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19-12-15 14:21 수정일 2019-12-15 14:22 발행일 2019-12-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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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대 국회가 온갖 추한 꼴을 다보이고 있다. 약 4년 전에 제 20대 국회는 많은 희망과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다. 그런데 출발하기 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막장 공천으로 유리한 선거 국면을 날려버렸다. 제 1당은 더불어민주당이었지만 어떤 정당도 과반을 달성하지 못했다. 지역구 제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투표에서는 3위를 하는 이변을 낳았다. 유권자들의 메시지는 준엄했다. 어느 정당도 압도적으로 마음에 드는 정당이 없으므로 국민들의 뜻을 잘 살피고 협치하라는 의미였다. 20대 국회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총선이 있었던 같은 해 현직 대통령 탄핵안을 국회에서 가결시켰다. 그리고 이듬해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었다. 역대 어느 국회와 비교할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공유한 국회다.

그러나 그런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지난 4월에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사라질 줄 알았던 ‘동물국회’ 모습이 재현되었다. 협상과 합의의 대화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거친 몸싸움과 심한 욕설이 난무했다. 상호간 고소, 고발을 이어가면서 국회 고유의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 버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20대 국회에 대한 평가는 최악 그 자체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일 실시한 조사(전국503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응답률4.5%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20대 국회 의정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본 결과 100점 만점으로 분석할 때 18.6점으로 나타났다. 낙제점보다 못한 점수다. 지난 4년 전 이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손이 부끄러울 수준이다.

20대 국회의 평가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은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싸움이다. 각종 민생법안이 지난 10일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 처리되지 못했다. 어린이안전법안인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은 국민들의 분노한 민심이 전해지자 가까스로 통과되는 식이다. 더 실망하게 되는 대목이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정당들이 보이는 행태다. 지역구 의석을 몇 석으로 할지, 비례대표 의석을 몇 석으로 하고 어떤 비율로 결정하지에 모든 당력이 집중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함께 ‘4+1 협의체’를 만들어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이 모두 밥그릇 싸움이다. 국민들은 선거법의 구체적인 내용조차 모르고 있다. 가장 최악의 평가를 받는 20대 국회가 가장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법안이 자신들의 밥그릇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진정으로 묻고 싶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얼마로 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떤 비율로 적용하는지가 유권자들의 이익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아깝게 낙선한 후보들을 구제하기 위한 석패율 제도를 도입해 놓고 인지도가 높은 유력 중진 후보가 혜택을 받는다면 과연 취지에 맞는 것인가.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법안이라면 다음 국회에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 선거법 개정관련 국민투표를 실시해도 될 일이다. 민생 법안은 뻔뻔하게 외면해온 이 국회가 임기가 다해가는 마당에 매달린 법안이 고작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니. 당장 밥그릇 싸움을 중단해야 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