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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암호자산 과세는 호재다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정부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이른바 암호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특금법이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심사 의결된 데다가 정부도 내년 안에 과세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멀지 않아 가상자산 과세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암호자산 투자자들에게 민감한 문제이기도 한 과세 문제는 현재 특금법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으며, 개정안은 공포 후 1년 경과 시점부터 시행된다. 특금법의 주요내용은 가상자산의 정의 및 관련한 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자의 가상자산 취급업소 정의와 취급업소의 상호, 대표자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신고, 불법의심거래 신고, 고액현금거래보고 등이다.최초의 암호자산인 비트코인의 출현은 화폐를 대용하는 진화한 인터넷 지불시스템으로 인식한 것이 출발점이었으나 이를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과세를 논의하게 되었다. 여전히 정부는 암호자산 거래를 통해 얻는 소득을 양도소득으로 볼 지, 기타소득으로 분류할 지 고민하고 있다. 이는 암호자산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이다.선진국을 중심으로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분류해 과세 지침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진행되어 왔으며 우리나라는 그동안 암호화폐의 명확한 회계 처리가 어려워 아직은 과세의 사각지대에 머물러있다.암호화폐 과세의 세계적 추세는 나라마다 다르다. 과세 지침을 비교적 선제적으로 마련해 온 독일, 스위스, 말레이시아, 몰타, 싱가포르는 면세다. 미국, 일본, 호주, 이스라엘, 홍콩 등에서는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분류해 과세를 하는 국가이다. 미국은 국세청(IRS)에서 암호화폐를 가상화폐의 한 종류로 보고 자산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역시 암호화폐 거래에서 발생한 수익을 잡소득으로 분류하고 과세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국세청(HMRC)은 법인을 대상으로 한 암호화폐 과세 기준을 발표했다.지난 6월 국제회계기준 위원회 산하 해석위원회(IFRS)는 암호화폐를 화폐나 금융자산으로 분류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IFRS는 암호화폐를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식별할 수 있는 비화폐성 자산인 영업권과 특허권, 상표권 같은 무형자산으로 분류하거나 팔기 위해 보유하는 상품이나 원재료 같은 재고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암호화폐의 하드포크나 에어드롭 등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남아있다.암호자산 투자자들에게 암호자산 과세는 일시적으로 악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산업전체로 보아서는 희소식이며 호재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동안 모든 암호자산 거래가 불법 및 탈법의 온상처럼 여겨졌다. 업계는 이 기준에 따라 관련 사업이 투명하게 되며 최소한의 자산성이 공인됐다는 평가다. 과세를 한다는 것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암호자산을 인정한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암호자산 투자자들은 또 다른 새로운 투자의 기회로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2019-12-19 14:44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휴전 국면에 들어선 미중 무역분쟁

박종구 초당대 총장1단계 미중 무역협상이 어렵사리 타결됐다. 양국간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이번 합의는 양국간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절한 타협안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내년까지 협상을 끄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중국 역시 성장률 둔화, 홍콩과 신장위구르 사태 등으로 더 이상 미국과의 갈등을 계속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협상의 주요 내용을 보면 미국은 예정된 16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한다. 15% 관세가 기부과된 제품은 7.5%로 세율을 낮춘다. 나머지 2500억 달러에는 25% 세율을 유지할 계획이다. 중국은 내년에 미국 농산물을 500억 달러 어치 구매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금융시장 개방 확대, 환율조작 금지 등을 약속했다. 1단계 합의 소식에 주요국 주가가 상승하는 등 환영하는 분위기다.트럼프는 미국 경제의 순항 여부가 내년 재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 비교적 순항하는 미국 경제에 최대 아킬레스건은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제조업에 대한 부정적 파급효과다. 지난 11월 미국 경제는 26만 6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실업률은 3.5%로 떨어져 1969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시간당 임금도 3.1% 상승했다. 지난 1년간 220만개 일자리가 생겼다. 그러나 무역분쟁의 후폭풍으로 철강, 기계 등 일부 제조업의 경기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선 향방을 가를 위스컨신, 미시건, 펜실베니아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트럼프의 대규모 감세 때문에 금년에만 9600억 달러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내년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재정적자 확대는 실질금리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중국은 미국보다 상황이 더욱 절박하다. 리커창 총리는 6%대 성장을 유지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고백한 바 있다. 6%대 성장률을 지키는 바오류(保六)가 중국 정책 당국자의 최대 현안이 되었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은 금년 6.1%, 내년 5.8%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다. 1990년 천안문 사태 후유증으로 3.9%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무엇보다도 국내 부동산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 아파트 과잉재고 등으로 곳곳에서 집값 하락이 감지되고 있다. 외자의 60%를 끌어들이는 홍콩 사태도 단시일내 개선될 조짐이 없다. 홍콩 경제는 중국 국내총생산의 3%에 불과하지만 금융허브로서의 역할이 크다. 이번 합의로 상반기 8.1% 격감한 대미 수출이 빠른 속도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한국, 일본 등 주변국에는 호재다. 동아시아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가 상당부분 제거될 것이다. 반도체, 철강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여건은 다소 호전될 것이다. 12개월 연속 수출 감소는 중국 경제의 부진과 관련이 깊다.이번 합의는 잠정적 휴전의 성격이 강하다. ‘종전 선언’까지는 갈 길이 멀다. 양국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패권 경쟁, 기술 경쟁의 성격을 갖고 있다. 숫자는 타협 가능하지만 시스템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중국과 중국 경제발전 방식을 부정하는 미국과의 대립은 불가피하다. 양국간 불신의 뿌리도 깊다. 21세기 패권을 둘러싼 전략적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9-12-18 14:22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트럼프식 억지'에 대응하는 방법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어느 날 50대 수녀가 어린 신부를 집에 데려다주는데 자동차 기어를 바꾸면서 신부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 신부가 수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수녀님, 누가복음 14장 10절을 기억하세요.” 수녀는 손을 치웠고 부끄러워했다. 잠시 후 신호등에 걸렸는데 또다시 수녀는 신부의 무릎 위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신부는 “수녀님! 누가복음 14장 10절을 기억하세요.” 수녀는 신부를 내려주고 집에 돌아와서 성경을 펼쳐 누가복음 14장 10절을 찾아보았다. 뭐라고 적혀 있었을까? ‘벗이여, 더 높이 올라앉으라. 그럼 그대에게 영광이 있으리!”한미 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부담할 내년도 분담금으로 올해 분담금 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약 6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했다. 지난해 대비 8.2% 올려줬고 올해 1조389억원이 책정된 상황에서 5배 이상을 또다시 요구한 것이다. 미국의 5배 인상의 주요항목에는 전략자산 전개 비용, 역외 훈련비용, 미군 순환배치 및 작전준비태세 소요 비용, 주한미군 인건비를 비롯한 가족 지원 비용까지 고려된 것이다. 미국의 요구사항은 신부가 수녀에게 제시한 ‘누가복음 14장 10절’과 같다. 기존 방위비 안건의 핵심사안은 무시하고 미국이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한 영광만 추구할 뿐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50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국무부와 국방부 관리들이 47억 달러로 낮추는 것만 봐도 이들의 전략은 근거 없이 제시된 ‘누가복음 14장 10절’이다. 뿐만 아니라 미 국방부가 의회에 요청한 2020 회계연도 주한미군 주둔 관련 예산액은 44억6420만 달러(약 5조2544억원)로, 미국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리 정부에 요구하는 액수인 50억 달러보다 더 적은 것만 보더라도 트럼트의 막무가내식 ‘에임하이(Aim-high) 전술’임을 알 수 있다. 방법은 없을까? 지난 27일 유시민 이사장이 “6조면 1인당 2억짜리 용병을 쓰는 것”이라는 발언, 즉 ‘객관적 기준’(Standard)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실제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규모가 각각 5만4000명, 2만8500명임을 고려해 1인당 평균 비용으로 환산하면 주일미군은 10만5885달러(약1억2468만원), 주한미군은 15만6639달러(약 1억8444만원)로 1인당 주한미군 비용이 훨씬 높다. 트럼프의 주관적 기준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국이 미국을 성폭행하고 있다”라는 평소 트럼프의 주장을 “미국이 한국을 성폭행하고 있다”고 역공하는 것이다. 미국과 정면으로 맞붙으면 승산은 없다. 하지만 트럼프가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관적 기준을 활용하면 상대방이 공격하는 힘이 클수록 반격의 힘도 커진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도 배우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어기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한다. 왜냐면 자신의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 한 말이나 약속, 가치관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이를 따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시간은 누구의 편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가 전임자들이 부자나라를 방어하는데 엄청난 돈을 썼다고 비난하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성과를 도모하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쇼임을 알고 있다. 또한 지난 제 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당시 미국 대표단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는 것도 이들이 시간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끌 수 있으면 시간을 더 끌어야 한다. 어차피 주더라도 지금 당장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마지막 카드로 트럼프의 근거없는 ‘협박’은 동맹 관계가 희석돼 오히려 한국이 자체 방위력 개발에 착수하도록 행동을 촉발하는 배트나가 될 수 있는 전략의 활용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오히려 한국이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도모한 것처럼 말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세상에는 절대 강자와 절대 약자가 없다. 하지만 인내와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영원한 약자로 머물 수밖에 없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19-12-16 14:09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20대 국회가 온갖 추한 꼴을 다보이고 있다. 약 4년 전에 제 20대 국회는 많은 희망과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다. 그런데 출발하기 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막장 공천으로 유리한 선거 국면을 날려버렸다. 제 1당은 더불어민주당이었지만 어떤 정당도 과반을 달성하지 못했다. 지역구 제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투표에서는 3위를 하는 이변을 낳았다. 유권자들의 메시지는 준엄했다. 어느 정당도 압도적으로 마음에 드는 정당이 없으므로 국민들의 뜻을 잘 살피고 협치하라는 의미였다. 20대 국회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총선이 있었던 같은 해 현직 대통령 탄핵안을 국회에서 가결시켰다. 그리고 이듬해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었다. 역대 어느 국회와 비교할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공유한 국회다.그러나 그런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지난 4월에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사라질 줄 알았던 ‘동물국회’ 모습이 재현되었다. 협상과 합의의 대화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거친 몸싸움과 심한 욕설이 난무했다. 상호간 고소, 고발을 이어가면서 국회 고유의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 버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20대 국회에 대한 평가는 최악 그 자체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일 실시한 조사(전국503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응답률4.5%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20대 국회 의정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본 결과 100점 만점으로 분석할 때 18.6점으로 나타났다. 낙제점보다 못한 점수다. 지난 4년 전 이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손이 부끄러울 수준이다.20대 국회의 평가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은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싸움이다. 각종 민생법안이 지난 10일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 처리되지 못했다. 어린이안전법안인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은 국민들의 분노한 민심이 전해지자 가까스로 통과되는 식이다. 더 실망하게 되는 대목이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정당들이 보이는 행태다. 지역구 의석을 몇 석으로 할지, 비례대표 의석을 몇 석으로 하고 어떤 비율로 결정하지에 모든 당력이 집중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함께 ‘4+1 협의체’를 만들어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이 모두 밥그릇 싸움이다. 국민들은 선거법의 구체적인 내용조차 모르고 있다. 가장 최악의 평가를 받는 20대 국회가 가장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법안이 자신들의 밥그릇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진정으로 묻고 싶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얼마로 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떤 비율로 적용하는지가 유권자들의 이익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아깝게 낙선한 후보들을 구제하기 위한 석패율 제도를 도입해 놓고 인지도가 높은 유력 중진 후보가 혜택을 받는다면 과연 취지에 맞는 것인가.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법안이라면 다음 국회에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 선거법 개정관련 국민투표를 실시해도 될 일이다. 민생 법안은 뻔뻔하게 외면해온 이 국회가 임기가 다해가는 마당에 매달린 법안이 고작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니. 당장 밥그릇 싸움을 중단해야 한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19-12-15 14:21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갤럭시와 갤럭틱, 그리고 STEM

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갤럭시(galaxy)는 ‘은하계’다.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인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의 글로벌 브랜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요즘 갤럭틱(galactic)이란 말이 자주 뉴스에 등장한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 만든 최초의 개인적, 상업적 우주여행사인 버진 갤럭틱에서 보게 되는 그 단어다.삼성의 갤럭시는 혁신적인 신기술인 5G 시대를 열며 미국, 영국 등에서 새로운 도약의 비전을 키우고 있다. 그런가 하면 버진 갤럭틱은 내년에 우주여행단을 보내기로 하고 요즘 요금 책정에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6명의 승객을 태우고 16㎞까지 올라가 저궤도로 우주를 체험하고 창밖으로 지구를 바라보는 여행이다. 1인당 요금이 3억원 이상이라는 소식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에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도 했다. 우주여행사 갤럭틱에도 600명이 여행비를 냈고 그 뒤로도 3000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찌 될 것 같으냐며 물어온다. 대답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금 국가경제는 내부 구조가 점점 일반 국민의 삶에서 멀어지고 있어, 아무리 성장하고 발전을 해도 국민들에게는 직접적인 고용증가나 소비증가로 잘 이어지지 않는 다른 차원의 세계다.연말인데도 거리에 텅텅 빈 가게들이 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나 당국자들은 내년 우리 경제지표가 조금 나아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의 수출이 호전될 것을 기대해서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다시 미세상승하는 궤도수정을 했다. 당국이 강력한 대책을 세우고 있겠지만, 민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부가 다 손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금리를 설명하는 이론에 시장분할가설이 있다. 시장에는 서로 다른 기준으로 결정되는 금리의 세계가 있다는 말이다. 지금 국가경제와 국민경제도 서로 다른 결로 이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경제는 점점 지능경제의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국민경제는 점점 시장의 생기를 잃고 사회적 처방이 곳곳에서 봇물처럼 등장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드디어 기본소득제도의 전면 실시를 주창하는 전문정당이 창당되기에 이르고 있다.STEM이란 단어의 조합이 생각난다.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은 미래로 가는 국민적 필수지식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낮은 기능의 수작업이나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최저임금을 올리게 하고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정책을 들고 나온다. 시장에서는 현실을 모른다고 야단이다.통계학에서 ‘중심극한의 정리’는 모든 것이 하나의 운동장에서 하나의 잣대로 움직일 때 가능한 일이다. 국가와 국민이 각각의 가치와 논리로 작동하는 미래경제는 각각의 중심을 가지고 세밀히 살피고 지혜롭게 대응해야만 국가도 살고 국민도 산다.정치인들은 사람이 가장 소중한 국가의 중심가치라고 주장하지만, 국가경제의 현실은 거대하고 복잡한 초지능의 운영체계로 소리 없이 돌아가고 있다. STEM은 그래서 미래를 대비하는데 꼭 필요한 국민적 기본지식이다. 시간 날 때마다 차분하게 책상 앞에 앉아보자.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

2019-12-12 17:56 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

[브릿지 칼럼] 머릿속 기억은 진실인가

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오랜동안 떨어져 산 모녀가 기억속에 감취진 진실을 찾아가는 따뜻한 위로의 이야기다. 영화속에서 인간의 기억은 믿을 것이 못된다는 대사가 반복된다. 맞다. 우리네 기억은 왜곡과 과장투성이다.소풍가는 날엔 늘 비가 왔을까? 그럴리 없다. 초등학교 6년 동안 한번쯤 내렸을 것이다. 오지 말라고 빌었건만 야속하게 비가 왔으니 그 날이 두고두고 강하게 남았다. 그러니 소풍날엔 늘 비가 왔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교수는 기억의 정확성에 대해 실험했다. 신호등이 설치된 건널목을 무심코 지나온 피실험자에게 “좀 전에 본 교통신호등이 노란색이 아니었나요?”라고 물었다. 신호등이 노란색이라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실제 신호등은 빨간색이였다. 그러나 피실험자들은 노란색이라고 대답했다. 텅 빈 거리에 복면 한 남자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여주고 “그 남자의 얼굴에 수염이 있었던 가요?”라고 묻자 피실험자들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복면을 하고 있는데 수염이 보일리가 만무하다. 기억은 사소한 정보나 조건의 개입에도 오염된다.내가 살던 고향은 강원도 진부다. 내가 살던 집은 거기서 10리길을 걸어 들어간 호명이라는 깡촌이다. 우체국장을 하시던 아버지는 은퇴를 하시고 당시 부잣집 비지니스던 정미소를 차려 삼십호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산골마을로 들어가셨다. 학교를 가려면 다리 하나를 건너야했다. 이사오기 직전 목교를 철거하고 냇가를 가로질러 지어진 다리는 당시 보기드문 시멘트 다리였다. 서울로 이사 와서 가장 먼저 떠오른 고향의 그리움은 웅장했던 그 다리와 다리위에서 바라본 마을 정경이다. 구불구불 펼쳐진 물길은 아득했고 굴뚝연기 피어 오르는 마을은 푸근했다. 그러나 유년시절 고향의 추억처럼 왜곡된 감정덩어리가 어디 또 있으랴. 그곳을 떠난지 수 십년이 지나 아내와 두딸을 데리고 오대산 월정사를 가는 길에 잠깐 스쳐 지나간 적이 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정미소는 간판마저 뜯겨져 어느 집의 낡은 창고가 되어 있었다. 마음속에 당당한 위용으로 자리 잡았던 다리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만큼 좁고 볼품없었다.누구나 첫사랑은 아름답고도 애절한 드라마다. 알고 보면 미숙하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어설픈 수난사일 가능성이 높다. 기억속의 데이터나 정보는 당신이 편리한데로 편집되고 해석되어 저장된다.자, 그러니 당신의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을 믿지 마라. 24시간 내내 당신과 함께 하는 가장 믿을만한 손 안의 친구를 꺼내 선명한 고화질의 사진과 동영상을 남겨라. 당신만의 해석을 가미한 몇 줄의 기록을 더해 또렸하게 남긴다면 금상첨화다. 우선 변질이나 왜곡의 염려가 없다. 차곡차곡 정리해주는 어마무시한 저장소도 있다. 알고 보면 이것이 소셜 미디어(SNS)다. 허위나 열등을 조장하고 타인의 인정을 구걸한다는 오명도 쏟아지지만 문명의 이기일수록 쓰는 사람 나름이다. 스마트폰은 기억의 저장소이고 생각의 발전소다. 지금 이 글도 사람좋은 후배가 선물한 블루투스 키보드위에 씩씩하게 세워진 아이폰이 친절하게 돕고 있다.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

2019-12-11 14:20 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

[브릿지 칼럼] 건설산업의 새해 희망찾기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올 한 해는 건설산업에 여러 가지 도전의 시기였다. 제도 측면에서는 지난해 발표된 건설산업 혁신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공공공사의 적정공사비 문제도 1월 적정공사비 지급 정책 기조를 담은 계약예규의 개정으로 진전도 있었다. 이와 함께 지난 19일에는 건설 일자리 대책도 발표됐다. 시장 측면에서는 생활형 SOC·노후 인프라 정비 투자계획 발표와 함께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주요 지역 숙원사업들의 예비타당성 면제가 이루어졌고,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비전 2030’을 발표하는 등 정책기조의 변화가 감지되면서 건설업계의 기대감도 커졌다. 민간 주택경기의 급격한 위축으로 인해 최근 건설경기가 급격한 하강 국면을 그리고 있고, 생산성 하락 등 건설산업의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큰 시점임을 감안할 때 올 한 해의 논의들은 큰 의미가 있다.그러나 실상을 보면 그 성과는 미미하다. 적정공사비 문제만 하더라도 계약예규가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 발주기관, 지자체들의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내부 지침 등의 개선은 지지부진해 실질적으로 건설업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의견이다. 일자리 대책도 마찬가지다. 채용구조 혁신이라는 내용이 담기기는 했지만, 대부분 근로 환경 개선과 현장 안전, 외국인 근로자 관리 등 최근 급격히 감소되고 있는 건설 일자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의 접근은 미흡하다.또한, 지역에 대한 각종 투자 계획들이 발표되었지만 급격히 나빠지는 최근 경기를 감안할 때 실질적인 투자가 시급함에도 실질적인 투자 확대 움직임은 여전히 요원하다. 내년도 SOC 예산의 확대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그나마 희망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규모도 2015년 이전 수준에 그쳐 얼마나 실질적으로 건설경기를 부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주지하는 바와 같이 건설산업은 생산 측면으로나 고용 측면으로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큰 산업이다. 이러한 국민경제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건설산업의 중요성 인식과 그에 맞춘 건설 정책과 제도의 혁신, 생산과정에서의 비효율성에 대한 개선은 너무도 단기적인 측면의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건설산업 혁신방안은 앞에서도 언급한 우리 건설산업이 안고 있는 현안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방안을 담고 있어 그 혁신의 목표 인식만큼은 명확하다. 기술 혁신, 생산구조 혁신, 시장질서 혁신, 그리고 일자리 혁신은 건설산업이 한 차원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달성돼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다 강력한 추진이 필요하다. 보다 시장 환경에 맞고 실질적인 건설산업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도록 국가 및 건설업계 그리고 기타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추가적으로는 우리 건설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생산 및 사업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은 필수적이다.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내년도에도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국내경제의 잠재성장률 저하 우려 등 많은 도전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경제적인 현안들에 있어 건설산업이 경쟁력을 갖춘 국가경제에 희망이 되는 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하는 고민도 충분히 진전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2019-12-09 14:25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브릿지 칼럼] 금융소외계층 위해서라도 신용정보법 개정 시급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세기마다 산업의 혁명적 변화가 있었다. 18세기 증기기관, 19세기 전기, 20세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혁명’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증기기관은 세상을 더 가깝게 해 주었고, 전기의 발명은 현대문명을 가능케 했으며, 인터넷은 삶의 형식까지 바꾸었다.21세기 우리는 초연결,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네 번째 혁명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이 빅데이터와 결합된 지능정보기술로 무장해 인류의 전 산업을 그 뿌리부터 변화시키고 있으며, 금융산업은 그 변화의 큰 영역이 됐다.빅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데이터3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곡절 끝에 소관 상임위 문턱을 최근 넘었다. 이에 따라 법사위원회가 다음 회의에서 데이터3법를 통과시킬지 이목이 집중된다.하지만 국회가 공전 사태를 맞으면서 법사위 여야 간사가 향후 회의일정 등에 대해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관계자는 “전체회의 개최를 위한 여야 간사 논의도 현재 없다”고 말했다. 이번 달 본회의 통과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20대 국회에서 개정은 어렵다.금융영역에서는 신용정보법 개정이 중요하다. 통계,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해 가명정보의 형태로 신용정보 주체의 동의없이 이용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영역에서 빅데이터 활용은 정책결정과정이나 정책집행평가 등은 물론 새로운 금융상품개발 등에서 엄청난 긍정적 작용을 할 수 있다.일부에서는 가명정보 재활용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하지만 차가 빨리 달려서 사고가 난다고 자동차전용도로를 만들지 않을 것인가.비금융정보를 통한 신용평가도 가능해진다. 금융거래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청년, 사회 초년생 등은 통신료, 관리비 납부실적이나 휴대폰 사용습관 등의 비금융정보분석을 통해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고, 660만명의 자영업자도 개인사업자 전문 신용조회업자를 통해서 많은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다. 또 마이데이타산업은 금융이용자 보호는 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미국은 지난 2009년부터 오픈데이터 정책을 추진하면서 빅데이터 기술개발에 열을 올려왔고, 일본도 2015년 제3자에게 익명 가공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작년엔 유럽연합(EU)도 모든 연구에 가명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산업 경쟁력은 선진국과 5년 정도 격차가 있다고 한다.정쟁은 정쟁이고 미래 먹거리인 빅데이터 산업을 지금이라도 육성하려면 이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남들은 출발선을 벗어난 지 한참 지났는데 우리는 아직도 신발끈조차 매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면 다음 국회에서 발의되고 통과되는데 또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죽은 자식 XX만지기’란 속담을 기억해야 한다. 이 속담처럼 뒤늦게 미련과 집착을 가지며 후회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2019-12-08 15:00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드론택시 상용화를 위한 과제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최근 드론의 핵심 기술인 FC(Flight Controller)의 안전성 문제가 많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안전한 드론의 비행을 위한 임베디드(Embedded) 운영체제는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다. 드론을 제작할 때 하드웨어의 중요성보다 소프트웨어의 안전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싱가포르와 두바이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론택시를 시범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드론이 차가 막힌 도심을 아무런 제약 없이 비행하면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손님을 모셔다 주는 미래가 곧 펼쳐질 전망이다.하드웨어의 견고성과 추락 시에도 기체는 큰 이상 없는 소재로 드론을 제작하지만 드론이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소프트웨어 결함에 대한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이슈이다.먼저 무인 멀티콥터인 드론택시는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이 운전하는 방식이 아닌, 일반인들이 주로 사용하기에 비행을 위해서는 지상에 있는 조종센터, 이른바 GCS(Ground Control Station)에서 보내는 조종신호체계로 움직인다. 일반 비행기처럼 기체에 대한 준비상황을 지상관제요원이 완벽히 체크해놓고 비행승인을 받고 일정거리 등록과 비행시간의 허가로 운행된다. 이때 중요한 이슈가 바로 드론택시와 지상관제센터간의 통신문제인데 드론 RF(Radio Frequency)라는 무선주파수를 사용한다. RF는 일반적으로 대략 100~300㎒ 이상의 고주파 무선통신 및 고주파를 이용하는 장비설계, 연구 공학분야 일체를 지칭하는 말로 정리될 수 있다.문제는 이 주파수가 공용주파수이다 보니 무선주파수 간섭과 해킹에 용이하다. 즉 안정된 주파수 대역의 확보가 필요하고, 기체와 지상관제센터 간에 ‘노 컨트롤(No Control)’이 되지 않는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노 컨트롤과 주파수 해킹은 기체의 추락과 기체 분실에 큰 영향을 미친다.두 번째는 드론기체 추락에 대비한 안전장치의 의무부착 여부이다. 드론은 일정고도(150m) 이하에서 비행하지만 비행경로 설정, 도심의 건물 사이로 비행 시 의도하지 않은 건물과의 충돌에 대비한 기체 안전장치의 장착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갑작스런 노 컨트롤 상태에서 기체가 급격히 하강 시 기체에 장착된 낙하산이 펴져서 서서히 지상에 내려앉을 수 있는 부가적인 안전장치의 의무장착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이다.마지막으로 드론의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정성 확보 여부이다. 최근에 드론 기체를 만들어 공공분야에 납품한 한 회사 대표는 드론 추락의 많은 원인 중 하나가 드론의 배터리였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배터리의 안정성은 드론의 모터 프로펠러 회전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대의 프로펠러를 골고루 조정하면서 안정적인 전원의 분배가 이뤄져야 사고 없는 드론 조종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드론 기체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 동력원인 배터리 등의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한 후에야 우리도 빠르게 미래의 교통수단 도입을 위한 법적, 제도적 문제를 범부처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2019-12-05 14:56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브릿지 칼럼] 최악의 경제농단, KIKO 사태의 본질

김우일 대우Mamp;A 대표최근 들어 언론과 사람들 입에 흔히 떠올리는 단어가 있다. 바로 농단(壟斷)이다.농단의 한자의미를 보면 “깎아세운 듯한 높은 언덕위의 용”이란 뜻이다. 옛날에는 각각의 물건을 교환하기위해 집합 공개 거래장소로 장터를 만들었다.이때 교활하고 영리한 기득권자(龍)가 사방이 한 눈에 훤히 보이는 높은 언덕에 올라 어느 품목이 부족하고 어느 품목이 풍부한가에 대한 시장수요 공급상황을 판단한 뒤, 그날의 물가동향을 예측하여 특정물건에 대한 매점매석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즉, 좋은 자리에서 교묘한 수단으로 이익이나 권리를 독점하는 것이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가 꼽는 최악의 경제 관련 농단은 키코(KIKO) 사태다.키코는 2008년 국제금융 불안정한 시기에 나온 수출기업과 은행과의 환율변동에 위험을 피하기 위한 파생금융상품인데, 양자간에 약정환율과 시장환율 변동의 상한선(KNOCK- IN)과 하한선(KNOCK- OUT)을 정해놓고 환율이 이 구간 안에서만 변동한다면 약정환율로 거래하고, 만일 상한선 이상으로 올라가면 기업이 약정금액의 2배 금액을 시장(높은)환율로 매입해서 약정(낮은)환율로 은행에 매도해야하고, 하한선 이하로 내려가면 계약은 무효화 되는 내용이다.환율이 정해놓은 녹인(KNOCK-IN), 녹아웃(KNOCK-OUT) 범주에서만 움직인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기업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과 환율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고, 은행도 옵션수수료에 따른 수익으로 크게 손해 보지 않는다는 판단이 앞섰을 것이다.역사적으로 환율은 균형적인 상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경향을 보였으며, 불안정한 광폭의 변동을 보인적은 특별한 사태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그래서 대다수 기업과 은행들은 녹인·녹아웃의 상한선, 하한선의 환율변동을 전혀 우려하지 않은 채 거래에 나섰다. 그러나 그 후 환율의 폭등으로 환율이 상한선을 넘게되고(녹인) 기업은 외화를 높은 환율로 매입해서 낮은 환율로 은행에 매도함으로써 막대한 환손실을 입었고, 거래기업은 거의 파산에 이르렀다.거래기업의 파산은 경제의 풀뿌리인 하위 벤더기업의 도산도 줄줄이 불러일으켜 현재의 경제침체를 제공한 한가지 원인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당시 키코 계약을 가만히 살펴보면 수많은 문제점이 눈에 띈다.첫째, 당시의 국제금융상황과 정부의 고환율 정책의 트렌드로 봤을 때 환율급등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전문가인 은행이 모를 리가 없었고, 이를 상대적으로 비전문가인 기업에게 감추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안전성을 포장해 판매했다.둘째, 환율이 상한선 이상(KNOCK-IN)이 될 때는 약정금액의 두배를 시장(높은)환율로 매입 약정(낮은)환율로 은행에 매도하고, 환율이 하한선(KNOCK-OUT)이하일 때는 무효로 한다는 내용은 현저히 당사자 간의 형평을 일탈한 불공정행위이다. 환율이 하한선일 때도 똑같은 거래조건이라면 기업은 시장(낮은) 환율로 매입, 시장(높은) 환율로 은행에 매도하여 기업이 큰 이익을 만들 수 있음에도 이 경우는 무효화하여 은행의 손실 기회와 기업의 이익기회를 원천 봉쇄해버렸다.셋째, 일반적으로 은행은 갑의 위치, 기업은 을의 위치로 을은 갑의 무언의 위력위계에 의한 거래압력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한 상태에서 이뤄진 불공정 계약이라는 점이다.결론적으로, 민법의 대원칙인 불공정행위와 중대한 착오에 의한 행위 및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KIKO 계약은 원천 무효이며, 십년의 소멸시효도 적용되지 않는 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하지만 한국 법원은 키코 거래가 불공정거래임을 인정하지 않아 은행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 키코사태 이후 10년만에 우리 은행은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를 무분별하게 팔아 수많은 금융 소비자들에게 다시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잘못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똑같은 잘못을 또 범하게 마련이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9-12-05 06:00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중고차시장 '상생 액셀' 밟아야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얼마 전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의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업종 지정에 대한 일부 부적합 의견에 대한 논란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중고차 관련 두 연합회를 중심으로 집단적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향후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중고차 매매업은 우리 자동차 시장에서 중요한 매개체 시장이다. 전체 100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전체의 30%인 약 30조원에 이르는 가장 큰 시장이며 자동차 라이프 사이클링에 큰 영향을 준다. 연간 거래되는 중고차는 약 380만대에 달한다. 신차 시장의 거래량이 평균 약 180만대인 것을 고려하면 1.6배가 넘는 규모다.지난 6년간 중고차 매매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두 번이나 연장돼 대기업 진출은 형식적으로 막혀있었다. 그럼에도 자동차 대기업들은 오랜 기간 규모와 파급력이 큰 중고차 시장 진출을 노려왔다. 이번 결정으로 향후 대기업의 공식적인 진출로가 확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이에 반해 중고차 관련 연합회 등은 격앙돼 실력행사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지금까지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중소기업 업종 지정이 이어졌음에도 실질적인 소비자 개선은 없었다. 피해사례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관련 연합회는 소비자 중심의 매매업으로 탈바꿈할 기회를 놓쳤다. 각종 해외 사례 연구 등을 통해 명분을 쌓고 시장 개선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무작정 생계형 지정이 되지 않았다고 반발할 것이 아니라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자료와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단체의 눈치만 보고 소비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동반위는 이번 결정을 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말만 그럴 듯 하지 어떻게 성공사례를 도출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은 아직 소사장제가 자리잡고 있으며 매매알선이 주를 이루고 있어 허위 미끼매물, 위장 거래, 성능점검 미고지, 품질보증 미이행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세금조차 내지 않는 곳도 있다. 정부가 미래 지향적 사업모델을 만들고 방향을 지정해야 한다.대기업도 함께 고민을 해야 한다. 문어발식 확장은 시장을 후퇴시키고 1인 기업의 피해만 야기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친화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위해 대기업은 더욱 투명한 시장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최소 4만명에서 최대 10만명의 매매사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대기업 중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일본이나 독일 등은 대기업이 중소·중견 기업과 상생하면서 먹거리로 나누고 있다. 진정한 상생 모델을 통해 성장한 글로벌 강소기업이 즐비하다. 주변에 먹거리가 있어도 대기업은 내 돈이 아니라 생각하고 배려한다. 우리도 이 모습을 보고 배워야 한다.동반위의 결정에 대한 모두의 관심을 촉구하면서 진정한 상생 그림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시장 환경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고민을 해야 한다. 모두가 발벗고 동반성장이 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9-12-02 14:20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책을 쓰면 노후가 바뀐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은퇴하고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1%대 저금리 시대는 현실로 다가왔다. 저금리가 되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일의 가치는 올라간다. 비록 소액이라도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자기 일을 오래하는 평생현역이 최고의 노후 대책이다. 책 쓰기가 그 중의 하나다.최근 들어 은퇴자뿐만 아니라 은퇴를 준비하는 직장인, 가정주부까지도 책 쓰기로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책 쓰기 열풍이다. 책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강연도 하고, 사업으로 연계하며 자신만의 전문성으로 평생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어떻게 하면 책을 쓸 수 있을까? 먼저, 자서전을 한번 써보자.은퇴자들은 그간 앞만 보고 달려와 자신을 성찰할 여유가 없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잘 알지도 못한다. 자서전을 써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정리가 된다. 자기 정체성이 명확해져, 자신이 원하는 꿈과 열정을 찾을 수 있다. 인생 2막을 설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서전은 자신의 희로애락과 피와 땀의 노력으로 이루어온 개인의 역사이다. 특별히 잘 쓰려는 욕심은 버려라. 책을 쓰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자서전으로 어느 정도 글쓰기 실력을 쌓은 후엔 본격적인 나만의 책 쓰기에 돌입한다.일반인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것이다. 출간하면 바로 작가가 된다. 책을 쓴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으면 강의 기회도 생긴다. 강의 요청은 통상 책을 검색해서 들어온다. 행운이 따르면 방송에 출연할 수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꿈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책을 쓰면 인생이 바뀐다.’라는 말이 있다.그럼 어떤 내용을 쓸 것인가? 어렵지 않다. 누구나 자신만의 경험과 이야기가 있다. 특히 자신이 겪은 고난과 그것을 극복한 이야기를 쓰면 더할 나위가 없다. 세상을 향한 소소한 나만의 얘기나 외침도 좋다. 그냥 내 꿈, 재능, 생각, 경험, 기술, 지식 등 뭐든지 콘텐츠가 될 수 있다.자서전이 자신을 위한 글이라면 책 쓰기는 철저히 독자를 위한 글이다. 자서전을 쓴 경험을 토대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맘으로 글을 쓰면 된다.책을 한두 권 쓰다 보면 자신감이 붙는다. 생각이 정리되고 지식도 체계화된다. 통찰력도 생긴다. 이제는 사업과 연계되는 책을 써라. 전문 분야를 다루어 봄직도 하다. 전문성을 인정받으면 전문가의 특전이 부여된다. 작가, 전문가에 강연까지 하면 퍼스널 브랜딩이 완성된다. 1인 기업가나 유튜버로 진출해도 성공한다. 책을 통하여 평생 현역이 된다.책 쓰기는 처음에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 책 쓰기 강좌도 수강하고, 독서와 필사를 많이 하여, 글 쓰는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무분별한 인터넷, 스마트 폰 사용과 TV 시청을 자제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줄이면 시간은 낼 수 있다. 200권 이상의 책을 읽고, 2~3년 정도만 노력하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 설령 브랜딩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손해 볼 일은 없다. 노후의 취미 생활과 자기 계발에 책 쓰기보다 더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행복한 인생 2막은 책 쓰기로 시작하라.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19-12-01 14:54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경주 최부자의 다섯 가지 원칙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조선 최고 부자로 알려진 경주 최부자집이 있었다. 12대에 걸쳐 300년 이상 부(富)를 누리고 지켜왔다. 그래서 그 비밀을 캐낸 책도 베스트셀러로 화제였다. 그만큼 그런 부자를 국민들은 그리워 한다는 방증이다. 최부자집 비결 중 음미할 것이 많다. 첫째, 부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위만을 갖는다. 돈 좀 벌고 나면 명예욕이 생겨서 알량한 감투를 쓰려고 온갖 짓을 다하는 요즘 부자들을 보면 안쓰럽다. 한국 최대 재벌 중 하나였던 H그룹의 C회장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호되게 당한 일이 있다. 하도 군출신 권위주의 권력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뜯기다 보니 자기가 대통령을 하면서 뜯기는 돈을 보태(?) 나라경제를 일구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음직도 하다. 그가 낙선한 후 H그룹은 승리한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로 들볶임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마 그런 것을 참고 견디느라고 갑자기 노쇠해져서 일찍 작고한 게 아니냐는 시중 견해도 있었다. 타고난 건강과 의지를 지닌 노익장이었기에 팔십 수명을 누렸는데도 그런 이야기가 돌았다.둘째, 인간관계에 바탕을 둔 노사관계 등을 실천했다. 뺏고 뺏기는 그런 입장에서 한 푼 덜 주려는 그런 매몰참이 아니다. 좀 더 많이 돈을 벌어 좀 더 나누어 주자는 그런 마음씨로 노사관계와 협력회사 관계를 유지했다. 요즘 말하는 바로 상생, 윈윈(Win-Win)이 아닌가.셋째, 군림하지 않고 경영하는 관리자를 세웠다. 그게 바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아닌가. 몇 백 년 전에 이미 현대경영을 실천하는 슬기를 지녔다고 해야겠다. 주식배당도 받아먹고 거액의 월급과 비자금까지 챙기는 오늘의 상당수 재벌총수와 그 가족들을 보면 최부자집 경영이 그립다.넷째, 받은 만큼 사회에 환원했다. 사회 속에서 여러 사람과 더불어 이룩한 부(富)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기 주변 몇 십리 내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나누고 베풀었다. 물론 국가에 세금도 꼬박꼬박 바쳤다. 영수증 없는 독립운동자금도 헌납했다.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S그룹 2세처럼 자식에게 2조원의 재산을 변칙증여하면서 탈세를 자행하고도 합법적이라고 우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대로 분식회계 같은 불법을 자행하지 않았다.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부자들의 금괴는 보이지 않고 서민들의 금반지나 목걸이만 쌓이는 걸 세계는 똑똑히 보았다.다섯째, 때를 가려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늘린다. 흉년이 들었을 때 헐값으로 땅을 구입하지 않았다. 권력에게 비자금(?)을 바치고 특혜를 받아 재산을 불리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리 그가 재산이 많아도 그를 향해 비아냥댈 수 없었다. 요즘 말하는 ‘반기업정서’가 서민들에게 생길 수 없었다. 오히려 최부자집은 대대로 존경을 받아왔다. 요즘 상당수 재벌오너들처럼 만만한 지식인들을 부려서 반기업정서 때문에 한국에서 기업을 못하겠다면서 해외로 기업을 옮기겠다고 국가와 국민들에게 언론을 통해 협박하지 않았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고 공갈 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반기업 정서란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반부패기업인 정서, 편법세습반재벌정서가 있을 뿐이다. 우리 국민들은 멍청이가 아니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19-11-28 14:25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일본노인이 법정에 가는 이유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도서관과 공원, 그리고 법정의 공통점은 뭘까. 정답은 고령인구다. 은퇴자가 즐겨 찾는 3대 공간이다. 일본에선 꽤 알려진 사회현상이다. 우리로선 낯설지만, 일본노인 중 상당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에 적용하면 공원 정도만 동의된다. 탑골공원처럼 수많은 공원의 단골고객은 고령자다. 어린이에서 고령자로 주인이 변했다. 미끄럼틀보다 운동기구가 더 많다. 고령사회답다. 공원의 고령화는 자연스럽다. 도서관과 법정도 마찬가지다. 뜯어보면 이유는 흘러넘친다.도서관은 그나마 이해된다.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이다. 지적만족도 챙겨진다. 일부지만 한국에서도 도서관에 출퇴근하는 고령자가 생겨난다. 절대빈곤의 은퇴생활이 많았던 선배세대보다 적으나마 여유롭고 고학력인 베이비부머의 대량은퇴와 맥이 닿는다. 일찌감치 늙어간 스웨덴·일본 등 해외에선 고령인구 특화도서관도 있다. 수요가 상당해서다. 그들이 선호하는 도서서비스를 확충하는 움직임은 본격적이다. 24시간 도서관도 있는 판에 고령도서관이 없을 이유는 없다. 앞으로의 도서관은 갈수록 고령독자의 눈높이와 매칭될 수밖에 없다.그래도 법정은 갸우뚱이다. 왜 일본의 은퇴인구는 법정과 친해지고 있을까. 당연히 죄를 지어서는 아니다. 목적은 재판 방청이다. 취미를 넓혀 일상이 된 경우도 많다. 유명 연예인이 본인의 취미인 재판 방청을 추천할 정도다. 최근엔 방청 경력 36년차가 쓴 ‘재판중독(裁判中毒)’이란 책도 나왔다. 재판 방청을 소개·안내해주는 사이트도 있다. 재미난 재판을 고르는 방법을 취미수준을 넘어선 선배 방청자가 알려준다. 여러 개 재판이 펼쳐지니 골라잡는 선택지도 넓다. 주목사건은 추첨제지만 대부분 허들이 낮다.도서관과 공원, 법정은 은퇴생활의 최적지다. 고령인구의 수요·갈증을 풀어줄 욕구충족의 공간으로 제격이다. 무엇보다 원가가 없다. 시간은 많고 의미가 있는데다 돈마저 불필요하니 다목적 카드다. 개별적으론 건강(공원)과 지식(도서관)은 물론 사회이슈(법정)까지 챙겨진다. 어차피 반겨줄 곳이 마뜩찮은 은퇴생활자에겐 꽤 괜찮은 소일거리다.세 곳 말고도 대안은 많다. 학회에 참가하는 단골노인도 적잖다. 크고 긴 행사면 간식거리와 기념품까지 이득이다. 은퇴인구를 위한 새로운 공간창출보다 낫다. 방해가 안 되면 서로 손해볼 건 없다. 생돈과 반발까지 부르며 새롭게 노인공간을 만들기보단 사회 곳곳에 포진한 기존공간의 진입장벽부터 낮추는 게 좋다.늙음은 어둡다. 부정적이고 폐쇄적이다. 그래서 저항하고 거부한다. 뾰족한 수는 없다. 반기는 곳은커녕 갈 곳조차 변변찮다. 때문에 대개는 집안에 방치·함몰된다. 당연히 고립은 질병을 낳는다. 개별비용을 넘어 사회비용으로 전가된다. 이래선 곤란하다.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와 동떨어지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별보단 연결이다. 편리하고 친근하게 다가설 공간카드가 절실하다. 꼭 창조적일 성과를 고집할 일은 없다. 그들이 집밖을 나선다는 것만으로 사회는 건강해진다. 노인을 위한 나라까진 몰라도 노인이 찾는 공간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늙는다. 곧 다가올 나의 이슈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9-11-27 15:07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82년생 김지영’, 착한 아내 옷은 벗어던져라!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개봉 초기 성대결 양상으로 SNS를 달구던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현재 개봉작 중 최고 평점이라는 대중적 호응을 얻으며 꾸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1월 12일 기준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을 보면 남성 관객(8.87)도 여성(9.45) 못지않게 평점이 높다. 실제로 영화를 본 사람의 상당수는 남녀 구분 없이 영화에 대해 긍정적이란 얘기다. 하지만 ‘내가 바로 김지영이었다’는 감정이입과 ‘저렇게 살뜰한 남편이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저항감, ‘나도 집에서 공유만큼은 한다’는 안도감 등 성별과 세대에 따라 시선과 견해가 명료하게 엇갈리는 점은 인상적이다.이 같은 시선들은 두 가지 관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나 자신을 대입시켜 비교하는 개인화 관점과 결혼에 대한 정치·경제·사회 구조적 접근이다. 실제 현상 속엔 개인적인 것과 구조적인 것이 한데 뒤섞여 있지만 개인의 행동은 사회적 의미를 포함한 구조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상담실을 찾는 부부도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의 적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곤 한다. 남편은 자기 몫의 집안일을 조금도 안 도와준 아내에 대해 야속해 하며 아내가 조금만 감내하면 되는 일인데 과민하게 반응해서 싸우게 된다고 여겼다. 반면 남편이 일을 떠넘기려 하며 투덜거리는 게 싫었던 아내는 남편의 기대를 외면하는 자신이 너무 야박한가 싶어 단호하게 거절도 못하고 짜증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적당히 넘어가주는 게 착한 아내’라는 암묵적 통념. 그들에게 은밀하게 침투되어 있는 이 차별 의식이 문제의 초점을 옮기며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었다.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편의 대사를 보면 개념 없고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아이 낳아달라’ ‘열심히 돕겠다’ 식이다. 육아와 살림은 당연히 아내의 몫이라는 가정, 경제적 역할만 제대로 하고 따로 속 썩이는 일 안 만들면 그것으로 좋은 남편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이 말들이 지닌 일방성과 폭력성을 화자는 과연 인지하고 있을까. 남편의 ‘열심히 돕겠다’는 말은 그래서 불쾌하고 시어머니의 ‘별나다’는 말은 그래서 굴욕적이다.‘20대 남자’라는 책에 의하면 ‘남녀소득이 비슷한 사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상투적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 20대가 약 60%에 이른다. 공정함을 모르는 게 아니라 공정함이 싫은 것이다. 빼앗긴다고 여겨져서다. 차별을 얘기하면 혐오로 대응하는 사회현상의 속살이다. 육아나 살림은 여성이 더 잘하고 어울린다는 성 역할 고정관념은 이 같은 차별을 정당화하고 혐오를 부추긴다.차별이 선량할 수 있을까.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대한 온건한 반응은 차별은 잘못이지만 참고 수용하는 것이 좋다는 이중적 태도를 키워낸다. 영화 속 김지영이 가부장제에 항의하는 방식 역시 ‘착하기만’ 하다. 언제까지 우울이나 자해, 자살 같은 자기파괴적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남이 알아주길 기다릴 것인가. 차별에서 벗어나려면 ‘나’라는 존재의 권리와 침해에 대해 적당히 넘어가는 것부터 멈춰야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 살아가려 할 때 비로소 종속된 존재가 아닌 자신의 삶이 시작된다. 가부장적 사회구조에 맞서 자신을 지켜내고 주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82년생 김지영’이다. 나약한 김지영의 눈물이 아니라 당당한 김지영으로의 거듭남이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

2019-11-25 14:59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

[브릿지 칼럼] 상가주택도 옥석 가려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저금리시대에 집주인이 거주하면서 점포와 다가구주택에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기능 수익형부동산이 상가주택이다. 저금리시대 내집마련과 임대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입지가 좋은 수도권 신도시 또는 택지개발지구에서는 상가주택 택지분양에 2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과열현상을 보이기도 했다.그러나 상가주택은 초기자금이 많이 들고, 지역과 입지에 따라 점포와 다가구주택의 임대수익에 차이가 많고, 상권형성이 되지 않거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 점포세입자와 다가구주택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곳도 많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를 해야 한다.상가주택의 장점으로는 집주인이 거주를 하면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1층에는 점포, 2~4층에는 집주인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임대수입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수익형부동산시대에 적합한 상품이다. 부동산시장의 트렌드 변화로 시세차익보다 임대수익을 얻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점포와 다가구주택을 활용하여 매달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세수입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택지개발지구의 경우 주변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그러나 상가주택의 단점으로는 초기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상가주택은 토지비와 건축비를 합하면 약 10억 정도의 초기자금이 든다. 또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환금성 약하다. 상가주택은 아파트처럼 거래가 많지 않아 급하게 팔려고 내놓아도 잘 팔리지 않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택지개발지구의 상가주택은 상권이 형성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생활편의시설 또는 대중교통망이 구축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초기에는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지역·입지별로 수익률의 편차가 심하다. 주변에 인구유입 시설들이 있고, 전철 등 대중교통이 연결되는 곳은 임대수요가 많지만, 접근성이 떨어지고, 상가주택이 과잉 공급된 지역의 경우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상가주택 투자 시 주의할 점은 첫째, 토지비와 건축비를 합하면 약 10억 원이 넘는 초기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에 자금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 수도권의 경우 토지매입비와 건축비 및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1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계획은 필수적이다.둘째, 점포에 대한 임대수요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1층에 점포를 만들더라도 상권이 형성되지 않거나, 주변에 대형 상업시설이 있거나, 인구에 비하여 점포가 과잉 공급된 경우 점포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셋째, 다가구주택에 대한 임대수요도 분석해야 한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입지한 경우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중교통 접근성도 따져봐야 한다.넷째, 건축 가능한 허용 가구수와 수익성도 분석해 봐야 한다. 지역별로 건축 허용 가구수가 3~5가구까지 차이가 있기 때문에 토지매입 전에 건축 가능한 허용 가구수를 확인해야 한다. 허용 가구수가 많을수록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19-11-24 14:44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주 52시간제라는 '허상'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정부는 근로자 한 사람이 1주일에 일하는 시간을 52시간 넘지 못하게 법으로 강제했다. 사람들이 일하는 근로시간을 주간 단위의 상한을 정해 법으로 통제한 것이다. 이를 어기고 1주에 52시간 이상으로 일하면 처벌을 받는다. 일한 사람을 처벌하지는 않지만, 일거리와 임금을 준 사업주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제한하면서 일자리가 줄고 기업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저녁있는 삶을 만들겠다는 정치구호가 사람들을 투잡 뛰게 만들었다. 정치적 허상이 빚어낸 참극이다.근로시간을 강제로 줄이라는 규제는 말도 안되는 황당한 법이다. 일을 하려는 사람을 못하게 막는 것도 상식 이하의 짓이지만, 일자리와 초과근무수당까지 제공한 기업가를 처벌하겠다니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평균근로시간을 줄이려고 삶을 개선하려는 자발적 거래 행위자를 처벌하겠다니 경제논리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정책의 오염이요 타락이다.평균 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발상부터가 잘못이다. 평균근로시간은 말 그대로 평균치일 뿐이다. 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일을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니다. 법으로 처벌하면서 까지 일을 못하게 막을 이유가 없다. 평균근로시간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고 고용하는 과정에서 나온 평균치일 뿐이다.정부가 평균근로시간을 억지로라도 줄여야겠다면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유를 제한하거나 처벌하지 않으면서도 평균근로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시간이나 근로 형태에 대한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규제로 인해 막혀 있던 다양한 방식의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면서 평균근로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현실에서 평균근로시간이 줄지 않았던 이유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시장을 이원화하면서 정규직을 무리하게 보호한 제도 때문이다. 52시간제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또 다시 정규직에 대한 보호를 하나 더 추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근로자는 피해를 보고 노조만 이득을 얻었다. 노동존중이 아니라 노조존중이 되버렸다.한 주에 52시간 이상 일하지 말고, 사람을 쓰지 말라는 막무가내식 규제는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다. 어떤 일자리는 짧은 기간에 일이 집중된다. 어떤 업종은 계절별로 일이 몰린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것을 통제해서 균일하게 나눠 일을 할 수 있지만, 자유 사회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획일적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비현실적인 제도는 일자리를 파괴하고 기업을 해외로 몰아낸다. 이런 악법은 폐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다. 이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저소득 일자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52시간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는 신생기업이나 특수 업종의 정규직 일자리를 집중적으로 위축시킨다. 일의 다양성과 창조성 그리고 성장잠재력을 파괴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폐해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이번 52시간근무제 강제로 인한 일자리 파괴현상은 기득권 옹호를 위해 투쟁하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정치권과 정부가 급하게 받아들여 생긴 일이다. 노조에게는 이익을 주겠지만 직장을 잃어버리는 근로자, 새로운 일자리의 기회가 사라진 젊은이들한테는 재앙이다. 정치권의 무책임함이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52시간제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정부는 계도기간을 두는 미봉책을 제시했다. 계도기간이 아니라 유예기간을 5년으로 하여 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 또한 정치권은 보완대책으로 유연근로제(탄력, 선택, 재량 근로시간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19-11-21 16:00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프듀 진실규명 '묻고 더블로'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이어지는 정정당당한 경쟁 때문이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 박수를 받는다. 스포츠적 요소를 스포츠보다 더 극적으로 도입한 각종 경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도 그래서다. 공명정대한 경쟁을 전제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경연 참가자들의 고군분투에 감동의 눈물까지 흘리며 우승자, 탈락자 모두를 응원하는 것이다.공정해야 할 경연 프로그램이 부조리로 얼룩졌다. 케이블 채널 엠넷(Mnet)의 경연 프로그램 ‘프로듀스’ 제작진이 사기와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제작진은 시즌 3·4인 ‘프로듀스 48’과 ‘프로듀스 엑스X101’(이하 프듀 엑스 101)의 시청자 투표 조작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시즌 1·2의 투표 조작도 일부 인정했다.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결선 진출이 마땅한 연습생들이 탈락하고 그들에 못미치는 후보자가 데뷔조에 오르면서 불공정 시비는 시작됐다. 각 콘테스트 1위부터 20위까지 득표수가 특정 숫자의 배수로 이뤄진 데 대한 네티즌의 분석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공익 고발까지 이어졌다. 결국 수사 4개월 만에 일부 제작진이 연습생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여러 차례 유흥업소 접대를 받고 후보자들의 순위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담당 PD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이 사건은 단순히 제작진들에 대한 사법처리나 엠넷 측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프로듀스 방송으로 데뷔할 수 있었던 아이즈원(IZ*ONE)과 엑스원(X1)은 쇼케이스와 앨범 발매 등 예정된 모든 활동을 취소했다. 심지어 이미 녹화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와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 등에서는 통편집 위기에 몰렸다.조작시비에 대한 논란은 온라인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과연 어떤 멤버가 ‘시청자 유료 문자투표’라는 허울을 쓰고 불공정한 특혜를 받았는지 유추하면서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순진한 시청자들을 우롱하고 대한민국을 기만한 죄는 쉽게 넘어갈 수 없다. 담당 PD 구속 후 엠넷 측은 공식 사과 성명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개선 방안도 없이 벌써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인 ‘10대 가수’의 지원자 모집을 시작했다. 순위 조작으로 인한 피해 대응 조치가 시급하지만 어물쩍 넘기려는 엠넷 측의 태도가 공분을 사고 있다.불공정 조작의 피해자들인 출연자와 소속 기획사에 보상 차원에서 다른 경연 프로그램 출연 및 콘텐츠 개발 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아울러 ‘조작돌’이라는 비난의 집중포화 대상인 엑스원, 아이즈원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시청자들은 실제로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다. 시청자들의 총투표수에 수수료 100원을 곱할 경우 회당 약 20억원의 피해액이 책정된다. 790여건의 민원이 접수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여기저기 눈치를 보기 보다는 신속한 심의절차를 거쳐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그 어느 때보다 ‘공정’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다. 그 동안 각종 경연 프로그램들로 사랑받았던 CJ의 공이 잊혀져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번 과오는 철저히 따져 재발의 여지를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렇게 “묻고 더블로 가야 한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9-11-20 14:09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암호자산시장의 새로운 기회 ‘STO’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2019년 5월 비트코인은 재상승, 1600만원대를 회복했다가 최근 1000만원대에서 조정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승 및 하락 요인들을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다. 모두가 기대하는 비트코인 대세 상승장은 언제, 어떻게 오는가. 필자는 아마도 그것은 암호자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STO(증권형 토큰 공개)와 함께 올 것으로 본다.암호자산의 대장인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들은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암호자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지난 G20 정상회담에서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암호화폐가 암호자산(Crypto-Asset)으로 명칭이 통일된 것이다. 이는 미래의 방향성을 말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ICO(코인공개)를 통해 수많은 암호화폐들이 출현, 현재의 발전적인 생태계를 구축했지만 ICO 투자는 대체로 위험한 투자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ICO 에서는 기업의 기술 및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 등을 암호화폐 가치에 반영했지만 이를 보장해주는 안전장치는 없었다.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가오는 STO는 자산 가치를 담보하는 증권화된 코인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특정 상장기업의 주식처럼 비상장주식을 코인으로 만들어 자유로이 거래하는 증권형 토큰 공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때는 증권 관련 자본시장법이 어떻게 적용될 지 등이 해결되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우리나라에서 기업이 증권시장에 진입하는 상장 과정은 정말 어렵다. 상장함으로써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기업을 믿고 소중한 내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은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기업의 매출, 순이익과 같은 기업정보들을 공개해야 하는데, 이를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 공개)라고 한다. 주식을 발행하는 대신 증권형 토큰을 발행, 주식에서의 기업공개 형태를 빌려 STO를 하려는 기업은 기업의 자산을 형성하는 기본적인 IPO 룰을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 STO가 가능한 기업은 너무나 많다. 이들이 새로운 방식의 STO를 통해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면 이에 관련된 새로운 시장이 형성돼 상당수의 금융 일자리들이 새로 생겨날 것이다.기업은 IPO를 통해 주식가치의 공정한 결정, 세제상의 혜택, 자금조달 능력의 증가, 주주의 분산투자 촉진 및 소유 분산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상장기업은 어떤 투자자라도 기업의 실적을 확인할 수 있게끔 공개하는 것이 의무인 것과 마찬가지로 STO도 그러한 절차가 필요하다.일부 국가에서는 STO가 이미 합법화의 길로 가고 있다. 홍콩에서는 지난 3월 STO가 합법화 되었다. 중국의 많은 기업들은 증권 일부를 토큰화, 홍콩을 통해 그 꿈을 실현할 계획이다. 홍콩은 글로벌 1위의 자금조달 시장이기 때문에 IPO를 목적으로 한 자금조달에서 STO를 활용하려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STO 시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들은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서둘러야 한다.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2019-11-18 14:24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사람에 대한 단상

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강의실에서 ‘경영의 3요소’를 사람과 자본, 물자라고 가르친 것이 얼마 전인데, 이제는 갈수록 그런 말을 하기가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의 진면목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기업가치 창출에서 점점 사람과 물자의 요소가 희석되고 있어 그렇다. 어쩌면 자본도 그 중요도가 이전보다 많이 약화되었으리라. 그럼 무엇이 경영가치 창출을 대체하는 새로운 개념일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뉴욕대학의 폴 로머 교수는 “기업 내부의 지식혁신과 같은 내생적 변화에너지가 기업경영의 요체”라고 했다. 아주 오래전에 슘페터 같은 학자가 유사한 주장을 했지만, 지금 같은 반향은 아니었고 지금과는 사정도 달랐다.스스로 ‘딥 러닝’ 하는 인공지능의 경영도입이 속속 실현되면서, 사람과 지식이 서서히 유리 되는 조짐도 감지된다. 지식이 사람 속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자율운용체계로 들어가고 있고, 사람은 아직 총체적으로 위치정립이 모호하다. 뉴욕증시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을 분석해보면, 사람과 물자의 요소가 기업가치로 녹아나는 재무회계상의 증거가 갈수록 허약해진다.이런 가운데 저명한 도시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의 지역커뮤니티에 돈을 대지 말고 가난한 사람에게 직접 투자하라”고 주장한다. 혁신이나 진보의 문제에 있어 ‘사람’을 문제로 보는 견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치사회의 이슈를 던지는 정치인들은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주장에 정치력을 집중하고 있다.가끔 경제경영 대중강연을 하는 필자는 청중들이 “요즘 우리 경제가 어떠냐” 물으면 딱 부러지게 말해 주지 못한다. 무역수지나 수출액, RD투자 같은 비교적 괜찮은 통계를 말해주고 싶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분야 일이라 실감은 잘 오지 않는다.그러나 선진국의 경제실상은 대체로 인간자본과 혁신지수의 관련성에서 어느 정도 설명력이 엿보인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인적자본을 포함시키고 GDP에서 RD를 나누어 발표한 ‘2019년 글로벌혁신지수’에서 미국은 단연 우수하다. 스위스 싱가포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등도 높은 편이다. 우리는 프랑스 등과 비슷하며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 2등이다.어디선가 자신의 지식을 혁신하고 창의적인 도전을 진행하는 소수들이 새로운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래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휘게의 나라’ 덴마크에도 사업가나 기술과학자의 일상은 많이 바쁘다. 코펜하겐 중심부의 코펜하겐 비즈니스스쿨에는 세계에게 몰려든 경영학도들이 밤새 공부에 열정을 쏟는다.주거안정이나 소득원, 자녀양육이나 노인봉양 등 뭐하나 아직은 선진국다운 사람대접이 부족한 우리나라지만, 그래도 미래로 가는 수레바퀴는 사람의 지식과 자본과 상상력이 돌려가고 있음도 온 국민이 미상불 받아들여야 한다.어느 새 가을이 깊어간다. 자유주의에 빠졌다가도 수도원에 들어가 수학과 철학과 신학의 경계를 넘나들다가 1642년에는 계산기까지 발명했던 파스칼이 ‘팡세’에서 남긴 “인간의 존엄은 올바른 사유에서”란 말에서 화두를 잡고, 일생의 기억에 남을 만한 진한 사색을 권하고 싶다.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

2019-11-17 15:35 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