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트럼프식 억지'에 대응하는 방법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19-12-16 14:09 수정일 2019-12-16 14:13 발행일 2019-12-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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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어느 날 50대 수녀가 어린 신부를 집에 데려다주는데 자동차 기어를 바꾸면서 신부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 신부가 수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수녀님, 누가복음 14장 10절을 기억하세요.” 수녀는 손을 치웠고 부끄러워했다. 잠시 후 신호등에 걸렸는데 또다시 수녀는 신부의 무릎 위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신부는 “수녀님! 누가복음 14장 10절을 기억하세요.” 수녀는 신부를 내려주고 집에 돌아와서 성경을 펼쳐 누가복음 14장 10절을 찾아보았다. 뭐라고 적혀 있었을까? ‘벗이여, 더 높이 올라앉으라. 그럼 그대에게 영광이 있으리!”

한미 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부담할 내년도 분담금으로 올해 분담금 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약 6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했다. 지난해 대비 8.2% 올려줬고 올해 1조389억원이 책정된 상황에서 5배 이상을 또다시 요구한 것이다. 미국의 5배 인상의 주요항목에는 전략자산 전개 비용, 역외 훈련비용, 미군 순환배치 및 작전준비태세 소요 비용, 주한미군 인건비를 비롯한 가족 지원 비용까지 고려된 것이다. 미국의 요구사항은 신부가 수녀에게 제시한 ‘누가복음 14장 10절’과 같다. 기존 방위비 안건의 핵심사안은 무시하고 미국이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한 영광만 추구할 뿐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50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국무부와 국방부 관리들이 47억 달러로 낮추는 것만 봐도 이들의 전략은 근거 없이 제시된 ‘누가복음 14장 10절’이다. 
뿐만 아니라 미 국방부가 의회에 요청한 2020 회계연도 주한미군 주둔 관련 예산액은 44억6420만 달러(약 5조2544억원)로, 미국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리 정부에 요구하는 액수인 50억 달러보다 더 적은 것만 보더라도 트럼트의 막무가내식 ‘에임하이(Aim-high) 전술’임을 알 수 있다. 
방법은 없을까? 지난 27일 유시민 이사장이 “6조면 1인당 2억짜리 용병을 쓰는 것”이라는 발언, 즉 ‘객관적 기준’(Standard)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실제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규모가 각각 5만4000명, 2만8500명임을 고려해 1인당 평균 비용으로 환산하면 주일미군은 10만5885달러(약1억2468만원), 주한미군은 15만6639달러(약 1억8444만원)로 1인당 주한미군 비용이 훨씬 높다. 
트럼프의 주관적 기준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국이 미국을 성폭행하고 있다”라는 평소 트럼프의 주장을 “미국이 한국을 성폭행하고 있다”고 역공하는 것이다. 미국과 정면으로 맞붙으면 승산은 없다. 하지만 트럼프가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관적 기준을 활용하면 상대방이 공격하는 힘이 클수록 반격의 힘도 커진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도 배우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어기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한다. 왜냐면 자신의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 한 말이나 약속, 가치관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이를 따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시간은 누구의 편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가 전임자들이 부자나라를 방어하는데 엄청난 돈을 썼다고 비난하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성과를 도모하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쇼임을 알고 있다. 또한 지난 제 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당시 미국 대표단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는 것도 이들이 시간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끌 수 있으면 시간을 더 끌어야 한다. 어차피 주더라도 지금 당장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마지막 카드로 트럼프의 근거없는 ‘협박’은 동맹 관계가 희석돼 오히려 한국이 자체 방위력 개발에 착수하도록 행동을 촉발하는 배트나가 될 수 있는 전략의 활용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오히려 한국이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도모한 것처럼 말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세상에는 절대 강자와 절대 약자가 없다. 하지만 인내와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영원한 약자로 머물 수밖에 없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