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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MZ세대가 '윤며드는' 이유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74세 윤여정의 매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권위를 벗고 솔직함을 입은 윤여정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드는 이들이 속출하면서 ‘윤며들다’(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특히 MZ세대들의 워너비로 떠올랐다는데 2030 젊은 세대가 나이든 할머니 배우에게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입담에서 드러나는 솔직함과 권위적이지 않은 태도, 이혼녀나 아시아인이라는 불리한 위치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 그리고 세련된 매너와 유머감각으로 소통하는 능력까지.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녀는 ‘꼰대처럼 굴지 않는다.’꼰대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어른을 일컫는 말이다. 꼰대 옆에는 아무도 오려하지 않는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기 때문이다. 나이와는 상관없다. 젊은 꼰대들도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건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다. 편협한 사고방식을 고집하고 주장하기에 대화가 힘들다.한 멕시코 여자가 남편의 불륜사진을 발견하고 남편을 칼로 찌르고 보니 자신의 젊은 시절 사진이었다는 황당한 해외 토픽이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자기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함으로써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주관적 편견을 확신하는 심리적 기재다. 이들은 자기 보고싶은 대로만 보고 듣고싶은 대로만 듣는다. 저 사람은 저럴 거라고 미리 판단해버린다.이처럼 편협한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말이 옳기 때문에 ‘늘’ ‘항상’ ‘아무도’와 같은 단정적인 말을 자주 사용하며 어떤 사실이나 경험을 검증 없이 절대적인 것처럼 일반화한다. 다른 사람의 얘기는 끼어들어 자르고 자신의 생각을 ‘왜냐하면’이라며 계속해서 설명하고 싶어한다. 이처럼 고집스러운 태도는 경직된 사고, 좁은 시야에서 비롯돼 고착되어버린다. 부부싸움이나 자녀들의 훈계에서도 흔히 ‘왜 맨날’ ‘한 번도 제대로’ 식의 말들을 무심코 내뱉곤 하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곧바로 억울함과 반발심이 생겨 마음을 닫게 하곤 한다.흑백논리로 모든 것을 양분하는 이분법적 판단도 이들의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무지막지한 사고방식이다. 이들에게는 내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고 내 의견에 찬성하지 않으면 모두 반대하는 사람이다. 중간이 없다. 종종 커플들이 상담실에 와서 ‘상대가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니 날 좋아하는 게 아니다’라고 단정하며 호소하는데 합리적 사고방식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가족의 달 5월이다. 세대 간에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애들은 왜이래’ ‘라떼는’이 아니라 ‘요즘 애들은 이렇더라구’ ‘이렇게 달라졌어’라는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이 말하려는 의중을 파악해야 한다. 좋은 의도로 이야기해도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것을 유념하면서 남의 말은 안듣고 내 말만 하는지, 자기 경험만 강조하는지, 상대에게 솔직하게 말해보라면서도 속으로 답은 이미 정해져 있지 않은지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서로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1-05-12 14:04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정치와 선거가 부동산을 망치고 있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최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서부권역 광역급행철도 GTX-D 노선이 김포~부천 구간으로 대폭 축소되면서 경기 김포지역과 인천 검단·청라·영종 지역의 수도권 서부지역의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GTX-D 노선은 경기 김포와 인천 검단·청라·영종 방향 두 개 방향에서 출발해 부천에서 만나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이어지는 Y자 형태의 노선을 기대했었지만 축소됐다.인천 검단·한강신도시 연합회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공청회를 통해 발표된 GTX-D 노선 축소는 서부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한 발표라며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GTX-D 노선 축소의 배경에는 강남까지 노선을 확대하면 사업비가 최대 10조원 가까이 들고, 기존 노선과 수요가 겹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정부의 GTX-D 노선 축소는 다른 국책사업과의 형평성 문제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2021년 4월에는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는 가덕도 신공항 예비타당성 면제를 발표했다. 선거를 앞두고 예비타당성 면제를 발표하다가 선거가 끝나자 GTX-D 노선을 축소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이번에 정부가 GTX-D 노선을 축소한 것은 2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먼저, 예비타당성 결과 수익성이 낮아 원칙대로 축소한 경우이다. 기존 GTX는 A, B, C 노선 모두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이 더 낮은 D 노선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다음으로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겨냥하여 의도적으로 축소했을 수도 있다. GTX-D 노선을 당초 계획대로 결정하기보다는, 일단 노선 축소발표 후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여론을 환기시키면서 득표활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축소했을 수도 있다.부동산 정책과 득표활동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예비타당성 면제와 관련하여 야당도 지역의 표심을 의식하여 반대하지 않았다.또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시장은 민간의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강변 아파트를 35층까지만 지을 수 있게 하는 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했으며, 재개발구역 지정을 완화해 민간 차원에서 재개발·재건축 조합을 활발하게 결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오세훈 시장의 당선으로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요동치고 있으며, 조금 잠잠해 지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정치와 부동산 정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원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아야 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부동산정책은 결국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고, 투기를 유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이처럼 여야 각 당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부동산 정책을 이용하다 보니 부동산 시장은 항상 불안하고, 잠잠하던 부동산 시장은 선거 때만 되면 각종 공약이 남발되면서 시장이 들썩이게 된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해이다. 표를 얻기 위해 부동산 정책이 남발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불안해질 것이 불을 보 듯 뻔하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1-05-10 13:51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기본소득과 일자리의 미래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기본소득이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논란은 여권 유력 대선주자가 재산·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기본소득 뿐 아니라 기본주택, 기본대출까지 언급되고 있다.인공지능의 등장이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AI와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 대량실업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더 이상 노동이 소득의 원천이 될 수 없다면 국가가 국민의 기본생활을 위해 기본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 논리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자동화가 가속화 되고, 실업률이 늘어나자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미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1890년대에는 말똥으로 인류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했다. 뉴욕의 주요 교통수단은 말이었는데, 10만 마리의 말이 하루에만 2000톤의 똥을 쌌고, 한 달이면 6만 톤을 육박했다.온 거리에 말똥이 쌓여있고, 말똥에서 나오는 가스로 숨을 쉬기도 어려운 정도였으니, 1930년이 되면 건물 3층 높이로 말똥이 쌓일 것이라는 평론가들의 예측에 그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웠다. 다행히도 인류는 말똥 때문에 멸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헨리 포드가 만든 자동차가 말을 대체하면서 말똥에 대한 우려를 단번에 해결했기 때문이다.기본소득 논란도 낯선 기술의 등장으로 미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부각되면서 시작되었다. AI라는 새롭고 강력한 기술이 인류의 노동력을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자연스러운 걱정일 수 있다. 이런 불안감은 말똥 뿐 아니라 기근, 행성충돌, 홍수, 지구온난화, 석유고갈 등 다양한 지구멸망의 시나리오와 궤를 같이 한다.결과적으로 인류는 기술발전을 통해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왔다. 지구멸망 시나리오는 실현되지 않았다. 1960년대 미국에서도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기본소득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기계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기는커녕 더 늘어났고 더 세분화되었다.인류가 말똥 때문에 종말을 맞지 않고, 마부 대신 택시기사, 버스기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낸 것처럼, AI의 등장도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키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가능하다.힘들여 일하지 않고도 국가에서 기본소득과 주택을 제공하고, 위급할 때 낮은 금리로 기본대출까지 해준다면 모든 국민들의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꿈같은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기본소득 제도 시행에는 막대한 재원이 들어간다. 1인당 30만원씩만 지급해도 2060년이면 GDP의 절반을 넘는 재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은 들리지 않는다. 현실적인 해법도 없어 보이기에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회의적 시각으로 실현 불가능한 기본소득을 기대하느니 인류의 역사가 그랬던 것처럼 AI의 등장으로 인류는 더욱 진보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변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법이라 생각된다.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2021-05-09 15:12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브릿지 칼럼] K무비와 발리우드

이재경 건대교수/ 변호사인생은 60부터? 이 참에 옛말부터 바꿔야겠다. 인생은 70부터라고. 74세의 윤여정이 대한민국 배우로서는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에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딸을 돕기 위해 미국 땅을 밟은 한국 할머니 역으로 아카데미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고 미국배우조합상 등 다른 관계자들의 영혼까지 앗아갔다. 본인이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애칭인 국민 할머니 등의 거창한 호칭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그녀가 2020년 영화 ‘기생충’과 함께 우리 영화사에 남긴 족적과 이정표는 이제 대한민국 영화가 갈 곳이며 살 길이다.작년과 올해 연이은 아카데미 수상으로 대한민국은 전 세계 영화산업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게 됐다. 더 많은 국내 영화인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이미 톱클래스로 인정받는 배우 마동석은 2021년 말 개봉 예정인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 후속작 ‘이터널스’(Eternals)에서 육중한 체구만큼 비중 있는 슈퍼히어로 ‘길가메시’로 마블 영화팬들에게 한국 배우의 미친 존재감을 알릴 것이다.‘기생충’의 최우식은 할리우드의 로맨스 영화 ‘전생’(Past Lives)에 출연하며 세계 무대를 본격적으로 노크한다. ‘꽃보다 남자’ 이민호는 애플TV 플러스가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하는 드라마 ‘파친코’ 주연으로 포스트 윤여정을 노린다. 4대에 걸친 재일동포 가족사를 그린 작품인 만큼 세계인들의 흥미와 감동을 끌어당길 요소가 넘치며 윤여정의 연기력도 작품의 성공에 힘을 보탠다.크게 되려면 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 멀고도 험하게만 느껴졌던 미국 할리우드 그리고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유럽 영화계도 이제 우리 영화인들의 앞마당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마케팅 차원에서 조미료 같은 조연 수준이 아니다. 한국 영화의 드높아진 위상을 등에 업고 우리 배우는 연기력과 잠재력에 힘입어 굵직굵직한 주연급으로 등장하고 있다.우리 영화의 진출 지역도 다양해지고 공략 장르도 넓어지고 있다. 2020년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심은경, 미국·일본·한국을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두나 등이 차곡차곡 필리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넷플릭스 등 OTT의 자체 콘텐츠 제작 열풍과 함께 인종, 성별 등 다양성을 추구하는 흐름은 그 동안 소외됐던 우리에게 ‘노마크 찬스’와도 같다. ‘기생충’ ‘미나리’의 쾌거가 반짝 현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길게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 2009년 영화 ‘슬럼독 밀리언에어’의 아카데미 9개 부문 수상 이후 세계 영화계의 꽃으로 자리잡은 인도 발리우드의 성장 과정은 우리에게 좋은 벤치마킹 재료다.재미있는 스토리 몇개, 연기파 배우 몇명만으로는 한 나라의 영화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뭄바이 등에 영화종합촬영소, 영화인양성학교를 갖추고 우수한 IT인력이 컴퓨터그래픽을 뒷받침하는 발리우드를 본받아야 한다. 원히트 원더가 아니라 ‘미나리’풀처럼 ‘원더풀’(Wonder 풀)로 우리 영화가 자라나도록.이재경 건대교수/ 변호사

2021-05-06 14:10 이재경 건대교수/ 변호사

[브릿지 칼럼] 디지털 자산에 채찍만 든 정부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디지털 자산 비트코인이 8000만원대로 폭등한 후 5000만원대로 폭락해 투자자들은 지난 한 달을 가슴 졸이며 지나갔다. 때맞춰 정부와 언론은 비트코인을 도마 위에 놓고 칼춤을 추었다. “디지털 자산은 실체가 없다, 다단계 피라미드다, 거래소를 모두 폐쇄한다”는 등의 엄포에 화들짝 놀란 시장은 투매로 이어져 엄청난 손실로 이어졌다고 한다. 특히 이번에는 2030의 피해가 컸다고 전해진다. 나 자신도 디지털 자산에 투자를 하고 있던 차에 폭락을 또 경험하였다. 물론 몇 번의 경험이 큰 손실을 막아주는 버팀목이 되었지만 힘든 기간을 보냈던 건 마찬가지였다. 2017년초 본격적인 비트코인 공부를 시작할 때 주변에 어느 누구도 이 분야를 아는 이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전 고점을 넘어 폭등하는 비트코인을 연일 언론을 통해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그러나 가상자산을 둘러싼 시각은 흑백으로 나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정부가 디지털 자산 투자는 피해자를 양산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을 본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을 지키기 위해 청원을 하는 중이다. 한마디로 혼란 속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주변에 와 있다. 4차 산업 완성의 필수불가결한 기술의 하나인 블록체인은 디지털 자산을 탄생시켰다. 비트코인 탄생 후 디지털 자산 거래가 시작된 지 이제 10년 남짓이라고 보면 지난 수십년 세월동안 부동산, 주식, 경마 등의 투자에서도 피해자는 늘 있었다.정부는 당연히 투자자 보호를 위해 관련 법을 만들고 규제도 해야 한다. 그런데 “과세는 하지만 투자자 보호는 못한다”는 발언을 고위 당국자가 서슴없이 내뱉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특금법을 만들었는데 거래소만 규제하고 투자자는 내몰라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코인 사기가 곳곳에서 극성을 부리는 게 아닌가.올 가을이 되면 특금법 기준에 못 미쳐 등록을 하지 못하는 약 150여곳의 거래소가 줄줄이 폐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거래소에 디지털 자산 혹은 투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원금이 보장 안 되는 것을 모르는 투자자도 문제지만 수백억원, 수천억원을 거래하는 거래소를 쉽게 허가한 정부도 책임이 없다고는 못할 것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면 손실은 결국 투자자 몫이다.디지털 자산 투자자가 4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 중 2030세대들이 60%가 넘는다. 어른들은 이들이 투기를 하는 도박꾼이 될까 봐 걱정인데 그것은 기우다. 필자는 2030세대들이 어떤 경로로 투자를 하게 되었는지는 묻고 싶지 않다. 단지 그들이 디지털 자산 혁명의 대열에 들어서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단계에 있음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2030세대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통해 세계적 IT인프라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 관련 기업을 탄생시킬 주역이 될 것으로 본다. 이들이 블록체인 산업의 인재로 성장하는 기반을 닦아주는데 기성세대들이 앞장서야 한다.2030세대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을 수행하고 완성해 나아가는데 중추적 역할을 해줄 인재들이란 인식을 공유하는 사회분위기가 아쉬운 시점이다.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2021-05-05 14:13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규제개혁으로 양질 일자리 만들자

박종구 초당대 총장‘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31만4000명 증가했다. 13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제조업에서 4만 6000명이 줄었다. 정부예산 사업의 영향으로 공공행정업과 보건복지서비스업이 각각 4만1000명, 11만7000명 늘었다. 경제활동의 중추인 30~40대 고용은 감소했다.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만 4000명 줄어 18년 12월 이후 28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반면에 나홀로 사장은 오히려 늘어났다.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코로나19 확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초단기 근로자가 사상 처음으로 110만명을 넘어서 고용의 질이 크게 나빠졌다. 주 10시간 이하 초단기 근로자가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20대와 60대에서 집중적으로 늘어났다. 체감실업률은 15.6%로 역대 최고치다.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 실업’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200만명을 돌파했다. 실제로는 일자리가 없어 쉬고 있는 잠재적 구직자가 지난해 170만명에서 올해 206만명으로 급증했다. 중장년층에서 증가세가 뚜렷하다. 정부 예산을 통한 단기 일자리 양산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작년에만 7만2000개 제조업 일자리가 해외로 순유출되었다. 국내기업의 유턴 정책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직접투자 비율은 0.32%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25위를 기록했다.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된다는 사실은 산업경쟁력과 고용기반 구축 차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과 노동개혁이 시급하다. 영세상인, 자영업자의 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 자영업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24%나 된다. 이미 최저임금은 2019년 기준으로 중위임금의 64.5%에 달한다. OECD 29개국 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36%가 최저임금조차 못받고 있는 실정이다.노동개혁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곤란하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소수 강성노조의 횡포를 억제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기업제도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37개국 중 노동 28위 규제 25위로 나타났다. 작년 하반기부터 청년 고용 악화 추세가 가파르다. 공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후폭풍으로 금년 신입 채용이 반토막났다. 고용시장의 유연화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높은 고용비용과 노동경직성이 국내기업 해외 탈출의 주범이다.규제개혁이야말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자다. 경제계는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사기가 극도로 떨어졌다. 원격의료만 허용되어도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에 따르면 원격의료는 선진국에서 2024년까지 2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수준의 의료진과 정보기술이 규제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상품시장 규제 정도가 OECD 36개국 중 4위다. 파견법만 글로벌 수준으로 개선해도 신규 일자리가 30만개 생긴다고 한다.노동규제가 과도하다는 기업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한 일자리 창출은 공념불에 그치게 된다. 일자리야말로 최상의 복지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21-05-03 14:02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칼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추운 겨울 어느 날, 서로의 온기를 위해 몇 마리의 고슴도치가 모여있었다. 하지만 고슴도치들이 모일수록 그들의 바늘이 서로를 찌르기 시작했고 더 이상 바늘 때문에 접근할 수가 없다. 그러나 추위는 고슴도치들을 다시 모이게끔 했고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됐다. 많은 수의 모임과 헤어짐을 반복한 고슴도치들은 다른 고슴도치와 최소한의 간격을 두는 것이 최고의 수단임을 발견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다.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살아가는 요즘의 우리가 딱 고슴도치 같은 처지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됐다. 은행이나 관공서 어딜 가나 투명 아크릴과 유리 칸막이가 설치돼 있고 대화는 단절됐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군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면서 동시에 홀로 고립될까 두려워한다. 가까이하면 두렵고 멀리하면 외로운 고슴도치의 딜레마인 셈이다. 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인 키에르케고르의 말처럼 “현대인들은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얼어붙은 동토에 버려진 한 마리의 가시 돋친 고슴도치가 돼버렸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인간관계가 고슴도치 딜레마를 절감하는 나날들, 타율적이긴 하지만 고슴도치와 같은 삶이 그리 볼성사나운 것만도 아니다. 두리번거리거나 머뭇거릴 일이 사라졌으니 마음이 평화롭다. 억지로 술잔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고 노래방에 이끌려 18번곡을 반복해서 부를 일도 없다. 팔랑귀도 더 이상 쫑긋할 일이 없다. 계산적인 인간관계로 상처를 주거나 받을 필요도 없다.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버려야 할 것들이 보인다. 베란다, 신발장, 부엌, 창고 속 책장까지 다 보인다. 보이지 않았던 아내의 흰머리와 어머니의 늘어난 주름살도 보인다.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진 우리는 자신의 ‘자기 경계’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 자기 경계란 나를 드러내고 보호하는 울타리이자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통로다. 자기 경계가 있어야 나와 타인이 완전히 같을 수 없음을 구분할 수 있고 자신의 심리적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들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자기 경계가 모호한 사람은 상대와 나를 구분하기가 어려워 상대의 의견이나 비판에 쉽게 휩쓸리게 된다. 평소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내 잘못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고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자기 경계가 너무 뚜렷한 사람은 나와 똑같은 생각, 취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남에게 강요하거나 상대의 삶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등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려고 한다. 거리를 두고 관계를 멈추니 과거의 나의 모습이 보이고 미래 나의 모습도 그려진다.고슴도치와 같은 삶은 그리 기죽을 일도 아니다. 좀 멋지게 생각하면 수행이다. “외로울 필요도 없다. 외로워야 사람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린다. 그러니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와 문자를 기다리지 말고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보자.” 정호승 시인을 훔쳐본다. 뭐 이런 시간이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그 지독한 연애도 끝이 있거늘 꽃을 꺾는다고 봄이 안 오겠는가.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1-05-02 14:49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부동산 'J커브 효과'

엄길청 경제저널리스트/국제애널리스트서울과 부산의 시장선거가 동시 보궐선거로 치러졌다. 주택가격의 논란이 가장 컸던 두 도시라 주택시장 반응도 매우 즉각적이다. 서울과 부산의 고가아파트 재건축대상 지역에서 선제적인 가격앙등이 나타나 아직 당선증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두 시장이 당황해 하는 눈치이다, 정책과 가격의 사이에는 J-커브란 현상이 있다. 환율에서 주로 발견되지만 부동산정책에서도 좀 더 확장해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아파트 재건축의 관련규제를 풀면 당장은 오랫동안 인허가에 눌린 지역이라 그 반사적 기대감으로 가격은 바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오래 동안 막힌 서울의 주요 지역은 결국은 줄줄이 재건축이 이어지고 여기에다 저렴한 공공주택의 공급도 가세하면 적어도 1-2년 후면 서울은 꽤 긴 시간을 공급우위의 구조로 역전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싱가포르에서 국민소득 3만~4만 달러 시기에 찾아온 고급신규주택 선호시기가 있었는데 당국이 이스트코스트 해안가 등에 고급주택 공급을 크게 늘리고 나니 그로부터 1~2년여 정도 지나면서 제대로 진정된 적이 있다.현재 서울 아파트 시세를 국민소득 면에서 비교할 때 프랑스 수도인 파리의 아파트 시세를 같이 비교할 수 있다. 우리보다 평균소득이 20~30% 정도 높은 프랑스의 파리 아파트 평균가격이 현재 서울보다 역시 30% 정도 높은 상황이다. 파리는 원래 저층주택으로 일률적으로 계획된 도시인지라 구조적으로 도심주택이 적어 서울보다 늘 아파트가격이 엄청 비싼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파리시 당국에서 15구, 16구 등 세느강변 일대의 재건축지역을 고층아파트로 허가해 주면서 고가 아파트 가격은 서서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지금 서울은 다주택의 소유규제로 인해 갑자기 소위 똘똘한 한 채를 산다고 큰 평수를 선호한다는 말들이 돌고 있지만 이 또한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은 조심할 일이다.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은 주로 20-30대의 젊은 MZ세대 국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을 올리기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그들이 점점 대중부유층(mass affluents)으로 올라올 텐데 MZ세대는 식구가 많지 않은 단출한 미니세대들이다. 그리고 집 근처에 클러스터형태의 군집오피스나 커뮤니티방식의 합동작업실 등이 본사나 공공에서 공급되어 머지않아 가정공간은 다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규모로 적정화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집안 공간은 식구 1인당 전용면적이 6~7평이 적합하다는 연구가 오랜 정설이다. 만일 젊은 국민들이 가정을 이뤄 3인 정도의 식구라면 20~30평 내외를 크게 넘지 않을 것이다. 공공주택 역시 그럴 것이다.게다가 대형 고가아파트는 각 나라의 추세로 보면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가면 곧 부유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마침 서울시장이 취임 직후 강남 모처의 80평대 아파트가 단박에 80억 원으로 전격 거래되어 화제가 되었다. 머지않아 소득이 4~5만 달러의 나라가 되면 부득이 100억 원대의 아파트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차제에 우리도 초고가의 아파트들은 서서히 선진국처럼 부유세를 도입할 시기가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을 볼 때, 평균 주택가격에 비해 공시가격이 3배 이상이면 보유세를, 공시가격이 7배정도가 넘으면 국민들의 재산형평상 부유세를 신설해서 매길 만 하다.서울을 예로 들면 만일 주택 1채당 8~9억 원을 3년 평균시세로 본다면 공시가가 25~30억 원 이상은 보유세, 50억 원 이상은 부유세를 도입하는 것이 부동산경제의 안정이나 공공주택용 세수확보나 국민가계 형평에 비추어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한 부유세와 함께 전국적으로 일정 규모나 금액이상의 비업무용 토지보유자는 토지초과보유세를 도입해 그 재원으로 온 국민에게 국토배당금을 일률적으로 검토할 만 하다,이제 서울과 부산의 부동산 시정방향이 민간과 공공의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라면 부동산시장은 머지않아 안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혼부부나 서민가구들의 실용적인 자가 주택이나 또한 저렴하고 쾌적한 임대주택의 공급은 가급적 편리한 대중교통과 미래가 밝은 일터의 직주근접이 용이한 도심 곳곳의 요지에 획기적으로 용지를 마련하고, 장기적인 매입자금 분담과 이후 소유권전환을 배려하며 신속히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을 두 시장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부산시장은 동부산에 비해 현저히 낙후된 낙동강 하구언과 신항만과 가덕도가 연한 서부산지역의 감천, 다대포, 하단, 신평, 사상, 구포 등이 지금 고가아파트가 속출하는 해운대, 광안리 이상으로 좋은 도시입지임도 주택공급에 고려하면 좋겠다. 엄길청 경제저널리스트/국제애널리스트

2021-04-29 16:00 엄길청 경제저널리스트/국제애널리스트

[브릿지 칼럼] 임기말 소통의 부재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가상화폐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8000만원 이상 치솟았다가 5000만원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이름조차 생소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겠지만 20대와 30대들의 주요한 투자 수단이 되고 있다. 올해 초 주식시장이 주춤하자 증시 수익에 만족하지 못하는 주식투자 초보자인 ‘주린이’들이 코인투자 초보인 ‘코린이’로 많이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위험성이 제기되고 자금 세탁이나 불법 결제 수단이라는 인식이 나오면서 정부는 칼을 빼들었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다’고 혹평했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야 한다’고 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가 있다.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코로나19 백신도 혼란이다. 정부 방역 당국이 지난해부터 백신 확보에 대해 대국민 브리핑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 백신 수급에 대한 정치권 공방은 가열되고 있다. 특히 미국, 영국 등 백신을 개발한 국가에서 백신 공급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백신 확보가 힘들다는 전망까지 파다하게 퍼졌다. 한국과 미국이 상호 교환하는 ‘백신 스와프’ 주장까지 나왔고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러시아 ‘스푸트니크 V’ 백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었다. 우리 국민들이 현재 가장 많이 접종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혈전응고 뉴스까지 나오면서 국민 불안감은 확대되었다. 불안감이 확산되는 와중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국무총리 대행은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 추가 도입을 발표하고 총 9900만명 접종 분량을 확보했다고 정리했다. 3분기에 대규모 접종이 이루어지면 11월까지 집단면역에 큰 차질이 없다고도 했다. 노바백스 백신까지 추가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백신 걱정은 없는 셈이다.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러시아 백신 등 코로나 백신으로 굳이 혼선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 수준에 빠져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4월 20~22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의 직무를 잘하고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 있는 18~29세 연령대에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5%에 그쳤다. 30대도 부정 평가가 긍정보다 더 높다. 진영 논리가 아니라 방역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중도층에서 대통령 긍정 평가는 28%에 그친다.가상화폐 규제 논란과 코로나 백신 수급 혼선을 보면서 ‘소통 부족’이 떠오른다. 5년 단임제인 대통령 제도에서 임기 후반부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민 소통’이다, 비트코인 해법을 위해 2030세대와 진지하게 소통했다는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왕좌왕한 코로나 백신 수급과 관련해 관계자와 소통하고 백신 접종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냈다는 소식을 접하기 어렵다. 물러나면서 지지율 55% 이상을 기록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소통’이다. 무엇보다 ‘국민 소통’이 문재인 정부의 임기 5년차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1-04-29 14:02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두괄식의 미덕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삼성인력개발원에서 프레젠테이션기법을 강의까지 했던 필자도 장광설의 버릇으로 고생했다. 제 버릇 남 못준다고 프레젠터 교육까지 맡다보니 말을 질질끌며 언변을 자랑하는 버릇이 습관이 됐다.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냐는 선배들의 따끔한 지적이 잇달았다. 상대의 말을 자주 끊고 자존심에 상처를 내서 관계마저 소원해지기도 했다. 쉽고 간결한 보고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멍석이 깔리면 돌변하는게 사람이다. 알맹이에 덕지덕지 살을 붙이고 변죽을 울리다가 오리무중에 빠지거나 삼천포로 새버리는 것이다.담배를 사오라고 시켰으면 사온 담배를 그냥 내어놓거나 다른 곳에서 사오느라 오래 걸렸다고 말하면 될 일인데 가는 길목에서 만난 사람과 들른 가게 이름까지 줄줄 늘어놓는 경우다. 시간을 잡아먹은 것은 둘째다. 문제는 이미지관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일이 잘 풀린 경우라면 자화자찬이 되고 그르쳤을 경우엔 변명에 능한 핑계꾼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전달력은 상대가 듣고 싶은 내용만 드러내는 압축의 기술이다. 군더더기를 덜어내야 내용의 골격이 선명해지고 분명해진다.당신의 상사가 가장 먼저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일의 과정이 아니라 결과다. 그러니 그것부터 먼저 전달해라. 요약하면 두괄식으로 보고해라. 긴급한 메모 문서든 상황을 공유하는 리포트든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밝혀야한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대응 방안은 무엇인지는 상황에 따라 붙이거나 생략해라.마스크로 입을 막고 거리를 두고서 서로의 의중을 파악해야 하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의 좁은 화면속에서 얼굴 표정과 음성만으로 옥석과 진위를 가려야한다. 핵심 내용만도 제대로 전달하거나 공유하기 쉽지 않다. 두괄식의 보고 요령은 상대가 불같이 급한 성격을 지녔거나 자신의 전문성이나 경륜을 확신하는 분이라면 두말할 필요없이 효과적이다. 결론부터 전하고 난 후 그의 반응을 살핀뒤 원인과 시사점, 향후 진행 계획을 덧붙여라. 협상테이블에서도 마찬가지다. 테이블위로 협상조건부터 먼저 올려놔야 상대의 속내를 파악할 시간을 벌수있다. 쓸데없는 시간을 줄이고 반격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먼저 결과(Result)를 앞세우고, 그 원인(Cause)을 제시하고, 시사점(Lesson)으로 마무리하는 삼단논법을 거듭 제안한다.물론 두괄식의 방식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의 결과부터 보고하는 것은 부실공사에서 보듯이 과정이나 근거를 살피지않고 성급한 판단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상사를 얕잡아 보지말라. 선배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는 더 큰 책임의 당사자다. 결론만 보고서도 전체적인 상황과 당신의 입장을 헤아릴 것이다. 필요한 경우라면 틀림없이 질문할 것이다. 덧붙일 기회는 그때가 적기다. 성과가 충분하다면 겸양의 덕이 되고 미흡하다면 다음을 위한 결의로 비칠 것이다. 두괄식이 유익한 점은 또 있다. 인터넷 시대에 맞는 화법이다. SNS세상에서 미주알고주알 따져가며 쓴 글은 환영받지 못한다. 거두절미하고 딱 한 문장만 쓰겠다고 생각해보라. 그것으로 뼈대를 삼아라. 살은 그 주위에 붙여라. 내 경험으로 보면 두괄식의 근육이 붙어 승승장구하는 비지니스맨이 차가운 인상을 풍기는 것은 스마트한 일처리와 성과와 결과를 책임지겠다는 결연한 태도에서 비롯된 듯하다.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2021-04-26 13:55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브릿지 칼럼] 주택공급을 늘리면 서울 집값이 잡힐까?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지난 4월 7일 재보궐 선거에서 화두가 된 이슈는 단연 부동산이었다. 여당 후보에겐 부동산 정책 실패, 야당 후보에겐 부동산의 불법 이득 여부가 쟁점이 되었고, 집이 없든 있든 온국민을 우울하게 만들어 버린 지금의 심각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가 여야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었던 선거였다.선거 이후 심각한 부동산 시장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여야 모두 이구동성 입을 모아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그러나 좁은 땅덩어리는 한정되어 있기에 공급 확대만이 만사형통은 될 수 없다. 출퇴근하는데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씩 걸리는 먼 외곽 말고 주거 선호도가 높은 곳에 공급을 늘려야 하겠지만, 용적률을 높이고 층수 제한을 없앤다 해도 공급 가능한 공간은 무한하지 않다.필자는 서울과 지방에 모두 살아봤지만, 솔직히 주거환경은 공기 좋고 길 안 막히는 지방이 더 낫다. 그런데 왜 서울·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일까? 직장과 학교가 압도적으로 서울·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당연히 서울로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주택공급 문제에 접근을 해야 할까? 어떤 진단과 처방으로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첫째, 필요한 곳에 용적률을 높이고, 층수 제한을 완화하여 주택공급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당장은 시간이 걸릴 수 있겠으나 조급하게 결정하여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심각한 부작용만 발생시키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외곽에 신도시만 만들 것이 아니라 노후화된 도심지역에 주택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고 이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노후화된 지역의 재개발·재건축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필요한 주택 수요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재개발·재건축을 무조건 부동산 투기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심각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방법의 하나로 잘 다듬어서 도심 주택 공급에 숨통이 틔도록 해야 한다.다음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우량 대기업과 학교를 지방으로 적절히 이전해야 한다. 이로 인해 인구 분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지방 도시들은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궁극적으로 균형 잡힌 지역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주변에 좋은 직장과 질 좋은 교육이 제공되는데 지방에서 왜 굳이 길 막히고 생활비 많이 들고 공기 안 좋은 서울로 서울로 이동을 하겠는가? 대기업, 명문 학교들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어 순차적으로 지방으로 골고루 분산시킨다면 자연스럽게 인구 분산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비용이 신도시를 만드는 비용보다 적게 들 것으로 생각한다. 단기적인 졸속정책들로 국민을 힘들게 하기보다는 다소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원리는 무시한 채 징벌적 세금 등과 같은 정책으로 부동산 관련 문제들을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쉽게 뒤집히는 부동산 정책들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큰 방향 설정과 정책수립을 위해 초당적으로 함께 협력해야 한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2021-04-25 14:35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재취업 지원 채찍과 당근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서 비자발적 이직이 빈발하다. 이들의 재취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작년 고령자고용법을 개정해 1000명 이상 고용한 사업자에게 진로설계, 취업알선, 재취업 또는 창업교육 등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토록 의무화했다.우리 사회가 고령화에 접어든 지는 이미 오래 되었으나 아직도 60세가 정년인 법제를 가지고 있다 보니 정년퇴직으로 인한 비자발적 이직 또한 만만찮다. 더구나 정년까지 근무하는 경우는 쉽지 않고 그 훨씬 이전에 ‘비자발적’으로 이직을 하게 되는 현실이다.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화 시행 1년이 지난 지금의 현상을 들여다보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재취업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한 마디로 ‘하향평준화’되었다고 한다.의무화되기 이전에 이미 부분적으로나마 자발적으로 전직지원서비스 등을 시행해 오던 사업장에서도 의무화된 이후에는 정부가 제시하는 매뉴얼의 하한을 충족시키는 수준에 머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하던 짓도 멍석 깔아 놓으면 안 한다’는 옛말을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교육내용이래야 천편일률이요, 교육 시간도 매뉴얼이 제시하는 최소시간에 머무르는 수준이어서야 ‘하나마나’ 한 낭비가 되고 만다.아직 시행 1년밖에 되지 않았고, 작년 한 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교육이 어려운 여건이었다 하더라도 몇 가지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실효성 확보는 어려워 보인다.우선 재취업지원서비스 제공 비용을 정부가 상당 부분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위한 비용은 ‘비용’이 아니라 사회가 부담해야 할 복지비용을 대체하는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이런 연후에 의무를 해태하는 기업에 대해 과태료 부과와 같은 징벌 조항을 도입해도 명분이 있을 것이다.현재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징벌 조항은 없다. 정부의 예산지원을 의무화하되 최소 과태료 정도의 처벌 조항은 필요하다고 본다.기업 또한 재취업지원서비스가 고용가능성(Employability)을 향상시켜 결국 기업이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로서 최근 글로벌 관심사인 ESG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곁가지 얘기지만, 고령자보호법이 정의하는 ‘고령자’라는 표현과 그 기준을 정색하고 들여다보아야 하겠다. 용어는 개념을 형성하고 개념은 의식에까지 미치기 때문이다.이 법에서 ‘고령자’는 55세 이상이요, 50세부터는 ‘준 고령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재취업지원서비스 대상을 ‘준 고령자와 고령자’로 정의하고 있어 이 법에 따르면 50세 이상은 일에서 멀어져가는(또는 멀어진) 연령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굳이 유엔이 제시한 ‘65세까지 청년(Youth)’, ‘80세부터 노인(Old)’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55세 고령자’ 기준을 납득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2021-04-22 15:36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산불 파수꾼' 드론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매년 봄철이 되면 푄 현상 때문에 동해안에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 특히 강풍과 함께 산불이 발생하면 속초 지역은 종종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한다.푄 현상은 바람이 산 표면에 닿아 그 바람이 산을 넘어 하강 기류로 내려와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에 의해 그 부근의 기온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푄 현상은 원래 푄이라고 하는 알프스 산맥 가운데 부는 국지풍에서 비롯된 것이며, 바람이 알프스를 넘었을 때 부는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을 말한다. 푄 현상은 때때로 매우 건조하고 강한 돌풍을 몰고 오는 경우가 있어 화재와 같은 심각한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산불이 발생하면 과거 기록, 식물, 토양, 고도, 자원 가치 및 기상 패턴의 분석은 특정 지역에서 산불의 위험을 지형에 대한 공간정보 시각화를 통해 이 모든 정보를 하나의 시스템에 통합하여 보다 쉽게 위험을 분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만들어진 공간정보를 토대로 산림소방서는 특정 지역을 화재 위험이 높은 부분에 대해 산불 발생 전에도 늘 관리·훈련해야 한다.상시 훈련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방관은 계획된 도면과 현재 상태를 결합하여 화재 진압을 위한 최상의 방법을 시각화할 수 있다. 현장의 소방관은 휴대기기 및 드론, 항공사진 촬영과 같은 최신 영상 자료를 사용하게 된다. 모바일 장치를 사용해 소방관은 화재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재현장 상황에 대한 것을 다른 부서에 정보를 전송하므로 필요한 경우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화재로 인해 발생하는 상황을 도면이 중첩하는 공간 분석 기법을 통해 현장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보내고 현장의 사진 촬영된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관련 공간 정보를 다른 소방대에 보내 상황을 평가할 수도 있다.산림청은 산불 예방을 위해 드론으로 전국 산불 취약지 대상 논·밭두렁 쓰레기 소각 등의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삼척시에서는 산불이 진화된 후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여 자세한 피해면적을 조사하기도 했다.드론이나 헬기에서 촬영된 항공 사진은 연기를 통해 발화 지점을 발견하고, 소방드론에 장착된 소화볼이나 소화탄과 함께 헬기로 소방수를 투하하기 좋은 낙하지점을 찾을 수도 있다.특히 드론은 기동성과 정확성으로 소방현장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화재가 완전히 진압된 뒤에도 비상약품, 비상식량 등 긴급 구호 물품을 수송하고 피해 면적, 위치 등 복구를 위한 현황조사에 사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산림청도 현재 ‘산림 드론감시단’을 구성해 산불감시, 산나물 불법 채취 단속, 여름철 불법행위 단속 등 다방면에 드론을 사용 중이며, 운용 능력 향상을 위해 관계자를 대상으로 꾸준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드론의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재난 안전을 위한 소방분야이다. 드론을 활용하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비좁은 골목길, 사다리가 닿을 수 없는 고층빌딩, 화재 범위가 넓은 산불 진압 및 인명구조에 파수꾼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2021-04-21 14:44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은퇴 루틴' 준비됐나요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안 늙을 줄 알았다. 늙어도 약해지진 않을 듯했다. 늘 건강하게 현역처럼 바쁘고 왕성히 움직일 줄 알았다. 미리 준비하면 일도 적으나마 있을 것 같았다. 좀 쉴 수는 있어도 보상차원일뿐 언제든 컴백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능력과 체력이 굳건한데 나이를 먹었다고 얌전히 물러서지 않겠다고 확신했다. 적어도 민폐끼치는 뒷방신세는 남의 일로 여겼다. 늙는다는 건 먼 훗날의 얘기일 뿐이다. 당장은 먹고살기 바빠 노후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덜 고민하지만, 언제든 시작하면 충분할 걸로 내다봤다.은퇴자 대부분의 공감토로다. 50대 중후반이 돼도 이후의 평생현역을 의심하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 탑골공원 소일신세도 본인에겐 예외사례다. 늙음은 관리되고 현역은 계속될 걸로 확신한다. 늙음반발은 당연하다. 의료기술 발달과 예방의학 확대로 물리적 노화도 늦춰지는 추세다. 과거기준으론 명백히 노인인데 4050세대처럼 보여지는 사례도 많다. 얼마든 노화에 맞서 현역연장을 실현할 것이란 자신감은 현실적이다. 왕년에 잘 나갔다면 더 그렇다. 뒷방운운에의 강력저항이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뭣이든 할 수 있다 자신하는 한국중년이 넘쳐나는 듯하다.문제는 ‘그럼에도’에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냉혹하다.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언제까지나 젊을 수 없듯 제아무리 버텨도 시간 앞에 장사는 없는 법이다. 깨닫고 수긍하면 이미 뒤늦은 때가 보통이다. 몸부림쳐본들 늙음을 이길 수는 없다. 자랑스럽던 숙련조차 구태의연한 꼰대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인생지사 숱한 착각과 오해는 늘 이렇듯 뒤늦게 알려지며 후회와 미련을 남긴다. 닥치면 늦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수뿐이다. 누구든 늙어지고 왕년은 멀어져간다.평생현역일 수 없다. 바랄 수 있으나 이루기 힘들다. 당장의 몸과 맘이 건강하니 심심찮은 돈벌이도 가능하리라 기대하나 확률상으론 뒤집히고 넘어질 여지가 더 크다. 언제 닥칠지 모를 무차별적인 충격이란 게 늙음과 동반되는 생활변화란 점에서 차라리 상시적인 비상계획을 준비해두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이때 유효한 게 ‘어디서 무엇을’의 자문이다. 어차피 은퇴는 거스를 수 없다. 불가피한 늙음과 동반될 이슈다. 늙어 시공간의 실향민이 되지 않자면 대응전략이 절실하다. 지금 중년에게 이보다 더 중한 일은 없다. 퇴장신호 후 갈 곳과 할 일을 찾아봐야 만시지탄일 따름이다.코로나19 사태는 루틴(Routine)의 소중함을 새삼 안겨준다. 하루하루 일상생활이 얼마나 중요한 에너지인지 깨닫는 기회다. 자가격리든 재택근무든 눈뜬 후 갈 곳이 없어진 허망·황망이란 꽤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번의 루틴파괴는 시한부다. 은퇴는 현역루틴과의 확실·영원한 결별을 뜻한다. 갈 곳도 할 일도 없는 ‘어느 아침’의 첫날은 기우일 수 없다. 새로운 은퇴일상을 디자인해둬야 할 이유다.일본어에 ‘이바쇼(居場所)’란 단어가 있다. 정확한 의미전달은 아니나, 안심할 수 있는 곳 혹은 자기를 찾을 수 있는 곳 정도로 해석된다. 해서 이바쇼가 있냐없냐는 누구에게든 버팀목의 안전지대로 해석된다. 이바쇼의 확보는 노후생활의 품질과 직결된다. 일본노인은 은퇴준비 리스트에 이바쇼 만들기를 빠트리지 않는다. 그곳이 어디든 무료한 은퇴생활에 활기를 되찾아줄 루틴공간인 까닭이다. 은퇴가 먹먹할수록 이바쇼는 중요해진다. 나의 이바쇼는 어딜까. 걱정되면 당장 뛰쳐나가 찾아볼 일이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1-04-19 14:29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안전속도 5030 정책 시행, 효율화가 관건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지난 4월 17일부터 전국적으로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중이다. 지난 2년 전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 등 대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던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이 정책은 도심지 간선도로는 시속 50Km 미만으로, 이면도로는 시속 30Km 미만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일반 간선도로는 시속 60Km보다 약 10Km가 줄어들면서 벌써부터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들리고 있다. 교통체증으로 막히고 시간이 급한 요즈음 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 푸념하는 것이다.하지만 안전속도 5030 정책은 시행 전부터 여러 분야에서 입증됐다. 시속 60Km를 시속 50Km로 줄일 경우 과반 이상의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영도구에서 시범 실시한 결과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의 30% 이상이 줄어드는 큰 성과를 보였고, 서울 사대문 안에서 발생한 중상자 수가 역시 30% 이상 줄어들었다.아직도 ‘3급 운전’ 즉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가 몸에 밴 우리로서는 중요한 정책인 것이다.특히 속도 감소로 인한 목적지 도착 지연도 실제로는 전체 평균보다 약 2분 늦어지는 결과가 나와 큰 차이가 없었다. 도심지의 경우 신호등이 많아,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된다. 따라서 속도를 잠깐 높이는 것보다 신호등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매끈하게 통과하는가가 관건이다.우리가 일명 “녹색 흐름(Green Wave)”이라 일컫는 경우다. 신호등의 지능형 교통체계를 이용한 흐름을 제대로 만들어 차량흐름을 이어준다면 속도의 일부 하락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이번 안전속도 5030 정책의 전국 시행은 앞으로 1년 후, 2년 후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꿈꾸던 연간 2000명대 사망자수 줄이기가 올해 달성될 수 있으며, 향후 1000명대로 낮춰지면 진정한 선진국의 면모를 가진 안전한 국가로 탈바꿈하리라 확신한다.하지만 무작정 속도를 줄이는 작업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행하는가가 중요한 사안일 것이다. 정부는 고속도로 등에서는 제한속도를 높이며 효율적으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도로 인프라 기술이 좋아지면서 직진성과 주변 갓길 등 시야 확보 가능, 중앙 분리대 형성 등 다양한 안전조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속도를 높이는 추세다. 서해안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등 안전이 보장된 지역은 예전 시속 100Km에서 시속 110Km로 높였다.한편, 골목길의 안전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이면도로는 시속 30Km 미만으로 제한했지만, 좁은 골목길 등은 불법 주차 등이 성행하고 각 가정의 대문 등에 가까워 아이들이나 자전거, 오토바이, 킥보드 등 다양한 접촉 사고가 빈번한 만큼 더욱 낮은 안전속도 표지판이 요구된다. 영국 등에서는 이러한 위험성을 고려해 시속 17Km 미만 표지판도 있는 만큼, 우리도 좁은 이면 골목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효율적인 안전속도와 교통정책, 보편타당성과 객관성 있는 입증된 제도와 법적 체계 등 우리가 앞으로 더욱 고민해야 할 과제가 즐비하다. 이번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시작으로 더욱 선진화된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21-04-18 14:18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행복한 노후 시간활용법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노후설계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노후가 아닌, 행복하고 보람 있는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다. 은퇴하면 누구나 시간 부자가 된다. 많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핵심이다. 돈이 많지 않아도 시간 활용만 잘하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전반기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한 인생의 참맛을 느끼며,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 2차 성장과 제2의 황금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어떻게 살아야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첫째, 자아실현을 실천하는 삶이다. 은퇴 후에는 자신에게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원래 자기 능력이나 적성 등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20%도 발휘하지 못한 채 산다고 한다. 숨어 있는 잠재능력을 찾아내고, 장점을 살리는 시간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인간 욕구 5단계의 마지막이 자아실현이다. 자아실현은 개인이 지닌 소질과 역량을 스스로 찾아내어, 충분히 발휘하고 계발하여 자신이 목적한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꿈, 혹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일을 찾아 열정의 삶을 살아보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한다.둘째, 사명이 이끄는 삶이다. 은퇴 전엔 가족 부양의 의무가 있었다면, 은퇴 후에는 자신의 인생을 완성하는 책무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 자신의 인생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명 즉 이유를 알아야 한다. 사명이란 자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로, 사는 동안 자신이 해야 하는 삶의 목적이다. 사명을 발견하여 이를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은 인생 2막에서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다. 생각만 해도 절로 가슴이 뛴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울 것이다. 인생은 나이 든다고 쇠퇴하고 퇴보하는 게 아니다. 성장하고 성숙하면서 비로소 완성된다.셋째, 봉사하는 삶이다. 그간 세상에서 받은 많은 도움과 사랑을 보답할 수 있는 기회는 시간 많고 건강한 지금이다. 봉사는 자신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퇴직으로 상실한 사회적 역할을 보완해주고,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만족과 함께 자존감이 높아진다. 자신이 가진 경험과 재능을 나누다 보면 보람과 성취감도 느낀다. 봉사의 경험이 인생 2막의 새로운 직업과 창업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봉사활동은 처음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시작하지만, 나중엔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되어 계속한다고 한다.마지막은 평생학습의 삶이다. 나이 들수록 어른이 아닌 꼰대가 되는 것은 배움과 성장을 멈추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것은 성장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공부하면서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면 정보교환은 물론, 정서 함양에도 좋다. 치매 예방도 된다. 고령화 사회 선진국들의 연구 결과, 노년에 가장 행복한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한다.위에 4가지 삶은 상호 보완 작용을 하면서, 후반기 삶을 풍성하게 한다. 인생의 참맛을 제대로 즐기면서, 행복하고 보람 있는 노후를 만든다. 먼저 자신이 꿈꾸는 인생 2막의 활동을 하는 사람을 롤모델이나 멘토로 선정한다. 자신을 이끌어 주는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생애 설계 전문가나 전문 코치의 도움을 받으면 더욱 효과적이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21-04-15 14:25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수출 역군 금형산업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지난 4월 7일 서울·부산 보궐선거가 끝났다. 참패한 집권여당이건 압승한 야당이건 난제가 산적하다. 문재인 정부를 열열히 지원하던 2030세대는 그들의 좌절과 분노가 집권여당 4년의 편벽스런 부동산관련규제(정책이라 하기도 그렇기에)와 LH사태, 거기에다 ‘김상조·박주민 쇼크’까지를 보면 냅다 응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게다.요즘 한국정치·권력자들을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1889~1970. 한국명 석호필 石虎弼)박사가 보면 바로 ‘허세, 핑계, 부패’로 얼룩져 일대혁신이 필요하다고 일갈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그는 영국계 캐나다인 수의사로 세브란스에 근무하면서 1919년 3월1일, 일제히 일어났던 3·1운동의 유일한 외국인 협조자였다. 3·1운동을 해외에 널리 알린 3·1운동 33인 외 34인이라고 칭송받으며 한국을 그지없이 사랑한 귀화인이다. 그가 어려운 백성들이 선하고 성실하고 근면해서 그 혹독한 환경에서도 ‘조선독립’이라는 희망을 놓치지 않듯 오늘의 한국경제도 많은 근면 성실한 한국인들에 의해 세계인을 놀라게 하는 기적같은 경제성과를 올리고 있다.수출역군으로 눈에 띄는 제품들은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 조선, 가전제품 등이다. 그런데 이들을 수출할 수 있도록 모든 제품과 부품의 ‘틀’을 만드는 ‘금형’산업이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대미 수출을 기록했다.에이테크솔루션, 나라엠앤디, 재영솔루텍 등을 비롯한 국내 1500곳 금형업계의 대표단체인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금형업계수출은 28억 8055억달러(3조2700억원)를 기록해 전년보다 17% 증가했다.근로자 50인 미만 기업이 전체의 98%를 차지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금형업계가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다. 국가별 수출비중을 보면 미국수출이 3억8717만달러(4400억원)로 가장 높은 비중(13.4%)을 차지했고 일본, 베트남, 인도, 멕시코, 중국 등이 뒤를 이었다. 신윤문 금형조합이사장(신라엔지니어링 대표)은 지난 3월14일 한 경제지와 인터뷰에서 “현대·기아차의 자동차판매호조를 비롯해 코로나19에 따른 ‘집콕’영향으로 삼성·LG전자의 휴대폰과 가전제품 수요가 북미지역에서 급증해 금형업계수출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최근 국내 복수의 금형업계는 프랑스 르노그룹과 3년 장기계약을 맺고 르노의 팔리스만(SM6), 캡처, 메간, 캉구, 마스터 등 차종을 만드는데 쓰이는 금형을 공급하기 시작했다.또 주목할 것은 코로나19백신을 20% 증산하는 효과로 주목받는 풍림파마텍의 최소잔여형(LDS)백신주사기다. 일본도 금형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던 이 주사기를 이회사는 월 2000만개 생산하고 있다.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테슬라·벤츠·포르쉐·르노·토요타·닛산 등 전세계 유명자동차엔 모두 한국금형기술로 찍어낸 부품을 쓰고 있다. 독일·일본·미국·중국 등과 함께 세계5대 금형생산국이다. 수출규모는 6년째 세계 2위다.신 이사장은 “기계분야 가운데 유일하게 대일무역흑자를 보이는 품목이 금형”이라며 “일본은 더 이상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금형기술은 세계최고강국 독일의 문턱을 넘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1-04-14 14:11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웹툰을 웹툰이라 부르지 못한다?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2020년 1월 네이버는 녹색 로고 형태의 ‘webtoon’ 상표에 대해 특허청으로부터 상표 공고 결정을 받았다. 2개월간 이의신청이 제기되지 않는다면 네이버는 ‘webtoon’에 대한 상표권을 가지게 된다. 상표권으로 등록되면 해당 상표에 대한 독점배타권이 인정된다. 즉 네이버는 경쟁업체가 ‘웹툰’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합법적 권리를 인정 받은 셈이다. 경쟁업체로서는 ‘웹툰’을 ‘웹툰’이라 부르지 못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다행스럽게도, 특허청은 ‘webtoon’이는 단어에 독점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녹색 로고 디자인 자체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역시 서비스를 대표하는 브랜드 로고라서 출원한 것일 뿐 웹툰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받으려 한 의도는 아니라고 해명했다.하지만 최근 네이버의 ‘webtoon’ 해외 상표 출원 현황을 살펴보면 경쟁업체로서는 특허청의 설명도, 네이버의 해명도 찝찝하기만 하다. 네이버는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서 ‘webtoon’에 대한 상표 등록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만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상표 등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 레진엔터테인먼트, 리디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경쟁업체들이 해당 국가에서 ‘webtoon’을 사용하는 행위는 법적 차원에서는 엄연히 네이버 상표권의 침해를 구성할 수 있다.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사실 이런 일들은 webtoon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Caffe Latte’, ‘Jeep’, ‘스카치테이프’ 등은 원래 물품의 명칭이 아니라 특정 회사의 ‘상표’였다. 상표는 상품의 출처표시기능과 타사 상품과 식별하게 해주는 기능을 가져야 상표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제품이 높은 유명세를 타면서 해당 상표가 마치 제품의 ‘명칭’과 같은 역할을 하기에 이른다면, 그 상표는 출처표시기능과 식별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러한 현상을 상표법적으로는 ‘보통명칭화’가 된다고 말한다.그렇다면 ‘웹툰’은 보통명칭화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네이버 사전은 웹툰을 “인터넷을 통해 연재하고 배포하는 만화.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 정의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사전적 정의만 보더라도 웹툰이 네이버에서만 제공하는 특정 만화 컨텐츠를 표시하는 상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경쟁업체도, 소비자들도 웹툰은 웹이라는 특정 장소에서 제공되는 만화에 대한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임에도, 네이버의 ‘webtoon’ 국내외 상표 등록 행보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해외 유명 기업들은 자사의 상표가 보통명칭화가 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모든 어린이가 사랑하는 ‘LEGO’는 반드시 대문자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하여 세부적인 사용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다. 자신의 브랜드가 공익 브랜드처럼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면, 기업들은 브랜드가 보통명칭화가 되지 않도록, 초기부터 브랜드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네이버가 자신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만화에 대해서만 웹툰이라 부르도록 서비스 초기부터 신경을 썼다면, 지금의 국내외 상표 등록 현황에 경쟁업체들이 긴장할 필요도, 네이버로서도 상표에 대한 복잡한 속내를 가질 필요도 없었을 터이다. 그나저나 웹툰을 웹툰으로 부르지 못하면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고민스럽다.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2021-04-12 14:07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브릿지칼럼] 초언풍종(草偃風從)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오늘은 공자의 말씀으로 글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공자는 논어 이인(里仁)편에서 “군자는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잘 알고, 소인은 어떤 것이 이익인지 잘 안다. 군자는 어찌하면 훌륭한 덕을 갖출까를 생각하고, 소인은 어찌하면 편히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는 말로 군자와 소인을 정의했다. 위령공편에서는 “잘못을 했을 경우 자신을 탓하여 자신에게서 잘못의 원인을 찾는 군자와는 달리, 소인은 다른 사람을 탓하며 다른 사람에게서 잘못의 원인을 찾는다”고도 했다.논어 안연(顔淵)편에서는 “풀은 바람을 따라 눕는다”는 초언풍종(草偃風從)을 설파한다. 노(魯)나라의 실력자인 계강자가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하느냐”고 공자에게 묻는다. “무도한 자를 죽이고, 백성들을 도의 길로 나아가게 하면 어떻습니까?” 그러나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대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왜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쓰려고 하는가? 그대가 만일 좋은 사람이 되려고 생각한다면 백성들도 또한 함께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백성들의 덕은 풀과 같아서, 풀은 바람에 따라 눕는 것이다.”공자가 정의하는 군자와 소인 또 그 둘의 관계를 현대의 정치 체계에 맞춰 재해석해 보면 선거로 뽑히는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군수 등 ‘선출직 공무원’과 자신의 이해관계에 터 잡아 투표하는 ‘유권자’의 관계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논어에는 인용하지 않았으나 시경에 나오는 “바람 속의 풀이 다시 일어난다는 것을 아느냐”라는 초언풍종에 대한 댓귀를 보면 ‘선출직 공무원’과 ‘유권자’의 관계가 더 명확해진다.이번 보궐선거 개표 결과는 ‘바람 속의 풀이 다시 일어난다’는 공자님 말씀에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음이리라. ‘정치 지도자들은 자칫 선거 그 자체에 매몰되는 우를 범한다. 선거를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승리와 패배의 갈림길로만 본다. 국민은 이들을 가르쳐 도의 길로 나아가게 가르쳐야 하는 풀과 존재로 여긴다. 그러나 바람 앞에 눕는 풀’로만 알았던 유권자들이 ‘바람을 이기고’ 다시 일어난 것이다.미국의 전 대통령 아이젠하워(1890~1969)의 리더십에 대한 유명한 예화가 있다. 어느날 친구가 찾아와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리더십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실 한 올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당겨보라고 했다. 친구가 당기자 실은 팽팽해지며 끌려왔다. 아이젠하워는 이번에는 뒤에서 밀어보라고 했다. 친구가 열심히 밀어 보았지만 실은 밀리지 않았다. 이에 아이젠하워는 “리더는 뒤에서 밀지 않는다네. 다만 앞에서 당길 뿐이지”라고 말했다. 보스는 “가라!”고 뒤에서 명령하지만, 리더는 앞에서 “가자!”고 솔선수범한다. 뒤에서 바람을 몰아치면 풀은 눕는 척 할 뿐 다시 일어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시인 김수영(1921~1968)은 작고하기 몇 해 전에 발표한 대표적 작품 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중략)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새삼 공자가 말씀하는 군자 같은 지도자를 그려본다. 유권자, 즉 국민은 바람이 불면 눕지만 그 바람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풀 같다는 것을 아는.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2021-04-11 15:14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브릿지 칼럼] 존중해야 할 '가족을 이룰 권리'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사유리의 방송출연을 막아달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비혼출산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됐다. 사유리의 육아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비혼모 출산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시대적으로 맞지 않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여성가족부(2019) 조사에 따르면 가족 다양성에 대한 인식은 이미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지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 조사응답자의 과반수에 이른다. 사유리의 비혼 출산 공개에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는 것도 이처럼 사회 구성원의 가족관이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정상가족 프레임을 고수하고자 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한국에서 정상가족이라면 보통 이성부부인 부모와 한두 자녀를 둔 3~4인을 떠올린다. 1인 가구나 다문화 가족, 조손 가족, 재혼 가족, 동성 가족, 한부모 가족, 사실혼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엄연히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가족형태나 상황을 이유로 ‘비정상’이라는 범주로 분류하고 나름의 기준으로 가족을 서열화하는 은밀한 차별이 용인되고 있다. 특히 미혼 부모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매우 냉랭하며 결손가정이라는 표현을 통해 뭔가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식으로 낙인찍기도 한다.정상과 비정상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요소로 사용된다. 대체로 상식적이고 일반적, 통념적,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것들에 대해 정상이라고 말한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나 행동을 보았을 때 우리는 대부분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게 된다. 이는 스스로 정상의 상태를 원하는 인간의 자연스런 습성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정상상태란 행동이나 생각, 성격을 사회에 맞추는 것이다.그렇다면 비정상은 뭘까. 심리학에서 비정상 상태는 성격적 특징이 아닌 사회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시간과 문화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의 행동이나 생각, 성격을 편견과 비판을 통해 배제하는 것은 그 사회이며 이상하고 기묘한 것은 그 사람의 부정적이거나 문제적인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지 절대적인 그 무엇이 아니다.정상가족의 프레임에 속하지 않는 가족형태가 비정상이라는 설정은 그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이들이 지향하는 가족형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다른 가족형태를 문제가 있는 잘못된 것으로 여기며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배제시키거나 외면하는 것은 정상가족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편견이다. 우리가 지지하는 것은 비혼여성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결혼을 거치지 않고도 출산을 선택하고 가족을 이룰 권리가 있음에 대한 존중이다. 비혼여성이 출산하는 것 자체를 적극 장려한다는 의미가 아니다.아카데미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배우 윤여정은 “이혼녀는 방송에 내보내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른 현재의 사유리 비혼출산과 방송출연 반대청원이 빚은 정상가족 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1-04-08 14:29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