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농작물 순찰 드론 어떨까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입력일 2020-10-29 14:45 수정일 2021-06-12 01:15 발행일 2020-10-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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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춘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올해 무더운 여름 날씨와 긴 장마로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가을 뙤약볕 아래 농산물 수확이 한창이다. 한 해 수확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는 바쁜 일상이 농촌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맘때면 농촌에서는 가을에 수확한 농산물을 도둑질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농민들은 낮에 들이나 밭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을 비울 수밖에 없다. 일선 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은 최근 아무도 없는 집을 노리는 농산물 절도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가을철 농산물 절도를 예방하기 위해 △보관창고 잠금장치·도난경보기 설치 △농산물 보관창고 내 CCTV 설치 △낯선 차량 번호판 기록 △부재 시 인근 지구대 및 파출소에 예약 순찰 요청 등의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은 순찰 영역은 넓지만 파출소 인력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절도범 신고가 들어와도 제대로 된 수사나 범인 검거가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농산물 절도 사건은 2016~2019년 4년 동안 모두 2448건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6년 554건, 2017년 540건, 2018년 507건 등 한해 500여 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847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기 남부(425건)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충남(338건), 충북(257건), 전남(243건), 경북(179건), 경남(174건), 제주(168건), 경기 북부(135건), 강원(108건), 전북(102건)의 순이었다. 평균 검거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1101건)다. 지역별 검거율은 전북 71.6%, 제주 64.3%, 강원 59.3%, 광주 58.3%, 경남 52.3%, 전남 51.0%, 경기 남부 37.6%, 충남 37%, 경기 북부 32.6%로 집계됐다. 창고에 둔 농산물을 훔치는 ‘곳간 털이’와 논밭에 재배 중인 농작물을 가져가는 ‘들걷이’, 축산물 절도 등 유형도 다양하다.

이들은 귀중품은 물론 고추나 참깨, 인삼 등도 훔친다. 고추와 참깨는 시장에 나가서 팔면 바로 현금화가 가능하고, 소량에도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도둑들이 노리는 주요 농산물로 알려져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농산물에 대한 절도를 자체 인력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역 경찰,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해 정기적으로 대낮 순찰과 예방 활동을 펼쳐야만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경찰청은 신속한 실종자 수색을 위해 드론을 도입했지만, 규정한 범위 밖에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시적으로나마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가을 절도범 예방을 위한 순찰에 치안 드론을 투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몇 년 전만 해도 드론으로 넓은 지역을 비행하며 고해상도로 지면을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수직 이착륙 기기로 광범위한 영역을 자동으로 비행하면서 고속 통신망과 연결해 높은 화질의 영상을 받아 순찰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

순찰 드론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가을에 발생하는 농산물 절도를 예방할 수 있다. 이동 차량의 영상 정보는 절도 발생 후 차량 추적을 위한 수사를 뒷받침할 것이다.

경찰은 코로나19 방역 현장과 비대면 순찰 업무에 드론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주민들과 협업해 관련된 홍보 활동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