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존경받지 못하는 부자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20-08-02 14:13 수정일 2021-06-12 01:20 발행일 2020-08-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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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문재인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증요법’적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론의 따가운 눈총과 국민적 비판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물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투기를 막고 주택시장 질서를 잡겠다고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한 경우는 과거 정부부터 되풀이 되어 왔다.

한국은 부동산에 대해 매우 ‘이중적’이다. 의식주의 핵심요소인 동시에 부(富)의 핵심 축적 수단으로 인식된다. 현재 서울지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600만명에 달한다. 서울시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가입했고 20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30·40대를 넘어섰다.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사람들은 집값 안정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내 집이 생기면 인간의 욕망은 180도 달라진다. 이들에게는 집값 상승이 최우선이다. 물론 잔뜩 대출을 끌어모아 산 집이니 올랐으면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불평등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용인할 수 있는 불평등이다. 스티브 잡스, 파블로 피카소, 아인슈타인, 미켈란젤로 등처럼 부와 명예를 동시에 지닌 사람들과의 격차다. 우리는 이들과의 격차를 받아들이기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영웅으로 인식해 존경하는 인물로 마음에 담기도 한다.

두 번째는 용인하기 어려운 불평등이다. 나와 특별히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의 격차다. 국회의원, 부유한 고위 관료, 고소득 전문 종사자 등처럼 기반이 되는 물리적 자산을 소유하고 있거나 부동산 임대소득을 올리며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존경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이들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부러워하지만 존경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유가 뭘까? 부동산이 주요한 부의 축적 수단인 한국은 부의 축적이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회의원, 부유한 고위 관료, 고소득 전문 종사자들이 부자가 된 배경에는 부동산을 빼놓을 수 없다. 21대 국회의원 10명 중 3명은 집을 2채 이상 갖고 있는 다주택자였다. 일단 대중은 각종 규제에 묶여 머리로만 생각할 때 정치인들이나 고위 관료들 그리고 이들과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규제 이전에 또는 규제에서 벗어나 부를 축적한다. 규제가 복잡한 나라에서 공무원들은 은퇴 후 기업에 규제를 피하거나 규제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외이사나 전문가로 활동한다. 자신들이 만든 규제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불평등은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돼 일반인의 기회조차 갉아먹는다.

앞서 한국은 부동산에 대해 ‘이중적’라고 강조했다. 막상 평범한 사람이 부동산으로 부가 축적되면 자신도 제로섬 게임의 승자가 되어 일반인의 기회를 갉아 먹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지우고 부를 대물림한다.

그렇다면 불평등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사회 하층부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 조금씩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 상위 1%의 부자들이 자신이 내린 판단의 결과로 현재의 위치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사회가 평등한 사회다.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넓게 만들고 부유층이 순환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