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최고금리인하…‘back 도’ 없는 규제 대신 ‘금융난민’ 보호에 집중해야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입력일 2020-07-23 09:23 수정일 2020-07-23 14:13 발행일 2020-07-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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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한 해 대부업체에서 조차 대출받지 못해 불법사채를 사용하는 저신용자수가 10만명이 넘는다는 연구기관의 조사결과가 있다. 대부업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사채업자를 찾아가는 수는 뺀 결과라 하니 엄청나다. 전쟁이라는 한계상황에 처해 스스로 목숨을 담보로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되는 동유럽과 중동의 난민 수에 비해 적다 할 수 없다.

불법사채의 폐해는 살인적 고금리만이 아니라 삶을 파괴하는 악랄한 채권추심으로 인한 본인과 가족의 생활 파괴에 이르게 된다는 점이다. 사채이용자 중 44%는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고 24%는 불법추심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설문조사결과도 있다. 또 51%가 ‘본인의 힘으로 불법사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조사결과는, 불법사채 이용자 중 상당수는 국경을 넘지 않았을 뿐 이미 경제적으로는 ‘금융 난민’인 셈이다.

개인의 돈 문제와 관련한 우리나라 시스템은 크게 시장기능이 작동하는 금융시장과 공적기능의 정책금융이 있다. 금융시장은 제도권과 비제도권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현행 제도는 비제도권을 불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제도권 금융시장은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은행과 같은 고신용자시장, 저축은행과 같은 중신용자시장, 대부업권과 같은 저신용자시장으로 구분된다.

2002년 대부업법이 제정되면서 ‘업(業)으로 돈을 빌려주는’ 모든 주체에게 정부에 등록을 강제하고 관리를 받도록 하면서 금리상한을 규제해 왔다. 법 제정 당시에는 이자제한법이 폐지돼 초고금리 사금융이 팽창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규제의 필요성이 있었다. 사금융을 정부의 관리감독 아래 두는 방식으로 양성화를 해 금융이용자의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였다.

20여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당초의 양성화 목적에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자산규모 등 물적 진입장벽도 꼼꼼히 해 대형화가 많이 진척됐고 관리주체도 대형업체는 지자체에서 중앙정부가 관리하고, 대출중개업체에 대한 규제도 꼼꼼하게 강화됐다. 이로써 금융시장의 ‘최후의 보루’에 대한 관리를 위한 규제시스템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목적달성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규제를 통한 양성화라는 소기의 목표에는 도달했어도 대부업체가 정책의 취지에 맞게 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쉽게 말해 제도권에 흡수해 놓고 ‘채찍’만 가했지 ‘당근’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간의 최고금리 인하는 무책임한 ‘정치적 이벤트성’이 강했다. 지속적으로 최고금리를 인하해 저신용자에 대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해 주지 못했다. 금융기관, 회사채 공모시장, 자산유동화시장 등 도매금융공급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은 여전히 막혀 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아무리 낮아져도 대부업체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도 상각처리조차 하지 못해 매각을 통해 변칙적으로 손실을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처리해야 게 업계의 현실이다.

또 대부업체는 도매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도 막혀있다 보니 대출이자율을 낮출 여력이 한계에 달해 결국 상대적 고신용자를 상대로만 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정부의 관리를 받고 있는 대부업체에서 조차 퇴출당하는 연간 10만 명에 이르는 저신용자들, 최고금리가 낮아짐으로 인해 또 추가로 퇴출되는 저신용자들에게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균형 있는 대부업제도가 될 것이다.

새 국회가 개원되니 또 최고금리 인하 얘기가 나온다. 규제에 ‘Back 도’가 있었던가를 생각해야 한다. 출구도 터주지 않고 막다른 골목으로만 몰아가는 식으로는 제도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쟁촉진에 의한 효율적인 금리인하가 아니라 법상 최고금리 인하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진정으로 ‘금융 난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질 때다. 우리는 지금 최저임금인상, 주 52시간 제도 등의 부작용을 염두해 한번 낮춘 금리는 Back 도해 올릴 수가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법상 최고금리 수준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