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존중해야 할 '가족을 이룰 권리'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입력일 2021-04-08 14:29 수정일 2021-05-31 18:01 발행일 2021-04-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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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사유리의 방송출연을 막아달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비혼출산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됐다. 사유리의 육아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비혼모 출산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시대적으로 맞지 않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여성가족부(2019) 조사에 따르면 가족 다양성에 대한 인식은 이미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지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 조사응답자의 과반수에 이른다. 사유리의 비혼 출산 공개에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는 것도 이처럼 사회 구성원의 가족관이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정상가족 프레임을 고수하고자 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 정상가족이라면 보통 이성부부인 부모와 한두 자녀를 둔 3~4인을 떠올린다. 1인 가구나 다문화 가족, 조손 가족, 재혼 가족, 동성 가족, 한부모 가족, 사실혼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엄연히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가족형태나 상황을 이유로 ‘비정상’이라는 범주로 분류하고 나름의 기준으로 가족을 서열화하는 은밀한 차별이 용인되고 있다. 특히 미혼 부모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매우 냉랭하며 결손가정이라는 표현을 통해 뭔가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식으로 낙인찍기도 한다.

정상과 비정상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요소로 사용된다. 대체로 상식적이고 일반적, 통념적,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것들에 대해 정상이라고 말한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나 행동을 보았을 때 우리는 대부분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게 된다. 이는 스스로 정상의 상태를 원하는 인간의 자연스런 습성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정상상태란 행동이나 생각, 성격을 사회에 맞추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정상은 뭘까. 심리학에서 비정상 상태는 성격적 특징이 아닌 사회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시간과 문화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의 행동이나 생각, 성격을 편견과 비판을 통해 배제하는 것은 그 사회이며 이상하고 기묘한 것은 그 사람의 부정적이거나 문제적인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지 절대적인 그 무엇이 아니다.

정상가족의 프레임에 속하지 않는 가족형태가 비정상이라는 설정은 그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이들이 지향하는 가족형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다른 가족형태를 문제가 있는 잘못된 것으로 여기며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배제시키거나 외면하는 것은 정상가족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편견이다. 우리가 지지하는 것은 비혼여성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결혼을 거치지 않고도 출산을 선택하고 가족을 이룰 권리가 있음에 대한 존중이다. 비혼여성이 출산하는 것 자체를 적극 장려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카데미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배우 윤여정은 “이혼녀는 방송에 내보내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른 현재의 사유리 비혼출산과 방송출연 반대청원이 빚은 정상가족 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