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금융소외계층 위해서라도 신용정보법 개정 시급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입력일 2019-12-08 15:00 수정일 2019-12-08 15:01 발행일 2019-12-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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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세기마다 산업의 혁명적 변화가 있었다. 18세기 증기기관, 19세기 전기, 20세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혁명’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증기기관은 세상을 더 가깝게 해 주었고, 전기의 발명은 현대문명을 가능케 했으며, 인터넷은 삶의 형식까지 바꾸었다.

21세기 우리는 초연결,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네 번째 혁명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이 빅데이터와 결합된 지능정보기술로 무장해 인류의 전 산업을 그 뿌리부터 변화시키고 있으며, 금융산업은 그 변화의 큰 영역이 됐다.

빅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데이터3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곡절 끝에 소관 상임위 문턱을 최근 넘었다. 이에 따라 법사위원회가 다음 회의에서 데이터3법를 통과시킬지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국회가 공전 사태를 맞으면서 법사위 여야 간사가 향후 회의일정 등에 대해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관계자는 “전체회의 개최를 위한 여야 간사 논의도 현재 없다”고 말했다. 이번 달 본회의 통과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20대 국회에서 개정은 어렵다.

금융영역에서는 신용정보법 개정이 중요하다. 통계,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해 가명정보의 형태로 신용정보 주체의 동의없이 이용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영역에서 빅데이터 활용은 정책결정과정이나 정책집행평가 등은 물론 새로운 금융상품개발 등에서 엄청난 긍정적 작용을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가명정보 재활용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하지만 차가 빨리 달려서 사고가 난다고 자동차전용도로를 만들지 않을 것인가.

비금융정보를 통한 신용평가도 가능해진다. 금융거래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청년, 사회 초년생 등은 통신료, 관리비 납부실적이나 휴대폰 사용습관 등의 비금융정보분석을 통해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고, 660만명의 자영업자도 개인사업자 전문 신용조회업자를 통해서 많은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다. 또 마이데이타산업은 금융이용자 보호는 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09년부터 오픈데이터 정책을 추진하면서 빅데이터 기술개발에 열을 올려왔고, 일본도 2015년 제3자에게 익명 가공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작년엔 유럽연합(EU)도 모든 연구에 가명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산업 경쟁력은 선진국과 5년 정도 격차가 있다고 한다.

정쟁은 정쟁이고 미래 먹거리인 빅데이터 산업을 지금이라도 육성하려면 이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남들은 출발선을 벗어난 지 한참 지났는데 우리는 아직도 신발끈조차 매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면 다음 국회에서 발의되고 통과되는데 또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죽은 자식 XX만지기’란 속담을 기억해야 한다. 이 속담처럼 뒤늦게 미련과 집착을 가지며 후회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