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프듀 진실규명 '묻고 더블로'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9-11-20 14:09 수정일 2019-11-20 14:13 발행일 2019-11-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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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이어지는 정정당당한 경쟁 때문이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 박수를 받는다. 스포츠적 요소를 스포츠보다 더 극적으로 도입한 각종 경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도 그래서다. 공명정대한 경쟁을 전제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경연 참가자들의 고군분투에 감동의 눈물까지 흘리며 우승자, 탈락자 모두를 응원하는 것이다.

공정해야 할 경연 프로그램이 부조리로 얼룩졌다. 케이블 채널 엠넷(Mnet)의 경연 프로그램 ‘프로듀스’ 제작진이 사기와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제작진은 시즌 3·4인 ‘프로듀스 48’과 ‘프로듀스 엑스X101’(이하 프듀 엑스 101)의 시청자 투표 조작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시즌 1·2의 투표 조작도 일부 인정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결선 진출이 마땅한 연습생들이 탈락하고 그들에 못미치는 후보자가 데뷔조에 오르면서 불공정 시비는 시작됐다. 각 콘테스트 1위부터 20위까지 득표수가 특정 숫자의 배수로 이뤄진 데 대한 네티즌의 분석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공익 고발까지 이어졌다. 결국 수사 4개월 만에 일부 제작진이 연습생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여러 차례 유흥업소 접대를 받고 후보자들의 순위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담당 PD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단순히 제작진들에 대한 사법처리나 엠넷 측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프로듀스 방송으로 데뷔할 수 있었던 아이즈원(IZ*ONE)과 엑스원(X1)은 쇼케이스와 앨범 발매 등 예정된 모든 활동을 취소했다. 심지어 이미 녹화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와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 등에서는 통편집 위기에 몰렸다.

조작시비에 대한 논란은 온라인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과연 어떤 멤버가 ‘시청자 유료 문자투표’라는 허울을 쓰고 불공정한 특혜를 받았는지 유추하면서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순진한 시청자들을 우롱하고 대한민국을 기만한 죄는 쉽게 넘어갈 수 없다. 담당 PD 구속 후 엠넷 측은 공식 사과 성명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개선 방안도 없이 벌써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인 ‘10대 가수’의 지원자 모집을 시작했다. 순위 조작으로 인한 피해 대응 조치가 시급하지만 어물쩍 넘기려는 엠넷 측의 태도가 공분을 사고 있다.

불공정 조작의 피해자들인 출연자와 소속 기획사에 보상 차원에서 다른 경연 프로그램 출연 및 콘텐츠 개발 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아울러 ‘조작돌’이라는 비난의 집중포화 대상인 엑스원, 아이즈원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시청자들은 실제로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다. 시청자들의 총투표수에 수수료 100원을 곱할 경우 회당 약 20억원의 피해액이 책정된다. 790여건의 민원이 접수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여기저기 눈치를 보기 보다는 신속한 심의절차를 거쳐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공정’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다. 그 동안 각종 경연 프로그램들로 사랑받았던 CJ의 공이 잊혀져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번 과오는 철저히 따져 재발의 여지를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렇게 “묻고 더블로 가야 한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