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최악의 경제농단, KIKO 사태의 본질

김우일 대우M&A 대표
입력일 2019-12-05 06:00 수정일 2019-12-05 06:00 발행일 2019-12-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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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김우일 대우M&A 대표

최근 들어 언론과 사람들 입에 흔히 떠올리는 단어가 있다. 바로 농단(壟斷)이다.

농단의 한자의미를 보면 “깎아세운 듯한 높은 언덕위의 용”이란 뜻이다. 옛날에는 각각의 물건을 교환하기위해 집합 공개 거래장소로 장터를 만들었다.

이때 교활하고 영리한 기득권자(龍)가 사방이 한 눈에 훤히 보이는 높은 언덕에 올라 어느 품목이 부족하고 어느 품목이 풍부한가에 대한 시장수요 공급상황을 판단한 뒤, 그날의 물가동향을 예측하여 특정물건에 대한 매점매석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즉, 좋은 자리에서 교묘한 수단으로 이익이나 권리를 독점하는 것이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가 꼽는 최악의 경제 관련 농단은 키코(KIKO) 사태다.

키코는 2008년 국제금융 불안정한 시기에 나온 수출기업과 은행과의 환율변동에 위험을 피하기 위한 파생금융상품인데, 양자간에 약정환율과 시장환율 변동의 상한선(KNOCK- IN)과 하한선(KNOCK- OUT)을 정해놓고 환율이 이 구간 안에서만 변동한다면 약정환율로 거래하고, 만일 상한선 이상으로 올라가면 기업이 약정금액의 2배 금액을 시장(높은)환율로 매입해서 약정(낮은)환율로 은행에 매도해야하고, 하한선 이하로 내려가면 계약은 무효화 되는 내용이다.

환율이 정해놓은 녹인(KNOCK-IN), 녹아웃(KNOCK-OUT) 범주에서만 움직인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기업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과 환율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고, 은행도 옵션수수료에 따른 수익으로 크게 손해 보지 않는다는 판단이 앞섰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환율은 균형적인 상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경향을 보였으며, 불안정한 광폭의 변동을 보인적은 특별한 사태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그래서 대다수 기업과 은행들은 녹인·녹아웃의 상한선, 하한선의 환율변동을 전혀 우려하지 않은 채 거래에 나섰다. 그러나 그 후 환율의 폭등으로 환율이 상한선을 넘게되고(녹인) 기업은 외화를 높은 환율로 매입해서 낮은 환율로 은행에 매도함으로써 막대한 환손실을 입었고, 거래기업은 거의 파산에 이르렀다.

거래기업의 파산은 경제의 풀뿌리인 하위 벤더기업의 도산도 줄줄이 불러일으켜 현재의 경제침체를 제공한 한가지 원인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키코 계약을 가만히 살펴보면 수많은 문제점이 눈에 띈다.

첫째, 당시의 국제금융상황과 정부의 고환율 정책의 트렌드로 봤을 때 환율급등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전문가인 은행이 모를 리가 없었고, 이를 상대적으로 비전문가인 기업에게 감추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안전성을 포장해 판매했다.

둘째, 환율이 상한선 이상(KNOCK-IN)이 될 때는 약정금액의 두배를 시장(높은)환율로 매입 약정(낮은)환율로 은행에 매도하고, 환율이 하한선(KNOCK-OUT)이하일 때는 무효로 한다는 내용은 현저히 당사자 간의 형평을 일탈한 불공정행위이다. 환율이 하한선일 때도 똑같은 거래조건이라면 기업은 시장(낮은) 환율로 매입, 시장(높은) 환율로 은행에 매도하여 기업이 큰 이익을 만들 수 있음에도 이 경우는 무효화하여 은행의 손실 기회와 기업의 이익기회를 원천 봉쇄해버렸다.

셋째, 일반적으로 은행은 갑의 위치, 기업은 을의 위치로 을은 갑의 무언의 위력위계에 의한 거래압력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한 상태에서 이뤄진 불공정 계약이라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민법의 대원칙인 불공정행위와 중대한 착오에 의한 행위 및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KIKO 계약은 원천 무효이며, 십년의 소멸시효도 적용되지 않는 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하지만 한국 법원은 키코 거래가 불공정거래임을 인정하지 않아 은행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 키코사태 이후 10년만에 우리 은행은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를 무분별하게 팔아 수많은 금융 소비자들에게 다시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잘못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똑같은 잘못을 또 범하게 마련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