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경주 최부자의 다섯 가지 원칙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19-11-28 14:25 수정일 2019-11-28 14:26 발행일 2019-11-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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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조선 최고 부자로 알려진 경주 최부자집이 있었다. 12대에 걸쳐 300년 이상 부(富)를 누리고 지켜왔다. 그래서 그 비밀을 캐낸 책도 베스트셀러로 화제였다. 그만큼 그런 부자를 국민들은 그리워 한다는 방증이다. 최부자집 비결 중 음미할 것이 많다. 

첫째, 부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위만을 갖는다. 돈 좀 벌고 나면 명예욕이 생겨서 알량한 감투를 쓰려고 온갖 짓을 다하는 요즘 부자들을 보면 안쓰럽다. 한국 최대 재벌 중 하나였던 H그룹의 C회장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호되게 당한 일이 있다. 하도 군출신 권위주의 권력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뜯기다 보니 자기가 대통령을 하면서 뜯기는 돈을 보태(?) 나라경제를 일구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음직도 하다. 그가 낙선한 후 H그룹은 승리한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로 들볶임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마 그런 것을 참고 견디느라고 갑자기 노쇠해져서 일찍 작고한 게 아니냐는 시중 견해도 있었다. 타고난 건강과 의지를 지닌 노익장이었기에 팔십 수명을 누렸는데도 그런 이야기가 돌았다.

둘째, 인간관계에 바탕을 둔 노사관계 등을 실천했다. 뺏고 뺏기는 그런 입장에서 한 푼 덜 주려는 그런 매몰참이 아니다. 좀 더 많이 돈을 벌어 좀 더 나누어 주자는 그런 마음씨로 노사관계와 협력회사 관계를 유지했다. 요즘 말하는 바로 상생, 윈윈(Win-Win)이 아닌가.

셋째, 군림하지 않고 경영하는 관리자를 세웠다. 그게 바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아닌가. 몇 백 년 전에 이미 현대경영을 실천하는 슬기를 지녔다고 해야겠다. 주식배당도 받아먹고 거액의 월급과 비자금까지 챙기는 오늘의 상당수 재벌총수와 그 가족들을 보면 최부자집 경영이 그립다.

넷째, 받은 만큼 사회에 환원했다. 사회 속에서 여러 사람과 더불어 이룩한 부(富)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기 주변 몇 십리 내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나누고 베풀었다. 물론 국가에 세금도 꼬박꼬박 바쳤다. 영수증 없는 독립운동자금도 헌납했다.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S그룹 2세처럼 자식에게 2조원의 재산을 변칙증여하면서 탈세를 자행하고도 합법적이라고 우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대로 분식회계 같은 불법을 자행하지 않았다.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부자들의 금괴는 보이지 않고 서민들의 금반지나 목걸이만 쌓이는 걸 세계는 똑똑히 보았다.

다섯째, 때를 가려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늘린다. 흉년이 들었을 때 헐값으로 땅을 구입하지 않았다. 권력에게 비자금(?)을 바치고 특혜를 받아 재산을 불리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리 그가 재산이 많아도 그를 향해 비아냥댈 수 없었다. 요즘 말하는 ‘반기업정서’가 서민들에게 생길 수 없었다. 오히려 최부자집은 대대로 존경을 받아왔다. 요즘 상당수 재벌오너들처럼 만만한 지식인들을 부려서 반기업정서 때문에 한국에서 기업을 못하겠다면서 해외로 기업을 옮기겠다고 국가와 국민들에게 언론을 통해 협박하지 않았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고 공갈 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반기업 정서란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반부패기업인 정서, 편법세습반재벌정서가 있을 뿐이다. 우리 국민들은 멍청이가 아니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