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실종자 수색 드론 봉사단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입력일 2020-08-24 13:59 수정일 2021-06-12 01:29 발행일 2020-08-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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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춘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올해 장마 기간에 폭우와 산사태로 어느 해보다 많은 실종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의암댐 부근에서 경찰순찰정, 춘천시 행정선, 작업선의 전복사고로 7명이 실종돼 1명은 구조됐지만, 5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수습대책본부는 계속해서 수중 수색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나머지 1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가평경찰서의 요청으로 강경대교부터 청평댐 구간까지 15개 지역의 수색 임무를 맡았다. ‘민간실종자수색드론봉사단’의 단장 자격으로 약 1주일간 봉사단원들과 수색을 도왔다.

쏟아지는 비로 인해 강물은 불어나 있었고, 흙탕물 때문에 부유물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봉사단원들은 오전 7시에 가평경찰서에 모여 30분씩 장비를 점검하고 안전 교육을 받은 뒤 수색지역을 할당받았다. 적게는 3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까지 개인 드론으로 수색에 나섰다.

봉사단원들은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휴가를 반납하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관의 설명을 듣고 지리적 특성을 파악한 뒤 드론을 띄워 육안으로 현장을 모니터링했다. 그러다 강에 떠내려가는 부유물을 확인하면 드론에 탑재된 고화질 카메라로 영상을 찍은 후 컴퓨터로 옮겨 화면을 확대해 단체 메신저로 경찰과 공유했다. 또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소방대에 해당 지역의 정보를 전달해 수색을 요청했다. 이러한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다. 보통 침수 사고가 발생했을 때 3~5일 안에 수색을 완료하지 못하면 실종자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사고 발생 3일만 지나도 수색 범위는 작업이 힘들 정도로 넓어진다.

드론 봉사단원들은 재능 기부의 형태로 자발적으로 수색에 참여했다. 안전을 위해 보호자와 함께 수색에 나선 고등학생 봉사자도 있었다. 그 학생은 취미인 드론을 통해 타인을 도울 수 있어 뜻깊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드론이 치안이나 재난 안전 분야에서 실종자 수색에 필수적으로 투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직 공공기관에서는 관련 장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청은 실종자 수색용 드론 38대를 전국 지방청에 배치해 본격 투입한다고 발표했지만,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

드론을 효율적으로 조작하도록 조언하는 전문가도 충분하지 않다. 때문에 민간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에게도 이러한 봉사활동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청소년들이 야외활동보다는 실내에서 전자기기를 활용해 취미 활동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종자 드론 수색 체험은 사회적·기술적 변화에 대응해 적합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병역 의무와 미래 직업의 관점에서도 유용하다. 공군은 드론 전문 부사관을 매년 채용하고 있다. 육군은 드론봇 부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드론 전문 병사로 근무할 수도 있다. 드론을 활용한 민간인과 청소년의 실종자 수색 봉사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희망해본다.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