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스프린터와 마라토너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KMF위원장,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식탁 위에 음식이 놓여 있다. 좋아하는 음식, 먹음직스러운 음식, 늘 먹던 음식, 싫어하는 음식 중 어떤 것부터 먹는가? 효용가치로 보면 맛있는 것부터 먹는 것이 합리적이다. 배가 부르기 전에 먹어야 제대로 맛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을 처리하는 문제라면 어떨까? 해야 할 일에 자신의 에너지를 분배해서 일정을 관리하고 시간표를 짜는 일 말이다.먼저 초기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일이 벌어지면 머리끈을 동여매고 온몸을 불사른다. 초반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에너지가 몰려 시간이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 뒷심 부족이 나타나 작심삼일로 끝나기도 한다. 물론 여러 프로젝트를 위해 치고 빠지는 스타일을 택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섬세한 검토가 생략되고 직관이나 경험에 의지해서 곳곳에 이가 빠지거나 용두사미의 결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단타 위주의 토막살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고 조변석개와 일희일비의 관점으로 일과 사람을 모두 놓치기도 한다.반대로 마지막 스퍼트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마감일이 돼서야 탈고하는 작가들처럼 말이다. 절박해야 집중력이 생기고 일의 효율도 월등해진다고 강변하는 이들이다. 원고를 채촉하는 출판사는 불안한데 당사자는 게을러서가 아니라며 태연함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런 유형은 컨디션의 기복이 심해 일정한 수준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숙련공은 노력과 경험의 산물이다. 자신의 일을 단발적인 퍼포먼스로 바라보는 교만한 태도로는 이룰 수 없는 경지다.프로 비즈니스맨을 꿈꾼다면 시간이든 정성이든 일에 투입되는 자원을 균형있게 배분하는 감각을 기를 것을 권장한다. 마라토너의 코스별 운영 전략을 상상해보라. 오르막과 내리막의 보폭과 호흡이 다르다. 코스마다 적절한 방식으로 몸의 에너지를 절제하고 안배한다. 그리고 마지막 스퍼트의 순간은 온 몸을 내던진다. 구간의 난이도에 따라 체력을 쏟아내야 좋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다.일도 마찬가지다. 일의 진척에 따라 단위와 강도를 정해 마감하는 것이 좋다. 과정마다 체크리스트를 통해 점검하는 것은 노련한 사수의 영점조준처럼 빈틈없이 목표로 다가 설 준비의 시간이 된다. 시기별로 계획표를 세워 진척도를 점검해라. 지나침이나 모자람 없이 인생의 목표를 향해 다가서는 자의 모습이 된다. 또 다른 장점은 단계별로 획득한 데이터나 정보들이 자유롭게 뒤섞이고 결합되면서 또 다른 아이디어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쪽의 생각이 저쪽으로 옮겨져 더 근사한 생각이 떠오른다. 일과 삶이 순환하는 방식 때문이다. 차창 밖을 보다 갑자기 새로운 방안이 떠올랐다면 그런 이유다. 한 계단씩 풀어가고 다시 한 계단씩 올라서라. 다시 모으고 뒤섞어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라. 시대의 화두인 이종결합의 플랫폼도 결합과 파생의 힘이 만든다.그리고 이것이 인생이다. 하루가 가야 한 달이 가고 일 년이 온다. 슬기로운 주부의 하루의 마지막은 서랍 속 가계부다. 그 속에서 가족의 행복을 다진다. 일 속에서 인생을 배우는 비즈니스맨도 마찬가지다. 하루를 복기해서 얻은 교훈을 내일의 과정 속에 적용하는 순간마다 고목에 새겨진 나이테 같은 연륜도 쌓일 것이다.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KMF위원장,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2020-08-27 14:37 김시래 동국대·성균관대 광고홍보 겸임교수

[브릿지 칼럼] 나이 들수록 근육이 재산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우리의 신체에서 근육은 몸무게의 대략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약 600 여개 정도의 크고 작은 근육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근육은 아주 질긴 힘줄로 뼈와 연결되어 있어서, 근육이 오므라들면 뼈를 잡아당기고 근육이 늘어나면 뼈를 놓는 방식으로 움직여서 우리 몸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준다. 뼈에 붙어 있는 근육 이외에도 몸속의 여러 내장 기관을 이루는 근육과 심장을 이루는 근육이 있다. 내장 기관을 이루는 근육과 심장을 이루는 근육은 뼈에 붙어 있는 근육과 달리 우리 마음대로 움직임을 조절할 수가 없다. 심장 근육을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렇게 대략 몸무게의 절반 정도를 이루는 근육은 인간이 성장을 멈추는 25세 이후부터 매년 0.5~1%씩 감소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노화에 따른 호르몬 감소 때문이다. 50세가 넘게 되면 더욱 빠른 속도로 근육이 소실되며 특히 갱년기 여성의 경우에는 근육과 더불어 뼈의 강도까지 약해져서 골다공증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50세 이후 근육은 매년 1~2% 감소하여 65세에는 젊었을 때 대비 약 25~35% 정도의 근육이 감소하고 80세가 되면 4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스트레스와 불규칙적이고 균형 잡히지 않은 식사, 활동량 및 운동의 부족 등으로 근력과 근육량의 감소가 더욱 빨라진다. 특히 오랜 시간 앉아서 근무해야 하는 직장인은 더욱 그러하다.  중년 이후의 건강은 상당히 많은 부분 근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년에게 있어 근력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근육의 양은 나이가 들면서 줄어들기 때문에 근육 감소를 늦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해줘야 한다. 근육의 소실을 어느 정도 늦추고 근육의 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 및 균형 운동 등이 골고루 필요하지만 바쁜 현대 사회에서 시간을 내어 모든 운동을 골고루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일상생활 속에서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걷기이다. 무덥고 비 오는 계절에 걷는다는 것이 귀찮고 힘든 일이지만 편한 것만 찾다 보면 우리 몸의 근육은 더욱 더 약해지고 빠른 속도로 소실될 것이다. 실내에서는 틈틈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바른 자세로 스쿼트 운동도 병행해 보자. 팔굽혀 펴기도 제대로 숫자를 헤아리며 해보고, 매일 횟수를 늘려보도록 하자. 주말이면 소파에 누워서 티비를 보며 쉬는 것이 편하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운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산책이나 등산 등도 좋겠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실내에서 아령이나 스쿼트를 하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체력에 맞는 저강도 운동으로 시작해서 점점 강도를 높여가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무리한 운동으로 부상을 당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식단이다. 적절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가능하면 균형잡힌 식사를 하도록 노력해 보자. 우리의 몸은 우리가 하루 종일 섭취하는 것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차이는 처음에는 미미할 수 있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큰 차이로 나타날 것이다. 운동과 식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편안한 마음가짐이다. 요즈음 같이 모든 것이 불안하고 코로나 등으로 온 국민이 힘든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한다면 전혀 와 닿지 않는 소리라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스트레스는 삶의 일부로 생각하고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각자의 방법으로 연구해야 한다. 우선 운동으로 그 답을 찾아보자.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오늘부터 바로 시작해 보자. 늘 그렇듯이 마스크는 필수이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2020-08-26 14:18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실종자 수색 드론 봉사단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올해 장마 기간에 폭우와 산사태로 어느 해보다 많은 실종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의암댐 부근에서 경찰순찰정, 춘천시 행정선, 작업선의 전복사고로 7명이 실종돼 1명은 구조됐지만, 5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수습대책본부는 계속해서 수중 수색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나머지 1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필자는 가평경찰서의 요청으로 강경대교부터 청평댐 구간까지 15개 지역의 수색 임무를 맡았다. ‘민간실종자수색드론봉사단’의 단장 자격으로 약 1주일간 봉사단원들과 수색을 도왔다.쏟아지는 비로 인해 강물은 불어나 있었고, 흙탕물 때문에 부유물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봉사단원들은 오전 7시에 가평경찰서에 모여 30분씩 장비를 점검하고 안전 교육을 받은 뒤 수색지역을 할당받았다. 적게는 3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까지 개인 드론으로 수색에 나섰다.봉사단원들은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휴가를 반납하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관의 설명을 듣고 지리적 특성을 파악한 뒤 드론을 띄워 육안으로 현장을 모니터링했다. 그러다 강에 떠내려가는 부유물을 확인하면 드론에 탑재된 고화질 카메라로 영상을 찍은 후 컴퓨터로 옮겨 화면을 확대해 단체 메신저로 경찰과 공유했다. 또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소방대에 해당 지역의 정보를 전달해 수색을 요청했다. 이러한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다. 보통 침수 사고가 발생했을 때 3~5일 안에 수색을 완료하지 못하면 실종자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사고 발생 3일만 지나도 수색 범위는 작업이 힘들 정도로 넓어진다.드론 봉사단원들은 재능 기부의 형태로 자발적으로 수색에 참여했다. 안전을 위해 보호자와 함께 수색에 나선 고등학생 봉사자도 있었다. 그 학생은 취미인 드론을 통해 타인을 도울 수 있어 뜻깊었다고 전했다.전문가들은 향후 드론이 치안이나 재난 안전 분야에서 실종자 수색에 필수적으로 투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직 공공기관에서는 관련 장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청은 실종자 수색용 드론 38대를 전국 지방청에 배치해 본격 투입한다고 발표했지만,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드론을 효율적으로 조작하도록 조언하는 전문가도 충분하지 않다. 때문에 민간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에게도 이러한 봉사활동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청소년들이 야외활동보다는 실내에서 전자기기를 활용해 취미 활동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종자 드론 수색 체험은 사회적·기술적 변화에 대응해 적합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병역 의무와 미래 직업의 관점에서도 유용하다. 공군은 드론 전문 부사관을 매년 채용하고 있다. 육군은 드론봇 부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드론 전문 병사로 근무할 수도 있다. 드론을 활용한 민간인과 청소년의 실종자 수색 봉사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희망해본다.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2020-08-24 13:59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브릿지 칼럼] 커브추월형 노후행복 시나리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시한이 걸린 과제는 미룰 수 없다. 그래서 데드라인이다. 살다 보면 시한이 붙은 과제를 숱하게 만난다. 하나를 풀면 또 다른 게 기다린다. 경중은 있으나, 만인의 공통 경험이다. 오죽하면 ‘플랭클린 수첩’처럼 우선순위·시간관리를 도와주는 방식까지 유행할까. 그럼에도 대부분은 당면한 시한 과제 탓에 정작 중요한 인생 숙제를 미루거나 내려놓는 함정에 빠진다. 노후 준비가 그렇다. 가슴을 옥죄는 먹먹함에도 다가설 여유·결심은 쉽지 않은 법이다. 눈앞의 호구지책에 가려진 미래 준비의 부재인 셈이다.와중에 시간은 흐르고 나이는 먹는다. 입구에 들어선지 금방인 듯한데 출구는 갈수록 뚜렷해진다. 인생 숙제도 비례해 압박을 걸어온다. 과제 시한이 눈앞인지라 오금이 저리지만, 아쉽게도 방법은 마뜩찮다. 훌쩍 지나온 인생이 야속할 따름이다. 후회는 힘들고 반성은 괴로운 순간이다. 이쯤 되면 숙제 못한 학생처럼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좌불안석이 자연스러울만큼 실존적인 노후 불안에 밤잠을 못 이룬다. 작은 퀴즈만 신경 쓰다 정작 기말시험을 망친 격이다. 정작 닥쳐야 체감하는 인간사 딜레마와 닮았다.대부분의 노후 시작이 이렇다. 안타깝지만 냉엄한 현실이다. 때문에 도전과 희망 대신 포기와 좌절로 방치한다. 한두 번 시도했다 현실에 막혀 준비 자체를 내려놓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올바른 방식은 아니다. 시간은 길고 방법은 많다. 후회와 공포는 조급하다. 인생 100세 시대다. 환갑에 은퇴해도 30~40년은 남는다. 고용제도가 고령 근로를 막는다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내뱉기엔 여러모로 아쉽다. 얼마든 새로 출발할 수 있을뿐더러 하지 않을 수도 없다. 현역 모델의 지속까진 아니나 달라진 환경의 새로운 행복 추구 미션이다. 포기만 안 하면 괜찮다.‘커브 추월 전략’이란 게 있다. 직선에서 밀렸어도 곡선을 잘 활용하면 추월할 수 있다는 경영학적 발상이다. 일종의 역발상이다. 후발기업의 추격 전략답게 선도 모델을 따라잡는 꽤 유효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커브 전략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는 중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선진 모델 따라하기의 추격형과 스스로 미래 경로를 열어젖히는 선도형에 맞선 대안 모델이다. 커브 전략만 잘 짜면 뒤집기가 가능해 주목된다. 상대적으로 시간·금전 등 열위에 놓였다면 고려해봄직하다. 이때 커브는 위기보다 기회로 치환된다. 뒤집힐 수 있겠으나, 뒤집을 수도 있는 고빗사위인 까닭이다.노후 준비도 마찬가지다. 은퇴 출구가 눈앞인데 노후 대비가 안 됐다고 손놓을 일은 아니다. 여전히 희망은 있다.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면 된다. 예고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탈출하려고 노력하는 자체가 중요하다. 커브 추월로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행복 전략을 수립·실천하는 건 준비부족의 중장년에겐 필수 과제다. 동시에 커브 추월에 표준 모델은 없다. 다만 재무항목 불리기보단 생활 이슈 지키기를 우선하는 게 현실적이다. 건강을 키우고 가족을 챙기는 비재무적인 추월 전략이 대표적이다. 세간의 공포 마케팅에 혹해 불리기만 쳐다봐선 곤란하다. 쉽게 돈 버는 길은 없다. 망상이 커브를 만나면 전도될 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추월을 도와줄 개개인의 맞춤전략뿐이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0-08-23 14:52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중고시장 침수차 경계하라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올해 장마 기간 국지성 폭우로 전국적으로 물난리가 났다. 대도시의 경우, 주차 공간이 없어 하천 근처에 세워둔 차량이 침수되는 사고가 많았다. 장마철에는 높은 곳에 주차해야 하는 이유다.이미 수많은 침수차가 발생했다. 완전 침수 차량은 폐차 처리가 답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완전 침수차는 약 1만대로 추산된다. 어느 해보다 높은 수치다. 소유자의 전손 처리도 고민이지만, 침수차가 시장에 다시 등장하는 악순환이 걱정된다. 보험사는 완전 침수차를 일부라도 보상받기 위해 매각을 진행하는데, 이때 해당 차량이 중고차 시장으로 나간다. 자차 보험이 없는 침수차 소유주가 매각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으로 나와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정부가 나서 완전 침수차를 재생하지 못하도록 폐차장으로 신속하게 보내버리거나, 매각된 침수차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시장에 나오는지 이력 관리를 하는 형태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 침수된 정도를 고지하고 저가로 판매하면 사회적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완전히 속이고 일반 정상 중고차로 판매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완전 침수차를 해외 중고차 시장으로 수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중고차를 침수차로 고지하고 매각한다면 최소한 국내 피해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침수된 중고차를 찾는 방법은 이미 각종 매스컴에 공개됐다. 안전띠를 끝까지 당겨서 물이 잠긴 흔적이나 흙탕물 자국, 찌꺼기 등을 확인한다. 바닥 매트 밑이나 트렁크 하부는 물론, 차량 도어 틈의 고무 패킹을 뜯어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브레이크나 가속페달 끝부분은 전등으로 비추면 살펴볼 수 있다. 차가 물에 빠지면 흔적이 남고 지우는 데 한계가 있다. 직접 자동차를 몰아보면서 장치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운행 중에 갑자기 시동이 꺼지거나, 전원이 나가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운전자의 생명이 위협받기 때문에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차량 바닥에만 물이 들어온 부분 침수차는 제대로만 정비하면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물론 제대로 복원하지 않으면 곰팡이 등으로 인해 차량 실내 공기 질이 나빠지면서 알레르기나 아토피성 질병을 유발한다. 이래저래 침수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멀리해야 하는 품목이다. 더불어 사고차와 접합차도 같은 맥락에서 피해야 한다.폭우가 쏟아진 해에는 예외 없이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많이 등장한다. 바로 시장이 나타나지 않고 약 두 달이 소요된다. 침수 흔적을 지우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사고 이력 정보에 뜨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법적인 경로로 정비를 하기 때문이다.이번 가을에는 침수차의 중고차 시장 출시를 경계해야 한다.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법적 차단막이 절실하다. 중고차 구입 시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대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변의 소개를 받아 개인 거래인이 아닌 매장을 통한 사업자 거래를 통해 구매하면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믿고 살 수 있는 중고차 매장은 존재한다. 열심히 발품을 팔면 우리가 생각하는 ‘싸고 좋은 중고차’를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침수차의 위험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20-08-20 14:57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부동산정책 실패하면 모두 꽝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에서 40%가 무너졌다. 1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전주(44%)보다 5% 포인트가 하락한 39%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7% 포인트가 상승한 53%였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35%)을 1순위로 꼽았다.지난달 전국 주택 전세가격 지수는 100.898로 통계를 작성한 1986년 이후 가장 높았고,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도 102.43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측은 “문대통령은 ‘집값 상승세 진정’ 발언, 청와대 다주택 고위 참모진 논란 등은 부동산 안정을 바라는 이들에게 적잖은 괴리감 또는 실망감을 안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또 야당 미래통합당이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눌렀다. 13일 리얼미터 발표다. 민주당 지지율이 33.4%, 미래통합당이 36.5%였다. 격차가 3.1%로 뒤집어졌다. 이는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 이후 4년여 만에 처음 일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위기이고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은 한국인들에게는 모든 것에 우선하는 문제다. 이걸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도 잘 알고 있었다. 년초에 한 언론과 장시간 인터뷰하면서 “다른 경제정책 성공해도 부동산 실패하면 모두 꽝”이라고 강조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아직도 이 모양이다.민주당의 비주류 차기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지율 역전, 부동산 문제가 제일 컸다”고 말했다. 사실 현실주의자 이재명 지사의 차기대선후보 지지율(19%)이 지나치게 원만(?)한 최장수 총리였던 이낙연 의원의 차기대선 후보지지율(17%)에 최초 역전한 것도 의미있는 민심의 동향으로 보인다.경실련은 1980년대 말 전세값 폭등으로 자살하는 이들이 속출하면서 출범했다. 부동산은 물론 금융실명제 도입, 한국은행 독립, 기업투명성 확보, 반부패제도 도입 등을 위해 힘써왔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정권초부터 집값 폭등에 ‘또 불로소득주도성장’인가를 비판하며 제대로 된 ‘부동산정책’을 촉구해왔다.경실련은 “지난 10년간 500만호의 새주택이 공급됐지만 260만호는 다주택자가 사재기했다”며 “당장 공급효과가 발생하는 효과적인 공급책은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700만호를 시장에 내놓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 젊은 건축학과 교수의 주장도 유의해야겠다. “물론 최저소득층을 위해서는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커다란 흐름은 국민이 내 집을 갖게 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국민이 내집을 소유하지 못하면 부동산자산은 정부나 대자본가에게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월세 내는 청년 대비 집있는 친구와 소득격차는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더군다나 2020년 현재 한국의 1인가구 비중은 30%, 1인가구와 2인가구를 합치면 60%에 육박한다. 과거의 눈으로 보면 5000만 인구에 4인가족 기준 1250만채면 족하다. 하지만 1인가구와 2인가구 60%, 3000만 가구에는 집이 좀 작더라도 3000만채 집이 필요하다. 미국에 가 보면 부러운게 한가지 있다. 누구나 쉽게 집값의 10분의 1만 주고 내 집 마련을 한 후 20~30년 장기저리상환 완료시점 쯤 은퇴하여 내집자산으로 즐길 수 있는 거다. 이런 제도로 ‘내집 복’을 한국인들에게 줄 수 없을까.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0-08-19 14:24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은퇴 후엔 마음부터 다스리자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은퇴 후 상실감이나 무력감에 사로잡히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기 쉽다. 공허감과 외로움을 음주로 달래다가 자기도 모르게 알코올 중독이 되기도 한다. 원망이나 울분 등 부정적인 생각이 쌓여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나이 들면서 응어리가 지거나 습관화되면 분노조절장애나 우울증에 빠져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은퇴 후엔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먼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대구시에서 은퇴한 김봉표 씨는 퇴임식 후 대구시청 앞에서 큰절을 세 번 올렸다. 그동안 많은 은혜를 베풀어준 대구시청에 감사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직원 게시판엔 “늘 그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라는 퇴임사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떠났다.이미 지나간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잘 살았건, 못 살았건, 서운하고 후회되는 일도 많겠지만, 더는 집착하지 말자. 인정하고 감사로 마무리해야 새 출발이 가능하다. 은퇴 직전의 삶에 아쉬움과 미련을 갖고 마음을 내려놓지 않으면 새로운 인생 2막을 열지 못한다. 은퇴 설계의 시작은 감사하는 맘에서 출발한다. 매일매일 감사 일기를 쓰면서 생활화하면 좋다.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은퇴 후 극심한 좌절과 불안 속에 살다 보면 자기 비하의 덫에 빠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특히 강제 퇴직을 당한 경우가 그렇다. 무능력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 자신을 원망하며 자학하기 쉽다. 자기 비하와 자학은 자신에게 가장 나쁜 행동이다. 힘들 때는 자기라도 자기편이 되어서, 아끼고 위로해줘야 한다. 그간 잘 견뎌낸 자신에 대하여 “잘 살았다. 그만큼 하였으면 훌륭하다”라고 칭찬해줘야 한다. 나이 들수록 외롭고 서운한 일이 많이 생긴다. 따라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의 비난이나 서운함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혼자 있어도 행복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의 특기나 봉사활동에 전념해보자. 산책이나 걷기 운동도 권장한다. 걷는 동안 성찰의 시간도 갖고, 작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어 좋다.가능한 긍정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한다. 생글생글 웃는 사람을 바라보면 절로 미소가 번지듯 긍정적인 마음도 바이러스처럼 전파된다. 부정적인 마음은 사라지고 긍정으로 변하게 된다. 반면에 타인을 피곤하게 하거나 부정적인 사람들과의 만남은 피해야 한다. 불평불만에 가득 찬 세상 얘기, 남 흉보는 얘기, 마치 세상을 다 산 것 같은 자조 섞인 얘기, 맨날 아프다는 하소연, 이런 어두운 대화를 들으면 내 에너지가 방전된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료의 처지에 공감하는 것은 좋으나,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불평을 들어주면서까지 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나이가 들수록 긍정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긍정적인 사고로 삶을 대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정신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 하도 잘 웃어서 ‘웃는 목사’라는 별명을 가진 조엘 오스틴 목사는 저서 ‘긍정의 힘’에서 “마음에 품지 않는 복은 절대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 마음으로 믿지 않으면 좋은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적은 우리 마음속의 잘못된 부정적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인생 2막은 지금까지 도움받은 일에 감사하고, 미래를 기대하면서, 긍정적인 맘으로 현재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할 때 새로운 장이 열린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20-08-17 14:44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권력자와 여비서

김우일 대우Mamp;A 대표요즘 국민들은 인권보호와 민주개혁에 앞장서는 진보 정치인들의 일탈과 이중적 모습을 보며 아연실색하고 있다. 안희정 전 지사, 오거돈 전 시장, 박원순 전 시장 등 민주·개혁·인권운동의 선봉자를 자처하던 중량있는 정치인들이 여비서와의 스캔들에 휘말려 몰락한 것이다.이번 사건의 특징은 딱 한가지다. 가해자측은 권력자이고 피해자측은 여성비서라는 점이다. 일반 남녀 사이의 스캔들이야 사생활이라 잘 공개되지도 않고 둘 사이의 대등한 관계로 인해 사회적 파장이 거의 없다. 하지만 한쪽은 생사여탈권을 쥔 권력자이자 다른 한쪽은 이 권력에 순종해야만 하는 여비서라는 대등하지 않는 관계라면 그 파장은 사뭇 중대한 결과를 낳는다.가해자는 권력의 그늘 아래 계속 가해를 할 것이고 피해자는 전국민에 폭로하는 길밖에는 따로 벗어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양쪽 다 파멸의 길로 접어들고 국민들에게는 정신적, 재정적(보궐선거)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이런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필자가 겪은 과거의 일화가 하나 떠올랐다. 1990년대에는 필자가 다녔던 대우그룹을 위시해 대부분의 재벌그룹들은 임원에게 전용자동차, 전용사무실, 법인카드, 기밀비(영수증 불필요) 등을 제공했다. 이보다 더 특이한 것은 임원에게 여비서를 선택할 권리를 줬다. 인사부에서 미리 여러 명의 후보를 물색해 올리면 임원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사람을 선택한다. 이 때 선택되는 기준은 무조건 여비서의 미모였다. 그래서 어느 대기업을 가더라도 비서실에 근무하는 여비서의 외모는 특출 났다.대우그룹도 마찬가지였고 그룹감사실에 근무했던 필자에게 수시로 임원과 비서의 스캔들이 종종 포착되곤 했다. 이를 총수에게 보고한 결과 조직 운영에 큰 후유증을 남기는 이런 스캔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대처하라는 특명을 받았다.여러 날을 연구한 결과 권력자와 여비서의 스캔들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길은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그것은 여비서를 모두 외모가 평범한 이들로 바꾸는 것이었다.모든 임원의 여비서를 업무 위주의 평범한 외모의 직원으로 교체한 결과 그 효과는 지대했다. 물론 초기에는 많은 임원들이 불평불만을 제기했지만 익숙해진 다음에는 업무 중심의 여비서 선택 기준은 기업운영에 큰 공헌을 했다.임원들이 항상 붙어있는 비서와의 관계를 일 위주로 전환하므로써 일의 효율은 진전되었고 사실 임원들이 쓰던 기밀비 같은 비용도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확인했다. 임원들이 기밀비를 여비서에게 수고비로 주던 사례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당시 한 신문사 기자가 필자에게 다가와 한 말이 생각난다. “아니 어떻게 대우그룹의 비서들은 왜 이렇게 못생겼습니까? 다른 그룹 가 보면 전부 아름다운 아가씨로만 채워져 있는데요.” 필자는 전후관계를 사실대로 얘기했고 이 이야기를 ‘색연필’이라는 조그만 칼럼난에 실렸다.세 정치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의식이 아직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과 함께 무릇 공인이라면 실수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없애는 근신(謹愼)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도 새삼 느끼게 된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20-08-13 14:33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코로나 우울증, 언택트 시대에 켜진 빨간 불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출판업계가 울상이다. 책이 거의 안 팔린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유발된 비대면 상황이나 재택근무의 증가로 사람들이 책 읽을 여유가 더 생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무력감이 스스로 차분한 시간을 가질 심리적 동기나 삶의 활력을 떨어뜨리면서 글에 대한 집중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코로나19 사태가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 등에서 올해 이뤄진 코로나 관련 우울상담이 지난 6개월간 37만4221건으로 작년 한 해의 우울증 상담건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아이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서울대어린이병원에 우울이나 불안장애로 내원한 환자의 65%가 증상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코로나로 인해 교사나 친구와의 교류가 줄고 신체활동이 감소해서다.정신건강에 미치는 코로나의 영향을 연구한 결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된 402명을 한 달간 추적하자 28%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었고 42%가 불안감을 호소했으며 31%는 우울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지난 9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고립, 외출자제 등으로 불안감과 우울감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자살 증가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며 전국민의 심리 자가진단 추진예정을 밝히기에 이르렀다.코로나와 함께하는 일상이 본격적인 언택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울이나 불안 같은 심리적 이슈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소리없이 번지는 코로나 블루에 맞서 적극적으로 직면하고 대응해야 한다. 우울증을 막으려면 햇빛이 있는 동안의 산책이나 적절량의 운동, 규칙적인 식사나 하루일과를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물리적 거리가 벌어짐에 따라 소원해질 수 있는 관계적 거리,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유지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자칫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 관계에서 철회하는 것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심화시키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지름길이다. 반대로 외로움이나 좌절감 같은 부정적 기분을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며 해소하려는 태도 역시 관계의 실패를 가져오면서 더 깊은 우울과 좌절에 빠져버릴 수 있다.우울감은 사회적 거리두기나 자가격리 등으로 인해 친밀한 교제나 소통이 어렵게 되면 누구에게나 노출될 수 있는 감정이다. 특히 기존 정신질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우울의 원인 자체가 초점이 아니라 계속 우울한 상태가 유지되거나 다시 우울해질까봐 우울한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만성화되기 때문이다.우울증이 깊어지면 불면이나 무력감, 감정기복 같은 기존의 증상들이 더욱 심해지면서 일상을 유지하기 힘들다. 독서나 운동은 물론이요, 식사나 수면, 직장생활도 지탱하기가 어렵다. 치료의 시기를 놓치면 우울증상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서 우울증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심한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이때는 꼭 상담을 받거나 병원을 찾아야 한다. 상담기록에 의한 불이익을 우려하는 경우가 의외로 꽤 많은데 병원이나 센터에 직접 확인해보길 권한다. 왜곡된 정보나 편견이기 때문이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0-08-12 14:13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허점 많은 임대차법 합리적으로 보완해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정부는 급등하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차법을 7월 31일부로 시행했다. 임대차법은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말한다.그러나 임대차법 시행을 둘러싸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이 늘어나고, 시행세칙이 모호해 일선에서 혼란을 겪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집주인의 실거주 문제와 관련된 내용이 현실에 맞지 않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첫째, 집주인이나 직계 존·비속이 실거주하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쟁점이다. 그러나 집주인이 실거주 한다고 해놓고 다른 세입자에게 임대를 주었을 경우 이 사실을 직전 세입자가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직전 임차주택에 제3자가 임대 거주했는지 여부 등 임대차 정보를 열람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집주인과 새로운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임대차 관계를 신고하지 않고 월세로 임대차관계를 유지할 경우 직전 세입자는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둘째,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한 후, 세입자를 내보내고 공실로 놓아두는 경우 직전 세입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느냐는 점도 쟁점이다. 정부는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고 공실로 놓아두더라도 제3자와 신규 계약하지 않는 한 기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셋째, 집주인이 실거주를 어겼을 경우 직전 세입자가 제기할 수 있는 ‘손해배상청구권’도 현실에 맞지 않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대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 뒤, 2년 이내에 다른 사람에게 그 집을 임대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주장할 수 있는 금액은 △계약 갱신 거절 당시 3개월치 임대료(전세금은 전액 월세로 전환, 법정전환율 4% 적용) △집 주인이 다른 세입자에게 얻은 임대료와 계약 갱신 거절 당시 임대료 차액의 2년분 △갱신 거절로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중 큰돈이다. 그러나 보증금 5억원에 전세를 준 임대인의 경우 3개월치 임대료인 약 500만원을 세입자에게 줘야 한다. 임대인 입장에서 500만원은 새로운 계약을 맺으면서 올릴 수 있는 임대료를 고려하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손해배상 금액을 현실에 맞게 더 올리든지, 이사비용까지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임대차법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혼란이 예상된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집주인의 실거주 문제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도 사전에 검토하고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4년 후에는 4년간 못 올려 받은 임대료 상승분을 집주인이 올릴 경우 임대료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제도보완을 통해 일정 비율 이상 못 올리게 규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4년 후에 새로운 세입자에게도 직전 세입자의 전월세신고제에 따라 등록된 임대차계약서를 바탕으로 20~30% 이상 올려 받지 못하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시행세칙이 모호해서 나타나는 분쟁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의 보완책이 필요하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0-08-10 14:14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삼성은 노조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까?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삼성이 세계 최고의 기업에 이른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무노조 경영’이다. 그런 삼성이 2019년 12월에 무노조 경영을 포기했다. 창립 이후 81년 만이다. 정치적 압박이 과도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겠지만, 삼성을 아끼는 국민과 소비자의 마음은 착잡하다. 소중한 일터에 정치 논리가 횡행하고 붉은 깃발이 나부끼면서, 투자자와 근로자들의 협력이 무너지고 삶이 파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우리나라 10대 그룹 가운데 대규모 노사 분규가 없던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한 해 평균 100건의 노사 분규가 발생했다. 하지만 삼성은 늘 예외였다. 노동운동과 그만큼 거리를 둘 수 있었기에 뛰어난 성과로 이어졌고, 더 적극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더 나은 대우를 해줄 수 있었다.삼성에서 노조는 왜 필요 없는 존재였을까. 이미 직원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고, 회사 내에는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별도의 기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의 직장을 정치 싸움의 인질로 만들고 싶지 않고, 스스로 일자리를 더 낫게 하고 싶어 한다. 이런 근로자의 마음이 기업의 무노조 경영과 잘 어울렸던 것이다.세계 최고의 기업인 구글이나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에도 노조가 없다. 사실 노조는 전 근대적 역사의 산물이다.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법적 특권으로 무장한 조직이 사내에서 경영을 흔든다면, 최고 기업으로 나아가는데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은 이제 경쟁 기업들과 달리 노동조합의 반(反) 기업 투쟁에도 맞서야 한다. 급변하는 IT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에너지가 분산되는 위험에 처한 것이다.한국의 노조는 투쟁과 폭력을 앞세우는 후진적 노동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을 방해하며 기득권 투쟁을 위한 폭력까지 일삼고 있다. 그들은 기업의 경영을 간섭하기 위해 주주총회의 의사 진행을 고의로 방해하고 사업장을 마비시킨다. 노동조합 소속이 아니면 일감을 구하지 못하게 차별하며 이른바 ‘귀족노조’의 지위를 유지한다. 사업장을 점거해 비즈니스를 무력화시키기도 한다.이런 강성 노조가 삼성에 들어서게 되면 삼성의 기업경쟁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투자를 하고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에 대해 노조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삼성은 ‘꿈의 직장’이다. 노조가 삼성을 장악해 특권을 휘두르게 되면 삼성은 그 지위를 잃게 될 것이다.기업의 성장과 노동자의 근무 환경은 상호보완적이다. 외부의 압력이나 파업을 통한 일방적 요구가 아니라,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자율적인 계약과 협력을 통해 개선된다. 삼성에 노조 설립을 강요한 노조편향적 정치는 비단 삼성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노조만을 위하는 정책이 많아질수록 기업들은 해외로 떠난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자본이 국내투자를 외면할수록 그 피해는 결국 우리 노동자와 국민에게 귀결된다. 삼성이 ‘노조 리스크’를 잘 감당해 내길 바랄 뿐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0-08-09 14:12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다만, 싹쓸이 독식에서 구하소서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이효리, 가수 비. 한때 가요차트를 싹쓸이하던 레전드들이었다. 밈 현상과 깡 열풍을 등에 업은 비는 팬심이 다시 억수로 쏟아지는 장마철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결혼 후 다소 주춤했던 이효리도 쟁반노래방 시절로 돌아가 녹슬지 않은 예능감을 되살렸다.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꾸린 3인조 프로젝트그룹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 음원이 다시 차트를 싹쓸이하고 있다.7월18일 발매 이후 줄곧 음악차트 정상을 지키는 싹쓰리의 ‘싹쓸이’는 코로나19로 움츠러든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예능 프로의 인지도를 불공정하게 이용한 재탕, 삼탕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 사회의 핵심 키워드는 ‘공정’이었다.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다. 언젠가부터 대중문화계를 관통하는 뉴트로(새로움(New)+복고(Retro)) 흐름을 이어가는 싹스리의 인기는 여름을 대표하는 ‘듀스’의 시즌송 ‘여름 안에서’ 리메이크로 시작해 각 멤버의 전성기 못지않은 팬덤을 회복했다. “썩어도 준치”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여름 성수기인데도 허덕이는 음원시장에 싹쓰리마저 없었다면 공멸했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안도의 목소리부터 들린다. 올해의 트로트 대세 흐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 나아가 한때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혼성그룹들이 부활하는 계기까지 마련했다. 코요태, 자자 등의 컴백은 싹쓰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예전 무도 가요제를 비롯해 유재석이 관여한 음악 프로젝트처럼 신인 또는 무명 실력파의 대중적 노출도 돋보였다. 뉴트로 팀의 ‘치스비치’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미 유명한 프로듀서 박문치는 싹쓰리 열풍 덕분에 유명인의 입지를 마련했다.하지만 모두가 환영 일색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갈수록 생존조차 어려운 기획사들은 싹쓰리의 가요계 독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TV나 인기 매체에 얼굴 한번, 음악 몇초 나오기도 힘든 신인들과 달리 싹쓰리는 MBC 간판 김태호PD의 예능에서 시작해 탄탄한 인지도만으로 쉽게 데뷔해  엄청난 인기와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결성 과정, 녹음/뮤직비디오 촬영현장이 TV를 점령했으니 출발점부터 다르다. 음원시장은 결국 제로섬 게임이다. 예능 홍보의 기회를 나눠받지 못하고 그저 음원에만 목숨걸고 있는 기획사의 입지는 줄어든다. 손쉬운 싹쓸이와 함께 오늘도 반지하에서 피땀 흘리는 연습생과 그들을 밤낮 돕는 영세 기획사의 한숨은 깊어간다. 예능을 통한 유명인 프로젝트만이 오늘날의 살길이라면 신인 육성의 투자는 애초 이루어질 수 없다는 논리다. 음원 소비자의 선택에만 맡길 수 없다. 독과점을 막고 약한 공급자를 보호하는 수많은 법, 정책이 존재하는 이유다. 물론 예능을 통한 음원시장 접근은 이제 우리 대중음악 시스템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여름 시즌송을 되살리려는 시도 역시 신선한 자극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래서 기존 시장 나누기가 아닌, 가요 먹거리를 키웠다는 인식도 납득이 간다. 그렇다고 예능 프로그램의 음원 진출을 법이나 정책으로 막을 수는 없다. 이는 결국 윤리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예능인들이 무분별하게 음원 수익에 몰두한다면 음원 생태계는 위협받는다. 예능을 통한 홍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도저히 답이 안보이는데 싹쓰리가 음원 수익을 기부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대형유통매장과 전통시장의 관계처럼 적정선에서 자제, 상생이 필요하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싹쓸이는 옳지 않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0-08-06 14:42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부동산 디지털 자산화 시대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디지털 자산이 부동산 가치를 담보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부산시가 금융·부동산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실험에 나섰다. 이를 통해 향후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는 등 부동산 디지털 자산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즉, 부동산 공모 펀드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에게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증서를 발행하고, 이를 기반해 개인 간 소액으로 디지털 자산화하여 자금 모집 등 매매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의 증권형 토큰 공개(STO)로 볼 수 있다.STO(Security Token Offering)는 실물 자산에 대하여 블록체인 기술 기반 하에서 실물 자산의 가치를 일정량의 토큰으로 발행하여 다수의 투자자가 실물을 소량의 토큰으로 공유케 한다는 아이디어이다. 즉, 증권의 성격을 가진 토큰을 공모형으로 발행한다는 의미로 증권형 토큰 공개라고 부른다.부동산의 최초 개발 시에 자금을 모집하는 금융 방법으로는 건축 대부 주택상환사채발행 등이 있다. 최근에는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기초로 하는 대출 금융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주식 등 지분증권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부동산투자회사(리츠)의 설립을 통한 방법도 있다.부동산 개발 관련 금융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절차가 복잡해 시행에 있어 부실 및 리스크를 안고 있다. 소규모 개발에 활용되는 지주공동사업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블록체인 기술 기반을 통해 운영함으로써 부동산 개발 관련 금융을 짧은 기간과 적은 비용으로 해결하며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것이다.실물이 없는 아이디어와 전산기술의 가치를 평가한 기능적 디지털 자산을 발행, 판매해 자금을 모집하는 것이 ICO(Initial Coin Offering)다. 이는 실물이 없으므로 해서 디지털 자산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자의적이란 단점이 있다. 디지털 자산 발행 기업의 기술 및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가치에 반영하고 이를 보장해 주는 안전장치도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반면에 실물이 담보되는 디지털 자산인 부동산은 유한한 자산이며 가치의 안전성을 가지면서 희소성도 지니고 있다.일부 국가에서는 부동산 STO가 이미 합법화하거나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일본의 한 기업은 부동산 투자 펀드 실증 사업의 일환으로 블록체인 기반 증권형 토큰을 발행한다. 독일은 2022년 완공될 아파트에 대해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수익형 부동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STO를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블록체인과 디지털 증권을 이용하는 플랫폼 구축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부동산을 디지털 자산화한 STO는 안전한 디지털 자산 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STO 관련 법이 정착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는 부동산 개발 금융의 블록체인 도입 및 디지털 자산화 과정이 실험 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막 시작한 부산시의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STO 실험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동산 STO 시장의 발전을 위해 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의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2020-08-05 13:49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고용하기 좋은 나라

박종구 초당대 총장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 충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6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실업률과 청년 실업률은 각각 4.3%, 10.7%로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총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5만명 감소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3월 이후 감소세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60대 일자리만 늘어났다.경제 활동의 중추인 40대 고용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40대 고용률이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76.9%를 기록했다. 190만명이 일자리를 못 찾고 있다. 50대 고용률도 전년 대비 1.7%포인트 감소했다. 제조업 같은 양질의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지면서 40~50대 고용이 곤두박질치는 양상이다.청년 취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체감 청년실업률이 26.8%까지 급등했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2~6월 대기업 직원이 약 1만2000명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취업준비생은 80만4000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한파가 청년층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분기 이후 청년층 고용 충격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자영업의 상황도 악화일로다. 6월 15만5000명이 줄었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25.4%로 유럽연합(EU) 15.5%, 일본 10.4%, 미국 6.3% 등 주요국 보다 월등히 높다.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고용사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 고용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기업 경영여건을 개선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7월말 기준 고용유지지원금 누적액이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항공, 유통, 관광 등 충격파가 큰 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청년보다 노인 일자리가 많아지는 기현상이 우려스럽다. 2분기 노인 고용률은 42.9%인 반면 청년층은 41.7%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인 취업자는 124만명 늘어난 반면 청년 일자리는 18만개 줄었다. 재정에 힘입은 단기 노인 일자리 때문에 고용의 착시 현상이 심각하다. 베이비부머 은퇴 등 인구구조 변화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6월 생산·소비·투자가 반등했다. 2분기 성장률 -3.3%는 경쟁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선전한 편이다. 블룸버그는 해외 주요 연구기관과 투자은행의 3분기 성장률 전망치로 1.3%를 제시했다. 그러나 본격적 경기회복은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중국의 경기회복 강도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적지 않다.과감한 규제혁파를 통해 기업의 투자심리를 살려야 한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기업 유턴 정책도 수도권 입지규제, 환경규제, 노동시장 규제 등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높은 노동비용과 과도한 노동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의 친노동 일변도 정책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우려도 적지 않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지난해 자본의 해외 순유출액이 493억 달러에 달했다. 일자리는 기업이 창출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드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20-08-04 14:18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존경받지 못하는 부자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문재인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증요법’적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론의 따가운 눈총과 국민적 비판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물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투기를 막고 주택시장 질서를 잡겠다고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한 경우는 과거 정부부터 되풀이 되어 왔다.한국은 부동산에 대해 매우 ‘이중적’이다. 의식주의 핵심요소인 동시에 부(富)의 핵심 축적 수단으로 인식된다. 현재 서울지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600만명에 달한다. 서울시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가입했고 20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30·40대를 넘어섰다.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사람들은 집값 안정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내 집이 생기면 인간의 욕망은 180도 달라진다. 이들에게는 집값 상승이 최우선이다. 물론 잔뜩 대출을 끌어모아 산 집이니 올랐으면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불평등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용인할 수 있는 불평등이다. 스티브 잡스, 파블로 피카소, 아인슈타인, 미켈란젤로 등처럼 부와 명예를 동시에 지닌 사람들과의 격차다. 우리는 이들과의 격차를 받아들이기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영웅으로 인식해 존경하는 인물로 마음에 담기도 한다.두 번째는 용인하기 어려운 불평등이다. 나와 특별히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의 격차다. 국회의원, 부유한 고위 관료, 고소득 전문 종사자 등처럼 기반이 되는 물리적 자산을 소유하고 있거나 부동산 임대소득을 올리며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존경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이들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부러워하지만 존경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이유가 뭘까? 부동산이 주요한 부의 축적 수단인 한국은 부의 축적이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회의원, 부유한 고위 관료, 고소득 전문 종사자들이 부자가 된 배경에는 부동산을 빼놓을 수 없다. 21대 국회의원 10명 중 3명은 집을 2채 이상 갖고 있는 다주택자였다. 일단 대중은 각종 규제에 묶여 머리로만 생각할 때 정치인들이나 고위 관료들 그리고 이들과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규제 이전에 또는 규제에서 벗어나 부를 축적한다. 규제가 복잡한 나라에서 공무원들은 은퇴 후 기업에 규제를 피하거나 규제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외이사나 전문가로 활동한다. 자신들이 만든 규제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불평등은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돼 일반인의 기회조차 갉아먹는다.앞서 한국은 부동산에 대해 ‘이중적’라고 강조했다. 막상 평범한 사람이 부동산으로 부가 축적되면 자신도 제로섬 게임의 승자가 되어 일반인의 기회를 갉아 먹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지우고 부를 대물림한다.그렇다면 불평등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사회 하층부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 조금씩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 상위 1%의 부자들이 자신이 내린 판단의 결과로 현재의 위치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사회가 평등한 사회다.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넓게 만들고 부유층이 순환되도록 유도해야 한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0-08-02 14:13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수도 옮긴다고 서울 집값 잡힐까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수도 이전’이 정치권의 핵으로 떠올랐다.시작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대대표의 발언이었다.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김 대표는 청와대, 국회, 아직 이전하지 않은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인한 과밀화 부작용과 행정적 소모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 주요 부처 실무자가 세종 청사 사무실을 비우고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비하는 기현상까지 꼬집었다. 부동산 문제 해결의 기대감까지 추가했다. 청와대, 국회, 중앙 부처가 이전하면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인 셈이다. 미래통합당은 즉각 반발했다. 여당 원내대표의 수도 이전 제안을 정치적 꼼수로 보았다. 그리고 수도 이전은 이미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은 아니라는 판결 내용을 강조했다. 요약하자면 여당의 수도 이전 발언은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반박한다.정치권의 논의야 당리당략적인 시도를 차단하기 힘들다. 16년이나 지난 수도 이전 카드를 다시 꺼내든 배경에 정치적 속셈이 전혀 없을 리 만무하다. 아직까지 수도 이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뚜렷한 입장 표명은 없다. 수도 이전이 국토의 균형 발전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왜냐하면 지난 수십 년 동안 고도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지나치게 수도권 위주로 집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인구로 보더라도 수도권 지역에 국민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다. 대기업 본사는 대부분 서울에 위치하고 있고 주요 대학들도 지방과 현격한 차이가 있을 정도로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최근에 실시된 수도 이전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의 호응과 관심은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의 경제적 침체와 문화적 소외는 인내하기 힘들 지경이다. 세종시로 수도를 옮기더라도 서울과 세종 이외 지역의 상대적 차별과 침체는 쉽사리 치유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균형 발전에는 공감하지만 수도 이전이 문제 해결의 끝은 아니다.정치권의 수도 이전 공방은 갈수록 진상이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수도 이전이 부동산 문제 해결의 ‘신의 한 수’로 왜곡되는 현상이다. 국민들은 수도 이전을 부동산 문제의 해법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24일 실시한 조사(전국 500명 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응답률 5.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면 수도권 집값을 안정화 시킬 수 있을지’ 물어본 결과 공감하지 않는다는 부정 의견이 54.5%로 우세했다. 서울 지역은 10명 중 7명 정도가 수도 이전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충청권을 비롯한 지방도 압도적 공감 여론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국민 여론은 수도 이전의 정치적 수사보다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에 더 열광한다. 더군다나 수도 이전이 꼬여있는 부동산 투기 열풍의 묘수가 되리라는 기대는 어디에도 없다. 수도 이전이 정치적 꼼수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민 여론을 차분하게 수렴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 여론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졌다. 수도 이전은 부동산 해법이 아니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0-07-30 14:1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서식지와 동위사회

엄길청 글로벌 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코로나 팬데믹의 공포와 피해가 우리 삶을 파고드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서울 주택가격과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면은 이제 서울 주택의 공급규제 중심에서 공급 확대로 급변하는 양상이며, 전 국토에서도 주거공급 환경개선의 예감을 갖게 한다.사회학자 라이트 밀즈는 저서 ‘사회학적 상상력(the sociological imagination)’에서 “대도시 주거문제는 개인들 생활이 개선된다고 해서 구조적인 공공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정치·경제적 쟁점의 고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이 책의 두 번역자 중 한 명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다.)근자에는 집값 안정이 더욱 어려워지자 투기수요 억제로 집값을 잡아보려던 국토교통부 장관이 마침내 유동성의 문제임을 인정하며 공급경제 수단도 동시에 고려하는 모양새다. 같은 시기에 여당은 행정수도 이전을 거론하며 서울과 행정수도의 도시공급 구상으로 정치경제적 정책 스탠스를 한발 더 내딛었다.이제 분명한 것은, 서울 집값 문제를 투기억제 정책이나 도시보존 정책으로만 다루지 않으려는 수단의 유효성이 보여진다는 점이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이해찬 대표가 헌법상 절차의 중요성을 제기해 혹시 모를 정치적 무리수도 미리 갈무리하려는 듯 보인다. 국토부 장관이나 여당 대표의 정치경제적 식견의 합리성과 통합성의 외연 확장을 보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왕에 정부여당이 다시 정책을 가다듬는다면 ‘서식지’와 ‘동위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팬데믹 충격으로 우리 미래 삶의 주거문화는 도시 내 유목민에서 정착민으로 돌아갈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점점 어딘가에 터전을 잡고 가족들의 안온한 거점을 마련하려는 마음가짐을 생각해 본다. 미래학자 페이스 팝콘과 리스 마리골드의 저서 ‘클릭! 미래 속으로(clicking)’에서 언급한 말들이 현실화화는 양상이다.정주하는 생명체인 식물생태계는 서식지와 동위사회를 이루며 살아간다. 생활 양태가 같고 생명승계 대상으로 적합한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며 살아가는 현실을 서식지(habitat)라고 한다. 식물정착 생태에는 종사회(synusia)란 단어도 있다. 식물생태사회 구조로 볼 때 개체에서 시작해 단위가 되고 지역을 만들어 서식하는 식물의 생태구조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서로 다른 서식지 간의 구분과 보완의 동위사회가 만들어진다. 전적으로 사회적 문제의 해법으로 주거정책을 보고 그 해결책을 정치경제적 접근 위주로만 하기 어려운 점을 여기서 본다.지역균형 발전은 누구나 그리는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시대가 재해나 전쟁으로 급변하게 되면서 국민들은 서서히 내면의 경험적 직관을 따르게 된다. 이탈리아 도시학자인 베네딕토는 청결, 품격, 대학, 과학, 상공인, 문화, 예술, 정주민 등을 도시발달의 요건으로 정리한 바 있다. 긴 세월의 삶을 천착해 보면 행정기관 이전이나 저렴한 주거환경만이 강력한 동기로는 부족함을 생각하게 하는 까닭이다.도시의 성립과 발달은 좋은 취지나 정치력으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도시의 정착가치를 표준화하는 일은 역사를 통해보면 무리한 기대다. 관찰하고 반응하고 수정하고 보완하고 통합하면서 그렇게 긴 호흡으로 서울 집값 문제를 풀어보길 권한다.엄길청 글로벌 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2020-07-29 14:05 엄길청 글로벌 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브릿지 칼럼] 나만의 스토리를 팔아라

김시래 동국대·성균관대 광고홍보 겸임교수대학시절 존경하는 교수님이 “자넨 뭘 잘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침을 잘 뱉는다”고 했다. 입술을 모아 침을 뱉으면 낙하곡선의 궤도가 정밀했다. 매사 그렇듯 반복의 결과였다. 나중엔 기예에 가까웠는데 엄지와 검지로 두개의 원을 만들고 호흡을 가다듬어 입술 끝에 신경다발을 모아 혀끝으로 차내면 침은 그 두 개의 원을 정확히 통과했다. 시범을 보이려는 나를 말리며 교수님은 침 잘 뱉는다고 소개한 사람은 자네밖에 없다고 하셨다. 특별하니 지금도 그 분의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대기업 임원을 거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수많은 인연 속에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자만이 뇌리 속에 자리잡았다. 제품을 파는 불변의 법칙이 차별화라면 당신의 매력을 드러내는 방법도 똑같다. 당신만의 이야기를 전해라. 여기에도 방법이 있다. 당신이 모년 모월 겪은 에피소드다. 자신만의 경험은 홈링에서 싸우는 권투시합이다. 자연스러운 표정과 억양으로 당신만의 캐릭터가 상대에게 각인된다.대학 졸업을 앞둔 1990년 겨울, 은사이신 리대룡 교수는 대웅제약 홍보실 추천서를 써 주셨다. 자네는 인상이 험하니 자주 웃으라고 하셨다. 그만큼 불리하니 적극성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제약업은 영업적 기질이 생명이다. 절박함을 승부처로 정했다.실무면접을 통과하고 최종 임원면접에 들어갔다. 한 명 뽑는데 4명이 자리에 앉았으니 4대 1의 경쟁률이었다. 회장과 광고 홍보를 담당하는 여자 상무가 정면에 앉아 있었다. 여자 상무는 회장의 부인이었다. 게다가 광고홍보과를 지원했으니 그분에게 당락의 열쇠가 달려 있었다. 그 분은 회사 꽃꽂이 동호회 회장이었다. 내 차례가 왔다. “뭘 잘 하시나요”라고 물었다. 물론 면접장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침을 기가 막히게 뱉었던 나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꽃꽂이 빼놓고 다 할 수 있습니다.” 여자 상무는 빙그레 웃었다. 당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 뭘 잘하는지 보여줄 수 있나요”라고 다시 물었다. 난 큰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The road is long, with a many a winding turns.” 더 홀리스(The hollies)라는 밴드의 ‘He ain’t heavy, he’s my brother’라는 팝송이었다. 아마추어는 흉내내기 어려운 고음으로 시작하는 노래다. 난 있는대로 불러 젖혔다. 돼지가 죽어갈 때 낸다는 그 소리였다. 그 분은 손을 내저으며 그만하라고 했다. 곧 면접은 끝났고 며칠 후 합격통지서를 받아 쥐었다. 남극에서 냉장고를 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4년 뒤 제일기획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을 때도 비슷했다. 작은 회사에서 지원한 단점을 극복해야 했다. 담대한 배짱과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자기소개서에 먹을 갈아 찍어 만든 발도장 그림 위로 ‘족적을 남기겠습니다’라는 카피를 써서 제출했다. 최종 면접 때 사장이 지원 이유를 물었다. “호랑이가 되고 싶어 호랑이 굴로 들어왔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대답 때문에 뽑혔다고 했다.적극적인 태도는 설득의 기본이다. 지리멸렬의 협상가에게 설득의 기회는 없다. 단 자신만의 이야기로 밀어부쳐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자신의 이야기는 결국 자신을 닮을 것이다. 자, 당신은 누구인가.김시래 동국대·성균관대 광고홍보 겸임교수

2020-07-27 14:23 김시래 동국대·성균관대 광고홍보 겸임교수

[브릿지 칼럼] 지금은 무주택자 유주택자 모두가 불행하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서울 주택, 특히 아파트 가격의 비정상적 폭등은 온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1년에 1000만원 저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아파트 값 몇억 원은 아주 우습게 올라간다. 집값과 더불어 전셋값도 덩달아 오른다. 임차인들은 몇 년간 저축한 돈이 전셋값 올려주는데 몽땅 들어가 버리면 그나마 다행이고 이제는 감당조차 안돼 외곽으로 밀려난다. 30평대 아파트 전셋값이 10억 원이 넘고 매매가가 20억 원이 넘는 지금의 서울 아파트 시장은 분명 비정상이다. 열심히 일해서 차곡차곡 저축하여 자식들 공부시키고 내집 마련하는 우리네 삶의 방식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열심히 일할 맛이 안 난다.그렇다면 지금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집값이 폭등했으니 행복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하나도 안 행복하고 걱정만 많아졌다’이다. 혹자는 ‘집값 몇 억 올랐는데 그깟 보유세 몇 백, 몇 천이 대수냐’고 하지만 모르는 소리다. 주택은 지역성을 가진 재화이므로 수익률만 좇아 다른 지역으로 쉽게 이동하기 어렵다. 주변 집값 다 올랐고, 세금 때문에 가지고 있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는데 귀농귀촌 말고는 답이 안 보인다. 허나 이마저도 어렵다. 젊을 때는 학교나 직장 때문에 어렵고, 나이 들어서는 병원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주변 집값은 안 오르고 내 집만 올랐다면 모를까 온 동네 전부 올랐으니 징벌적 세금폭탄으로 인해 지금 집 팔아 더 크고 좋은 집은커녕 집을 줄여가야 할 상황이다. 보유세가 이제는 일반인이 감당할 한도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십수년 간 살고 있는 터전에서 밀려날 판이다. 집 팔아 세금 다 떼이고 나면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주택시장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결국, 주택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지금은 무주택자, 유주택자 모두가 불행하다. 왜 이렇게 되었나. 집값 급등의 원인을 투기세력 탓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2주택을 포함한 다주택자를 집값 급등의 주범인 투기세력으로 규정지었다. 여기서 문제는 평범한 2주택자도 함께 투기세력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평생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 모은 종잣돈으로 조그만 주택을 구입해서 임대 놓고 임대료 받아서 노후생활하는 사람들, 지금 당장 집 팔아야 하는가? 맞벌이 부부가 반드시 한 지역에서만 직장생활을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날 수도 있고 각기 다른 지역에서 꽤 오랫동안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각각의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안 되니 한집은 반드시 전월세로만 살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노후에 퇴직금 등 목돈으로 주식투자 하여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2주택자를 무조건 투기세력이라고 규정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서울, 강남 집중화의 근본 원인을 봐야 한다. 왜 그리로 몰릴 수밖에 없는가.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원인은 한정된 공간에 많은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지 오래전부터 그 곳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었던 주민들 때문이 아니다. 왜 그 곳으로 수요가 모일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 이 수요를 분산할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고민해야지 세금으로 때려잡을 생각만 해서야 되겠는가.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2020-07-26 13:59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최고금리인하…‘back 도’ 없는 규제 대신 ‘금융난민’ 보호에 집중해야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 해 대부업체에서 조차 대출받지 못해 불법사채를 사용하는 저신용자수가 10만명이 넘는다는 연구기관의 조사결과가 있다. 대부업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사채업자를 찾아가는 수는 뺀 결과라 하니 엄청나다. 전쟁이라는 한계상황에 처해 스스로 목숨을 담보로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되는 동유럽과 중동의 난민 수에 비해 적다 할 수 없다.불법사채의 폐해는 살인적 고금리만이 아니라 삶을 파괴하는 악랄한 채권추심으로 인한 본인과 가족의 생활 파괴에 이르게 된다는 점이다. 사채이용자 중 44%는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고 24%는 불법추심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설문조사결과도 있다. 또 51%가 ‘본인의 힘으로 불법사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조사결과는, 불법사채 이용자 중 상당수는 국경을 넘지 않았을 뿐 이미 경제적으로는 ‘금융 난민’인 셈이다.개인의 돈 문제와 관련한 우리나라 시스템은 크게 시장기능이 작동하는 금융시장과 공적기능의 정책금융이 있다. 금융시장은 제도권과 비제도권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현행 제도는 비제도권을 불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제도권 금융시장은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은행과 같은 고신용자시장, 저축은행과 같은 중신용자시장, 대부업권과 같은 저신용자시장으로 구분된다.2002년 대부업법이 제정되면서 ‘업(業)으로 돈을 빌려주는’ 모든 주체에게 정부에 등록을 강제하고 관리를 받도록 하면서 금리상한을 규제해 왔다. 법 제정 당시에는 이자제한법이 폐지돼 초고금리 사금융이 팽창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규제의 필요성이 있었다. 사금융을 정부의 관리감독 아래 두는 방식으로 양성화를 해 금융이용자의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였다.20여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당초의 양성화 목적에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자산규모 등 물적 진입장벽도 꼼꼼히 해 대형화가 많이 진척됐고 관리주체도 대형업체는 지자체에서 중앙정부가 관리하고, 대출중개업체에 대한 규제도 꼼꼼하게 강화됐다. 이로써 금융시장의 ‘최후의 보루’에 대한 관리를 위한 규제시스템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목적달성을 했다고 본다.그러나 규제를 통한 양성화라는 소기의 목표에는 도달했어도 대부업체가 정책의 취지에 맞게 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쉽게 말해 제도권에 흡수해 놓고 ‘채찍’만 가했지 ‘당근’은 없었다는 것이다.그간의 최고금리 인하는 무책임한 ‘정치적 이벤트성’이 강했다. 지속적으로 최고금리를 인하해 저신용자에 대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해 주지 못했다. 금융기관, 회사채 공모시장, 자산유동화시장 등 도매금융공급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은 여전히 막혀 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아무리 낮아져도 대부업체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도 상각처리조차 하지 못해 매각을 통해 변칙적으로 손실을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처리해야 게 업계의 현실이다.또 대부업체는 도매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도 막혀있다 보니 대출이자율을 낮출 여력이 한계에 달해 결국 상대적 고신용자를 상대로만 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정부의 관리를 받고 있는 대부업체에서 조차 퇴출당하는 연간 10만 명에 이르는 저신용자들, 최고금리가 낮아짐으로 인해 또 추가로 퇴출되는 저신용자들에게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균형 있는 대부업제도가 될 것이다.새 국회가 개원되니 또 최고금리 인하 얘기가 나온다. 규제에 ‘Back 도’가 있었던가를 생각해야 한다. 출구도 터주지 않고 막다른 골목으로만 몰아가는 식으로는 제도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쟁촉진에 의한 효율적인 금리인하가 아니라 법상 최고금리 인하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진정으로 ‘금융 난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질 때다. 우리는 지금 최저임금인상, 주 52시간 제도 등의 부작용을 염두해 한번 낮춘 금리는 Back 도해 올릴 수가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법상 최고금리 수준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2020-07-23 09:23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