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삶의 연장전을 위한 기술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21-10-05 06:00 수정일 2022-05-22 18:28 발행일 2021-10-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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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살면 살수록 인생 만만찮음을 깨닫는다. 절대 단순하지도, 결코 녹록하지도 않은 게 인생살이인 까닭이다. 어렸을 적 손쉽게 꿈꿨던 권력·명예·재산 중 어느 하나도 대부분의 삶과는 무관해진다. 심지어 모두에게 평등한 건강조차 손에 쥐기 어렵다. 이를 깨닫는 게 또 나이먹음의 자연스런 경험법칙이다. 해서 삶은 ‘내려놓기’의 반복이다. 젊을 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향상심은 에너지지만, 인생 하산길에서의 과욕은 득보다 실이 많다. 도전해도 눈높이는 낮추는 편이 바람직하다.

삶은 크게 4단계일 듯 싶다. 데뷔전, 전반전, 후반전, 연장전의 4쿼터 80세 연령기준이 적절하다. 여기에 본인나이를 위치시켜본 후 삶의 궤적을 평가하고 앞날의 경로와 계획을 설정하면 도움이 된다. 중요한 건 행복방정식이다. ‘소유/욕구=행복’을 통한 삶의 기술을 체득·강화하는 차원이다. 적어도 60세 이후의 연장전부터는 행복량을 늘리고자 할 때 분자(소유)보다 분모(욕구)에 가중치를 두는 게 좋다. 본인의 통제영역인 욕구를 관리함으로써 실질적인 행복을 쟁취하는 게 현실적이다. 현역 때처럼 소유증대를 위한 과감성을 발휘해도 좋지만, 어긋나면 실패파장이 상당해서다.

후반전부터 중요한 건 사실상의 연장전 준비다. 환갑이후 노후생활은 클라이맥스를 찍고 내려오는 연장전과 같다. 마지막 쿼터를 80세로 잡았지만, 벌써 평균수명은 이를 넘어섰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3.3세(2019년 생명표)다. 여성(86.3세)이 남성(80.3세)보다 연장전을 더 길게 치를 판이다. 1년 전보다 0.6년 길어졌다. 이대로면 백세시대란 타이틀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축복일지 재앙일지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중요한 건 누구에게든 연장전이 길어질 가능성이다. 1인분의 건강한 독립생활이 가능한 이전 쿼터와 달리 마지막 연장전은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일본은 초고령사회다. 2020년 고령화율이 28.7%다. 3명 중 1명이 65세를 넘긴 사회답게 길어진 연장전은 중대한 사회화두가 됐다. 이들은 장수사회의 위협적인 불안요소로 3K를 규정한다. 건강·경제·고립의 머릿글자를 딴 신조어다. 연장전엔 으레 질병·빈곤·소외가 일상다반사로 삶의 질을 악화시켜 서다. 때문에 수명연장발 3K를 풀고자 연장전에 어울림직한 새로운 라이프디자인을 제안한다. 건강·경제·고립을 벗어날 연장전의 신기술로 각각의 대응수명을 늘리자는 얘기다. 건강수명·자산수명·관계수명의 균형적인 연장이 그렇다. 길어진 평균수명에 발 맞춘 해결과제의 연장인 셈이다.

당장은 건강수명부터다. 건강수명의 연장효과는 크다. 건강할수록 간병·의료비 절감이 가능할뿐더러 고립탈피를 통한 관계력은 개선된다. 일본의 평균수명은 84세 정도인데, 건강수명은 이보다 짧은 74세 언저리다. 괴리가 줄긴 해도 여전히 10년 가량 갭이 있다. 유병노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은 더하다. 건강수명(64.4세)과 평균수명을 비교하면 19년 정도 격차가 있다. 그만큼 건강연장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늙으면 아프다. 때문에 장수위험을 벌충해줄 경제력의 보강은 중요하다. 자산수명의 연장필요다. 자산수명이란 본인·배우자의 사망까지 걱정 없는 자산규모다. 지향점은 ‘자산수명 > 생명수명’이다. 필요자금을 넉넉히 연장시켜줄 전략이 요구된다.

의외로 소홀한 건 관계수명의 연장전략이다. 늙으면 대화상대가 줄어든다. 때문에 ‘생명수명=관계수명’이 필요하다. 평생현역이 아닌한 노후고립발 유발문제는 한층 심각해진다. 평생현역·평생학습 등 관계수명을 연장할 사전준비가 요구되는 배경이다. 3K를 극복할 연장기술이 완비되면 그 출발점인 수명연장과의 조우는 ‘재앙→축복’으로 전환될 수 있다. 연장전의 승기는 준비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수명연장을 포함한 4개의 연장기술을 천천히 구비할 때 행복노후는 가능해진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