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사모펀드 전수조사…불났으면 주민이라도 동원해야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입력일 2020-11-01 14:42 수정일 2021-05-27 10:59 발행일 2020-11-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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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이번 국감에서 사모펀드가 주요 이슈였지만 본질은 제쳐두고 ‘접대를 받았네, 돈이 오고 갔네’로 시끄럽기만 했다. 뚜렷한 대안 제시도 눈에 띄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다고는 했지만 지금까지 조사한 곳은 9곳에 불과하다. 앞으로 하루에 1건을 조사한다 해도 2023년이나 돼야 끝난다는 셈인데, 소도 잃고 고칠 외양간도 없어질 판이다.

무슨 일이든 명분과 뜻이 아무리 좋아도 당초 취지가 잘 살려지는지 지속적으로 살펴야 배가 산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모험자본을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사모펀드에 대한 진입과 운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후 아무도 ‘배가 어디로 가는지’ 살펴보지 않았던 것이 사모펀드 사태를 초래했다고 본다.

일이 이렇게 된 연원(淵源)을 들여다보면 금융감독 체계와 무관치 않다. 금감원을 금융위원회에서 독립시킬 것인가를 두고 매년 논란을 되풀이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정책을 입안하는 금융위로서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금융이나 경제 전반에 걸친 긍정적 측면에 무게를 싣게 된다. 반면 부작용을 막아야 하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가급적 부작용을 줄이는 쪽으로 제도를 설계하려는 속성이 있다. 규제의 완화와 규제의 확보가 충돌하게 되는 지점이다.

저간의 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2015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줄이는 관점보다 시장 활성화에 방점이 찍혔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모펀드 규모는 2015년 200조원에서 올해 10월(428조원) 2배 넘게 확대된 반면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펀드 설립을 사전 등록에서 사후 보고로 바꾸고, 펀드 투자 하한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게 됨에 따라 감독기능이 후퇴하게 됐다.

한 가지 짚을 점은 작년 8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금융위는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1억에서 3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는 점이다. 수조원의 피해가 생기자 다시 한도를 높이니 사후약방문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또 단순한 투자금액 기준이 아닌 개개인의 수입이나 자산과 같은 위험을 감수할 재정적인 능력과 전문성을 사모펀드 적격 일반투자자 요건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실태조사도 매우 답답하다. 전수조사에 인력 여건으로 두 달 동안 9개밖에 못했고, 앞으로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3년이 더 걸린다고 하니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싶다.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는데 세월이 걸려 숨은 문제가 커지면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검사인력 보강과 관련해 금감원은 ‘인력충원을 하면 전수조사 끝난 뒤 충원한 인력 처리 문제가 있다’면서 인력투입에 애로를 말할 것이 아니라 금융관련 공공기관으로부터 대대적으로 인력을 받거나 이번 전수조사에 한해 공인회계사와 같은 전문가를 한시적으로 검사역으로 보임해 검사케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2011년의 저축은행사태 해결사례를 참조하자. 불났는데 꼭 소방관만 불 끄라는 법이 있나. 하다못해 동네 주민이라도 동원하는 게 답이지 않겠나.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