파트에 올인한다. 이 귀한 보물을 공직자인 김홍걸의원이 4채나 매집해 보유했다는 사실은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직자가 국민을 배신한 셈이다.김 의원의 사례는 중국의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중국 춘추시대 송나라의 재상 자한(子罕)이라는 이가 있었다. 밭을 갈다 귀한 옥을 발견한 농부가 당시 재상인 자한에게 옥을 바치며 이렇게 얘기했다. “이 옥은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보석입니다. 나라를 위해 애쓰시는 어르신께 드리고 싶습니다.”이에 자한은 “그대에게는 이 옥이 보물이지만 탐심과 욕심이 없는 마음이 제 보물입니다. 만일 내가 이 보물을 받으면 당신은 보물을 잃어버리고 나도 탐심없는 제마음의 보물을 잃어버리는 셈이지요. 원래 가지고 있던 두 개의 보물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받지 않으면 두 개의 보물을 원래대로 간직하는 셈입니다”사름들은 이같은 자한의 마음을 ‘자한지보(子罕之寶)’라 불렀다. 자한은 받지 않는 마음을 유지해 그만의 보물을 지켰다.이 고사에 나오는 농부의 옥을 요즘 세태에 대입해보면 아파트가 될 것이다. 땀흘러 밭을 갈던 농부가 그 노동의 댓가로 자발적으로 취득한 것이고 모든 사람이 원하는 바이다. 힘들여 번 노동의 댓가로 그 보물을 한 채라도 사고자하는 서민들의 열망을 4채나 보유하므로써 여지없이 서민들의 보물을 가로챈 셈이다.김홍걸 의원은 물질적으로 4개의 보물을 취득했지만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3개의 보물을 잃어버렸다.물질적인 보물은 언젠가는 주인이 바뀌어지기도하고 때로는 자연소실이 되어 흔적이 지워지기도 하고, 거꾸로 이 물질로 인해 여러 가지 재앙을 초래하기도 한다. 반면 정신적 보물은 비록 물질은 존재하지 않지만 국민들에게 영원히 귀감이 돼고 후대만방으로 정신적 지주역할을 하므로써 사라지지않고 머릿속에 남는다.김 의원이 잃어버린 첫번째 보물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아버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예이다. 두번째는 땀 흘려 번 소득으로 자기가 쉴 집을 한채라도 취득하고자하는 서민들의 마음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공직자로서 갖춰야할 탐심과 욕심이 없는 마음이다.이같은 정신적 보물 3개를 내버린 김홍걸 의원에게 묻고싶다. 무슨 마음으로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자의 길을 걷으려고 했는지. 더불어 국민의 복지와 국가경영에 이바지 할 ‘자한지보’의 마음을 가진 정치인이 나타나기를 바래본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20-10-21 14:20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낙태죄 폐지, 허용범위가 중요한가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낙태죄 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66년간 사문화 논란이 끊이지 않던 낙태에 대해 ‘제한적 허용’이라는 최종결정을 내리면서부터다. 관련법 변경을 앞두고 나온 입법안에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기자 각계 단체가 낙태죄 전면 폐지와 폐지 반대라는 입장 차로 다시금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낙태죄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놓고 오랫동안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며 찬반양론을 일으켜 왔다.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측은 여성이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지킬 수 있어야 하며 국가와 남성의 책임을 외면한 규정이기에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측은 건강문제나 성폭력 등에 의한 예외적 임신중단사유를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만큼 태아라는 가장 약한 존재의 보호라는 생명 존중과 윤리적 도의를 주장한다.그러나 여성에게만 생명보호 의무를 지우는, 그것도 법적인 처벌이라는 규정까지 적용하는 자체로 불평등하다는 문제가 남는다. 더불어 여성의 자녀부양의무 선호라는 사회적 인식의 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시대적 흐름과도 동떨어진 측면이 크다. 때문에 헌재의 결정에 낙태죄 폐지를 기대했던 여성계는 ‘14주 내외 낙태 전면 허용’이라는 개정안 내용이 언뜻 허용범위를 넓히고 보장하는 것으로 보이나 세부적으로 낙태죄를 유지시키는 안이라고 평했다. 낙태가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미흡하다는 것이다.반면 낙태 자체를 반대하는 가치관의 종교계 등에서는 14주까지의 낙태 허용에 대해 낙태 전면 허용과 다름없으며 낙태 사유에 사회·경제적 이유까지 추가되면 사실상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사라진다며 반대하고 있다.하지만 낙태죄의 유지나 폐지가 문제해결의 정답이거나 낙태이슈의 전부는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신에 대한 남성의 책임 및 역할 강화와 이에 대한 명확한 제도화다. 임신이라는 삶의 중요한 사건이 여성 혼자 떠맡아야 하는 부담스러운 일이 되지 않아야 한다.언젠가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낙태를 경험한 여성이 상담실을 찾아와 내내 울다 간 사례가 있다. 회복이 필요한 몸을 이끌고 남자친구와 함께 방문한 여성은 낙태라는 선택에 대한 죄책감과 자괴감을 혼자 겪어내며 혼란을 감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성은 말 없이 앉아 있다 상담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이 여성에게 아이를 낳아 혼자 키워야 했다고 질책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그 답은 누구도 하기 쉽지 않다.낙태죄 폐지로 오히려 남성의 책임회피나 여성의 방만한 결정이 증가될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법 개정의 무게 중심은 처벌이나 규제보다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 피해방지와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 사회적 여건 등의 마련에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하지 않는 임신 예방과 중단 지원, 임신중단 관련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확대, 취약계층에 대한 관련약물 및 수술비 지원방안, 양육을 위한 복지환경 조성, 싱글맘 지원 등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의 몸에 대해 임신과 출산이라는 협소한 기능적 역할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개정 낙태법이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이 피해를 입는 주체가 되고나 태아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안전한 임신 중단’이 핵심이 되는 법안이길 기대해 본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0-10-19 14:30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이제는 부동산 버블붕괴를 걱정해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버블 붕괴는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버블 붕괴에 대한 논쟁은 두 번 있었다.2000년대 초와 2007년 두 번에 걸쳐 부동산 버블 붕괴론이 대두됐지만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당시 버블 붕괴를 믿고 아파트를 처분한 사람들은 큰 손해를 봤다.국내에서 버블 붕괴론이 거론될 때마다 비교되는 것이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 상황이다. 1990년대 일본은 버블 붕괴로 주택가격 50%, 상가 70%, 각종 회원권은 90% 폭락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일본의 1990년대 버블 붕괴 상황과 현재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유사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많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를 통해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 차이점을 짚어본다.첫째, 버블 대상이 일본은 도쿄의 상업지인데 비해, 한국은 서울의 아파트이다. 리스크가 시작되면 아파트의 경우 주거용 부동산이기 때문에 쉽게 처분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강하고,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려는 하방경직성이 큰 부동산 상품이다. 반대로 상업용 토지는 쉽게 처분하려는 심리가 강하고,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하락폭도 크다는 점이 아파트와 다르다.둘째, 버블의 주체가 일본은 법인이었던 데 비해, 한국은 개인이다. 리스크가 시작되면 법인은 도산을 막기 위해 부동산을 급하게 처분하려고 하지만, 개인은 손해를 최소화하려고 최대한 버티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셋째, 일본의 부동산 붕괴 당시 담보대출 비율은 100~120%까지 인정되었던 것에 비해, 한국은 40~70% 수준이다. 당시 일본은 부동산 불패신화에 매몰되어 담보대출 비율을 100~120%까지 인정해 주었지만, 한국의 경우 LTV, DTI 등을 통해 40~70% 수준으로 규제하면서 안정장치를 두고 있다.넷째, 버블 붕괴 당시 일본의 주택보급률은 110% 수준이었지만 현재 한국은 103%이다. 특히, 서울은 주택보급률 98%, 수도권은 99%로 아직도 주택이 부족한 상태이다. 즉, 한국의 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에 버블이 붕괴되더라도 일본처럼 주택가격이 반 토막이 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다섯째, 그 당시 일본은 전후 부동산 폭락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한국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7년 국제금융위기 등 2번의 경험 있다. 즉, 일본은 전후 부동산 불패신화가 계속되어 부동산 가격이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하락폭과 충격이 컸으나, 한국은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어 폭락과 충격에 대한 내성이 생겨 있다.지금까지는 한국의 경우 두 번의 버블 붕괴 논쟁을 거치면서도 부동산 시장이 큰 폭락 없이 우상향으로 진행되어 왔으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어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다행히 코로나 사태가 조기 종식된다면 별 문제 없이 넘어가겠지만, 내년까지 지속된다면 버블 붕괴를 대비해야 한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0-10-18 14:38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정부 개입, 경제 더 망칠 수도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1929년 미국에서 경제역사상 최악의 불황이 시작되었다. 바로 세계 경제의 대공황이다. 주가가 폭락하며 주식시장이 붕괴되었고, 은행의 잔고가 바닥나며 대출이 중단되었다. 은행의 대출 중단 사태로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의 위기에 처했으며, 그 바람에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1930년에는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은행 예금을 대량 인출하면서 경제공황 상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1931년에만 무려 2300개의 은행이 파산했으며, 1933년에는 실업자가 1600만 명에 육박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공황은 다른 국가로 퍼져 나가 1930년대 말까지 전 세계를 불황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당대 최고의 경제학자였던 하이에크와 케인스는 각각 대공황의 원인을 ‘통화정책의 실패’와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꼽았다. 경기변동에 대응해 정부가 무리하게 통화정책을 펴다 경제가 붕괴했다는 주장과 과잉생산에 비해 수요가 부족했다는 주장이 맞섰다.대공황을 벗어나기 위한 처방에서도 두 학자가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수정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다. 케인스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케인스의 경제학을 케인스주의, 또는 수정자본주의라고 한다. 반면 하이에크는 불황을 ‘수요의 부족’이 아닌 ‘과잉투자를 해소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 시장경제에서는 경기가 활성화되면 과잉투자가 일어나는 경향이 있으며, 그러한 과잉투자를 해소하는 과정이 곧 불황이라는 것이다.‘수요의 부족’과 ‘해소하는 과정’은 당연히 다르다. 최대한 빨리, 적극적으로 누군가가 사들여야 하는 것이지만 ‘해소하는 과정’은 알을 깨고 나오는 새의 고통에 비유할 수 있다. 아프고 괴롭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 인내로 견디고 통과해야 하는 단계이다.하이에크는 인간이 가진 정보의 불완전성과 사회의 구조적 무지는 결코 해소될 수 없으며, 오로지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만이 가장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정보를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불황의 조정은 시장의 가격이 맡아야 하며, 정부의 시장 개입은 또 다른 시장의 왜곡을 발생시킬 뿐이라고 반대했다.그리고 실업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결국 자원과 노동 배분의 왜곡을 야기하여 대량 실업의 원인이 되므로, 정부는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화가치의 안정과 시장의 메커니즘을 유지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하이에크의 주장은 바로 신자유주의의 토대가 되었다.대부분의 나라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정부는 개입주의 정책을 펴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적인 시장 개입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 가장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지름길이 되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정부의 지출을 늘리고 금리를 인하하는 재정 및 금융 정책은 부작용이 크고 장기적으로 보면 실패한 것이었다.우리 경제는 경쟁력이 점차 쇠퇴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개입주의 방식으로 미뤄왔다. 역사의 교훈은 정부 간섭주의가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음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해법 찾기 없이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다시 찾기 어려워 보인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0-10-15 14:20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웹툰 검열인가, 정당한 항의인가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웹툰은 21세기 IT환경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 장르로서 최근 한류도 일으키고 있다. 이렇듯 웹툰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까 웹툰에 대한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 방송으로 인기를 모으는 웹툰작가 기안84의 ‘복학왕’을 둘러싼 여성혐오 논란에 대해 베스트셀러 ‘신과 함께’의 작가 주호민은 “옛날에는 국가가 검열을 했는데 지금은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렸다”고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웹툰 세상은 더욱 시끄러워졌다. 진원의 웹툰 ‘체인지’도 작가 삭의 ‘헬퍼’와 함께 연쇄적인 여혐 의혹에 휩싸였다. 심지어 기안84가 ‘복학왕’ 최근 일화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및 문 대통령을 조롱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논란의 웹툰 연재 중단을 요청하는 국민 청원마저 등장하자 주 작가는 도덕적 우월, 미개, 계몽 등의 단어를 동원하면서 웹툰의 창작성이 위축된 상황을 강변했지만 논쟁이 더 시끄러워지자 해당 발언을 사과해야만 했다. 과연 웹툰 세상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는 어디까지일까?통신기술이 가진 신속한 전파성, 표현에 대한 기술적 우월성을 발판으로 웹툰은 독자층을 광범위하게 확보했다. 주제의 다양성이나 산업의 확장성 측면에서 무척 고무적인 메카니즘인 것이다. 하지만 독자층이 다양한 만큼 컬트적, 일률적 팬덤이 아니라 어떤 주제, 표현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항상 터져나올 수 있으니 양날의 검이다. 성폭행 묘사, 살해, 고문 등 잔인한 장면이나 성의 상품화, 선정성은 늘 도마 위에 오른다. 성을 대가로 접근하는 여성의 모습이나 미성년자 몸매의 과도한 부각, 성관계를 연상케하는 표현이 포함됐다는 독자의 지적에 해당 작가는 사과문을 올리며 작품을 수정하거나 심지어 휴재를 선언하기도 한다. 웹툰 세상에서는 시민단체의 성격을 띠는 검열·고발 성격의 트위터 계정이 등장했다. 웹툰 내 여성혐오를 제보받는 트위터 계정 ‘웹미’는 “시대착오적 성별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체인지를 네이버 추천완결작에서 제외하라”면서 총공(총공격)을 선언했다. 웹미 측은 네이버 고객센터로 해당 웹툰을 유해 게시물로 신고하는 방법을 올리면서 독자 참여를 유도한다.웹툰 창작자 입장에서는 국가의 공적 검열 외에 시민단체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웹미 등의 견제를 받으므로 결과적으로 이중 검열을 받는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TV, 애니메이션, 출판만화 등 전통적인 매체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주제의 선정이나 표현의 폭이 자유로워야 할 웹툰 속성에 역주행하는 상황이 웹미 등에 의해 벌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성숙한 민주사회로 접어드는 21세기, 타의적 압박이 강화되는 현상은 ‘열린 사회’가 아닐 것이다. 감시를 위한 감시에 빠지기 쉬운 시민단체의 폐해가 웹툰세상에서도 반복될 수는 없다. 물론 독자들의 정당한 비판은 충분히 경청해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 남아있는 남녀차별적 요소나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대한 고질적 폐습을 고려할 때 웹미를 비롯한 독자들이 내놓는 객관적 분석이나 보편적 항의는 웹툰 창작에 적극 반영돼야 한다.다만 웹툰도 예술적 창작의 산물이자 엄연히 문화산업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지나친 간섭이나 이중, 삼중 통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동성애 등의 불법, 비윤리적 주제 표현에 대해서만 자율적으로 견제하는 움부즈만 제도의 수준에서 접근해야 한다. 만화가협회 산하 웹툰자율규제위원회도 자체 정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계몽군주, 시민독재…. 참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런지 물어보기 전에 웹툰작가, 포털, 독자 모두 자문해야 한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웹툰인지?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0-10-14 14:06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현실-사이버 오가며 돈 버는 세상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은 3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 즉 4차 산업혁명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 만연하고 있는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생활의 기본이 되었다. 비대면 접촉이 인류를 자연스럽게 인터넷, SNS 등을 이용한 사이버 세상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뉘며 미래는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변화된 사회에서도 우리는 인터넷을 도구로 집에서 물건도 사고, 강의도 듣는다. 컴퓨터의 혁명적 발달은 AI(인공지능)의 탄생과 AR(증강현실)이라는 현실에서 느끼는 것과 똑같은 사이버 세상을 만들었다. 사이버에서 사업을 하고, 사이버에서 사랑을 하고, 물건을 사고 팔고, 심지어 사이버 세상의 부동산을 선점하는 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사이버에서 거래한 무언가를 현실 세상에서도 거래할 수 있는 사이버 세상이 온다. 그러면 ‘사이버 세상에서 얻은 자산을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를 해결하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며 디지털 자산의 역할이다. 사이버에서 발행되는 디지털 자산 가운데 NFT(Non Fungible Token, 대체불가 토큰)의 출현은 이 의문의 답이 될 수 있다. 사이버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NFT로 바꿔 디지털 지갑에 저장해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우리는 이미 사이버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연습했다. 사이버에서 크립토 키티(Ctypto kitties)는 고양이를 교배해 희귀한 고양이를 수집하고 거래하는 육성 게임이다. 여기서 우리는 대체불가 토큰을 볼 수 있다. 고양이들은 각기 다른 모습의 아이템이며 어느 누구도 동일한 아이템을 가질 수 없다. 이러한 아이템들은 고유함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게 되는데 이것이 대체불가 토큰이 되며 이는 디지털 자산의 일종이다.게임 내에서 생성된 아이템에 고유번호를 부여해 대체불가 토큰으로 변형하게 되면 직접 아이템 소유자인 게임 유저의 블록체인 기반 개인 디지털 자산 지갑으로 이관된다. 이 토큰은 일종의 디지털 자산이다. 여기서 게임 회사는 이 토큰에 대한 권리가 없다. 즉 소유자가 아이템에서 변형된 대체불가 토큰은 실물자산과 교환 가능한 디지털 자산이다.국내에서도 NFT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X에서는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을 개발, 토큰을 발행해 블록체인 앱인 비앱(Bapp) 파트너사들이 이를 사용하도록 했다. 클레이튼 토큰을 사용하는 비앱 파트너로 NFT 기반 반려동물 육성 게임인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는 아이템을 NFT화 가능한 블록체인 게임이다. 이때 유저가 아이템의 소유권을 디지털 자산의 형태로 가져갈 수 있다.사이버 세상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인터넷 가상 게임속의 세상이다. 현실에서는 각종 규제로 인한 어려움이 상존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가상세계의 게임 속으로 직접 들어가 게임의 주인공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사이버상에서의 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등 현실에서 이뤄졌던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인 NFT로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기회를 상상해본다.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2020-10-12 14:23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고령화 쓰나미에 대처하는 법

박종구 초당대 총장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총인구의 15.7%에 이를 전망이다. 전년 대비 0.8%포인트 증가했다.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인인구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5년에는 20.3%에 도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탈리아, 독일, 일본과 함께 초고령국가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82세로 늘었지만 노인층의 삶의 질은 여전히 팍팍한 형편이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삶의 만족도가 약 5%포인트 하락했다. 사회·경제적 성취에 대한 만족도는 21.8%로 전년에 비해 떨어졌다.고령화에 따른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인빈곤 증가일 것이다. 2018년 기준 빈곤율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1년 47.8%에서 점차 개선되는 추세지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국가 중에서는 가장 열악한 상황이다. 소득불평등의 척도인 지니계수도 2018년 0.406으로 65세 이하 계층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다만 소득불평등 정도는 점차 나아지는 양상을 보여준다.정부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재정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7년 49만6000개, 2019년 68만4000개, 2020년 상반기 69만개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소등, 폐지수거 등 단순 취로 일자리가 대부분으로 지속가능한 시장형 일자리 확대가 시급한 실정이다. 45~54세 장년기 소득 대비 노후 소득대체율이 65세 50%, 70세 40%에 불과하다. 연금제도가 취약해 근로·사업소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노인층의 인생 이모작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재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협업을 통해 다양한 일자리 지원 사업과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있다.퇴직자 상당수가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실적은 초라하다. 자영업 종사 인구가 1000만명을 상회한다. 자영업자, 무급가족 노동자, 자영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를 포함하면 전체 취업자의 40%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의 무덤’이라는 말처럼 자영업 과잉 국가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25%로 OECD 평균 15.3%보다 월등히 높다. 생계형 자영업의 비중이 높고 평균 부채도 상당하다. 무분별한 자영업 창업을 억제해야 한다.여성의 노동참가율도 제고되어야 한다. 2019년 여성 고용률은 51.6%로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 결혼·출산·육아 등 경력단절이 심각하다. 경력단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30조원을 넘는다. 반면에 재교육 비율은 1%대에 그치고 있다.일본 정부는 ‘위미노믹스(womenomics)’를 내걸었다. 생산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적극적인 여성 경제활동률 제고 노력을 기울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여성 경제활동 제고를 권고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여성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고령화 쓰나미에 대처하기 위한 다각적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20-10-11 14:43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뮬란'의 실패가 보여주는 것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디즈니의 영화는 세대를 불문하고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다. 하지만 지난 9월 17일 국내에서 공식 개봉한 영화 ‘뮬란’은 오프닝 스코어 3만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김빠진 콜라’ 취급을 당하며 믿음에 금이 가고 말았다. 코로나19가 좋은 핑계거리가 됐지만 사실 내막은 다르다. 영화 ‘뮬란’은 중국 남북조 시대의 여성이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북방 오랑캐와의 전쟁에 참여함으로서 충과 효를 지켜내는 진보적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중국을 배경으로 인종의 다양성까지 포용한다. 더불어 공정하지 않는 현실에서 여성도 남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이상적 세계관을 그렸다.하지만 ‘뮬란’의 주연 배우인 유역비가 홍콩 민주화와 관련 시위 사태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고 선언했고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 의혹을 받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촬영해 비난을 받으면서 홍콩과 대만 등을 중심으로 ‘보이콧’ 운동이 진행됐다. 영화는 정의와 공정을 외치지만 현실의 배우와 제작진들은 자신만의 이익을 옹호하는 발언과 행보로 ‘발암’ 주체가 돼 버렸다. 공정과 정의의 주역이 돼야 할 뮬란이 암세포를 촉진하는 효소 ‘뮬란’이 되고 만 것이다.영화와 현실은 다르지 않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는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들을 위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리상응(表裏相應)이 아닌 표리일체(表裏一體)가 돼야 고객은 감동하며 영화관을 찾는다는 철학관이다.한 어머니가 아들을 간디에게 데려와 “제발 제 아들에게 설탕을 먹지 말라고 말씀해 주세요”라고 사정했다. 간디는 보름 뒤에 오라고 했다. 보름 뒤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다시 간디를 찾아왔다. 간디는 소년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본 후 “설탕을 먹지 마라, 얘야”라고 말했다.어머니는 간디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왜 보름 전에 저희가 이곳에 왔을 때 설탕을 먹지 말라고 아들에게 말씀해 주시지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간디는 “보름 전에는 저도 설탕을 먹고 있었거든요”라고 답했다. 사소한 일에서도 현실과 이상의 일관성을 대단히 중시했던 간디는 자신은 설탕을 먹으면서 소년에게는 먹지 말라고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일관성이란 사고방식과 행동 사이의 균형이다. 공인일수록, 리더일수록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일을 함에 있어 일관성이 없다면 어느 누가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을 믿고 따라 주겠는가. 한두번은 속아서 따라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뢰가 떨어지면 영원히 일관성이 없는 사람의 말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을 뿐 아니라 따라 주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신뢰가 없는 우정은 있을 수 없고 일관성 없는 신뢰란 있을 수 없다.영화 ‘뮬란’은 중국문화와 중국인이 중심인데 대화는 영어로 한다. 평작과 수작의 차이를 알고 절대 타협하지 않는 일관성을 보이던 디즈니의 경영철학이 어디로 갔는지 아쉬울 따름이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0-10-07 14:09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