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부동산 'J커브 효과'

엄길청 경제저널리스트/국제애널리스트
입력일 2021-04-29 16:00 수정일 2021-05-31 16:35 발행일 2021-04-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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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엄길청 경제저널리스트/국제애널리스트

서울과 부산의 시장선거가 동시 보궐선거로 치러졌다. 주택가격의 논란이 가장 컸던 두 도시라 주택시장 반응도 매우 즉각적이다. 서울과 부산의 고가아파트 재건축대상 지역에서 선제적인 가격앙등이 나타나 아직 당선증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두 시장이 당황해 하는 눈치이다,

정책과 가격의 사이에는 J-커브란 현상이 있다. 환율에서 주로 발견되지만 부동산정책에서도 좀 더 확장해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아파트 재건축의 관련규제를 풀면 당장은 오랫동안 인허가에 눌린 지역이라 그 반사적 기대감으로 가격은 바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오래 동안 막힌 서울의 주요 지역은 결국은 줄줄이 재건축이 이어지고 여기에다 저렴한 공공주택의 공급도 가세하면 적어도 1-2년 후면 서울은 꽤 긴 시간을 공급우위의 구조로 역전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싱가포르에서 국민소득 3만~4만 달러 시기에 찾아온 고급신규주택 선호시기가 있었는데 당국이 이스트코스트 해안가 등에 고급주택 공급을 크게 늘리고 나니 그로부터 1~2년여 정도 지나면서 제대로 진정된 적이 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시세를 국민소득 면에서 비교할 때 프랑스 수도인 파리의 아파트 시세를 같이 비교할 수 있다. 우리보다 평균소득이 20~30% 정도 높은 프랑스의 파리 아파트 평균가격이 현재 서울보다 역시 30% 정도 높은 상황이다. 파리는 원래 저층주택으로 일률적으로 계획된 도시인지라 구조적으로 도심주택이 적어 서울보다 늘 아파트가격이 엄청 비싼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파리시 당국에서 15구, 16구 등 세느강변 일대의 재건축지역을 고층아파트로 허가해 주면서 고가 아파트 가격은 서서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 서울은 다주택의 소유규제로 인해 갑자기 소위 똘똘한 한 채를 산다고 큰 평수를 선호한다는 말들이 돌고 있지만 이 또한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은 조심할 일이다.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은 주로 20-30대의 젊은 MZ세대 국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을 올리기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그들이 점점 대중부유층(mass affluents)으로 올라올 텐데 MZ세대는 식구가 많지 않은 단출한 미니세대들이다. 그리고 집 근처에 클러스터형태의 군집오피스나 커뮤니티방식의 합동작업실 등이 본사나 공공에서 공급되어 머지않아 가정공간은 다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규모로 적정화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집안 공간은 식구 1인당 전용면적이 6~7평이 적합하다는 연구가 오랜 정설이다. 만일 젊은 국민들이 가정을 이뤄 3인 정도의 식구라면 20~30평 내외를 크게 넘지 않을 것이다. 공공주택 역시 그럴 것이다.

게다가 대형 고가아파트는 각 나라의 추세로 보면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가면 곧 부유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마침 서울시장이 취임 직후 강남 모처의 80평대 아파트가 단박에 80억 원으로 전격 거래되어 화제가 되었다. 머지않아 소득이 4~5만 달러의 나라가 되면 부득이 100억 원대의 아파트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차제에 우리도 초고가의 아파트들은 서서히 선진국처럼 부유세를 도입할 시기가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을 볼 때, 평균 주택가격에 비해 공시가격이 3배 이상이면 보유세를, 공시가격이 7배정도가 넘으면 국민들의 재산형평상 부유세를 신설해서 매길 만 하다.

서울을 예로 들면 만일 주택 1채당 8~9억 원을 3년 평균시세로 본다면 공시가가 25~30억 원 이상은 보유세, 50억 원 이상은 부유세를 도입하는 것이 부동산경제의 안정이나 공공주택용 세수확보나 국민가계 형평에 비추어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한 부유세와 함께 전국적으로 일정 규모나 금액이상의 비업무용 토지보유자는 토지초과보유세를 도입해 그 재원으로 온 국민에게 국토배당금을 일률적으로 검토할 만 하다,

이제 서울과 부산의 부동산 시정방향이 민간과 공공의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라면 부동산시장은 머지않아 안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혼부부나 서민가구들의 실용적인 자가 주택이나 또한 저렴하고 쾌적한 임대주택의 공급은 가급적 편리한 대중교통과 미래가 밝은 일터의 직주근접이 용이한 도심 곳곳의 요지에 획기적으로 용지를 마련하고, 장기적인 매입자금 분담과 이후 소유권전환을 배려하며 신속히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을 두 시장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

부산시장은 동부산에 비해 현저히 낙후된 낙동강 하구언과 신항만과 가덕도가 연한 서부산지역의 감천, 다대포, 하단, 신평, 사상, 구포 등이 지금 고가아파트가 속출하는 해운대, 광안리 이상으로 좋은 도시입지임도 주택공급에 고려하면 좋겠다.

엄길청 경제저널리스트/국제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