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말수는 '소소익선(少少益善)'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20-10-25 15:05 수정일 2021-06-12 01:16 발행일 2020-10-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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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나이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 퇴직 이후가 특히 그렇다. 대화 상대가 줄어들다 보니, 기회가 오면 한꺼번에 쏟아낸다. 대화를 독점하고, 중간에 끼어들고,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상대의 말은 끝까지 듣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해댄다. 의견이 다르면 언성을 높이고 삐치기도 잘한다. 버럭 화를 내어 분위기를 망치기도 한다. 은퇴 후에 꼭 지켜야 할 대화 매너는 무엇일까.

첫째, 시시콜콜 따지거나 참견하지 마라. 나이가 들면 경험과 지식이 많아 남의 말에 토를 잘 단다. 주제와 무관한 데도 따지며, 마치 자기의 존재를 과시하는 발언을 곧잘 한다. 통상적인 우리의 대화는 서로 마주 보고 말을 주고받으면서 상대의 얘기를 잘 들어주면 그뿐이다. 굳이 따질 이유가 없다. 대세에 지장이 없으면 동의해주고 공감해주면 좋다. 매사 시비를 걸면 환영받지 못한다. 지나치게 나서서 참견하거나, 상대를 가르치려는 태도 역시 꼴불견이다. 본인은 오랜 경륜이고 조언이라지만, 상대에겐 편견이고 잔소리에 불과하다.

둘째,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고 인정해라. 논쟁이나 토론은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이지만, 대화는 그렇지 않다. 비록 의견이 다르더라도 굳이 논쟁까지 할 필요는 없다. 잠시 나의 기준은 덮고, 그 사람으로선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 간혹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왕왕 있다. 그걸 따지면 말려들기 십상이고 결국 싸움에 이른다. 반론하지 말고 그냥 웃어넘기거나, 슬쩍 화제를 바꾸는 게 현명하다. 따져봤자 내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할 뿐이다. 허허 웃고 넘기면 간단히 끝나는 일이다.

셋째, 귀는 열고 입은 가능한 한 닫는 것이 좋다. 옛말에 입으로 친구를 잃고, 귀로 친구를 얻는다는 말이 있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무심코 한 말이 치명적인 흉기나 말실수가 되기도 한다. 가능한 말을 억제하는 게 좋다. 꼭 해야 한다면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해야 한다. 반면에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고, 소통하고,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대화 기술이다. 그냥 잘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호감을 산다. 그래서 귀는 두 개이고 입은 하나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말을 독점하거나 훈계나 비난, 자기 자랑하지 마라. 상대는 지루하고 관심 없다. 어떤 모임에서든 참석자가 균등한 시간만큼 얘기하는 ‘N 분의 1’ 법칙, 1분 얘기하고 2분 들어주고 3분 동안 공감해주는 ‘1:2:3 법칙’을 지켜야 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화제보다 상대방이 좋아할 얘기를 해야 한다. 극도로 민감한 정치나 종교 얘기는 가급적 제외한다.

대화의 방법은 의외로 아주 쉽다. 상대를 재미있게, 그리고 기분 좋게 해주면 된다. 상대의 얘기에 내 생각을 더하면서 뭔가 새로운 걸 찾아내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유익하고 재미있다. 상대방이 기분이 좋아서 말을 많이 하도록 하는 것이 대화의 기술이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 상대를 존중하거나 상대방 얘기에 공감하고 경청하는 배려와 자기 절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유념하고 가을의 정취를 느끼면서 마주 보며 멋진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아, 코로나가 대면을 허용하지 않는다고요?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