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뮬란'의 실패가 보여주는 것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20-10-07 14:09 수정일 2021-06-12 01:42 발행일 2020-10-08 19면
인쇄아이콘
20200902010000394_1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디즈니의 영화는 세대를 불문하고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다. 하지만 지난 9월 17일 국내에서 공식 개봉한 영화 ‘뮬란’은 오프닝 스코어 3만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김빠진 콜라’ 취급을 당하며 믿음에 금이 가고 말았다. 코로나19가 좋은 핑계거리가 됐지만 사실 내막은 다르다.

영화 ‘뮬란’은 중국 남북조 시대의 여성이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북방 오랑캐와의 전쟁에 참여함으로서 충과 효를 지켜내는 진보적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중국을 배경으로 인종의 다양성까지 포용한다. 더불어 공정하지 않는 현실에서 여성도 남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이상적 세계관을 그렸다.

하지만 ‘뮬란’의 주연 배우인 유역비가 홍콩 민주화와 관련 시위 사태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고 선언했고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 의혹을 받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촬영해 비난을 받으면서 홍콩과 대만 등을 중심으로 ‘보이콧’ 운동이 진행됐다. 영화는 정의와 공정을 외치지만 현실의 배우와 제작진들은 자신만의 이익을 옹호하는 발언과 행보로 ‘발암’ 주체가 돼 버렸다. 공정과 정의의 주역이 돼야 할 뮬란이 암세포를 촉진하는 효소 ‘뮬란’이 되고 만 것이다.

영화와 현실은 다르지 않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는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들을 위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리상응(表裏相應)이 아닌 표리일체(表裏一體)가 돼야 고객은 감동하며 영화관을 찾는다는 철학관이다.

한 어머니가 아들을 간디에게 데려와 “제발 제 아들에게 설탕을 먹지 말라고 말씀해 주세요”라고 사정했다. 간디는 보름 뒤에 오라고 했다. 보름 뒤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다시 간디를 찾아왔다. 간디는 소년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본 후 “설탕을 먹지 마라, 얘야”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간디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왜 보름 전에 저희가 이곳에 왔을 때 설탕을 먹지 말라고 아들에게 말씀해 주시지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간디는 “보름 전에는 저도 설탕을 먹고 있었거든요”라고 답했다. 사소한 일에서도 현실과 이상의 일관성을 대단히 중시했던 간디는 자신은 설탕을 먹으면서 소년에게는 먹지 말라고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관성이란 사고방식과 행동 사이의 균형이다. 공인일수록, 리더일수록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일을 함에 있어 일관성이 없다면 어느 누가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을 믿고 따라 주겠는가. 한두번은 속아서 따라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뢰가 떨어지면 영원히 일관성이 없는 사람의 말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을 뿐 아니라 따라 주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신뢰가 없는 우정은 있을 수 없고 일관성 없는 신뢰란 있을 수 없다.

영화 ‘뮬란’은 중국문화와 중국인이 중심인데 대화는 영어로 한다. 평작과 수작의 차이를 알고 절대 타협하지 않는 일관성을 보이던 디즈니의 경영철학이 어디로 갔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