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상표권도 사용해야 내 것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입력일 2021-09-27 14:05 수정일 2021-09-27 14:06 발행일 2021-09-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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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 변리사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상표권을 획득하면 10년 동안 독점배타권을 인정받는다. 게다가 10년의 존속기간이 끝나더라도 갱신만 하면 영구적인 상표권 확보가 가능하다. 상표권을 보유하면 그 이후엔 해당 상표를 사용하지 않거나 다른 상표를 사용해도 될까?

최근 카카오가 네이버와의 상표권 분쟁에서 승소했다. 카카오페이는 포인트 사업을 강화하면서 ‘카카오페이 포인트’라는 뜻의 조어 상표 ‘카페인’에 대한 상표권을 획득하고자 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업 분야에 선점된 네이버의 ‘네이버카페iN’, ‘NAVER 카페iN’, ‘카페인 caffeine’이 이미 등록돼 걸림돌이 됐다. 이에 카카오는 등록취소심판청구를 통해 해당 상표들을 모두 취소시키는데 성공했다. 즉 상표를 등록 받아도 사용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취소될 수 있다는 말이다.

불사용 취소심판이라는 이 제도는 상표를 등록 받은 후 3년 이상 국내에서 계속 사용하지 않을 경우 누구든지 등록상표의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 선출원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서 등록을 한 후에 상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상표권을 유지한다면, 해당 상표를 진정으로 사용하고 싶은 자의 기회는 부득이하게 제한된다. 상표의 등록 후에도 상표의 지속적인 사용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출원 시부터 취소심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실무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등록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요소를 결합하여 출원한 경우, 등록 후에 일부 요소를 뺀 상태로 사용한다면 취소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특허청이 상표를 등록해 줄 때에는 해당 상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등록결정을 내려주기 때문에 등록된 상표와 다른 형태로 사용한다면 등록상표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불사용 취소심판은 상표의 등록권자가 출원 시부터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이기도 하면서, 내가 출원하고 싶은 상표가 불사용 상태일 때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카카오의 경우 ‘카페인’이라는 매력적인 상표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네이버카페in’, ‘카페인’ 등의 상표가 버젓이 네이버 명의로 등록되어 있었지만, 이들이 불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적극적으로 취소심판을 청구해 자신의 상표로 만들었다.

불사용 취소심판을 청구하면 그 사용에 대한 입증 책임은 피청구인인 상표등록권자에게 있는데 네이버는 사용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상으로도 불사용 취소심판은 내가 등록하고 싶은 상표가 이미 선점되어 있지만 불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 걸림돌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이 된다.

상표권은 거의 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이다. 하지만 권리가 강하면 그에 따른 정당한 의무도 부여되어야 한다. 따라서 상표권자는 등록상표의 형태대로 잘 사용되고 있는지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타인의 선점된 상표에 관심이 있다면, 등록된 상표라 하더라도 불사용 상태는 아닌지 조사해 자신의 상표로 만들 수 있는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