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갤럭시와 갤럭틱, 그리고 STEM

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
입력일 2019-12-12 17:56 수정일 2019-12-12 17:57 발행일 2019-1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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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

갤럭시(galaxy)는 ‘은하계’다.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인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의 글로벌 브랜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요즘 갤럭틱(galactic)이란 말이 자주 뉴스에 등장한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 만든 최초의 개인적, 상업적 우주여행사인 버진 갤럭틱에서 보게 되는 그 단어다.

삼성의 갤럭시는 혁신적인 신기술인 5G 시대를 열며 미국, 영국 등에서 새로운 도약의 비전을 키우고 있다. 그런가 하면 버진 갤럭틱은 내년에 우주여행단을 보내기로 하고 요즘 요금 책정에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6명의 승객을 태우고 16㎞까지 올라가 저궤도로 우주를 체험하고 창밖으로 지구를 바라보는 여행이다. 1인당 요금이 3억원 이상이라는 소식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에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도 했다. 우주여행사 갤럭틱에도 600명이 여행비를 냈고 그 뒤로도 3000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찌 될 것 같으냐며 물어온다. 대답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금 국가경제는 내부 구조가 점점 일반 국민의 삶에서 멀어지고 있어, 아무리 성장하고 발전을 해도 국민들에게는 직접적인 고용증가나 소비증가로 잘 이어지지 않는 다른 차원의 세계다.

연말인데도 거리에 텅텅 빈 가게들이 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나 당국자들은 내년 우리 경제지표가 조금 나아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의 수출이 호전될 것을 기대해서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다시 미세상승하는 궤도수정을 했다. 당국이 강력한 대책을 세우고 있겠지만, 민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부가 다 손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금리를 설명하는 이론에 시장분할가설이 있다. 시장에는 서로 다른 기준으로 결정되는 금리의 세계가 있다는 말이다. 지금 국가경제와 국민경제도 서로 다른 결로 이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경제는 점점 지능경제의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국민경제는 점점 시장의 생기를 잃고 사회적 처방이 곳곳에서 봇물처럼 등장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드디어 기본소득제도의 전면 실시를 주창하는 전문정당이 창당되기에 이르고 있다.

STEM이란 단어의 조합이 생각난다.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은 미래로 가는 국민적 필수지식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낮은 기능의 수작업이나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최저임금을 올리게 하고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정책을 들고 나온다. 시장에서는 현실을 모른다고 야단이다.

통계학에서 ‘중심극한의 정리’는 모든 것이 하나의 운동장에서 하나의 잣대로 움직일 때 가능한 일이다. 국가와 국민이 각각의 가치와 논리로 작동하는 미래경제는 각각의 중심을 가지고 세밀히 살피고 지혜롭게 대응해야만 국가도 살고 국민도 산다.

정치인들은 사람이 가장 소중한 국가의 중심가치라고 주장하지만, 국가경제의 현실은 거대하고 복잡한 초지능의 운영체계로 소리 없이 돌아가고 있다. STEM은 그래서 미래를 대비하는데 꼭 필요한 국민적 기본지식이다. 시간 날 때마다 차분하게 책상 앞에 앉아보자.

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