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미완의 자율주행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입력일 2020-10-26 14:17 수정일 2021-06-12 01:16 발행일 2020-10-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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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미래 모빌리티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자율주행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하늘을 나는 도심형 플라잉 카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최근 자동차 제작사는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최고 화두인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은 자율주행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최근 캐나다에서 자율주행 모드의 테슬라 차량으로 시속 150㎞ 이상으로 질주하면서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쉬는 모습을 연출했다가 경찰의 단속을 받은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 이 기능에 의존했다가 사망한 운전자는 4명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이 가능을 탑재한 차량을 이용하다가 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기능을 활용하다가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 가능에 의지하는 운전자가 많아지고 있는 반면, 그 기능은 아직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자율주행 기능의 수준을 나타내는 레벨은 0부터 5까지 여섯 단계가 있지만, 현재의 기술은 레벨 2~3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언급하는 진정한 자율주행 기능은 레벨 4 이상이 돼야만 한다. 이 정도가 되면 비상시에만 사람이 개입하고 차량에 안전을 맡길 수 있다.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제작사들이 레벨 4 이상 구현을 강조하고 있지만, 해당 기준을 달성한 기업은 아직 없다. 테슬라 차량의 오토파일럿 기능이 조만간 업그레이드를 거쳐 레벨 4 단계에 오를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지만,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예측 불가한 주변 환경, 어둡거나 먼지가 많은 오프로드, 비바람과 폭설 및 폭우 등 다양한 조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차량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은 없으며, 법적 인격체로의 전환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도 정리되지 않았다.

운전자들은 자율주행이 운전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보조기능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운전은 분업화가 불가능하다. 운전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의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제작사의 광고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이와 관련한 과도한 홍보에 대해 각국에서 제재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독일 법정에서는 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홍보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영국도 그렇다.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 넣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고기능 행위다. 단 한 순간의 잘못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아직은 사람의 영역이다. 이를 대신할 기술은 미완성 상태다.

자율주행은 자동으로 이동하는 기술 구현에 앞서 운전자의 실수를 보강하는 능동적 안전장치, 저속에서 안전하게 주차하는 풀 파킹 시스템, 아파트 등 대규모 단지에서 시속 20~30㎞의 저속으로 움직이는 마이크로버스 등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전용 도로에서 완벽하게 이동하는 물류형 군집 운행도 기대해볼 만하다.

우리가 상상하는 자율주행 시대는 아직 멀리 있다. 레벨 5의 마지막 궁극의 자율주행차는 더욱 그렇다.

앞으로 자율주행에 대한 과도한 홍보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자신만을 믿고 운전하기를 바란다. 자율주행은 운전 보조기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