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반독점' 거스르는 나라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20-10-22 14:23 수정일 2021-06-12 01:17 발행일 2020-10-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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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전세계 빅테크기업의 독주에 빨간 불이 켜졌다.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가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GAFA)에 대해 “독점적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결론내렸다.

소위는 지난 6일(현지시간) 1년 4개월간의 독점조사결과보고서를 최종 발표했다. GAFA의 독점력을 검증한 결과와 함께 “반독점법을 개정해 이들 플랫폼기업을 제어해야 한다”는 제언을 담았다. 미 의회가 실제 반독점법 개정까지 완료할 경우, 플랫폼 규제의 새로운 레짐(규범체계)이 시작된다.

일찌감치 반독점 규제에 나선 유럽에 이어 미 하원이 조사에 나서면서 한국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이른바 ‘갑질’을 하면 법 위반액의 2배(최대 1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하고, 계약 내용을 바꾸려면 사전에 입점업체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플랫폼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 세계가 왜 이렇게 플랫폼의 독점적 지배력에 난리일까.

‘독점자본주의’ 병폐가 치명적인 시장 실패를 낳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선진화되면서 빈부격차가 더해져 2000년대의 20대 80에서 2010년대에는 1대 99로 벌어졌다.

자본주의 4.0 시대를 향해 4차 산업혁명,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은 노동의 가치를 거의 ‘제로’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GAFA는 막대한 수입을 거두는 반면 많은 기업들은 수익모델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거대한 플랫폼을 가진 기업만 남는 봉건주의와 비슷한 사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른바 ‘플랫폼 봉건 자본주의’를 전 세계가 진지하게 고찰하는 것이다.

이판에 엉뚱한 풍경도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인 코나EV의 잇단 화재사건이 터지는 가운데 내수시장 점유율 70%를 누리는 ‘독점적기업’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정부는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제한해 왔다. 이에 따라 ‘SK엔카’를 운영하던 SK그룹은 사업을 매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관련규정이 일몰됐고 지난해 11월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벤처기업부에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허용하자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중고차는 지난해에만 총 224만대가 거래됐다. 신차가 178만대 팔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차시장의 1.3배 수준이다. 중고차 1대당 1000만원이라 가정하면 대략 연간 22조원의 규모다. 그래서 정부가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허용하면 SK엔카를 잃었던 SK그룹도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000여개 중소업체로 이뤄진 시장에 ‘독점적 지배력’을 가진 ‘빅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것이다. 중소업체들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중고차 업계 3만8096명의 일자리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일자리를 외치는 문재인 정부의 ‘기묘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우격다짐’ 탈원전에 따르는 감사원 감사 논란, 서울 집값의 유례 없는 폭등으로 인한 3040세대의 좌절과 불안, 공수처 출범에 따른 제왕적 대통령 논란, 게다가 독점적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등 모든게 엉켜 있다. 세월이 유수 같기만 바랄 뿐이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