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가계대출 전면 금지, 서민 생계 위협은 안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입력일 2021-09-02 14:03 수정일 2021-09-02 14:06 발행일 2021-09-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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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가계부채가 1800조원을 넘어서자 금융당국이 빼어 든 칼은 느낌적으로 공자가 소정묘를 주살(誅殺)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노나라 대사구가 되자마자 공자는 소정묘에게 5가지 악(惡)을 행한 죄를 물은 것이다. 이렇게 일벌백계하자 노나라에는 물건값 속이는 일도, 길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가는 이도 없었다.

정부는 불과 4개월 전 2023년까지의 가계부채 중기관리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최근 금융정책 수장이 바뀌는 타이밍에 강력한 총량규제와 더불어 현행 특정 차주에게만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모든 차주에게 적용하는 시점을 앞당길 뜻을 비치고 있어 시장에선 미리 대출을 받아놓고 보자는 수요로 대출창구가 불이 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섰고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정책목표인 6%를 넘어선 점은 코로나 사태를 감안하더라도 관리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정부의 자세가 강경하다 보니 은행이 알아서 대출문을 잠가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수개월 전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규모 축소)을 언급했고 지난달 27일 제롬 파월 의장은 연내 시작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한국은행도 몇 개월 전부터 금리인상을 예고해 왔고 최근 인상하는 방식은 긍정적이다. 자본시장의 동요는 없었다. 이렇게 시장은 예견된 일이 왔을 땐 이미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금융정책에도 필요하다. 금리인상은 예견된 것이었지만 엄격한 대출총량규제에 대해서는 금융시장이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 은행의 신규대출 중단 같은 현 상황을 두고 ‘공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실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나 가계부채증가율 같은 지표가 하나의 기준은 될지 몰라도 그 수준을 지키지 못하면 사달이 날 것 같은 태도도 문제다. 기준이 바이블은 아니지 않은가.

금융당국은 자산가격의 ‘버블’도 걱정하는 모양이다. 집값이나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인데, 이것도 세밀히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풍부한 유동성이 가격을 올린 측면도 있긴 하겠지만 집값이 올라서 대출이 증가한 측면이 있고 국내 상장사의 주가수익비율이 11도 되지 않는 상대적 저평가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설령 급격한 규제를 하더라도 자금용도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 은행법도 용도외 유용을 금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사치향락업, 부동산투기 등 불건전 여신부터 우선 막아야 할 것이다. 임대료 못내 쫒겨날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나 전세보증금을 빌리지 못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서민들의 고충은 없는지 배려하는 세심한 정책시행이 필요하다.

공자의 소정묘 주살과 같이 본때를 보여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하는 일과 시장에 적용되어야 하는 정책은 달라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은 정책의 방향성을 일관되게 시장에 ‘귀띔’하면 그에 맞춰 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오락가락 하거나 엇박자인 정책으로 시장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지 당국의 일관된 시그널은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 시장은 냉탕에 들어가더라도 냉탕인지 알고 들어가면 놀라지 않는 법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