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정상에 오른 사람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KMF위원장,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입력일 2020-11-04 14:13 수정일 2021-06-12 01:11 발행일 2020-11-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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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에 나타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고맙다’라는 키워드로 내부의 결속을 끌어내고 ‘사랑한다’는 말로 남측과의 미래를 대비했다. 그의 메시지를 보여 준 연출력은 치밀하게 계산된 듯하다. 시각은 자정이였다. 그의 할아버지가 즐겨 입었다는 회색양복은 어둠속에서 광채로 번쩍였다. 울먹이는 목소리는 개방적 지도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싶은듯 했다. 해 저무는 저녁, 높은 연단위에서 흑백의 명암이 뚜렸하게 대비되는 스포트라이트속에서 연설했던 히틀러가 떠올랐다. 그들의 연단은 정서적 일체감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무대였다. 

대부의 강렬했던 첫 장면을 기억해보자.

비토 콜레오네: 자네는 내게 처음으로 도움을 청했어. 그런데 그동안은 나와 담을 쌓고 지냈지.

보나세라: 제가 고통 받은 것 만큼 그들에게 되갚아 주십시오. 얼마면 되겠습니까?

비토 콜레오네: 보나세라… 자네가 우정으로 날 찾아왔다면 자네의 딸을 망가뜨린 그놈들은 그날로 비참한 신세가 되었을걸세. 친구의 적은 곧 나의 적이 될테니, 누구도 자네를 건들 수 없지.

보나세라: 친구가 돼 주시겠습니까?

비토 콜레오네: 음… 알겠네. 그들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네.

보나세라는 대부의 딸 결혼식에 찾아와 돈을 건네며 자신의 딸을 해친 상대에게 보복해줄것을 간청한다. 평소에는 찾지 않다가 자신이 필요할 때 찾아온 보나세라의 이기적인 행동에 비토 콜레오네는 넓은 아량으로 관계의 가치에 대해 충고하고 충성을 맹세하는 보나세라의 부탁을 응낙한다.

여기에 펼쳐지는 코폴라 감독의 연출력을 들여다보자. 그들의 충성맹약이 이뤄지는 곳은 환한 대낮에 떠들석하게 결혼식 피로연의 정원 한켠, 두꺼운 커튼으로 빛이 가려진 어두운 방이다. 암흑세계의 최고권력자는 고양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어떤 빌미도 용납하지 않을 듯한 완고한 턱을 손등으로 천천히 어루만지며 경쟁자들에게 낮으면서도 웅얼거리는 말투로 충성을 요구한다. 그의 옷차림도 호칭에 걸맞는 최고급의 정장 수트다. 보스들과 회의때도 상대의 지위를 존중하는 적절한 화법과 유화적 매너로 상대를 대접해줘 자신에 대한 자발적 존경심을 유도한다.

트럼프의 악수도 계산이 깔려있다. 굳건한 신뢰감의 표현이라며 흔들어대는 손바닥의 악력은 만만치 않게 덤벼드는 상대국 리더의 기를 꺽어 놓으려는 의도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트윗을 통해 쉴새없이 상대를 조이고 풀어주는 그의 여론전은 거칠지만 강력해서 주장의 정당성이나 타당성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정도다.

도발적인 어투와 자신감으로 가득한 임기응변으로 지구 최강국의 사령관다운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거구의 큰 키와 흔치 않은 헤어스타일, 비지니스 정장만을 고집하며 짧고 단호한 어투로 ‘지켜보자, 두고 보자’를 반복하다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이란 말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계산된 협상전략가라는 이미지를 드라머틱하게 끌어올린다.

강대국 지도자들간의 정상회담에도 종종 지각하는 푸틴의 습관도 한때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강대국이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려는 자존심의 발로다 .

문제는 그들의 스타일이 자신과 자신의 지지자들의 입장과 이해만을 대변하는데 있긴 하지만. 헤드셋을 쓰고 무대를 장악하는 프로듀서의 연출력은 당신의 비지니스에도 필수품이다. 우선 웃는 얼굴과 단정한 옷차림으로 시작하라.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